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지지율은 지난 8월16일 ‘한겨레’ 여론조사에선 0.1%였다. 그런데 한 달이 못 된 9월10일에는 3%대를 획득하면서 대선주자 중 4, 5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이명박 51.6%, 손학규 8.5%, 정동영 4.7%, 문국현 3.6% : MBC-코리아리서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흥행 면에서 대박이 나지 않는 점과 맞물려 문 후보는 ‘범여권의 마지막 카드’로 꼽힌다. 문 후보가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후보 지지자들이 말하는 문 후보의 장점을 정리하면 대략 8가지다.
▲유한킴벌리를 동종업계 1위로 키운 경영 능력 ▲다국적 회사 전문경영인 출신으로서의 국제감각 ▲YK(4조2교대)로 상징되는 ‘신(新) 노사모델’ 주역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친(親)환경’ 이미지 ▲중소기업 우선, 직원 재교육 중심의 ‘사람중심 진짜경제’ 메시지 ▲월급 상당액을 기부했다는 ‘청렴’ 이미지 ▲정치 신인으로서의 신선함 ▲가족애와 자수성가형 성공 스토리 등이다.
문국현의 8가지 ‘상품성’
문국현 회의론자들은 “환경부 장관이나 노동부 장관감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대통령은 아직…”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매출 1조원대 회사는 국내에 널렸다. 이 정도 회사 운영 경험밖에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국가를 맡기나”라는 것이다. 문 후보의 최대 약점은 공직 경험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국회의원, 장관 거쳐야 대통령 된다는 법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의원, 장관, 자치단체장 경력이 없는 주자는 문 후보가 유일하다.
대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문국현 후보는 ‘경력 이상의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거꾸로 문국현의 일천한 ‘공직수행 경력’은 대선주자로서 그를 평가하려는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다.
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초대 환경부 장관에 주저 없이 문 후보를 지목했다. 그러나 문 후보가 고사했다. 당시 유한킴벌리의 노사화합-직원 재교육 모델이 노 대통령을 감동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이 모델을 만든 문국현 당시 사장의 이상(理想)을 국정 전반에 구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사람입국 신경쟁력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2004년 5월27일 문 당시 사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비록 회사 경영을 겸임하는 비상임이기는 하지만, 이 공직은 문 후보에게도 자신의 구상을 정책으로 실현시켜볼 좋은 실험 기회였다. 문 후보는 핵심 대선공약으로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되 고용안정, 평생교육, 복지를 중시하는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제시했다.
문 후보는 고용안정, 평생교육의 방법론으로 ‘근로시간의 단축’을 제시했는데, 이는 유한킴벌리의 4조2교대 근무방식이 모델이다. 외환위기를 맞아 많은 기업이 인력을 감축할 때 문 당시 유한킴벌리 사장은 근로자를 4개조로 나눠 토·일요일 없이 365일 공장을 가동하는 한편, 근로자의 전체 근로시간은 줄여 재교육을 받도록 하는 모델을 적용해 인력감축 없이도 생산성을 높였다고 한다.
‘사람입국 신경쟁력 특위’는 문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제시한 핵심 공약을 2년 전인 2004년 이미 국정에 접목시켜본 자리였다. 문 후보는 2004년 5월27일 대통령에게 특위의 활동 방향에 대해 “뉴 패러다임의 핵심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직장을 평생 재충전, 평생학습의 장으로 전환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건강하게 평생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당시의 특위 목표가 현재 그의 ‘진짜경제’ 대선공약과 거의 비슷한 정책적 지향점이었음을 보여준다. 노 대통령도 이에 공감, 문 당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이후 위원회는 4조2교대 근무제의 범사회적 확산 등 목표의 실현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