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붐이 일고 있는 하노이 시내 전경.
베트남에서는 소(牛)를 키우는 목장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소 값은 대학 4년치 학비를 웃돈다. 동남아시아나 카자흐스탄 같은 개발도상국은 빠른 경제성장으로 부동산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베트남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베트남 정부가 2002년 비엣키우(해외거주 베트남인)의 현지 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 비엣키우들은 당시 내국인과 동등하게 주택·토지 사용권을 부여받았다. 베트남 정부는 이들이 해외에서 송금하는 돈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그뿐 아니라 투자 수익을 국외로 송금할 수 있도록 했다.
비엣키우들, 부동산 사재기
그러자 해외에서 기반을 잡은 비엣키우들이 몰려들어 베트남은 투자 열풍에 휩싸였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 베트남에서는 아직 땅에 대한 소유 개념이 없다. 하지만 50년 동안 임차할 수 있어 소유에 가깝다. 코트라 하노이무역관 관계자는 “50년 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임차 자체가 소유로 연결된다고 현지인들은 믿고 있다”며 “지금 하노이에서는 부동산 열풍 때문에 아파트 구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대우건설·LG건설·포스코개발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뛰어든 하노이 신도시 개발지역. 이곳에 건설 중인 한 아파트는 45평 기준 분양가가 10만달러가 넘는다. 해당 지역의 90% 가까이가 논과 밭 등 미개발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는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비엣키우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하노이 공항 근처 땅은 2002년에 비해 최고 30배가 올랐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2년 전 분양 당시에 비해 값이 3배가 올랐다”며 “주택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 가격이 매년 급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노이와 호치민의 부동산 가격은 베트남의 경제 수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편이다. 2004년 기준으로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500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경제 수도라는 호치민에 사는 시민의 소득도 연 2000∼2500달러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부동산가격이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현지인은 거의 없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장종범씨는 “베트남은 공식 통계와 비공식 통계 간 차이가 상당히 크다”며 “비엣키우들이 부동산 사재기에 나서고 있고 베트남인 중에서도 숨은 재력가가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외 수입이나 커미션 문화가 일반화돼 있어 눈에 보이는 소득만으로는 생활수준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베트남 국민은 은행에 돈을 맡기려 하지 않는다. 은행 신용도가 낮아 예금 인출이 불가능한 사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 정부를 믿지 못하는 데 있다. 그래서 베트남인들은 미국 달러화나 금을 가장 안전한 저축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달러를 환전할 때도 은행보다는 사설 환전소를 선호한다. 베트남인이 은행을 꺼리는 것은 은행을 이용하면 그 근거가 남게 되고, 이것이 나중에 세금이나 다른 제약 사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풍조는 현재 베트남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내 자본 형성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비엣키우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력하는 또 다른 이유다.
비엣키우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호치민의 한 한국 대기업 주재원은 “비엣키우들이 베트남에 투자한다고 해봤자 부동산이나 건설 분야가 고작이다”며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는 이들이 들여오는 돈의 성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베트남 투자는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스(www.niceplus.net)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