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호

좌광우도전

  • 일러스트·박진영

    입력2007-10-04 15:4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좌광우도전
    21세기 지구촌 동방 어류민국에 광어와 도다리가 있었다. 넙데데한 몸에 흘깃흘깃 실눈을 하고 늘상 배를 깔고 지냈다. 무수기 까치놀 때면 이따금 돌물 너울에 밀려 합수머리로 나왔다. 그들은 본시 한 핏줄이되 튀어나온 두 눈이 각기 좌우 반대로 몰려 붙었기에 시각이 다르고 주장이 달랐다. 횟집 수족관에 위리 안치된 그들을 사람들은 ‘좌광우도’로 불렀다. 이를테면 좌익진보 광어, 우익보수 도다리.

    그들은 서로 원조 넙치임을 강변하며 좌익 빨갱이라는 둥, 수구 꼴통이라는 둥 사색팔색 선명성 논쟁에 거품을 물었다. 사람들이 생게망게한 색깔다툼에 염증을 내자, 이번엔 세계 일류 어류민국의 민생과 경제를 책임지겠다며 지금껏 사꾸라로 몰던 중도에다 무슨 무슨 미래 혁신, 대통합이니 하며 별색을 덧칠했다.

    왕초를 뽑는 중대사를 앞두고 종갓집 광어, 도다리에다 넙치, 가자미, 홍어, 가오리까지 너부데데한 것들은 다 모였다. 뱃바닥 깨끗한 자연산이 한물가고 얼룩 점박이 양식 광어, 도다리가 판쳤다. “오픈! 세서미!” 알리바바의 도적처럼 도깨비 땅재주로 변신을 거듭하자, 물고기나라 패거리도 늘어났다. 대통합 도로 닫힌 남의당, 생뚱 딴나라당, 민초주인당, 물고기중심당, 미래혁신 무슨무슨당 등등등….

    우렁잇속 어류민국 색깔다툼 여전한데, 회심의 미소 띤 사상횟집 빅브라더 주방장은 날선 칼을 벼린다. 어허참! 시난고난한 물고기나라에 동살 꽃 무지개는 언제 뜨기는 뜰까.

    좌광우도전
    손해일



    1948년 전북 남원 출생

    서울대 잠사학과 졸업, 홍익대 석·박사(국문학)

    농협대학교수, ‘농민신문’ 편집국장

    現 시인, ‘농민신문’ 기획관리실장

    저서 : 시집 ‘흐르면서 머물면서’ ‘王仁의 달’ 등






    시마당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