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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꺼풀 벗겨본 미국 ④

‘사랑’으로 맺어진 꿈의 결혼식?

“고질라 신부, 프랑켄슈타인 신랑… 결혼은 국경 없는 스트레스”

  • 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사회학 kimsk@stanford.edu

‘사랑’으로 맺어진 꿈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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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평등 부르는 ‘동류혼’

한국에서는 여름에 결혼식을 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름이 성수기다. 특히 6월에 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영어로 6월을 뜻하는 ‘June’이 가정과 결혼의 수호여신인 ‘Juno’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6월을 선호한다는 것이 유력하다. 그 다음으로는 8월에 결혼식이 많다.

미국 결혼식의 하객 수는 평균 166명으로 한국에 비해 월등히 적다. 그동안 쏟아 부은 축의금을 회수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초대하는 한국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당연히 하객 1명에게 들어가는 돈도 한국보다 훨씬 많다. 손님을 온종일 한 자리에 모셔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정성을 들인다. 하객들도 밥만 먹고 자리를 뜨는 경우는 없다.

체면과 겉치레를 중시하는 한국의 결혼문화가 불편한 사람들은 미국의 문화가 부러울지 모른다. 신랑 신부가 모르는 사람이 수백명씩 초대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이 결혼을 기꺼이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만 초대된다. 결혼식은 훨씬 경건하고 아늑하게 치러진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사랑만 있으면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미국의 남녀 모두 외적 조건이 비슷한 사람끼리의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인구학(Demograph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03년 현재 교육수준이 동일한 사람끼리의 결혼이 전체의 55%를 차지했고, 이는 1960년대 이후 최고치다.



2004년 ‘결혼과 가족 저널(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에 실린 논문에서도 여성의 결혼 전 연봉이 높을수록 결혼하게 된 남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더 이상 외적 조건이 처지는 결혼을 원하지 않고 신데렐라 스토리는 그 실현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진다.

이러한 교육·경제적 ‘동류혼(homogamy)’이 미국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발표한 200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결혼이 미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약 13%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동류혼은 결혼을 통한 사회적 계층이동 가능성을 점차 감소시킨다.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면 일단 수입이 적을 뿐만 아니라, 고용 불안정성도 배로 떠안게 된다.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실업률은 증가하기 때문에 저학력 부부의 경우 두 사람 모두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적 동류혼은 결국 고용적 동류혼 (employment homogamy)으로 이어지곤 한다.

미국도 ‘혼테크’?

조건을 보고 결혼하는 행태도 점차 노골화한다. 부유층의 정보를 제공해 가입자들로 하여금 백만장자 배우자를 찾게 하는 웹사이트도 생겼다. 이름 하여 ‘밀리어네어매치닷컴’. 우리말로 ‘백만장자와 맺어주기 사이트’ 정도가 될 것이다. 초기 화면에는 “가입자 중 의사, 변호사, 기업 CEO, 프로 운동선수, 미인대회 수상자, 모델, 연예인들도 있다”고 쓰여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신원 및 재산내역 증빙서류를 제출한 가입자에 한해 ‘보증된 백만장자(certified millionaire)’라는 타이틀을 제공한다. 자격은 부채를 제외한 순수자산이 100만달러 이상, 연봉이 15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그만큼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통해 이른바 ‘물 관리’를 한다는 뜻.

지난해 경제전문잡지 ‘머니’는 ‘억만장자와 결혼하는 법(How to marry a billionaire)’이라는 제목 아래 부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결혼을 택하는 미국인들의 ‘혼테크’ 행태를 꼬집었다. 이 기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버는 것이든 돈 많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든,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백만장자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

이러한 세태는 TV쇼에도 반영됐다. 2000년 폭스네트워크에서 방영한 리얼리티 쇼 ‘수백만장자와 결혼하기(Who wants to marry a multi-millionaire)’에는 50명의 여성이 출연해 남성 재력가 한 명을 두고 경쟁했다. 남성에 대해 공개되는 정보는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뿐. 심지어 그의 외모도 실루엣으로만 처리됐다.

‘사랑’으로 맺어진 꿈의 결혼식?

결혼은 그 나라의 사회 문화를 반영한다.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한국인 입양아 출신 토비 도슨씨가 아내 리아 헬미씨와 전통혼례를 올리는 모습.

이 쇼에서 우승한 간호사 출신의 한 여성은 상금 10만달러와 부상으로 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았고, 실제로 그 남성과 결혼했다. 훗날 출연 남성에게 가정폭력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고, 이 여성은 결혼 무효소송 절차를 밟은 뒤 반지도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통해 팔아버렸다.

사랑이건 조건이건 개인의 선택에 의해 배우자를 찾았다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가족이다. 흔히 미국에서는 부모가 “자식 결혼에 초대만 받아도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결혼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신랑 신부 본인이 결정하리라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결혼이 가족과 가족의 결합임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전용 포털사이트 아이빌리지(iVillage)의 결혼관련 게시판에는 예비부부의 스트레스에 대한 글들이 올라온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가족문제. 특히 참견하는 어머니로부터 어떻게 자기가 원하는 결혼을 지켜낼 것인지가 고민거리다.

얼마 전 이 사이트에는 ‘간섭하는 엄마 다루기’라는 제목 아래 네 편의 칼럼이 연재됐다. 그 내용도, 딸을 떠나보내는 친정어머니의 괜한 심술에서부터 결혼식 준비에 사사건건 참견하는 시어머니까지 한국의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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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사회학 kimsk@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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