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내부자 거래와 자기 거래를 금하면 외부 투자자들이 정보에 밝은 내부자에게 희생당하지 않을 수 있고, 따라서 기대 수익도 높아져서 외부인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 보호에서 성공한 나라의 금융시장은 그렇지 못한 나라에 비해서 발전한 것이라고 자료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상황은 독점력이다. 맥밀란 교수는 제약업계를 통해 시장경제의 어두운 면과 가장 밝은 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모험인 신약 개발이 가능한 것은 성공한다면 보장되는 특허권(독점권의 또 다른 이름이다)에 따른 엄청난 이익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은 부자 나라에서 만든 비싼 에이즈 치료제를 살 돈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제약회사들을 비난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이 경우, 문제의 핵심은 모험인 신약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한 기업에 이익을 보장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프리카의 가난한 환자들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아프리카같이 가난한 국가에서는 복제 약품을 만들어 저렴하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제약회사의 수입에는 별 타격이 없다. 어차피 대부분의 이익이 선진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단, 아프리카에서 판매되는 복제 약품이 선진국에 재(再) 유입되지 않도록 규제하여 제약회사의 이윤을 보장하고, 아프리카에서는 복제 약품을 허용하도록 각 정부가 시장을 설계하는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경매, 주파수 경매
건전한 시장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다섯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정리하고 있다. (1) 정보의 원활한 흐름 (2) 사유재산권 보호 (3) 신뢰 구축 시스템 마련 (4)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 구축 (5) 건전한 경쟁 시스템 도입. 저자는 시장은 그 자체로 불완전하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최상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시장경제의 성패는 설계에 달려 있으며, 올바른 설계를 위하여 참고해야 할 성공과 실패의 요인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알스메르 꽃시장, 일본의 스키지 어물시장, 인터넷 경매시장인 eBay, 실리콘 밸리, 하노이의 ‘개구리 시장’ 같은 사례를 통해 시장에서 정보, 인센티브, 소유권과 특허권의 역할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그 원리를 균형 적인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1994년 미국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경매를 통해 사업상 필요한 주파수를 확보하려 시도했다. 그전까지 미국은 주파수를 원하는 업체들에 추첨으로 할당했다. 그러나 추첨제는 주파수를 빠르게 할당하는 데는 효율적이었지만, 주파수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방법이었고 시장규모는 0에 가까웠으며, 주파수를 가장 잘 활용할 만한 사람들에게 주파수가 할당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경매에 정통한 경제학자들이 주파수 경매방법을 설계해 실행한 결과, 42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수입을 미국 정부에 안겨주었다. 시장 창출을 통해서 미국의 소비자와 납세자가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것이다. 거기다 비싼 값에 주파수를 할당받은 업체들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해당 주파수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다.
올바른 시장 설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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