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자가 경찰관에게 면허증를 줬다고 하더라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떠났다면 도주에 해당한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알려주어야 하며, 경찰관에게 운전면허증을 건네주고, 그 경찰관이 119와 112에 신고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며, 순찰차나 구급차가 와서 피해자를 구호하는 걸 봐야 한다.
■ 급발진 교통사고는 무죄
운전자가 시동을 건 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았음에도 차가 굉음을 내면서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자동차 자체에서 발생한 어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의해 상상하기 어려운 속력의 주행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고 운전자에게 사고 막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 징계에 따른 결근은 유급휴가기간 산정시 제외
직위해제나 정직 등의 징계를 받은 자에 대해 결근 처리하는 취업규칙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징계기간을 결근 처리해서 해당 연도의 연차휴가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회사의 취업규칙은 무효이니 연차휴가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청구한 사안에 대해 “그 취업규칙이 근로기준법(구 근로기준법 제59조)에 정해진 기준보다 불리하게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면서 “징계가 적법·유효하게 이루어진 이상 결근 처리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 타인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은 재판 증거로 인정 안 돼
노조위원장이 회사를 상대로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사건에서, 노조위원장의 비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회사 측이 제출한 녹취록이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녹취록에는 노조위원장이 조합원총회에서 회사 간부에게 퍼부은 욕설이 담겨 있었다. 법원은 그것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여 몰래 녹취한 것이기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 “분신하겠다”는 옛 남자친구에게 라이터 건네준 것, 자살방조죄 아니다
이미 헤어진 남자친구가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채 “결혼 안 해주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자 “죽을 테면 죽어봐”라면서 라이터를 건네준 여성을 검찰은 자살방조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해자가 실제로 자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자살방조죄가 성립되려면 자살도구인 총, 칼 등을 빌려주거나 조언이나 격려를 하는 등 적극적, 소극적, 물질적, 정신적 방법으로 도와줬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