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14일 오후 6시.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오세훈(吳世勳·45)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4월9일 뒤늦게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든 뒤로 강행군을 하고 있는 탓이다.
-잠은 잘 잡니까.
“열흘째 4시간씩 자면서 버티고 있어요.”
-이런 강행군을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해요.
“처음에 정치를 그만둘 때 정치의 비정함, 냉정함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들어오니까 다시 그런 생각이 나네요. 여자가 첫애 낳고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시는 애 안 낳겠다고 했다가 다시 하나 더 낳아볼까 하는 심정 같은 거냐고 누가 그러던데, 비슷한 것 같아요.”
-혹시 ‘잘못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까, 솔직히?
“선거 국면이라 말을 잘해야 하는데…. 솔직히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해요.”
그는 전날 밤,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당내경선에서 맞붙게 될 홍준표 의원, 맹형규 전 의원과 처음으로 시장후보로서의 자질과 공약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그는 홍 후보와 맹 후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지만 강금실 전 장관을 내세운 열리우리당의 이미지 감성 정치에 편승한 것일 뿐 정책이나 자질 면에선 미흡하다”는 두 후보의 공세에 그는 “이미지가 좋다고 해서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감히 이미지도 좋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맞섰다.
-경선 후보들과 첫 토론을 한 건데요.
“각오하고 나갔지요. 홍 의원님 스타일이 워낙 공격적이니까요. 예상했던 만큼 심하지는 않았어요.”
-어떤 공격을 예상했습니까.
“최근 제 사생활과 관련해, 어떻게 보면 대꾸조차 하기 싫은 얘기를 공개적으로 많이 하셨잖아요. 그런데 (토론에선) 현명하게 자제하시더군요.”
홍준표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후보가 강남 헬스클럽에서 선탠을 하면서 이미지를 가꿀 때 홍준표는 밤새워 서울 시정을 연구했고 피눈물을 흘리며 대여(大輿)투쟁을 해왔다”며 “하루 빨리 국민을 현혹하는 ‘이미지 전쟁’의 광풍이 멎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오 후보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오 후보측은 직접적으로 응수하지 않았다. 오 후보가 강남의 헬스클럽 회원권을 갖고 있는 건 맞지만 인공선탠을 한 적은 없다고 한다. 홍 후보의 이 같은 발언 이후 그가 갖고 있는 헬스클럽 회원권 가격, 그와 부인이 소유하고 있는 고급 승용차가 네티즌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토론에서 할 말은 다 했습니까.
“토론회라는 게 진득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진의의 반도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결코 제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토론에서 한 시민 논객이 “뒤늦게 경선에 참여한 건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한나라당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고 물었죠. 여기에 “고뇌에 찬 결정이었다”고만 짧게 대답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더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아요.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이유가 정말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