
마량리 동백숲 아래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 바다 너머 오력도의 자태가 아름답다.
초입으로 들어서자 밀짚모자를 쓰고 수건을 두른 농민들이 모내기에 분주하다. 일손은 바쁘지만 마음은 ‘충청도 양반’답게 여유롭다. 낯선 도시인이 불쑥 나타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저 무심한 낯빛으로 모만 옮겨 심을 따름이다.
서천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뭐니뭐니 해도 한산 모시다. 백옥같이 흰 데다 잠자리 날개처럼 짜임이 섬세해 여름철 최고의 옷감으로 꼽힌다.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진 한산 모시는 고려시대에는 명나라 공물로,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명성을 떨쳤고 지금도 한산면 소득원의 17%를 차지한다.
한산면 대로변의 한산모시관(041-950-4226). ‘척척척척’ 베틀 돌아가는 소리를 따라가보니 새하얀 모시옷을 곱게 차려 입은 방연옥(58·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선생이 모시 짜기에 한창이다. 그의 재빠른 손길이 스쳐가자 촘촘하고 깔깔한 모시가 얼굴을 내민다.
“나 어릴 적엔 동네 아낙들이 다 모시를 짰지만 요즘은…. 모시풀 껍질에서 모시를 짜내기까지 석 달쯤 걸리는데, 그게 다 수작업이라 무척 고되거든. 그나마 모시 짜기는 쉽지. 째기와 삼기는 너무 어려워서 요새 젊은이들은 엄두도 못 내요.”
모시 직조는 모시풀 속껍질을 물에 적신 후 햇볕에 말려 물기와 불순물을 제거한 ‘태모시’에서 시작된다. 태모시를 이로 쪼개 가늘게 만드는 과정이 ‘모시 째기’다. 마른 모시에 적당히 침을 발라주면서 가늘게 찢어야 하는데, 얼마나 가늘게 찢었느냐에 따라 모시의 등급이 달라진다. ‘모시 삼기’는 이처럼 가늘게 찢은 짧은 모시실을 잇는 일이다. 그렇게 삼은 실을 베틀에 달아 짜면 모시가 완성된다.

보령의 무창포해수욕장. 6월1일 저녁 7시30분경 이곳에서 석도대까지 1.5km에 이르는 바닷길이 열렸다(左). 배를 손질하며 출항 준비를 채근하는 어민들(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