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 기민성, 순발력만으로 통하던 산업시대는 끝났다. 기술 원가가 제로에 수렴하는 경제에서는 가치를 새롭게 정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가치는 처음 개발한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만 창출된다.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고 물품과 서비스의 이동영역이 확대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 부족한 것은 사람의 관심이지 물건이 아닌 것이다.
앞으로는 생산 중심에서 마케팅 중심으로, 판매 중심에서 관계구축 중심으로 궤도 수정을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진정으로 소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은 고객관계뿐이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서 중점을 둘 것은 시장을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고객을 얼마나 사로잡느냐다. 한 종류의 제품을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팔려고 애써서는 안 된다. 한 명의 고객에게 다양한 제품을 평생에 걸쳐서 많이 팔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업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에이전트가 돼야 한다.
일찍이 현대 경영학을 개척한 피터 드러커는 생산 관점에서 마케팅 관점으로 인식을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고객은 사업의 기초이며 존재의 이유이다. 고객만이 고용을 창출한다. 사회가 부를 낳는 자원을 기업에 위임한 것은 고객에게 그것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목표는 고객을 창출하는 데 있으므로 모든 기업은 오직 두 가지 기능, 즉 마케팅과 혁신에만 전념하면 된다. 마케팅은 제품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특이한 사업 기능이다. 모든 사업을 최종 결과의 관점에서, 즉 고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소명이 모든 사업 분야에 확산되어야 한다.”
취미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마케팅에 효과적인데 그것은 다음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각성기로, 장래의 판매를 염두에 두고 고객에게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 단계다. 2단계는 일체감 형성기다. 고객은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친근감을 느끼고 그것을 자아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특정 제품은 그가 세상에서 자신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가령 캐딜락이나 폴크스바겐의 비틀이 그 예이다.
3단계는 관계 형성기다. 회사와 고객은 서먹한 관계에서 쌍방향 관계로 이동한다. 소위 고객친밀감이 조성되는 것이다. 가령 홀마크는 고객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중요한 날짜가 들어 있는 방대한 자료를 이용, 적당한 시기에 알맞은 카드를 추천하는 e메일을 날린다.
4단계는 공동체 형성기다. 회사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비슷한 고객끼리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 상업적 관계를 구축하고 개별 고객의 평생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다.
▼About the author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터프츠대학의 플레처법과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그 후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을 설립해 현재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세계 지도층 인사들과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아울러 과학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해온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책은 ‘엔트로피’다.
기계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에너지 낭비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한 것이 엔트로피 개념이다. 그 후 그는 ‘노동의 종말’을 통해 정보화 사회가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프킨은 환경철학자이다. 접근 방식 자체가 환경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엔트로피라는 개념도 그렇고 육식의 종말도 그렇다. 육식에 대한 비판이나 생명 현상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저서로 ‘생명권 정치학’ ‘바이오테크 시대’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등이 있다.
▼Impact of the book
저자가 쓴 ‘육식의 종말’을 읽은 후 쇠고기를 별로 먹지 않게 됐다. 소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환경에 영향을 주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유의 종말’을 읽은 후 모든 고객과의 관계를 반성하게 됐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를 맞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떠받들어온 모든 경제적 기반이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 그 자리는 역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신하고 있다. 네트워크 경제의 탄생, 탈물질화, 물질적 비중의 감소, 무형자산의 부상, 판매에서 서비스로의 변신, 생산 관점을 밀어내고 사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마케팅, 모든 관계와 경험의 상품화 등….
소유에서 접속으로의 전환은 지엽적이고 말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 변화는 너무 미묘해서 사실상 눈에 띄지도 않다가 지나고 보면 그때서야 투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어느 시대에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과거를 돌아보면 명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그렇다. 지금 생각하면 저자가 얼마나 시대를 정확하게 간파했는지 알 수 있다.
▼Impression of the book
이 책의 핵심은 소유가 아닌 관계다. 출간 당시인 2001년도에는 매우 신선했으나 지금은 너무 흔한 사실이 되었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요즘 경기는 최악이다. 대공황 직전과 같은 수준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 같다. 현재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혹시 우리를 떠나려고 준비하는 것은 아닐까. 계속 고객으로 붙잡아두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사회적 현상에 대한 큰 흐름만을 얘기한다. 총론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이를 어떻게 행동으로 바꿀 것인지의 각론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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