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크리스천에이드 “손학규 지원 기록 못 찾아”
- 8년 유학비 출처는?… “손학규 측 입증 어려워”
- 석사학위 없는데 인터뷰 기사엔 ‘서울대 석사’
- 옥스퍼드 동문 “孫, 학사에서 박사 되는 코스 선택”
- 은행에 예산 10조 맡기고 ‘협력자금’ 받아 ‘언론홍보비’ 사용
- 경기도 문건 “1700억 영어마을, 적자 크고 경쟁력 없다”
- 서울시립대, 경기도 출연기관 10여 개 경영 결과 혹평
- 孫 캠프 “유학 과정에 문제 없고, 탈당하자 깎아내려”
현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유지될 경우 손학규 전 지사는 정동영, 이해찬, 문국현 등 다른 범여권 대선주자를 제치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맞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신동아’는 범여권 1위를 달리는 손 전 지사의 이력을 검증해봤다. 손 전 지사 스스로도 대선주자 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선거는 크게 보면 검증, 그 자체다. 시대적 요구에 맞느냐 안 맞느냐, 실행 가능한 것이냐 아니냐, 당장 눈속임이냐 진실성이 있느냐 등을 가리는 게 바로 선거 아닌가. 특히 대선후보가 투기 등으로 시민에게 피해를 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사생활 보호’란 이름으로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것이다.” (2007년 6월15일자 ‘헤럴드경제’ 인터뷰 기사)
학력, 지사 경력이 핵심
통합신당 경선 과정에서 손학규 전 지사의 가장 큰 단점으로 ‘1980년대의 부재(不在)’와 ‘한나라당 탈당’이 꼽혔다.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를 역임한 분이…” “한나라당에서 3등 하던 후보를 내세워 한나라당 1등 후보를 이길 수 있나…” “1980년대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때 자리에 없던 분이 광주정신을 말할 자격이…” 등의 비난이 그것이다.
손학규 캠프는 ‘198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 ‘한나라당 소속 경기지사 경력’을 내세워 그런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손학규 캠프는 한나라당 탈당과 통합신당 동참을 ‘헬레니즘 문명의 건설’에 비유하기도 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오랜 민주화운동 경력을 갖고 있다. 동시에 여야 대선주자 중 최고의 학력, 최고의 일자리 창출 및 해외투자 유치 실적을 갖고 있다. 손 전 지사는 민주화와 산업화의 통합, 나아가 세계화 및 선진화의 비전을 실현할 적임자다.”(이수원 전 경기도 공보관)
그의 민주화운동 경력이나 한나라당 탈당은 호·불호의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민주화운동 경력을 잘못된 일이라 평할 수 없고, 한나라당 탈당을 잘한 일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가의 유동성’이 없으므로 이 둘은 손학규의 ‘고정자산’과 ‘고정부채’로서 ‘상수(常數)’가 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손학규의 운명을 가를 ‘내재적 변수’는 학력과 경기도 지사 경력이다. 이 두 가지가 어느 정도까지 유권자에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1980년대의 부재’ 및 ‘탈당’의 흠결이 커질 수도, 혹은 상쇄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손학규 검증은 ‘학력’과 ‘도지사 경력’에 대한 객관적 정보의 제공에 주안점을 뒀다.
“영국 유학하며 ‘박정희’ 인정”
손 전 지사는 여야 대선주자 중 가장 화려한 학력을 갖고 있다. 경기고, 서울대,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 등이 그것이다. 손학규 공식 홈페이지(www.hq.or.kr)는 ‘명문’ ‘엘리트 코스’ 등의 표현으로 그의 학벌을 강조한다. 홈페이지는 그의 학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중·고교 부분’ “손학규는 1947년 경기도 시흥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명문 학교인 경기중학교와 경기고등학교를 나왔기에 손학규가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범생이였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손학규는 공부뿐 아니라 서클활동도 열심인 학생이었다….” ‘대학(학사학위) 부분(1965~73년)’ “1965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한 후 손학규는 사회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가슴 아파하는 열혈청년이었다.…손학규는 당시로서는 남보다 늦은 20대 중반의 나이에 군대에 입대해야 했다.…경기 중·고교와 서울대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만을 달려온 그에게 군대생활은 분명 겸손을 가르쳐준 훌륭한 학교였다.” ‘대학졸업 후 도피생활(노동운동) 부분(1973~79년)’ “대학을 졸업한 후 손학규는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구로공단의 이 공장 저 공장을 떠돌아다니던 손학규는 박형규 목사의 권유로 기독교 빈민선교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1979년 유신체제가 막을 내릴 때까지 기독교 사회운동에 몸을 담았다. 그 기간 동안 공안 당국에 수배되어 1년간 감방에 갇히기도 하고 2년여의 수배자 생활도 해야 했다.…1979년 손학규는 부마항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수사당국에 체포됐다.…그런데 참으로 뜻밖의 일이었다. 문초 중이던 수사관이 갑자기 나가더니 다음날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다시 하루가 흘렀을 때 보초병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제 곧 풀려나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까닭을 물으니 뜻밖의 대답을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했잖아요’.” ‘영국 유학(박사학위) 부분(1980~88년)’ “1980년 ‘서울의 봄’. 손학규는 외국 유학을 결심했다. 주변의 운동권 인사 중에는 그의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70년대 내내 투쟁으로만 살아온 까닭에 이제는 머리를 채우고 싶다는 심정이었다.…영국의 ‘크리스천 에이드(Christian Aid)’라는 교회단체의 도움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많은 토론과 독서를 거치며 손학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긍정적인 부분을 인정하게 되었다. 즉 박 전 대통령의 독재를 통한 아픔은 극복하되 경제성장으로 일궈낸 유산은 물려받자는 것이다. 유신 시절 누구보다도 고통과 탄압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功)을 인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가난한 유학생 손학규는 영국 유학생이라면 쉽게 마음먹을 수 있었던 유럽 관광조차 한 번 나서지 못한 채 공부에만 열중했다. 결국 1988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하여 인하대, 서강대에서 존경받는 정치학 교수가 되었다.” |
“DB에서 ‘손학규’ 못 찾아”
손학규 홈페이지는 이처럼 방대한 분량으로 그의 학력을 설명했다. 영국 유학이 그의 인생의 전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8년여 동안의 유학비는 적지 않은 금액일 것이다. 그 출처에 대해 홈페이지는 “영국의 ‘크리스천 에이드(Christian Aid)’라는 교회단체의 도움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지난해 11월21일자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크리스천 에이드라고 제3세계 구호기관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그때까지만 해도 제3세계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970~80년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반독재투쟁에 투신한 반정부 인사가 갑자기 해외 기관의 재정 지원으로 장기간 해외 유학을 간 사례는 흔하지 않다. 이와 관련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1980년대에 국가기관 등 다른 곳에서 유학비를 대줬을 수도 있으므로 유학비 출처에 대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신동아’는 영국 크리스천 에이드 측에 e메일을 보내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인 손학규의 옥스퍼드대 박사과정 유학비를 지원했는지, 그리고 유학비를 지원했다면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추천 등은 없었는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천 에이드의 관련 업무 담당자(Mira Gogova)는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보았으나 아쉽게도 크리스천 에이드가 1980년대 손학규의 박사과정 유학비를 지원했다는 기록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e메일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크리스천 에이드 측은 “우리 조직이 손학규의 학비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확정적인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한국 교계에서 손학규 전 지사측의 유학비 출처 설명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유학비를 실제로 집행했다는 기관인 크리스천 에이드 측이 ‘확인 불가’ 증언을 계속 유지한다면 손 전 지사의 주장이 객관적 자료로 입증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현재 상황에선 그의 유학비 출처가 크리스천 에이드가 아니라는 점도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손학규 홈페이지의 학력 설명에서는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우선 홈페이지는 ‘교수 손학규’ ‘대선후보 손학규’를 있게 한 그의 ‘옥스퍼드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홈페이지엔 제목이나 대강의 내용 등 논문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
경기도 파주 영어마을(위). 경기도 영어마을 담당 부서의 보고서(오른쪽).
옥스퍼드대를 상대로 손 전 지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취재했다. 옥스퍼드대 측은 e메일로 보내온 답변서에서 손 전 지사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이 ‘Political opposition and the Yushin regime : radicalisation in South Korea, 1972-79(정치적 저항과 유신정권 : 한국에서의 과격화, 1972-79)’라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본인이 경험한 바 있는, 유신정권 아래서의 반독재 저항운동을 소재로 박사논문을 쓴 것이라고 한다.
확인 결과 손학규 홈페이지뿐 아니라 대다수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의 ‘손학규’ 인물정보 ‘저서 및 논문’ 난에도 그의 가장 중요한 학문적 업적 중 하나인 이 논문의 제목이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 서강대 도서관을 제외한 국내 주요 도서관의 인터넷 검색에서도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나타나지 않았다.
‘radicalisation’
일각에서는 “박사학위 논문 제목에 들어 있는 ‘radicalisation’이라는 단어가 지금의 시각에서는 범여권 지지층인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유신정권에 대한 저항운동 과정에서 과격함이나 급진성 등 부정적 성격이 나타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손 전 지사의 논문 제목은 기독교 등 보수적인 성격의 세력이 독재에 항거하면서 민주운동세력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함축하는 의미로서의 ‘급진성’으로 들린다. 긍정적으로 해석된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옥스퍼드대 졸업생들에 따르면 손 전 지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교수는 스토퀸(Stockwin) 교수인데, 그는 ‘일본 전문가’로서 ‘보수적 성향의 학자’로 알려져 있다. 손학규 홈페이지는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의 우상”이라는 중국 유학생의 발언을 소개하는 등 “옥스퍼드 유학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긍정적 부분을 인정하게 됐다”고 밝혀놓았다.
국가정보대학원 김계동 교수(정치학)는 손학규 전 지사와 비슷한 시기(1980년대 중반)에 옥스퍼드대에서 같은 스토퀸 교수의 지도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손 전 지사의 1988년 옥스퍼드대 박사학위 논문은 1980년에 나온 박모씨의 ‘Political opposition in Korea, 1945-1960’ 논문과 제목이 비슷한데, 박씨 논문이 참고자료로서 일부 인용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 논문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손학규 전 지사의 박사학위 논문은 독창적이고 뛰어난 논문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학규 홈페이지는 앞서 설명했듯 석사 부분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이 없는데, 이런 점은 다른 곳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언론사(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인물정보, 인터넷 포털(네이버, 위키백과 등) 인물정보, 손 전 지사 관련 기사(다수의 ‘손학규 단독 인터뷰’ 기사 포함)에선 손 전 지사의 서울대 정치학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학력만 나와 있고, 석사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4개 언론사는 최근 대선 기사에서 손 전 지사의 석사 학력을 ‘서울대학교 석사’라고 표기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서울대 학사-서울대 석사-옥스퍼드대 박사 코스를 밟은 것이 된다. 일반의 상식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의문의 공백’을 말끔하게 메워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기사에는 손 전 지사가 서울대 석사학위를 받기까지의 구체적 정황 설명이 없다. 또한 이는 손학규 홈페이지 내용과 모순된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대학 졸업 직후부터 영국 유학을 떠나기 직전(1973~1980)까지 노동운동에 투신했으며 수배자로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다녔다. 대학원을 다닐 수 없는 처지였다.
따라서 손학규 홈페이지의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손 전 지사가 옥스퍼드 유학을 떠나기 전 서울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손 전 지사는 1988년 영국에서 귀국한 뒤 그해 인하대 정치학과 교수가 됐으며, 1990~93년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신동아’는 “서강대가 손학규 전 지사를 교수로 임용할 당시 손 전 지사가 대학 측에 제출한 본인 학력기록이 어떠한지 밝혀달라”고 서강대에 요청했다. 서강대는 “손학규 전 지사는 자신의 학력을 서울대 학사, 옥스퍼드대 박사로 밝힌 것으로 되어 있다. 석사학위는 없다”고 답했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신동아’에 보내온 e메일 답변서에서 “손학규는 옥스퍼드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거치지 않는 코스를 밟아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가정보대학원 김계동 교수는 “1980년대 옥스퍼드대 대학원(정치학)에선 석사논문이나 석사학위 없이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M. Litt(Master Literature)’ 과정이 있었는데 손 전 지사는 이 과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터뷰 기사 ‘학력 誤記’ 방치
손 전 지사의 학력을 ‘서울대 석사’로 표기한 기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그가 걸어온 길.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 석사,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운동 간사…”(2006년 11월18일 ‘우먼타임스’ 손학규 인터뷰) ▲“‘손학규 프로필’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1988~90년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2007년 6월15일 ‘헤럴드경제’ 손학규 인터뷰) ▲“서울대 정치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서강대 정외과 교수 출신의 ‘정치 이론 전문가’이자…”(2007년 7월11일자 ‘데일리안’ 손학규 민심대장정 르포) ▲“경기 시흥(61세) 서울대 정치학과 석사, 영국 옥스퍼드 정치학 박사, 인하대·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2007년 7월24일자 ‘머니투데이’),
석사학위 없이도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옥스퍼드대의 ‘M. Litt’와 같은 과정은 국내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없는 한 대다수 유권자나 언론은 ‘서울대 학사, 옥스퍼드대 박사’라는 손 전 지사의 학력 프로필을 보면서 그가 석사학위나 석사 논문도 당연히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일부 언론에서 손학규 전 지사를 ‘서울대 석사 출신’이라고 보도하자 인터넷에선 손 전 지사의 ‘서울대 석사’ 학력이 ‘사실’로 굳어져 네티즌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손학규 하면 따라붙는 말 중에 ‘저평가 우량주’라는 것이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를 딴 뒤에 기독교협회에서 인권운동을 했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더니 교수,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도 했다. 이 정도면 대통령 빼고는 거의 다 해본 격이다.”(네이버 블로그 ‘SES4SES4’ 글)
오해의 가능성이 충분하고 실제로 잘못된 학력 정보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손 전 지사 측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석사학위 관련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것은 불필요한 의혹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 대선 국면이 본격화한 뒤 손 전 지사 인터뷰 기사에서도 학력이 ‘서울대 석사’로 잘못 보도됐다.
보도된 지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인터넷에 등재된 이들 인터뷰 기사에서 손 전 지사의 ‘서울대 석사’ 학력은 삭제되지 않고 있다. 이들 언론이 어떤 이유로 손 전 지사의 학력을 잘못 표기한 것인지, 손 전 지사 측에서 사후에 해당 언론사에 수정을 요청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 관리 목적 없었다”
손 전 지사가 지사로 재임할 당시 경기도 예산을 예치해준 대가로 경기도가 해당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연간 수십억원대의 자금 사용과 관련, 투명성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손 전 지사의 경기지사 재임 때 경기도는 농협과 시티은행에 연간 10조원대 경기도 예산을 분산 예치했다. 세입에서 세출을 뺀 평균 잔액은 1조5000억원 규모였다고 한다.
두 은행은 1999년 경기도 금고로 지정된 뒤 손 전 지사의 퇴임 때까지 계약갱신 방식으로 경기도 예산을 맡아왔다. 두 은행은 예산을 예치하는 대가로 ‘지역사회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연간 20억원 이상의 자금을 경기도에 제공하는 것을 관행화했다. 경기도 일각에선 “이 자금이 언론사 관리나 치적 홍보용으로 사용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감사원은 2006년 금고 업무의 투명성을 제고하라고 행정자치부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2007년 6월 금고 선정에 경쟁방식을 도입했고, 지역사회 협력사업비를 일반세출 예산에 편성해 사용함으로써 논란을 차단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과거의 관행에 논란의 소지가 있어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캠프의 이수원 전 경기도 공보관은 “경기도 산하단체들이 홍보예산 마련에 어려움이 있어 협력사업비 중 일부를 이들 기관의 대(對)언론사 광고비로 집행했다. 협력사업비 중 홍보비로 사용된 부분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집행을 컨트롤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정상적 공무 집행이었으며 언론사 관리나 치적 홍보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영어마을’은 경기도 예산 1700억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에 비견되는 손학규 전 지사의 대표적 치적 중 하나로 알려져 왔다. 지난해 4월3일 유럽의 소도시를 옮겨놓은 듯한 영어마을이 경기도 파주에 처음으로 들어섰다. 1년 동안 65만명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미국 ABC, 영국 BBC, 일본 NHK, 프랑스 TF1 등 20개국 42개 언론사에서 취재를 하는 등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현재 경기도엔 파주캠프, 안산캠프가 운영 중이며 2008년 양평캠프가 신설될 예정이다.
그런데 ‘신동아’가 최근 입수한 경기도의 ‘영어마을’ 담당 부서 내부 문건들(‘영어마을 민간위탁 관련 참고자료’‘영어마을 운영개선 방안’)은 ‘손학규 영어마을’에 대해 “경쟁력이 없다”고 혹평했다. 손 전 지사의 재임 시절 영어마을을 직접 추진한 부서의 내부 평가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접근성, 프로그램 및 시설 등의 경쟁력이 없는 영어마을은 입소율 감소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며,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 ※ 파주영어마을 방학캠프 입소경쟁률 저하 : 06년 13:1 → 07년 3:1. 영어마을 개원 이후 큰 폭의 경영적자 지속으로 도 재정부담 요인 작용, 영어교육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 쇄신 필요. (적자규모 : 2006년 192억원, 2007년 6월 추계 36억원) 안산캠프, 양평캠프의 경우도 지역적 여건 등으로 적자 탈피 난망.”(‘영어마을 민간위탁 관련 참고자료’ 문건)
“부족, 부담, 반감, 미흡…”
“영어마을은 도민의 영어권 문화체험학습을 통해 영어능력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하여 건립 운영하고 있으나, 개원 이후 운영비 적자 누적으로 도의 재정부담 요인이 되고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족과 학습효과 등에 대해 일각에서 문제점 제기.
안산캠프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19%에 불과. 영어마을 운영에 대한 공공성과 수익성 논란 지속. 교육대상의 한정성 및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족. 영어마을 운영이 중학교 2학년 대상 주중과정 중심으로 운영. 수준별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아 수준 차이에 따른 학습효과 반감. 지나치게 체험 중심, 생활영어 중심으로 운영되어 중급 이상의 언어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어학연수 대체 기능이 기대수준보다 미흡.
따라서 양평캠프의 개원에 맞춰 선의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과 경상비 적자 축소를 통한 재정부담 완화를 위하여 민간위탁을 추진.” (‘영어마을 운영개선 방안’ 문건)
경기도 관계자는 “공익적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민영이든, 공영이든 적자를 안 내고 운영하는 것이 좋다. 영어마을은 설립 당시의 시뮬레이션상으로도 적자가 예견됐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영어마을의 민간위탁 명분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문건이 영어마을의 문제점을 다소 심각하게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영어교육의 공교육화’를 목적으로 한 손학규 전 지사의 영어마을 사업 취지 자체는 상당히 훌륭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손 캠프의 이수원 전 공보관은 “(논란이 빚어진 것은) 손 전 지사와 김문수 현 지사의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경기도처럼 영리 개념으로 영어마을을 보면 적자 부분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사회 복지 차원에서 영어마을 사업에 접근했다. 5박6일 입소하는데 학생 1인당 원가가 30여만원인데 손 전 지사는 학생에게 8만원만 받으라고 했다. 적자가 날 것을 알고도 감수한 것이다. 20%의 경기도 저소득층 학생들에겐 아예 무상으로 영어마을을 체험하게 했다. 돈이 없어 외국에 어학연수를 가지 못하는 서민층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지자체가 떠안아야 한다는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행정을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면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손 전 지사는 성장뿐만 아니라 분배 문제에 대해서도 고심해왔으며 영어마을 사업의 ‘저가 운영’도 그 일환이었다.”
“지표와 실적으로 평가해달라”
손학규 전 지사 측이 밝히는 ‘국가운영 능력’은 아래의 한 문장으로 집약된다.
“손학규는 경기도지사로 재임한 4년 동안 114개의 외국 첨단 기업, 141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고 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손학규 홈페이지 내 ‘손학규의 찍새, 딱새들’ 중)
‘CEO형 도지사’로서의 이 같은 경영능력은 그를 청와대에 두 번째로 가까이 접근한 대선주자로 만든 원동력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경기도의 의뢰로 서울시립대가 경기도 출연기관 16곳의 ‘2005년도(손학규 지사 재임 시절)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는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다음은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원가상승 등 생산성 면에서 부진(경기신용보증기금), 실적 부진(경기테크노파크), 운영경비에 대한 준비 부족(나노팹센터와 바이오센터), 핵심사업 지연(대진테크노파크), 투자환경 조성 미흡(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경영시스템 취약(경기도 문화의 전당), 관광객 답보 현상 타파 위한 프로그램 필요(세계도자기엑스포 재단), 재정 건전화 필요(수원 월드컵경기장), 연구의 질적 제고 필요(경기개발연구원)….”
이에 대해 손학규 캠프 관계자는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자 일부 정치권이 손 전 지사의 경기지사 시절 업적까지 깎아내리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만약 현재의 서울시장이 여권 소속이라면 ‘서울시 자료’에 의한 ‘이명박 격하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것이다. 이 후보는 못 견뎠을 것이다. 지금은 ‘경기도 자료’에 의한 ‘손학규 깎아내리기’가 시작된 듯하다. 이런 점에서 손 전 지사는 억울하게 당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손학규 캠프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일자리 12만개를 창출하는 동안 손학규 전 지사는 파주LCD 공장 유치로 7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으며 이 기간 지역내총생산(GRDP) 상승률도 경기도(7.55%)가 서울시(2.83%)에 비해 2배 이상 앞섰다고 한다.
손학규 전 지사 측은 “청계천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지표와 실적으로 평가해달라. 검증을 하면 할수록 ‘경제 살리기’는 손 후보가 적임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단면만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 평가’를 해야 한다. 그러면 손 후보의 이론과 실무가 겸비된 탁월한 국가경영능력이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학력 문제에 대해선 손 캠프 측 한 관계자는 “측근인 나도 손 전 지사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이 무엇인지, 석사과정이 어떠했는지 상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 될 일은 없다. 실제로 손 전 지사는 영국 크리스천 에이드의 지원으로 유학비를 마련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