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톡스(Detox)란 해독, 즉 독소를 없애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 책은 ‘해독’을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자 최소의 그러나 최선의 성의’라고 정의하며 몸과 마음에 쌓인 독소 비워내기를 권유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인체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독소는 각종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먼저 우리 몸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독소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핀 다음, 우선적으로 마음속 독소 비우기 방법을 안내한다. ‘플러스 발상 명상법’, 명상에 좋은 클래식음악과 아로마 테라피, 해독 호흡법 등을 소개한다. 몸속 독소 비우기를 위한 공기와 물 해독법, 해독요리, 건강체조와 지압법 등도 유용하다. 동아일보사/252쪽/1만2000원
조대리의 트렁크 백가흠 지음
‘사회소설의 귀환’이란 평가를 받는, 젊은 작가 백가흠의 소설집. 2005년 첫 창작집 ‘귀뚜라미가 온다’를 출간한 뒤에 쓴 단편 9편이 실렸다. 작가는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했던 엽기적 사건들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신문을 읽을 땐 쯧쯧 했다가도 금세 혹은 애써 잊어버린 불편한 현실을 작가는 고스란히 작품으로 담아냈다. 고아원에서 자란 남녀가 피임을 제대로 못해 낳은 아이들을 고아원에 버리고, PC방과 모텔을 전전하다 낳은 장애아를 잔혹하게 유기하는 내용의 ‘웰컴, 베이비’ 외에 무작위로 동거 파트너를 정하는 가출소녀, 사업에 실패한 뒤 가족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장 등 결코 낯설지 않은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린다. 창비/312쪽/9800원
숙종-조선의 지존으로 서다 이한우 지음
사극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지만, 역사서의 힘을 뛰어넘는 드라마 속 이미지는 때로 피해자를 낳는다. 숙종이 대표적이다. 조선 왕조의 7대 왕을 선정, 그들의 리더십을 분석하는 ‘군주열전’ 시리즈를 집필 중인 저자는 태종, 세종, 성종, 선조에 이은 다섯 번째 주자로 숙종을 내세웠다. 그는 ‘희빈 장씨에게 놀아난 한심한 왕’으로 알려진 숙종을, 27명의 조선 국왕 가운데 적통(嫡統)으로 이어받은 4명 중 제왕학을 제대로 학습한 독보적인 임금으로 평가한다. 숙종은 14세 때 즉위해 4개월 만에 수렴청정을 거두고, 태종과 견줄 만한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로(大老)들을 좌우했으며 46년의 통치 기간에 민생 해결에 주력하느라 한 번도 사냥놀이에 나서지 않았다는데…. 해냄출판사/428쪽/1만3000원
제국 그 사이의 한국 1895~1919 앙드레 슈미드 지음, 정여울 옮김
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 연구분과 부교수인 저자가 19세기 말 20세기 초 한국에서 어떻게 근대적 지식의 개념과 상징이 창조되었는지, 특히 이 근대 초기의 지식이 어떻게 민족적 정체성과 민족국가, 그리고 민족주의에 대한 근원적 인식을 창조했는지를 탐구한 책. 제목 ‘제국 그 사이의 한국’은 ‘과거의 제국’으로 스러져가는 중국과 ‘장래의 제국’으로 급부상하는 일본 사이에서 국권 상실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상황을 가리킨다. 이 책의 첫 장을 열어 가장 먼저 만나는 옮긴이 서문의 제목 ‘국가 없는 나라에서 ‘민족’ 발명하기’는 책 제목과 맞물려 당시 한국의 가장 절박한 과제가 민족과 민족주의였음을 일깨워주며, 당시 민족이라는 표상이 어떻게 한반도에 급속도로 ‘전염’되었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대한매일신보, 독립신문, 황성신문, 제국신문 등 당시 언론의 보도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민족주의의 다양한 표상과 상징, 개념 등을 고찰한다. 1000년 넘게 땅속에 묻혀 있다 발견된 광개토태왕비가 민족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고, 민족의 대표적 상징물로 자리 잡는 과정은 당시 언론이 민족과 국가의 개념을 전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다양한 ‘민족’ 운동 내부의 다채로운 ‘동상이몽’과 갈등,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의 함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옮긴이는 “‘자아’를 발견하기도 전에 ‘우리’부터 창조하고 추슬러야 했던 편협한 현실감각. 그것이 민족을 ‘상상’했지만 ‘현실’을 명확하게 인지할 능력은 부족했던, 역사의 비극이 아니었을까” 자문하며 “이 책이 ‘민족’을 전면적으로 재사유하는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했다. 휴머니스트/756쪽/2만8000원
김지하의 예감 김지하 지음
1960~70년대 외신 기자들은 김지하를 ‘언더그라운드 킴’ ‘최후의 국내파’라고 칭했다. ‘거지가 되더라도 구라파에 가서 살겠다’는 구라파 동경론이 대학가를 휩쓸 때에도 그는 차마 외국에 나가 조국을 비판할 순 없단 생각에 국내에 남았다. 그런 그가 아시아 유럽 미국 베트남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쓴 유람기를 펴냈으니 세월은 유수 같고, 세상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여행기가 아니다. 작가는 철학자 예술가 사회운동가 학자 농부 종교인 등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이들과 주고받은 이야기 속에는 늘 ‘한(恨)과 신명(神明)의 조화’라는 강렬하고 간절한 주제가 은연중에 배어 있다. 이룸/512쪽/1만7900원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애니 체니 지음, 임유진 옮김
“머리 550~900달러, 뇌 없는 머리 500~900달러, 몸통 1200~3000달러, 내장 제거한 몸통 1100~1290달러, 기타 장기들 280~500달러(개당)…. 위 가격들은 신선한 상태로 냉각되었을 경우에만 유효하며, 연구 및 교육의 목적으로 판매되는 가격임을 밝힌다. 가격은 그 출처와 브로커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운송비가 가격에 포함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시체 부위는 의사들이 환자의 심장 동맥이나 관절을 교체할 때, 화상 환자를 치료할 때뿐 아니라 입술 성형, 주름 제거에도 사용된다. 미국의 거대 기업들은 의료기구를 개발하는 데 시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시체 부위를 다루는 일은 미국에서 꽤 큰 규모의 산업이며 시체에서 얻은 뼈, 관절, 손, 발, 머리 등은 돈벌이가 된다. 시체 브로커에게 신문 부고란은 ‘경제 섹션’이며,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신을 얻기 위해 그야말로 ‘피 튀기는’ 경쟁을 한다.
‘하퍼스’ ‘마이 제너레이션’ 등에 글을 기고해온 르포라이터인 저자는 미국의 시체 브로커들이 시체를 어떤 식으로 구하고, 처리하고, 판매하는지와 그 쓰임새에 대해 직접 경험하고 취재한 사실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끝도 없는 수요와 그에 반해 한정적인 공급량, 파렴치한 브로커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기증자, 그들을 등쳐 먹는 의사와 과학자의 행태는 드라마틱하지만 논픽션이다. 2005년 미국 기자협회(Society of Professional Journalists) 주최 데드라인 클럽 어워드에서 특종보도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알마/236쪽/1만2000원
대한제국 황실 비사 곤도 시로스케 지음, 이현숙 옮김
일제가 고종황제를 강제로 폐위시키고 순종황제를 즉위시킨 이후 꼭꼭 잠겼던 대한제국 황실의 역사를 들여다볼 기회. 저자 곤도 시로스케는 1905년 인천일본인상업회의소 서기장으로 조선에 건너와, 1907년 궁내부 사무관으로 입궁했다. 그 후 15년간 궁 안에서 여러 부서를 옮기며 거의 모든 사무를 담당했다. 한일병합, 궁중 숙청, 순종의 일본 방문, 고종의 국장, 영친왕 결혼, 대조전 재건축 등 통감정치와 무단통치 시기의 굵직한 사안의 실무자였다. 1920년 궁을 나온 뒤엔 조선신문사 부사장이 되어 궁중 경험을 ‘창덕궁 15년’이란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다. 이 연재물은 1926년 ‘이왕궁비사(李王宮秘史)’라는 제목의 일본어 책으로 출간됐다. 당시 ‘동아일보’엔 “조선 말기의 역사상 참고자료로 일독을 권한다”는 서평이 실렸다. 이마고/368쪽/1만3000원
건강하고 예뻐지는 벌침요법 강혁 지음
‘산에서 벌에 잘 쏘이면 십년지기 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있듯 벌침 독의 효능과 효과는 오래전부터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1980년대 초부터 벌침요법을 개발하고 오랫동안 임상경험을 축적해온 저자는, 외국에서 벌침을 주로 통증치료에 이용하는 것과 달리 각종 질병 치료와 다이어트, 피부미용에까지 벌침을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엔 꿀벌의 몸에서 침을 분리해 급속 냉동한 후 밀랍에 보관한 보급용 벌침을 개발, 벌침 자가요법을 널리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 이 책은 벌침의 역사와 효능 및 효과를 개관하고, 저자가 축적한 임상 사례를 공개하며 독자가 직접 벌침을 시술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가 벌침요법을 시연하는 동영상 CD가 포함돼 있다. 동아일보사/284쪽/1만2000원
성학집요 율곡 이이 지음, 김태완 옮김
1575년 가을, 홍문관 부제학 율곡 이이는 사서와 육경, 그 밖의 역사서에 담긴 성현의 말씀 중 학문과 정사에 필요한 말을 가려 뽑아 ‘성학집요’를 완성했다. 갑자기 승하한 명종의 뒤를 이어 아무런 준비 없이 왕이 된 젊은 선조에게 제왕학의 교본을 선물한 셈. 이후 이 책은 논어 맹자 소학 대학과 함께 경연 교재로 쓰였다.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마광의 ‘자치통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같은 고전이 새삼 주목받는 마당에 조선의 학자가 경전의 요체를 모아 담은 책이 완역된 건 반가운 일이다. 율곡학을 전공한 옮긴이는 ‘성학집요’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소개글을 부록으로 엮었으며, ‘성학집요’ 집필 동기와 배경, 당시 유가사상의 맥락 등을 정리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청어람미디어/688쪽/3만2000원
잡았다, 네가 술래야 폴 T. 메이슨·랜디 크리거 지음, 김명권·정유리 옮김
영화 ‘얼굴 없는 미녀’를 통해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된 ‘경계성 성격장애’에 관한 책이다. 버림 받을 것 같으면 먼저 상대를 버리고, 남편이 잘 대해주지 않는다 싶으면 자해를 하는 김혜수의 연기는 ‘경계인’의 특징을 잘 보여줬다. 대인관계와 자아상, 정서가 전반적으로 불안정하고 매우 충동적인 경계인은 누군가를 붙잡아 술래로 만든다. ‘잡았다, 네가 술래야’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들의 술래가 되어 고통 받는 그 주변인을 위한 조언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비경계인을 돕는 데 주안점을 두되, 궁극적으로 경계인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 경계인과 그 주변인들이 위로받고 출구를 모색하도록 여러 사례를 제시하고, 치료법도 소개했다. 모멘토/408쪽/1만4000원
텔레비전과 동물원 올리비에 라작 지음, 백선희 옮김
최근 들어 텔레비전을 켜면 미국 방송인지, 우리나라 방송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젊은 남녀의 연애 행각을 노골적으로 들여다보고, 불륜현장을 급습하는 등 이른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 이 책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어떻게 제작사와 출연자, 그리고 시청자를 길들여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지 파헤친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인종 전시회는 원주민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종을 ‘조련’했다. 동물원과 다를 바 없었던 것. 저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출연자와 시청자를 길들여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로 오인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마음산책/232쪽/1만2000원
부의 기원 에릭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왜 경제전문가의 예측은 번번이 빗나가고, 정부의 경제정책은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까? 현재 매킨지·컴퍼니 선임고문이며 ‘복잡계 경제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이런 의문들에 답을 제공한다. 현실 시장은 결코 공급과 수요가 같아지는 균형상황에 이르지 못하는데도 완벽하게 합리적인 세계를 가정하는 전통 경제학의 오류를 지적하고, 초기의 사소한 차이가 훗날 엄청난 격차로 이어지며 부유한 자가 더 부유해지는 현상은 물리적 환경, 유전, 우연, 행운 등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이야기한다. 계산경제학, 행위자 기반 모델링, 동태성, 진화경제학, 행동경제학, 게임 이론, 샌타페이 학파, 상호작용 경제학 등 최신 경제 이론을 접할 수 있다. 랜덤하우스/812쪽/2만8000원
케네디 평전(전 2권) 로버트 댈럭 지음, 정초능 옮김
역사학자가 쓴 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 평전. 저자는 수많은 공식·비공식 자료와 비망록, 인터뷰를 통해 JFK의 미덕과 결함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고 애썼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기품 있는 외모와 남다른 지성, 진보에 대한 열정, 강한 자제력까지 여러 장점을 지녔지만 평생 죽음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해 엽색행각을 일삼았던 행운아의 불운한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JFK의 인물됨을 들여다보는 것 못지않게 냉전이 격화되던 1960년대 국제정세를 살펴보는 대목도 흥미롭다. 닉슨과의 대통령 선거전, 피그스만 침공과 쿠바 미사일 위기 등의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JFK가 선택한 결정을 둘러싼 이야기들도 관심을 끈다. 푸른숲/1권 640쪽, 2권 756쪽/1권 3만원, 2권 3만5000원
직접행동 에이프릴 카터 지음, 조효제 옮김
9월 둘째 주 주말인 8일과 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어김없이 집회가 열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이랜드 노조가 서울지역 매장 봉쇄 시위를 벌였고, 용산의 미8군 5호문 앞에선 남북공동실천연대의 ‘미군강점 62년 주한미군 철수 촉구’ 집회가 열렸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인권장례식’ 집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주말을 즐기기 위해 자동차를 갖고 나왔다가 집회나 시위대와 맞닥뜨린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몰지각한 사람들의 무분별한 탈법행위다? 공권력이 무너졌다?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할까?
현대 정치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이러한 ‘직접행동’이 대의민주주의의 정치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사회의 과반수가 넘는 ‘작은’ 사람들에게 거의 유일하게 허용된 민주적 ‘안전 장치’이자 사회의 갈등구조가 통상적인 정치 채널로 소통되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결손’을 보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규정한다. 저자가 가리키는 직접행동은 본질적으로 비폭력적 방식에 의한 비타협, 저지 또는 거부를 뜻하지만 현실적으로 폭력적 저항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 간디의 무저항 비폭력 독립운동,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반군 등의 사례를 들어 직접행동이 엄연한 정치 행위임을 보여주고, 민주주의 이론가들의 논의도 살핀다. 최소 절차적 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공화제적 민주주의 등 어떤 모델을 선택하더라도 직접행동 민주주의 요소와 이론적·현실적으로 병존할 수 있다고 주장할 뿐 아니라 반드시 고려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민주주의 각성제’라고 강조한다. 교양인/600쪽/2만9000원
유곽의 역사 홍성철 지음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철퇴를 맞는가 싶었으나 집창촌은 여전히 어두운 밤거리를 향해 붉은빛을 쏟아내고 있다. 식민지시대에 처음 생긴 부산 완월동 사창 골목은 일본 패망과 6·25전쟁, 군사혁명, 경제성장 등 격동의 한 세기를 거치며 무려 100년 동안 윤락업을 지속해왔다. 이렇듯 대단한 생명력을 지닌 집창촌은 언제, 어떻게 처음 뿌리를 내렸을까. 이 책은 집창촌 100년의 역사를 살펴본 보고서다. 10년간 일간지 기자 생활을 한 저자는 기존 자료를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 전국의 집창촌을 탐방, 취재했다. 개항지유곽시대(1876~1905), 철도유곽시대(1906~1930), 전쟁유곽시대(1931~1945), 사창전국시대(1946~1961), 특정지역시대(1962~1980), 新사창시대(1981~2004)로 분류해 정리했다. 페이퍼로드/359쪽/1만8000원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 다니엘 타멧 지음, 배도희 옮김
자식을 낳고 키워본 사람은 평범한 자식을 낳아 평범하게 키우려면 얼마나 많은 위기를 넘겨야 하는지 안다.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는 파이(π) 암송 유럽 신기록을 세우고 BBC 다큐멘터리 ‘브레인맨’으로 유명인사가 된 다니엘의 자전적 에세이다. 자폐의 일종인 아스피거 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간질발작을 일으킨 후 뇌 손상을 입고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폐증이나 발달 장애, 정신 지체장애를 지님과 동시에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일 때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한다.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서번트 증후군인 사람을 연기한 바 있다. 저자의 특별한 재능은 숫자와 언어에 관한 것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기 어려워진 대신 그는 일주일 만에 터득한 아이슬란드어를 포함해 10개 외국어를 구사하며 2만2514개에 이르는 파이의 소수점 이하 숫자를 암송하는 비범함을 지녔다.
이 책은 평범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은 이웃의 삶을 보여주는 ‘인간극장’ 같다. 가난한 어린 시절, 고통을 감내하며 사랑으로 보살펴준 가족 이야기, ‘게이’임을 자각하는 과정, 영화 ‘레인맨’의 실제 주인공과의 만남 등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저자는 “세상에서 공존보다도 소중한 건 사랑”이라고 했다. 저자가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리투아니아에서 영어 강의 자원 봉사를 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대목은, 우리 안에도 있을 장애를 지닌 천재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북하우스/296쪽/1만2000원
프란체스코의 베네치아 프란체스코 다 모스토 지음, 존 파커 사진, 권오열 옮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베네치아의 역사와 자연, 건축물, 그리고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크고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엮은 책. 베네치아에서 가장 오래된 가문 중 하나인 모스토가의 후손이며,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해 유명해진 방송인이자 건축가, 역사가인 저자는 5세기 이후 최초의 정착민들이 베네치아에 주거지를 세우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해군의 무용과 전략적 전투가 뒷받침된 무역과 탐험의 역사, 수상 도시를 만든 건축의 역사, 르네상스의 전성기를 구가한 찬란한 예술의 역사를 자신의 선조 이야기와 곁들여 풀어나간다. 물 위의 오래된 건물들, 곤돌라 뱃사공, 산마르코 대성당을 그림처럼 담아낸 사진들도 매력적이다. 루비박스/216쪽/3만5000원
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었다 이덕일·김병기 지음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에 이은 ‘우리 역사 바로잡기’ 시리즈 두 번째 책. 왜곡되고 폄하된 고구려 역사의 30가지 쟁점을 짚어본다. “옛날 시조 추모왕께서 창업하신 터다. 왕은 북부여에서 오셨으며 천제(天帝)의 아들이고, 어머니는 하백(河伯)의 따님이다.” 광개토태왕비문 중 추모왕(주몽)이 천자라고 밝힌 대목을 들어가며 저자들은 고구려와 고조선이 별개의 나라가 아니며, 주몽은 단군의 아들이고, 고조선의 옛 영토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전한 국가가 고구려라고 주장한다. 그 밖에 장수왕이 수도를 평양으로 옮긴 이유, 연개소문이 잔인한 독재자로 알려진 이유 등도 밝혀냈다. 역사의아침/512쪽/1만6500원
홍루몽 살인사건 아시베 다쿠 지음, 김시덕 옮김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 ‘홍루몽’을 일본인 작가가 추리소설로 개작했다. 고전 원작의 얼개와 각 인물의 개성은 살리고 사건과 인물관계만 추리기법을 통해 새롭게 해석했다. 금릉(지금의 난징)의 가씨(賈氏) 가문은 미녀 가원춘이 천자의 귀비가 되어 입궐한 뒤로 부귀와 영화가 극에 달한다. 원춘의 친정 방문을 앞두고 아버지는 후원에 인공호수가 딸린 별장, 대관원을 지었다. 원춘은 단 하루 그곳에 머물고 입궐하면서 집안의 여인들에게 별장에 들어가 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별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급기야 시신이 사라지고 멀쩡한 사람이 연못으로 빨려드는 일까지 벌어지자 수사관이 급파되는데…. 한때 이 집안의 종이었던 수사관 뇌상형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황금가지/485쪽/1만3000원
추사(전2권) 한승원 지음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의 작가 한승원이 추사 김정희의 삶을 소설로 만들었다. 작가는 삼절(三絶)을 이룬 천재 예술가이면서 북학파의 선구자였고 양자와 서얼 자식을 둔 한스러운 아비였던 추사의 인간적인 삶을 그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제주도 유배시절, 추사가 서얼 신분임에 절망하는 아들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명필이나 신필은 하늘에서 점지해주지 않는다. 명필로서의 완성이 백 칸이라 한다면, 아흔아홉 칸까지는 그 사람의 부단한 분투와 도전 같은 정진과 공력으로 이룰 수 있지만, 단 한 칸은 신성이 작용해야 한다. 그 신성은 사실상 그 사람의 가슴에 원래부터 있던 것인데, 그 사람에 의해서 저 상공의 짙푸른 하늘과 감응하며 발견하게 되고 얻게 되는 것이다.” 열림원/각 304쪽, 336쪽/각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