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호

‘육군의 서자(庶子)’ 단기사관은 장군이 될 수 없는가

  • 신우용 군사평론가 shin6435@naver.com

    입력2007-10-09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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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사관 출신으로 대령이 됐으면 그만이지 장군은 무슨 장군이냐”라는 차별 속에 부사관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있다. 운 좋게 장교로 임용됐으나 진급에서는 낮은 학력을 이유로 철저히 소외되는 부사관들의 애환. 육군은 부사관학교를 전문대학급으로 승격시킬 수 없는 것일까.
    ‘육군의 서자(庶子)’ 단기사관은 장군이 될 수 없는가

    육군부사관학교 훈련 광경. 이들 가운데 우수한 사람은 간부사관으로 임용돼 장교가 된다. 올해 육군에서는 부사관 출신 장군이 배출될 것인가.

    진급의 계절이 다가왔다. 육군의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단기사관’ 출신 대령이 과연 장군으로 진급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기사관제를 통해 지금껏 15개 기수 6597명이 임관했지만 단 한 명의 장군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기사관이란 부사관(옛 하사관) 출신으로 장교가 된 군인을 말한다.

    지난해 후반기 육군 수뇌부 인사에서 2군 사령관 권영기(갑종 222기) 대장이 군문을 떠남으로써 ‘갑종(甲種)’ 출신 장교는 육군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일본은 중일전쟁 발발 직전인 1933년부터 대륙 침략을 위해 장교 요원인 ‘갑종 간부후보생’과 부사관 요원인 ‘을종 간부후보생’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갑종 간부후보생은 병(兵)이나 부사관 중에서(부족할 때는 민간지원자 중에서도 선발) 대상자를 선발해 단기교육을 한 후 연간 4000~1만1000명을 장교로 임용하는 초급장교 양성과정이었다.

    한국군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장교 수요를 메우기 위해 이 제도를 받아들였다. 1950년 육군보병학교에서 1기 363명 임관을 시작으로 1969년 230기까지 총 4만5424명의 장교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1만508명이 6·25전쟁에 참전해 805명이 전사했고, 1만4712명이 베트남전에 참전해 174명이 전사했다. 3명의 태극무공훈장 수훈자를 포함해 5342명이 무공훈장을 받았고 200여 명이 별을 달았다. 200여 명의 장군 가운데 5명은 대장으로 진급했고, 그중 2명은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6600명 중 1명도 별 못 달아



    비슷한 시기에 육군은 육군종합학교에서 단기교육을 받은 7277명을 ‘종합간부’라는 이름으로 임관시켰으며 그중 127명이 장군에 올랐다. 또 전쟁 중 전투력이 탁월한 부사관을 교육 없이 현장에서 바로 장교로 임명하기도 했다(현지임관 장교). 현지임관 장교는 총 4240명인데, 그중 12명이 장군으로 진급했고, 4명은 사단장이 됐다.

    또 육군은 베트남전 파병과 전력증강에 필요한 간부를 확보한다는 계획에 따라 부사관 중에서 우수자를 선발해 단기교육을 한 후 장교로 임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단기사관’으로 불린 이들은 보병과 포병 위주로 15기에 걸쳐 총 6597명이 임관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대령에 진급한 사람은 0.7%인 45명에 불과하고, 아직 장군 진급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4240명의 현지임관 출신 중 12명, 7277명의 종합학교 출신 가운데 127명, 4만5242명의 갑종 출신에서 200여 명의 장군이 탄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심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육군은 11기에서 15기 사이의 단기사관 출신 대령이 장군 진급 대상권에 포함돼 있어 장군이 탄생할 기회는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단기사관 출신 대령은 14명에 불과해 ‘스타’ 탄생은 요원해 보인다.

    2004년과 2005년 정기인사에서 장군진급 대상이던 단기사관 출신의 모 대령은 육사 출신 장성으로부터 “부사관 출신이 대령까지 진급했으면 출세한 줄 알아야지, 주제넘게 무슨 장군이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단기사관 출신의 또 다른 대령도 육사 출신의 장성으로부터 “단기사관은 초급장교로 활용하기 위해 양성한 것이니 장군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육군의 장교 임관체계는 육사, 3사, 간호사관, 학군, 학사, 간부사관(단기사관을 대신해서 생긴 것), 법무·군의·군종·정훈 등을 포괄하는 특수사관 7개 출신으로 나뉜다. 이 중 엘리트로 평가받는 육사 출신은 매년 300여 명이 임관해 중령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진급한다. 그리고 동기생 가운데 60%가 대령, 15% 정도가 장군이 된다.

    육군은 장군 진급시 육사 대 비(非)육사의 진급 공석을 50대 50으로 나눠놓고 있다. 육사 출신은 준장 공석의 50%를 보장받고 여타 출신이 나머지 50%를 놓고 진급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단기사관 출신 대령은 별을 달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실제로 단기사관은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전문성을 입증하고 남에게 뒤지지 않는 학력을 갖춰도 임관 때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다른 출신보다 2~4년 늦게 진급되곤 했다. 아예 진급 공석이 할당되지 않아 진급 대상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육군 단기사관 출신 장교의 기수별 대령 진급자
    임관기수15개기 1기 2기3기 4기5기 6기7기8기9기10기11기12기13기14기15기
    임관인원6597 243 890650 651202 184252189216190 710 904 432 384500
    대령진급45 2 7 5 6 2 2 4 2 1 0 2 3 2 61
    비율(%) 0.7 0.8 0.80.8 0.90.9 1.11.51.00.50 0.3 0.3 0.4 1.50.2
    *l~10기 단기사관 대령은 전역했거나 전역 대상자라 올해 장군 진급대상자가 못 됨


    장교 임관의 학력제일주의

    장교는 투지에 불타며 진취적인 지휘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애국심과 충성심이 깊고 명예와 품위를 지키며, 직업적인 자긍심 그리고 임무와 역할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능력 등을 갖췄는지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 과거의 학력이 아니라 장교의 임무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재능을 지녔는지가 장교 선발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입 수학능력시험 성적과 대학 성적이 진급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단기사관의 후신이라 할 간부사관 선발에서도 똑같이 드러나고 있다.

    육군은 1996년부터 병과 부사관 중에서 우수자원을 장교로 선발하겠다며 2006년까지 11개 기수에 2200여 명을 장교로 임관시켰다. 그런데 부사관의 78%가 고졸(2006년 기준)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자격기준을 육군 제3사관학교에 맞추기 위해 전문대졸 이상으로 규정함으로써 매년 지원자가 미달되는 상황을 빚었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 간부사관은 계획인원의 50%만 선발하고 나머지 인원은 대졸의 학사장교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학력이 높을수록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능력과 자질이 더 우수한지는 분명 따져봐야 할 문제다. 초급장교는 전장에서 직접 적을 상대하므로 한마디로 잘 쏘고 잘 뛰는 ‘골목대장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벌보다는 군복무 경험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북한은 하전사(下戰士) 중에서 우수자를 선발해 군관학교에 보내 교육한 후 군관(장교)으로 임명한다. 예외적으로 직발(直拔)군관, 민간발탁군관, 예비군관 등이 운영되고 있으나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과 달리 장교와 부사관 간에 차별이 적고, 장교 사이의 파벌 의식도 희박한 편이라고 한다.

    미국은 일찍부터 간부후보생(OCS)제도를 통해 병과 부사관도 장교로 임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리고 웨스트포인트(육사)와 버지니아 군사학교, 학군(ROTC), 간부후보생 등 출신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상위계급으로 진급시켰다.

    훗날 ‘마셜 플랜’으로 유명해진 조지 마셜 장군은 2년제인 버지니아 군사학교를 나와 육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 국무장관을 역임했다. 흑인으로 할렘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콜린 파월은 학군장교 출신으로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에 올랐고, 초대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존 베시는 사병에서 출발한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육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지냈다.

    일제 잔재에서 비롯된 인사 관행

    중국군도 장교를 병사에서 선발해 임관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창군 때부터 ‘군(軍)은 민(民)에서 나오고, 장(將)은 병(兵)에서 나온다’는 원칙에 따라 취사병이라고 하더라도 능력만 입증되면 군관으로 임용했다. 현재 중국군 수뇌부를 구성하는 원로 장성은 거의 다 사병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군은 광복 직후 일본군 초급 장교와 부사관 출신자가 주류를 이루고 6·25전쟁 이후에는 미군의 영향을 받아 혼혈적인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일본군의 잘못된 관행이 남아 있어 창군 60년인 현재까지 부사관 출신인 단기사관과 간부사관을 홀대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비전이 없다 보니 군대에서 필요로 하는 유능한 부사관은 장기복무를 거부하고 군문을 떠나게 된다. 전역한 뒤에는 후배들에게 부사관 생활을 만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방부에는 부사관의 인사관리를 전담할 ‘부사관과(課)’가 없다. 군인사법 제13조 제3항에 “부사관의 임용은 참모총장이 행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이 법 14조에는 “준사관 및 부사관의 임용에 관한 사항은 국방부령으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으므로 국방부는 ‘부사관과’를 만들어 부사관 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방부와 해·공군에 부사관 전담부서가 없다는 것은 부사관 인사관리가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0여 년 전부터 육군의 뜻있는 장교와 부사관들은 “우수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훈련소 수준인 육군부사관학교를 2년제 전문대학 과정으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육군은 우수인력 확보에 문제가 없다며 부사관학교의 전문대 승격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부사관학교를 전문대학급으로 승격시킴으로써 부사관의 질을 높이고, 우수한 부사관에게 육군 제3사관학교에 입교할 기회를 주는 것이 육군을 발전시키는 길일 것이다. 그러한 의지를 실현하겠다는 상징적인 제스처로 올해 정기인사에서 단기사관 출신의 ‘스타 탄생’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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