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는 처음 겪는 일인데도 언젠가 한번쯤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나 환상을 가리킨다. 깁슨의 작품에 등장하는 상황 또한 종종 전에 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와 정반대로 지극히 익숙한 대상을 추상적이고 자율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아주 낯선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깁슨은 1970년대부터 누드 사진을 집중적으로 작업해왔다. 매니큐어가 칠해진 여자의 손톱, 검은 스타킹을 신은 하반신 등 에로틱한 단편 이미지들은 어떤 주제를 담거나 에로틱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성에 대한 인간의 공통된 감성과 욕구를 표현한다.
신동아 2005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