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요시다병원 임상 결과 3~4기 암 환자 36% 암 진행 억제
- 혈액 속 림프구, NK세포 강력 배양해 면역력 키우는 원리
- 암 완전히 못 없애도 삶의 질 높이면 그것도 ‘유효’
- 국내 4개사, 부위별 암 면역주사 한시적 승인
김씨에게서 암이 발견된 것은 지난해 4월 종합검진을 통해서였다.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은 그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암 제거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퇴원 하루 전, 담당의사로부터 “폐에도 뭔가가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암이 폐로 전이된 것이었다. 다시 수술대에 올라 오른쪽 폐를 잘라냈다.
“수술 후 6개월 동안 항암제 치료를 했어요.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뎠죠. 중간에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했을 때만 해도 폐가 깨끗했어요. 그래서 희망을 갖고 식이요법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꾸준히 했죠. 그런데 올 2월에 다시 CT 검사를 했는데, (암이) 5개가 발견됐다고 하더군요.”
항암제 치료는 극심한 부작용만 남겼을 뿐 병세를 호전시키지 못했다. 병원에선 항암 치료를 안 하면 예측 생존기간이 1년 이내라며 2차 항암제 치료에 들어갈 것을 권했다. 하지만 항암제 치료를 하는 동안 김씨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그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고통을 참아내며 치료를 받았는데도 암이 재발한 터라 서둘러 똑같은 치료를 받고 싶지 않았다.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다. 한방병원에서 침도 맞고, 암에 좋다는 면역치료 보조제도 먹었다. 그러다 일본의 요시다병원에서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이란 새로운 방법으로 암 치료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6월부터 이 병원에서 2주에 한 번씩 이 치료를 받고 있다. 총 6회 면역주사를 맞는 것이 기본인데, 지금까지 5회를 맞았다.
“제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항암제 치료를 받을 때와는 삶의 질이 다르니까요. 그땐 속이 메스껍고 음식물이 전부 올라오는 등 고통이 너무 심했어요. 항암제 주사를 맞으면 일주일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정도죠. 그런데 이 치료는 주사를 맞은 직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요. 기운도 나고 몸이 좋아진다는 기분이 들어요. 몸무게도 수술받기 전에 54kg이던 것이 항암제 치료 직후엔 51kg까지 줄었는데, 요즘 다시 53kg으로 늘었어요. 얼마 전엔 혈액검사를 했는데 면역지표가 정상인에 가까울 정도로 상승했다고 해요.”
자기면역세포 증강시켜 암 극복
요시다병원 측은 CT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는 없지만 X레이 촬영 결과를 보면 암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았고, 오히려 작아진 것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대장에서 폐로 암이 전이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만 해도 나타나지 않았던 암이 6개월 만에 5개가 생기는 등 재발 진행 속도가 무척 빠른 편이었다.
국내에서 한 해 발생하는 암 환자는 11만~12만명, 사망자는 6만~7만명이다. 즉 8~9분에 1명씩 암 환자가 새로 생기고, 4~5분에 1명씩 사망하는 셈이다. 2010년에는 1500만명이 암으로 고통 받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주로 실시되는 암 치료법으론 수술,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가 있다. 여기에 최근 제4의 치료법으로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체내에 다시 주입하는 면역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면역요법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널리 쓰이는 것은 ‘활성화 자기 림프구 요법’이다. 그 외에도 NK(Natural Killer)세포, 수상세포를 활성화시킨 면역요법, 사이토카인이라는 면역활성화 물질을 이용해 살해세포(Killer Cell)를 활성화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인체에는 본래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균,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항원)을 공격해 없애는 장치가 있다. 이것을 면역력 또는 면역기능이라고 한다. 우리 몸속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는 림프구, NK세포, 마크로파지, 수상세포, 대식세포 등이다. 림프구에는 T림프구와 B림프구 및 NK세포가 있다. T림프구 중에서 킬러T세포는 암 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등을 직접 공격해 파괴하는 기능이 있다. NK세포는 체내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세포를 직접 공격해 파괴한다. 마크로파지는 대식세포라고도 하며 체내의 이물질을 잡아먹는다. 수상세포는 체내에 침입한 세포, 바이러스, 암세포 등 비정상 세포를 빨리 찾아내는 일을 한다.
요시다병원의 자기면역세포 요법은 ‘활성화 자기 림프구·NK세포 암 치료’라고도 한다. 환자의 혈액에서 암세포와 싸울 수 있는 T림프구와 NK세포 등을 추출해 체외에서 증식시킨 뒤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환자 본인의 자연 치유력을 증강시켜 암과 싸우는 셈이다.
2주 전에 채혈해 추출 배양한 면역세포를 수액을 통해 수혈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는 병원에 오자마자 채혈을 하고 2주 뒤에 채혈해 배양해놓은 자신의 면역세포를 수혈받게 된다. 이 과정을 6회 반복하는 것이 한 사이클이다. 면역주사를 6회 맞은 후 암 진행 상태를 점검해 추가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요시다병원 측은 자기면역세포 요법이 수술, 방사선, 항생제 치료와 함께 일본 정부가 승인한 정식 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병원의 면역치료법은 일본 당국에서 유일하게 인정받았다는것. 현재 일본 국립암센터, 도쿄여자대학병원, 게이오대학병원 등에서 이 치료법을 사용 중이라고 한다.
환자 42% 암 진행 억제
요시다병원은 최근 2년7개월(2003년 7월~2006년 2월) 동안 암 환자 324명을 대상으로 이 면역요법을 적용한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치료환자는 모두 면역요법과 병행해 도쿄대 약대에서 연구실험을 통해 과학전문지 ‘네이처’ 2007년 1월호에 면역증강과 항암효과가 높다고 발표한 하나비라다케(꽃송이버섯)에서 추출한 베타-1,3디글루칸(MH3)을 복용했다.
임상실험 환자는 50~60대가 69%를 차지했고, 성별로는 여성이 55%로 남성보다 약간 많았다. 특히 진행암(3~4기)과 전이, 재발 암 환자가 전체의 90% 가까이 됐다. 장기별로는 폐암이 57명으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 위암 등 35종류의 암이 관찰됐다. 면역요법 임상 결과 간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등에서 특히 효과가 높았다.
요시다 겐지 요시다병원장은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은 고형암 환자에게 주로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고형암은 폐암, 유방암, 위암, 간암, 대장암, 난소암, 전립선암, 직장암, 신장암, 췌장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을 말한다.
병 명 | A | B | C | D | 인 원 |
폐 암 | 8 | 13 | 11 | 25 | 57 |
유 방 암 | 9 | 11 | 3 | 14 | 37 |
위 암 | 3 | 9 | 8 | 13 | 33 |
간 암 | 8 | 7 | 7 | 8 | 30 |
난 소 암 | 5 | 5 | 5 | 8 | 23 |
대 장 암 | 3 | 6 | 6 | 6 | 21 |
전립선암 | 6 | 3 | 3 | 6 | 18 |
췌 장 암 | 2 | 6 | 5 | 5 | 18 |
직 장 암 | 1 | 3 | 2 | 8 | 14 |
신 장 암 | 3 | 4 | 0 | 4 | 11 |
담 도 암 | 1 | 2 | 1 | 6 | 10 |
자궁경부암 | 1 | 2 | 2 | 3 | 8 |
자궁내막암 | 2 | 0 | 3 | 3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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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 54명 | 80명 | 67명 | 123명 | 324명 |
17% | 25% | 21% | 37% |
1기 | 2기 | 3기 | 4기 | |
A | 6 | 9 | 12 | 27 |
B | 7 | 7 | 24 | 42 |
C | 4 | 0 | 15 | 48 |
D | 2 | 2 | 12 | 107 |
합 계 | 19 | 18 | 63 |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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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암학회는 항암제 치료의 경우 일반적으로 암의 크기가 얼마나 작아졌는지를 보는 ‘축소율’을 효과판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4단계로 나눈다. ▲A : 종양이 축소되고 재발이 보이지 않음 ▲B : 종양의 크기와 전이 상태에 변함이 없음 ▲C : 종양이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진행으로는 보이지 않음 ▲D : 치료와 관계없이 암이 진행하고 있음이다.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종양이 줄어들거나 최소한 더 커지지 않는 환자(A+B)가 134명으로 전체의 42%에 육박하는 결과를 보였다. 3기와 4기 암 환자만 따로 떼어 봐도 36%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요시다 병원장은 “의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암의 진행단계를 불문하고 암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을 45%로 본다. 하지만 3기 이상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5년 생존율을 따진다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낮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들의 36%가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았다. 또한 나빠지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30% 이상이 최소 3년 이상 살았다. 특히 췌장암은 생존가능 시한이 평균 6개월인데, 18명의 환자 중 8명이 암 성장이 정체 내지는 축소돼 1년 이상 생존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암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 것과 암이 완치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따라서 면역요법으로 암이 완치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샘안양병원 암연구소 김태식 소장은 “면역요법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암 치료 보조요법으로 암의 크기가 더 이상 자라지 않게 억제하는 것은 분명하다. 종양을 없앨 순 없지만 환자가 일반인처럼 생존할 수 있다면 그것도 ‘유효’하다고 본다. 병원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진단받은 사람에겐 별다른 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마지막 방법으로 면역치료를 권할 만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의 면역치료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몇몇 바이오벤처기업에서 해외 기술을 들여오거나 자체적으로 면역요법을 연구개발 중이다. 골격은 요시다병원의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과 대동소이하다. 단지 배양하는 면역세포가 무엇인지, 배양액과 배양기술의 노하우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물론 이것이 ‘핵심기술’이다.
치료비 ‘1000만원+α’
최근 NK바이오가 림프암 치료제 NKM을, 이노셀이 간암치료제 ‘이뮨셀-엘씨’를, 이노메디시스가 폐암치료제 ‘이노락’을, 크레아젠이 신장암 치료제 ‘크레아박스-알씨씨’를 각각 3상 임상을 조건으로 식약청으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았다.
모두 의료행위(면역요법)가 아닌 약(면역세포 치료제)으로 분류돼 있으며, 조건부 허가 상태이므로 해당 암에 대해서만 치료제로 판매할 수 있다. 이들 면역치료제는 현재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적어도 3상 임상이 끝나는 2~3년 안에는 의료보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제품에 따라 다른데, 한 사이클에 2400만~3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요시다병원의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은 면역주사를 6회 맞는 비용만 126만엔(약 1000만원)가량 들어간다. 여기에 왕복 비행기 값, 숙박비 등의 경비가 추가된다. 국내 면역치료제들보다는 저렴하지만 그래도 고가다. 샘안양병원 암연구소 김태식 소장은 지난 8월 요시다병원과 ‘활성화 자기 림프구·NK세포’를 이용한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을 공동연구하기로 협력조인식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