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현대인의 생활 키워드의 하나가 돼버린 이들 질병이 중복 발생하고 그 발병 기전이 대부분 불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고혈압도 마찬가지다. 원인이 분명한 경우는 전체 고혈압의 5~10%에 지나지 않는다. 신장, 부신 등 내분비 질환, 혈관 질환 등이 그것인데,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고혈압이 소실되거나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고혈압의 대부분은 본태성 고혈압으로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에서 당뇨병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들 질환 간에 발병 과정의 공통점이 많음을 시사한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고혈압 발생률이 2배 가까이 높다. 당뇨병 환자의 30~50%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을 정도. 당뇨병 전단계인 내당능 장애를 가진 환자 중에도 20~40%가 고혈압 환자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고혈압이 있는 경우 당뇨병 발생률이 2배 이상 높다. 이렇게 두 질환 간에 합병률이 높다는 점은 고혈압과 당뇨병을 유발하는 병인(病因) 간에 어떤 공통점이 있음을 암시한다.
최근 연구자들은 당 조절에 필수적인 인슐린 호르몬 작용기전에 결함이 생겨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되고, 그 보상으로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는 과정이 양 질환에 공통적으로 관련된다는 보고를 내놓고 있다. 결국 고혈압과 당뇨병이 별개의 질환이 아니라 한 질환이 다른 질환을 유발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추가적인 위험요인을 제공한다는 것. 이런 과정에서 혈관합병증에 대한 위험률은 현저하게 높아진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같은 뿌리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은 이 두 질환의 치료 및 예방 면에서도 공통점이 많으며 기본원칙이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는 식사요법, 적절한 운동, 체중조절 의 세 가지 생활양식 개선이 필수적인데, 고혈압에서도 그 원칙은 동일하다. 만일 생활 습관 조정으로 그 효과가 불충분하면 약물치료를 추가해야 한다. 실제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고혈압이 개선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최근 광범위하게 처방되는 몇몇 고혈압 치료제가 혈압 강하 효과 외에 당뇨병의 발생률도 낮추고 있는 사례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한 뿌리 질환이라는 좋은 증거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