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고,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사이 온누리교회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대형 교회’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던 교회는 2007년 1월 현재 등록교인 5만3000명을 넘어섰다. 일요일에만 일곱 번 예배가 열리는 서빙고동 본당뿐 아니라 서울 양재, 부천, 수원, 대전, 남양주, 평택, 인천에 지(支)교회를 두고 있고 18개에 달하는 해외 교회도 열었다.
교인 숫자로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같은 ‘초대형 교회’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매년 30~50%에 육박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만큼은 단연 독보적이다. 이 기간이 전체 기독교인 숫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한국 기독교 위기론’이 나온 시점이란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교인 숫자와 성장세만을 따지는 것은 교회를 평가하는 적절한 기준이 아닐 수 있다. 일부 대형 교회의 세습 문제, 투명하지 못한 재정 문제, 신도들 간의 갈등과 법정싸움 등 안으로 곪아들어가는 치명적인 한계들이 한국 교회의 병폐로 비판받은 지 오래다. 그러나 온누리교회는 앞에서 열거한 문제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취재를 위해 인터뷰한 대부분의 교계 관계자들이 ‘한국 보수교회의 대표주자’라는 평가에 긍정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회 전체에 ‘반(反)기독교 정서’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시점에 온누리교회를 들여다보겠다고 결심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상식과 법률의 관점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부 교회를 기준으로 한국 기독교를 말한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한국 축구의 수준을 가늠하려면 조기축구 모임이 아니라 대표팀을 봐야 하는 법이다. 대표주자가 가진 비전과 가능성을 통해 한국 기독교의 비전과 가능성을 보고, 거꾸로 대표주자가 가진 고민과 한계를 통해 한국 기독교의 고민과 한계를 가늠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한 교회를 쉴 새 없이 드나들며 그 구석구석을 살피게 됐다. 교회란 본질적으로 이중적인 존재다. 지상을 딛고 서서 천상의 논리를 지향한다. 이 기사는, 어린 시절 천상의 관점에서 동경하던 교회를 나이가 들어 지상의 관점에서 다시 돌아본 기록이다.
30, 40대가 많은 교회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싫어하는 분도 계십니다. 우리가 그분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분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서 국가 최고통수권자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사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여야 합니다…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결코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습니다. 소위 ‘반노’와 ‘친노’로 갈리는 길입니다…따라서 우리는 ‘어느 당이 옳다’ ‘누가 옳다’고 판단하기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모든 기준을 두어야 합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 당이 옳은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만 옳습니다. 말씀만 옳습니다.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사태 무렵 하용조 목사가 교회신문에 기고한 칼럼 일부) |
온누리교회가 자리잡은 용산구 서빙고동은 동부이촌동과 묶여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이다. 강변북로에 바로 잇닿아 있어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으로 가는 게 훨씬 수월한, 강북에 있지만 오히려 강남에서 더욱 접근하기 쉬운 지리적 위치는 이 교회의 독특한 면모를 상징한다.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사회적 위치에 있는 젊은 교인이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30, 40대가 60%를 넘는 교인 구성은 다른 대형 교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