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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vs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갈등의 18개월’

‘北 미사일 발사’ 공개에 분노한 벨, 청와대 직접 겨눈 친서 전달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청와대 vs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갈등의 1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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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vs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갈등의 18개월’

2006년 12월13일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군사령부 내 나이트필드 연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김장수 국방장관(오른쪽)이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한반도에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유엔사를 이용해 주도적으로 상황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발언은, 2005년 작전계획5029 문제로 양국이 극심한 마찰을 겪은 터라 그 파장이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有故) 등 북한에 특수한 상황이 생길 경우 주한미군이 주도적으로 대량살상무기 통제권 확보 등에 나선다는 작계5029는 그 추진과정에서 ‘주권 문제’를 우려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응하는 임무는 한국군이 주도해야 하며, 섣불리 미군이 북한에 투입될 경우 전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NSC의 논리였다.

벨 사령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 유사시 유엔사가 중심이 되어 이에 개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다시 말해 유엔사라는 장치로 우회해 사실상 작계5029와 같은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을 낳았다고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청문회 발언이 사전에 우리측에 통보되던 그간의 관행과 달리 이때는 그런 절차가 없었다는 것 역시 한국측 당국자들을 당혹케 원인이었다.

불똥은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이하 안보실) 관계자들에게 가장 먼저 튀었다. 주한미군과의 사전조정 미비로 사령관의 민감한 발언이 청문회 자리에서 공개된 데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것. 담당자들은 경위서를 작성하는 등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곧 국방부에 대응을 주문했고, 국방부는 급히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은 비공식적으로 벨 사령관을 불러 유감을 표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한미군사령부도 곧이어 ‘잘못된 보도내용에 대한 주한미군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정작 어떤 보도의 어떤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명확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국무부 고위관계자에게 ‘우려’ 전달



그러나 벨 사령관의 행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불과 두 달 뒤 이보다 더욱 민감한 사안이 불거진 것. 지난해 5월9일부터 사흘간 용산에서 개최된 ‘유엔사-특전사 컨퍼런스’가 그 주인공이다. 유엔사가 13개국 군사 전문가들을 초청한 이 세미나에서는 ‘북한정권 붕괴 및 남북한 무력충돌 등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유엔사 주축으로 구성될 특수부대의 운영방안을 의제로 다뤘다. 의미심장한 것은 이러한 내용을 주한미군 사령부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 군사 전문지 ‘성조’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우 상세히 공개했다는 점. 사실상의 공개선언이었다.

청와대 일각에서 ‘주한미군이 사령관 교체 이후에도 유엔사 강화를 멈추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계가 있는 듯하다’는 관측이 나온 게 이 무렵부터였다.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가 해체된 후에도 유사시에는 유엔사를 통해 사실상 한국군 통제권한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미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에 매우 적극적이지만, 이후의 위상 저하를 우려하는 주한미군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같은 해 7월13일 벨 사령관이 국회 안보포럼 강연에서 작통권 환수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군사력 지원 규모 ▲지상작전에 대한 미군의 기여 수준 ▲작통권 단독행사 시 한국 정부의 전시 목표 ▲지휘관계 변화와 유엔사의 역할 및 정전협정 상관관계 등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올해 1월9일에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유엔사의 역할과 임무 조정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현재 유엔사의 역할을 수정하는 문제를 한미간에 협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사시 유엔사의 역할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작통권 이양을 미루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1월 기자회견의 상당부분은 그간 진행되고 있던 양국간 협상을 압박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보니 원래 예상보다 1000억원이 부족하다”며 “한국인 노무자 및 한국기업 군수보급 용역 삭감 등을 통해 이를 벌충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군기지 이전 일정에 대해서는 “2008년으로 예정돼 있던 평택 이전이 정치적인 이유나 예산 문제 등으로 차질이 빚어지면 이에 맞서 싸울 것(I’ll fight this)”이라고 격한 단어를 사용해 이튿날 아침 대부분의 신문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돌출발언에 당황한 정부는, 벨 사령관 본인뿐 아니라 출장 나온 미국측 고위관계자에게 다시 한번 우려의 뜻을 전달하는 강수를 둔다. 1월30일 ‘문화일보’는 ‘정부 당국자가 1월26~28일 방한한 캐슬린 스티븐스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와 유엔사 문제를 토론하면서 ‘벨 사령관의 발언이 오해를 살 여지도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의미 없었음이 확인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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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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