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거리는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최근 유례없이 고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신흥 경제대국 브릭스(BRICs)의 한 축으로 각광받고 있는 브라질조차 지난해 3%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아르헨티나는 3년째 연평균 9%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런 고속 성장과 더불어 현지 부동산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2002년 초 아르헨티나 정부가 달러화 대 페소 가치를 3분의 1로 떨어뜨린 뒤부터 부동산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이를 구입하는 외국인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타워팰리스’
지난 3월7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푸에르토마데로 지역. 저녁 8시가 되자 인근 고급 레스토랑들과 쇼핑몰은 순식간에 현지인으로 가득 찼다. 스테이크 전문 고급 레스토랑 안은 테이블마다 아르헨티나의 전통음식 아사도(소갈비)와 말벡 와인을 주문하고 담소를 나누느라 시끌벅적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전춘우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장은 “이 식당 스테이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최고급”이라며 “서민이 즐기기에 비싼 가격이지만 최근에는 평일 저녁에도 자리잡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시작되는 라플라타 강을 끼고 있는 이곳은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 중이다. 강 건너편 마리너(요트 세워두는 부두)엔 호화 요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그 너머에는 여기저기 고층의 아파트 단지 건설이 한창이다. 서울로 치면 강남과 같은 곳. 이 지역에 짓고 있는 아파트는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아르헨티나의 타워팰리스’로 불린다.
아파트 분양가는 이미 2001년 말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 이전의 가격을 넘어, 평당 1000만원을 돌파한 지 오래다. 전 관장은 “2001년 말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미국 달러에 대한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가 3분의 1로 하락했다”며 “이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 땅값이 4년 만에 3배 이상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수 경기가 계속 회복세에 있어 부동산 가격도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1년 크리스마스 전날, 아르헨티나는 외국에서 빌린 돈을 못 갚겠다며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듬해 11월에는 세계은행으로부터 받은 차관을 갚지 못해 2차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난 지금.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2002년 마이너스 10%대이던 경제성장률이 2003년부터 매년 9%를 넘나들며 급성장세로 반전했다.
아르헨티나의 내수 경기 회복세는 한인 교민의 숫자에도 나타난다. 아르헨티나를 떠났던 한인 교민이 돌아오고 있기 때문. 전 관장은 “1990년대 말 부에노스아이레스에만 교민이 3만명을 넘었지만 불황으로 사람들이 떠나면서 1만5000명으로 줄었다”며 “그러나 최근 경기가 회복되면서 다시 늘기 시작해 지금은 2만500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 휴대전화를 아르헨티나로 수입하고 있는 엑시마르(EXIMAR)사의 고정권 사장은 “최근 경기가 좋아져서인지 품질과 디자인이 괜찮은 휴대전화는 금방 동이 날 정도다”고 밝혔다. 현지 경제 전문가들도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현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교역 담당 경제보좌관인 안토니오 로페스 크레스포 박사는 “아르헨티나 역사상 지금처럼 수년 연속으로 고성장한 적이 없다”며 “일례로 지난 30년을 통틀어 아르헨티나 경제는 단 1%도 성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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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의 경우 외국인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현지인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페소화 가치 하락으로 아르헨티나의 수출이 늘고 있어, 민간 부문의 수입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 1980년대부터 수천%대의 인플레이션과 수차례 국가 금융 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 국민은 예금보다는 부동산을 선호한다. 더구나 아르헨티나 대부분의 지역은 아직 2001년 당시의 실질 가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널리 퍼져 있다. 현지인의 주택 구매가 늘면 늘수록, 주택 가격은 큰 폭으로 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