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작가들이 첫 장편소설을 내며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작가가 됐다’고 하지요. 열한 살에 겪은 전쟁의 비극이 잊히는 것 같아, 뭐든 쉽게 얻고 버리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1950년 11월 영하 40℃의 혹한에서 18일간 벌어진 장진호 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함께 세계 전사(戰史)의 2대 동계전투로 불릴 만큼 미군과 중국군 모두에게 참혹한 피해를 남겼다. 소설은 특정한 주인공 대신 전투와 병사들 자체를 묘사하며 그 비극을 관통한다.
“전쟁 당시의 제 기억으로는 당시 미군이든 중국군이든 병사 개개인에게 전쟁의 의미를 묻는 건 무의미했습니다. 모두 조국의 갑작스러운 명령에 따라 어딘지도 모르는 남의 땅에 와서 서로 죽이고 피를 흘렸으니까요. 표정들이 하나같이 음울하고 어두울 수밖에 없었죠.”
2000년 봄 월간 ‘자유문학’을 통해 단편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이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여유시간을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문학사에 매우 드문 본격적인 전쟁문학을 남기고 싶다’는 목표로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뒤지며 집필을 계속했지만, 그 와중에 찾아온 당뇨는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큰 난관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광복 이후 역사를 밑바닥 민초들의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장편소설을 구상 중입니다. 살아온 세월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멈추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