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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들의 ‘40~50대 재취업 전략’ 현장 강의

‘소중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에 목매지 말라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헤드헌터들의 ‘40~50대 재취업 전략’ 현장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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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의 신모 부장은 지시받은 업무는 협력업체를 구워삶아서라도 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고졸 출신으로는 드물게 부장까지 승승장구했다. 그 후 임원 승진에서 탈락하자 회사를 나와 중견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러나 그는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그가 예전에 쪼아댔던 협력업체 직원이 그 회사 상무로 있었던 것.

100만원 때문에 평판조회에 오점을 남겨 재취업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외국계 식품회사에서 근무하던 이모씨는 평소 업무 능력과 대인관계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회사를 나오면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부서장과 퇴직금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 “100만원을 더 내놓으라”며 옥신각신한 것. 그를 채용하려던 인사 담당자는 “회사 망칠 사람”이라는 전 직장 상사의 이야기를 듣고 꺼림칙해 다른 지원자를 선택했다.

반대로 전 직장에 좋은 인상을 남기면 삼킨 미역국도 도로 뱉어낼 수 있다. 박영철(46)씨는 회사 경영사정이 어려워져 8년 간 다니던 회사를 지난해 그만뒀다. 1년 간 자영업을 하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자 다시 구직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주)신화씨에스 영업관리직에 지원해 면접을 보게 됐으나 나이와 경력이 불일치한다는 이유로 ‘고려 대상’으로 분류됐다.

“나, 회사 관뒀다” 광고하라

그러나 회사 인사 담당자는 박씨의 전 직장에 평판조회를 한 뒤 그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전 상사가 “퇴사할 때까지 업무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한 성실한 인재”라며 침이 마르도록 박씨를 칭찬했기 때문. 박씨는 “회사를 나온 뒤에도 직원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시간 날 때 찾아가서 차도 마셨다”며 “의도적으로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퇴사를 앞뒀거나 퇴사한 이들은 괜한 위축감에 직장 그만둔 사실을 쉬쉬한다. 친지, 친구에게 퇴사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주로 산이나 집에서 소일하곤 한다. 그러나 DBM코리아 강혜숙 수석 컨설턴트는 “‘나, 회사 그만뒀다’고 사방팔방 광고하고 다녀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생활용품 유통기업인 (주)미래스코 영업관리본부장 소행구(40)씨는 소득 없이 반 년 동안 계속되던 구직활동을 인맥을 활용해 단번에 끝냈다. 위생용품 제조업체 영업기획부에 근무하던 소씨는 지난해 건강이 나빠져 퇴사했다. 반 년간 치료를 받은 뒤 재취업을 위해 구직활동에 뛰어든 소씨. 그러나 나이 제한으로 면접조차 보기 힘들었고, 어쩌다 면접을 봐도 번번이 실패했다. 딱지 맞기를 15번에 이르자 그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창피하다는 생각 반, 스스로 재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 반으로 숨겨왔던 실직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시작한 것.

“친목동호회, 라이언스클럽, 향우회, ROTC 동문회 등의 모임에서 실직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랬더니 여러 분이 관심을 보였고, 몇 분은 함께 일하자고 제의하기도 했어요. 진작 네트워킹을 활용했으면 재취업이 빨랐을 텐데….”

한 대기업의 재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내일, 모레면 퇴사할 사람도 거래하는 중소기업체 사장에게 잘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그만둔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현명하다. 쉽지 않지만 일단 사실을 알리면 중소기업체 사장들이 먼저 손을 내민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시장은 열리게 돼 있다”고 말한다.

취업 전문가에 따르면 재취업의 70%는 인맥을 통해 이뤄진다. 경력직의 경우 구인광고가 나갔을 때는 이미 입사자가 정해졌을 확률이 높다.

취업 준비는 여럿이 함께 할수록 유리하다. 양질의 구직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위안이 된다. 첫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 졸업자들은 관심 분야가 같은 구직자끼리 모임을 만들어 업계정보, 회사정보를 공유하고 모의면접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재취업 준비자는 대개 혼자서 구직활동을 한다. 퇴사 사실을 알려 가족 등 주변에 염려를 끼치기보다 스스로 조용히 해결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전직 컨설팅업체 라이트매니지먼트의 이석기 수석 컨설턴트는 “재취업자들도 관심 분야별로 취업 준비 모임을 만들면 더 효율적인 구직활동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군인과 공무원 출신 구직자들로 이뤄진 모임은 꽤 있다. 가령 국방부 전역 장교들은 지역·연령별로 잡 카페(job cafe)를 구성해 정보를 공유한다. 대학생들의 취업 스터디 모임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비스, 제조, IT 등 분야별로 매주 한 번 모임을 열어 각자 수집한 취업정보, 취업시장 동향, 구직 활동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정보는 말로 주면 되로 받는다

외국계 기업도 재취업이 목적은 아니지만 분야별 모임이 활성화된 편이다. 전자, IT, 소비재, 컨설팅 등 분야별 오프라인 모임이 있어 동종업계 지인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미국상공회의소, 유럽상공회의소도 회원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모임을 주관한다. 외국계 기업은 세미나를 공개하므로 관심 있는 기업에 접근할 기회도 많다. 정기적으로 이런 모임을 찾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맥이 만들어지고, 업계 소식에도 밝아진다. 어떤 회사 어느 조직이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지, 회사의 비전은 어떤지, 어떤 직무에 자리가 났는지를 속속들이 파악하면 오래지 않아 재취업의 기회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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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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