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의 옷차림은 좀처럼 세련의 영역을 넘보지 못했다. 붙박이장처럼 고정된 낡은 취향과 관심 탓이다. 코트는 남자의 겨울룩 필수 아이템. 세련되고 심플한 코트 소화법으로 ‘멋’에 두 걸음 더 다가가보자.
코트 한 벌에도 꽤 다양한 디테일과 디자인의 변주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대표 격인 체스터필드(Chesterfield) 코트를 통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의미를 체감해보시라.
어깨(Shoulder) 슈트의 어깨선이 불룩하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어깨가 넓고 편안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라펠(Lapel) 셔츠의 깃처럼 코트의 깃 부분을 라펠이라 부른다. 라펠은 코트 종류마다 다른데, 더플 코트에는 라펠 없이 나무로 된 토글(toggle)과 끈 장식이 달려 있다. 라펠이 넓을수록 클래식한 느낌이 더해진다.
버튼(Button) 버튼에 따라 더블 브레스티드(double breasted), 싱글 코트 등으로 나뉜다. 폴로 코트와 발마칸 코트 등은 단추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코트는 슈트와 달리 단추를 채웠을 때 주름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를 선택해야 한다.
버튼홀(Buttonhole) 슈트 라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튼홀은 장식적인 요소로 쓰인다. 코트의 경우 라펠 안쪽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장식적인 목적 외에 브이존을 여미는 등 방한용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라펠의 끝 부분에 달려 있다).
포켓(Pocket) 코트 포켓 장식. 가슴 포켓은 슈트용 코트에는 달려 있으나 트렌치 코트, 발마칸(Balmacaan) 코트 등에는 생략되어 있다. 밀리터리 코트는 포켓이 네 개 정도 달린다.
소매(Sleeve) 코트 소매는 슈트의 소매를 덮을 정도로 길어야 한다. 손목에서 1.5cm, 엄지손가락 첫째 마디 정도까지 내려오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코트의 역사
코트라는 명칭은 외투를 뜻하는 게르만어 ‘코초(kozzo)’에서 유래했다. 추위를 막으려는 목적에서 고안됐으며 최초의 코트는 17세기 후반 영국 남성들이 입던 긴 상의, 19세기 영국 신사들 사이에서 체스터필드 코트가 유행하면서 코트는 신사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건 코트 깃 부분에 덧대어진 블랙 벨벳의 유래. 프랑스 혁명의 열기 속에 공포에 떨던 유럽 부르주아들은 이웃나라 프랑스에서 처형된 수많은 사람을 애도하는 뜻에서 자신의 코트에 검은색 벨벳 칼라를 덧대어 입었다고 한다. 애꿎게도 이 디자인이 유행처럼 번져 이를 계기로 코트 깃에 장식적인 요소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 코트 골라 입기
1 영국 신사들의 고집-체스터필드 코트(Chesterfield Coat)
클래식 코트의 표본. 더블 버튼에 4~6개의 단추가 달렸고, 허리 라인이 없는 일자 형태로 무릎까지 오는 길이가 정석이다. 드레시한 턱시도나 정통 다크 그레이 슈트, 블랙 슈트 등에 갖추어 입되, 절대 캐주얼 룩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 상대적으로 어깨가 넓거나 체격이 큰 사람에게 어울린다.
2 환상의 커플-슈트와 폴로 코트(Polo Coat)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운동선수들이 벤치에서 입는 겉옷에서 시작됐다. 주머니 라펠 등 기본적인 디테일 외에 기타 장식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디자인. 격식 있는 자리의 드레스 업 룩이나 비즈니스 슈트에 어울리며, 데님 팬츠 등 캐주얼 룩에 덧입으면 어색해 보인다. 대신 얼굴형이나 체형에 구애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비즈니스 룩을 연출할 수 있다.
3 강인한 남성미-브리티시 웜(British Warm)
브리티시 웜은 영국 병사들이 전선에서 입은 코트가 일반인 사이에 폭넓게 유행하며 코트의 한 종류로 자리 잡았다.
트렌치 코트 스타일로 변형됐다가 오늘날에는 벨트 장식이 더해져 무릎 길이의 밀리터리 코트로 정착됐다. 단정한 슈트보다 캐주얼한 데님 팬츠, 멋스러운 브라운 부츠 등과 잘 어울린다.
4 험프리 보가트의 상징-트렌치 코트(Trench Coat)
19세기 초 추위와 비바람에 떠는 병사들을 위해 고안된 기능성 겉옷이었다. 당시 멋쟁이 ‘런더너’들은 신선한 트렌치 코트 디자인에 매혹되었지만 방수 기능이 떨어지는 면 소재이거나 무거운 고무 소재로 만들어진 탓에 활용성은 포기해야 했다. 버버리가(家) 창시자 토머스 버버리는 방수 처리된 최고급 면사인 ‘개버딘’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에게 이른바 ‘버버리 코트’로 통하는 트렌치 코트는 이후 대표적인 간절기 아이템으로 악어가죽, 울, 퍼 등 다양한 소재로 진화했다.
1 조지오 아르마니의 체스터필드 코트.
2 휴고 보스의 폴로 코트.
3 란스미어의 브리티시 웜.
4 질샌더의 트렌치 코트.
5 학창시절로의 타임머신-더플 코트(Duffle Coat)
북유럽 어부들의 옷에서 유래한 더플 코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해군이 입었던 군복이 대중에게 유행하면서 일반화됐다. 단추 대신 달려 있는 나무 토글과 끈 장식은 더플 코트의 대표적인 특징. 학생에서부터 비즈니스 맨에 이르기까지 나이, 직업, 체격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입을 수 있다. 단정한 스쿨룩은 자유로운 감성을 지닌 재주 많고 지성미 넘치는 남자로 보이게 한다.
6 젊고 세련된 아이템-피 코트(Pea Coat)
어부의 윗옷에서 비롯된 피 코트는 엉덩이를 반쯤 덮는 길이로 두꺼운 울이나 펠트 소재로 만들어진다. 4개의 단추가 달려 있는 더블 브레스티드 형태이며 두 개의 주머니가 달려 있다. 원래 캐주얼에 주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슈트나 재킷 등의 단정한 비즈니스 룩으로도 연출된다. 스포티하고 발랄한 피 코트는 당신의 마음까지 한층 경쾌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7 따뜻하고 우아한-퍼 코트(Fur Coat)
여성복에 널리 응용되는 퍼 장식은 최근 남성적인 코트와 어우러져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탁월한 보온성과 함께 남자의 중후함을 더해주며,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도 신사의 우아함을 드러낸다. 자칫 과한 스타일링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이너웨어는 되도록 단정한 것을 갖춰입는 것이 좋다. 퍼 장식이 전체적으로 드러난 디자인이 부담스럽다면 코트 칼라 부분에만 덧대진 것을 선택해보자.
8 부드러운 이미지의 상징-캐시미어 코트(Cashmere Coat)
영화 ‘뉴욕의 가을’의 리처드 기어를 떠올려보라. 젠틀한 그의 이미지는 단정한 그레이 슈트와 그 위에 입은 다크 그레이 캐시미어 폴로 코트에서 완성된다. 최고급 소재인 캐시미어는 100% 캐시미어 산양의 털로 만들어진 직물을 뜻한다. 가늘고 유연하며, 실크와 같은 우아한 광택은 캐시미어의 대표적인 특징. 다양한 색상 중 부드러운 아이보리색 캐시미어 코트는 클래식한 브라운 슈트에 중후한 멋을 더한다.
5 A.P.C의 더플 코트.
6 디스퀘어드2의 피 코트.이브생로랑의 체스터필드 코트.
7 퓨어리의 퍼 코트.
8 로로 피아나의 캐시미어 코트.버버리 프로섬의 화려한 트렌치 코트.
▼ 좀더 용감하게! 트렌디하게 입는 코트
겨울이면 손쉽게 찾게 되는 베이식한 코트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 이번 가을 겨울 시즌 남성복 디자이너들은 평범한 남자들을 위해 다양한 버전의 코트 룩을 선보였다. 그들의 천재적인 감각이 빛을 발한 코트들을 감상해보자.
버버리 프로섬의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그의 명민한 감각을 트렌치 코트에 완벽히 쏟아냈다. 밀리터리 느낌이 가미된 코트는 깃털, 뱀피 소재나 레오파드 패턴 등이 더해져 놀라운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이와 반대로 이브생로랑은 차분한 베이지 색상을 자연스럽게 연출한 코트를 선보였다. 이브생로랑의 수장 스테파노 필라티는 매 시즌 스카프를 포인트로 활용한 매력적인 룩을 연출해왔다. 스카프와 함께 올해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클래식한 체스터필드 코트. 여기에 통이 넓은 스트라이프 팬츠와 옥스퍼드 슈즈를 조화시키고 무늬가 있는 그린색 실크 스카프로 마무리했다.
▼ T.P.O에 따른 코트 100% 활용하기
비즈니스 미팅-꽉 조이는 긴장의 미학
빈틈없이 재단된 폴로 코트는 비즈니스 맨의 신뢰감과 안정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단조로운 슈트의 색상 탓에, 각양각색 타이와 셔츠로 브이존에 힘을 준다 해도 심심해 보이기 십상이다.
폴로 코트로 당신의 비즈니스 룩을 좀 더 감각적으로 연출하려면 편안한 라인 대신 몸에 완벽히 붙는 코트를 선택하라.
몸에 붙는 다크 그레이 폴로 코트를 입고 카키색 셔츠와 슬림한 팬츠, 그리고 브라운 타이를 매치한다. 그런 뒤 끈이 달린 옥스퍼드 슈즈로 마무리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배가 나왔거나 키가 작은 체형 탓에 붙는 옷을 꺼린다. 그러나 자신의 민망한 체형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 사이즈 작게, 몸에 딱 맞게 입는 것이다.
여행-코트로 젊어지는 시간
올겨울 코트를 멋스럽고 현명하게 즐기려면 스니커즈, 장갑 모자 등의 액세서리를 적극 활용해보시라. 액세서리의 활용은 심심한 당신의 옷차림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적이다.
베이지 트렌치 코트에 흰색 셔츠와 카디건을 매치한 뒤 검은책 슈즈 대신 흰색 스니커즈를 신어보라. 어두운 그레이 팬츠와 브이넥 니트에 피 코트를 입었다면, 체크 헌팅캡으로 젊은 감각을 불어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구나 연출할 수 있는 밋밋한 코트 스타일링에 포인트를 주는 것. 이 단순한 방법은 당신을 언제, 어디서든 돋보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