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시민들이 에펠탑 앞 대형 축구공 유리 모형을 감상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유럽의 부동산 경기가 이토록 뜨거웠던 주원인으로 낮은 이자율을 꼽았다.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낮은 이자율 덕분에 가파른 상승세를 탔지만 서유럽의 이자율은 미국보다 더 낮았던 것. 미국의 연방기준금리가 3.25%로 상승해 있는 데 반해 유럽은 2%로 여전히 낮고 앞으로 더 내릴 전망이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미국과 같은 최신형 모기지 융자 제도가 도입돼 부동산 취득의 길을 한층 넓혔다. 유럽에서는 15년 고정 모기지가 보통이었으나 2∼3년 전부터 미국에서 볼 수 있는 변동 모기지처럼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다. 부동산이 주식보다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유럽의 부동산 수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봄, 3년간 하락하던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서 미국인도 파리나 스페인, 이탈리아의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아우성이다.
“고평가됐지만 여전히 오른다”
물론 유럽의 모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뒷걸음치는 부동산 경기로 실업과 소비지출이 더 악화되는 형국이고, 영국 런던은 장기간 계속된 집값 상승 때문에 서민이 집을 사기가 그림의 떡이 된 상황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해 유럽의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25%로 전보다 0.25%포인트 올린 바 있으며 금리인상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았다. 보고서는 또 “1990년대 부동산 가격 상승시기와 비교해볼 때 현재 부동산 가격이 유난히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뛰는 부동산 투자자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둔화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초 세계적인 부동산 리서치 협회인 도시개발협회(ULI)와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공동으로 발행한 ‘2006 떠오르는 유럽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투자자 250명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 유럽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ULI와 PWC는 “응답자들은 올해에도 주택이나 오피스 등 부동산이 채권이나 주식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라고 꼽았다”고 밝혔다.
동유럽과 터키, 러시아가 서유럽 부동산 투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전세계 부동산 투자자는 고수익을 내기 위해 동유럽 부동산시장에 자본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전년대비 두 배 늘어난 35억달러였다.
문제는 동유럽의 부동산 시장이 외국인의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물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휴스턴 부동산회사 하인즈의 모스크바 지사장 리 티민스는 “지난해 10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펀드들이 러시아, 폴란드 등 동유럽 시장으로 몰려갔지만, 살 수 있는 부동산은 20억달러어치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도로 구축으로 인기
그렇다면 유럽의 어떤 도시에 투자해야 할까. ULI와 PWC는 유럽의 27개 도시를 대상으로 투자 수익률과 위험도를 함께 고려한 결과, 프랑스 파리를 최적지로 꼽았다. 대상은 주택과 빌딩, 상가다.
파리의 부동산은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택의 양극화와 고질적인 주택 부족 문제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문화와 예술을 찾아 몰려드는 이민자는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