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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rkling Korea’ 지름길은 컨벤션산업 올인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Sparkling Korea’ 지름길은 컨벤션산업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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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제조업으로 번 돈을 관광산업 적자로 까먹고 있다. 관광산업의 고질적인 적자를 해소하고 새로운 富를 창출하려면 컨벤션 산업을 대규모로 일으켜야 한다.
‘Sparkling Korea’ 지름길은 컨벤션산업 올인

2007 서울모터쇼가 개막한 4월6일 일산 킨텍스전시장이 모터쇼를 찾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1961년 정부는 ‘관광진흥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국제관광공사를 개설했다. 1982년 이 회사가 이름을 바꿔 지금의 한국관광공사가 됐다. 2007년 현재 한국은 관광산업으로 돈을 벌고 있을까?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관광산업은 당장 구조조정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한 적자’ 상태다.

관광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24년간 한국은, 한국인 출국자보다 외국인 입국자가 많은 관광 흑자국이었다. 그런데 1989년 1월 해외여행자유화 조치 이후 변화가 일어났다. 외국인 입국자(이하 입국자)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던 한국인 출국자(이하 출국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1995년 입국자 수를 추월한 것.

IMF 외환위기가 몰아친 1998년과 1999년 잠시 입국자 수가 출국자 수를 앞섰으나, 2000년 해외유학자유화 조치가 실시되면서 다시 출국자 수가 크게 앞서나갔다. 한국관광공사가 밝힌 통계치(잠정)에 따르면 2006년 입국자는 약 615만명인데 출국자는 그 2배에 육박하는 1160여만명이다.

출국자가 많으니 관광수지는 당연히 적자일 수밖에. 한국관광공사는 2006년의 관광수지 적자를 85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으로 번 달러를 관광업으로 까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적자투성이인 관광산업을 구조조정할 수 있을까.

프랑스에서 공학 계열의 그랑제콜을 마친 사업가 K씨는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은 프랑스에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항공우주산업이나 원자력산업, 철도산업 등에서는 프랑스가 앞섰지만 전자와 조선·제철·자동차산업은 한국이 우세하므로 제조업 전체로 보면 한국은 프랑스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3만5336달러로 1만8015달러인 한국의 2배에 달한다. K씨는 이 차이의 원인을 이렇게 추정한다.



“돈 장사와 관광산업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야 펀드를 조성해 해외에 투자하지만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해외에 자금을 투자해 그 이익을 챙겨왔다. 그리고 프랑스는 매년 7510만명 가량(2006)이 입국하는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이다. 프랑스 다음으로 입국자가 많은 나라가 스페인(약 5360만)-미국(약 4610만)-중국(약 4180만)-이탈리아(약 3710만) 순이다.

프랑스의 총 인구는 6200여 만명인데, 이 중 해외 영토(식민지) 거주자가 200만 가량이니, 본토 인구는 6000만을 살짝 넘는다. 프랑스 인구보다 많은 7500만명이 매년 프랑스를 찾아와 연간 400억유로를 쓰고 간다. 물론 프랑스인도 외국으로 많이 나간다. 통계에 따르면 연간 2100여 만명의 프랑스인이 출국하는데 이들이 200억유로 정도를 쓰고 온다고 하니, 프랑스는 관광수지에서 200억유로의 흑자를 보는 것이다.

칸과 니스로 대표되는 지중해 연안의 남(南)프랑스 지역은 경제수준이 낮은 곳이었다. 그런데 스페인의 지중해 쪽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것에 착안해 프랑스 정부는 의도적으로 남프랑스의 관광산업을 키웠다. 관광산업은 음성적인 것, 지하경제적인 것, 떳떳이 세금 내기 힘든 것이 많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남프랑스 지역의 관광 수입은 공개하지 않는데, 남프랑스의 관광수익을 합치면 프랑스의 관광수익은 200억유로가 넘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이 반도체나 자동차를 수출해 벌어들이는 순수익이 200억달러를 넘는가. 해외 투자라는 돈놀이로 벌고, 파리와 남프랑스를 앞세운 관광산업으로 벌어들이니, 제조업 분야에서는 한국과 비슷해도 프랑스가 한국보다 월등히 잘사는 것이다.”

구조조정 필요한 한국 관광산업

지난해 한국관광공사는 한국 관광 브랜드로 ‘Korea, Sparkling(역동적인 한국)’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을 찾는 입국자 수가 인구나 제조업 규모 면에서 얼추 비슷한 프랑스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 브랜드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증거다. 외국을 자주 다녀본 사람들은 한국은 관광으로 돈을 벌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관광에는 역사 유적을 보여주는 것과 자연을 보여주는 것이 있는데, 한국의 역사 유적은 독특하지도 강렬하지도 않다. 파리와 로마, 아테네를 구경한 한국인은 유럽 어디를 가더라도 역사 유적을 보고 더 이상 감탄하지 않는다고 한다. 파리와 로마, 아테네에 유럽 문화의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중국과 일본의 역사 유적을 본 외국인은 한국의 역사 유적에서 새로운 느낌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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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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