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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 이병석 의원 동행 취재

“의원님, 잔돈은 팁이에요!”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택시 기사’ 이병석 의원 동행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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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에서 좌판 벌인 어머니

‘택시 기사’ 이병석 의원 동행 취재

이병석 의원은 택시 기사, 승객들과 대화하면서 민생정책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새벽 4시4분 회사를 출발한 이 의원의 차가 6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죽도시장. 포항의 ‘정치 1번지’로 불리며 모든 선거운동의 출발점이 되는 이곳에서 그는 선주(船主)들과 인사를 나눴다. 선주들은 “어제 파도가 세서 폭풍주의보가 내리는 바람에 출항을 못했다. 오늘은 어획량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근심을 내비쳤다.

죽도시장을 나와 첫 손님을 태운 시각은 4시21분. 중앙통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해군 하사로 복무 중인 30대 남성이 차에 올랐다. 이 의원이 “요즘 직업군인은 옛날과 달리 군에 남기 위해 경쟁이 심한 모양이던데…”라고 말을 걸자 그는 “하사는 9급 공무원인데 요즘은 사회에서 직장 잡기가 힘드니까 군에 남으려는 사람이 많다. 직업군인이 되려는 사람도 많고. 이래저래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첫 손님을 내려준 뒤 30분 넘게 빈 차로 달리다 들른 곳은 포항의료원 장례식장. 이 의원은 “포항 MBC 보도국장과 경북매일신문 부사장을 역임하신 분이 세상을 떠 오늘 발인이다. 지금 아니면 들를 시간이 없다”며 2층 빈소로 향했다. 유족들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 나온 그는 “손님이 없을 때 짬짬이 지역구 볼일을 안 보면 따로 시간 내기 힘들다”며 서둘러 차에 올랐다.

한산한 거리에서 손님이 눈에 띄지 않자 무료했는지 이 의원이 나직이 휘파람을 불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박목월의 시에 곡을 붙인 ‘사월의 노래’였다. 그가 차안에서 즐겨 부르는 가곡은 또 있다. 자작시 ‘3월의 소리’와 ‘그리움은 사랑이 되어’에 전북대 음악학과 이종록 교수가 가락을 붙여준 곡이다.



‘처절한 생계수단’

그는 “이른 새벽에 손님을 찾아 빈 차로 거리를 달릴 때면 어릴 때 고생하던 생각이 난다”고 했다. 포항은 그가 나고 자란 곳으로 고등학교(동지상고, 현 동지고등학교) 때까지 살았고 지금도 이곳에 집이 있다. 이곳 출신이자 동지상고 선배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지난 7월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 ‘아이스케키’ 통을 메고 어린 시절 행상하던 모습을 재현해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은 “이 후보가 아이스케키 행상을 하던 곳에서 우리 어머니는 좌판을 벌여 장사를 하셨다. 그래서 서민들 어려운 사정을 잘 안다”고 했다.

병원을 나와 도착한 곳은 포항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인 북구 용흥동 우방아파트. 출근 손님을 태울 요량이었지만 이곳에서도 손님이 눈에 띄지 않았다. 아파트 경비원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 돌아선 이 의원은 “포스코 등 큰 기업들은 대부분 통근버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출근시간에도 승객이 별로 없다”고 혀를 찼다.

“비록 1년에 이틀 택시를 몰지만 이걸 생계수단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처절해요. LPG 특소세가 100% 면세되면 기사 1인당 월 8만원가량 더 가져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그 법을 발의했는데,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현재 재발의된 상태죠. 택시 기사들이 잘해야 월 110만원을 버는데, 부인이 부업을 하지 않고는 생활비와 사교육비 대기가 어려워요. 대중 교통수단으로 지정해 세제혜택을 주는 등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택시 기사는 직업으로 분류할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분류해야 할 지경입니다.”

빈 차로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5시25분에 도착한 곳은 시청 청소과. 새벽 근무를 마친 환경미화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퇴근하는 시각이다. 10여 명의 미화원이 그를 발견하고 “오랜만에 오셨다”며 반가워했다. 뒤이어 “제발 포항 경제 살려서 미화원들 밥 좀 먹고살게 해달라”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환경미화사업 민영화 문제로 포항시는 1년 전 몸살을 앓았다. 시위 등으로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난 후 없던 일로 됐지만, 이 의원은 그 후의 근무여건이 궁금했다. 오후에 다시 만난 한 미화원은 바쁘게 비질을 하며 “인력 보충을 안 해줘서 담당하는 구역이 엄청 넓어졌다”고 힘겨워했다.

7시49분. 등교시간에 맞춰 대흥중학교 학생 두 명을 태웠다. 북구 용흥동에 있는 대흥중학교는 아파트 단지 안에 비좁게 들어서 예전엔 강당이 없었다. 모든 학교 행사를 운동장에서 하다 보니 한여름, 한겨울엔 학생들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이 의원은 “요즘은 다목적 강당에서 학예회 발표나 연극도 하고 지역사회 노인을 모시고 효도잔치도 한다”며 뿌듯해했다. 다목적 강당이 완공된 것은 2002년. 9억8000만원의 건립 비용 가운데 9억원이 국비(특별교부세)로 지원됐다. 이 과정에 이 의원이 힘을 쏟았다.

이날 오후 영광교통 근처에서 택시를 탄 고교생들 가운데 한 명이 이 의원을 보자 “예전에 의원님께 상을 받았다”며 좋아했다. 지역단체의 추천을 받아 이 의원 명의로 시내 중학생 두 명에게 선행상과 효행상을 준 적이 있는데, 마침 그 상의 주인공을 만난 것이다. 이 의원은 “내 상을 받은 학생을 손님으로 모실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냐”며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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