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MB의 또 다른 복심(腹心)’ 박창달 전 의원 직격탄

“강만수 스스로 용퇴하고 이재오 귀국 자제하라”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ue@donga.com

    입력2008-12-05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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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만수, 대통령 팔거나 눈치 보거나 하지 말고…”
    • “이재오 귀국, 국민정서 덜 익었고 계파갈등만 초래”
    • “정두언의 폭로, 일종의 ‘애정 결핍 증후군’”
    • “대통령 주변에 이봉화 사표 받아낼 사람도 없어”
    • “류우익 전 실장의 연구소 확대, MB 뜻 아니다”
    • “박영준, 억울하겠지만 더 칩거해야”
    • ‘MB 포항 4인방’…“대통령 위해 할 말 하겠다”
    ‘MB의 또 다른 복심(腹心)’ 박창달 전 의원 직격탄

    사진 장승윤기자

    ‘이재오 귀국’ 문제로 여권이 시끌벅적하다. 권영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국회의원)은 11월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냥은 이미 끝났고 지금은 사냥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움직임을 강력히 비난했다.

    ‘사냥개’ ‘더 이상 필요 없다’에 이재오계는 극도로 격앙했다. 이재오계의 좌장격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같은 날 라디오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정권교체에 큰 역할을 하신 분이다. 사냥개로 표현하는 것은 부관참시”라고 권 전 총장을 공격했다. 친이명박 원외위원장 23명의 모임인 ‘거해’ 측도 11월13일 “권 전 사무총장은 대국민사과를 하고 탈당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미국에서 전화로 만류했다. 그러나 친박근혜계 일각에선 “일부 거친 표현이 문제가 됐지만 권 전 총장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11월15일 MBC 보도).

    이재오 귀국설의 시초

    이 전 최고위원은 4월 총선 패배 후 5월26일 미국 워싱턴으로 가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한국학 등의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재오계는 올해 하순부터 ‘이재오 복귀’를 적극 띄우고 있었다. 최근에는 이 전 최고위원의 교사 경력을 들어 ‘교육부총리설(說)’도 흘러나왔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10월13일 “당직이나 정무직으로 복귀할 수도 있고, 재·보선이 있으면 나가서 국회의원으로 복귀할 수도 있겠고,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재오 복귀론의 시초는 박창달(朴昌達·62) 전 의원이었다. 박 전 의원이 9월25~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난 것이 20여 일 뒤 언론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국내 복귀 본격 추진”으로 기사화되면서부터였다.



    그런데 정말 박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의 조기복귀를 위해 이 전 의원을 찾아간 것이었을까. 최근 ‘신동아’는 이재오 복귀설,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 경질논란, 쌀 직불금 사태 등 여권 내부의 쟁점과 관련해 ‘MB의 또 다른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박창달 전 의원을 인터뷰했다. 그는 정치 현안에는 한 발 물러나 핵심 실세 사이에서의 조정 역할을 해왔다. 발언도 늘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신동아’ 인터뷰에선 이런 행보에서 탈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여권 내부 문제와 관련해 논란의 여권 인사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3선 의원을 역임한 박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특보단 단장을 맡는 등 이 대통령과 친형 이상득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의원은 이 대통령과 이 의원의 포항중학교 후배로 이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춘식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포항 4인방’(10월18일자 조선일보)으로 불린다.

    특히 박 전 의원은 ‘조직의 귀재’라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대의원 표를 얻을 수 있도록 이 후보를 도운 조직, 지난 한나라당 최고위원 경선 때 선거인단 수의 40% 안팎을 회원으로 확보한 조직이 현재는 박 전 의원의 손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 회원이 30만 명 정도인데, 한나라당 당원이 많아 당내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에 따르면, 박 전 의원은 가끔 이 대통령을 면담하며 이상득 의원과는 경북도당 위원장-사무처장으로 호흡을 맞춘 뒤부터 ‘형님·동생 사이’다. 2005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박 전 의원은 최근 복권된 뒤 입각 물망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측근, 자기만 살겠다고…”

    ▼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고민이 많으시죠? 곁에선 본 이 대통령은 어떤가요.

    “이 대통령은 순발력이 있고 일은 철두철미해서 수하에게 집요하게 질의하고 대책을 요구하죠. CEO의 매서운 면이 있어서 잘 모르고 대응하는 사람에겐 어려운 분으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원래 속마음은 깊은 분이예요. 각 분야 전문가를 존중하고 일단 믿고 맡기면 실수를 만회할 기회도 주면서 진정한 국익을 챙기는 분입니다. 다만 대통령도 슈퍼맨은 아니어서 옆에서 잘 챙겨드려야 하는데….”

    ▼ 대통령에 대한 보좌에 문제가 있다?

    “일부 인사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모습으로 모든 책임을 대통령께 미루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요. 안타까워요.”

    ▼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뭔가요.

    “지난 촛불시위 당시 각종 민생현안에 대한 시중의 여론을 대통령께 속 깊게 전달했어요. 과연 대통령도 여론에 공감하면서 대책 마련의 긴요함을 인식하고 있었어요. 대통령은 주요 현안이나 이슈에 둔감하지 않아요. 상당히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해법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대통령이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참견하고 지시할 수는 없잖아요. 문제는 손발인 것 같아요.”

    ▼ 예를 들면 어떤….

    “각종 사안에서 대부분 그래요. 청와대와 각료는 보이지 않고 대통령과 정치권만 있는 것 같아 답답한 심정입니다. 대통령이 모든 사안을 직접 해결하라는 식이예요, 각료들이. 총대 매는 사람이 없잖아요. 누가 자신을 고위직에 임명해 주었는지, 국민이 누구를 믿고 정권을 교체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항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일해야 하는데 다른 생각, 다른 입장 때문에 중요한 사안은 처리하지 않고 몸 사리는데 급급하고 있잖아요. 이건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이런 분들은 스스로 알아서 나가야 해요.”

    “궂은 일, 아무도 안 나서”

    ▼ 정부 여당은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의 문제에서 비롯된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로 홍역을 치룬 바 있죠.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이봉화 전 차관은 그 사건이 터졌을 때 자신을 믿고 임명해준 대통령을 위해 가급적 빨리 용퇴했어야 했어요. 구차하게 버티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개혁을 주장하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았다고 봅니다. 당시 이봉화 전 차관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면 누군가가 대통령을 대신해 조속히 사표를 받아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도 이런 궂은일에는 나서지 않아 얼마나 오랫동안 이 문제가 방치됐습니까. 이렇게 때를 놓치는 일이 쌓이고 쌓여서 정권 초기임에도 불신이 커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및 신청자’ 전원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여론도 있고 여기에는 여권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쌀 직불금은 지난 정권에서 시작된 문제이지만 현 정부에 대한 농심(農心)이 악화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적당히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고 봐요. 여야를 떠나 농민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자기 당의 입장만을 지엽적으로 대변하면서 눈치보다가 실기(失期)해선 안 됩니다. 탈·불법적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 과감히 도려낸다는 아픔도 감수하고 용서를 구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절실합니다. 내가 16대 국회 교육위 야당 간사를 맡을 땐 전교조의 요구도 수용할 것은 수용했어요.”

    지난 9월 워싱턴을 방문해 이틀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만나고 온 것과 관련, 박창달 전 의원은 “‘내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측근이고 이재오 귀국을 추진하기 위해 워싱턴에 갔다’고 일부에 알려져 있는데 잘못된 것이다. 나와 이 전 최고위원은 동지적 관계(※박 전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보다 1살 아래)이고, 나는 그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박 전 의원은 인터뷰에서 친이명박계 인사 중 처음으로 이 전 최고위원의 조기 귀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관심을 끌었다.

    “형님으로 모시겠다”

    ▼ 지난 9월 이 전 최고위원과 워싱턴에서 만난 건, 정확히 어떤 목적이었나요.

    “마치 구원투수 자격으로 이 전 최고위원을 조기 귀국시키기 위해 내가 워싱턴에 간 것처럼 되어 있던데 그건 사실이 아니고. 그런 전개를 들으니 의아했어요. 순수한 위로방문이었습니다.”

    ▼ 함께 약주도 했나요.

    “이 전 최고위원이 술을 못해요. 맥주 한 컵 정도던가. 특강 요청도 많이 받고 학교생활에는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조용한 동네에 방 얻어 혼자 밥 해먹고…고생하는 것 같더군요. 누가 나가라고 떠민 건 아니지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봐요.”

    ▼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갈등을 빚었는데요. 이 전 최고위원이 워싱턴에서 박 전 의원과 대화하면서 “돌아가면 이상득 의원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했다면서요?

    “워싱턴에서 만났을 때 이 전 최고위원은 총선 당시 이상득 의원과의 문제와 관련해 ‘나는 그 때 대통령에게 소장파의 결의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들어간 게 아니라, 다른 일로 갔다가 그 이야기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이 전 최고위원은 ‘이상득 의원과의 오해는 모두 풀었다. 돌아가면 이상득 의원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하더군요.”

    ▼ 박 전 의원은 이 전 최고의원에게 무슨 얘기를 했나요.

    “박근혜 전 대표의 반감을 사게 한 ‘투사형 이미지’는 버리고 ‘이재오계’는 없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어요.”

    ▼ 자, 그런 조건이라면 당내 이재오계가 주장하듯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인가요. 이 전 최고위원의 조기귀국에 찬성인가요.

    “출·입국은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예요. 그러나 현재 국내 정치상황에서 입국할 경우 아직도 덜 익은 국민정서도 있고, 계파갈등이 재점화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비쳐질 공산이 있기에 자제하는 쪽으로 본인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시기의 청와대 측 움직임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재오계 좌장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당초 G20 정상회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 수행단 명단에 올랐으나 출국을 며칠 앞두고 청와대 측으로부터 “동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 최고위원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의 면담 일정까지 잡아뒀었다고 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재오 복귀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공 최고위원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만나게 되면 ‘이 전 최고위원을 조기에 귀국시켜야 한다’는 이재오계의 주장이 또 다시 언론에 오르내리게 된다. 청와대로서는 이 점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조기 귀국하면 자연스럽게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지지자들과 만나게 되고, 그런 만남 자체가 ‘이재오계의 결집→친박계의 견제→친이재오계와 친박계의 갈등 재연’의 수순을 낳을 수 있다. 금융-경제 위기의 와중에 이렇게 정쟁(政爭)의 불씨까지 되살아나는 것을 여권 핵심부는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MB의 또 다른 복심’ 박 전 의원이 친이계열 중 처음으로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사실상 이재오 귀국 반대를 밝히고 나선 것과 청와대 측의 움직임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정계복귀는 상당기간 늦춰질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내년 초까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정계복귀가 무산될 경우 친이계열 중 이재오계의 동요가 본격화될 것이다. ‘이재오라는 구심점을 잃게 되면 결국 우리는 경쟁 계파에 의해 와해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자기생존을 위해 이 전 최고위원을 끌어다 앉히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MB의 또 다른 복심(腹心)’ 박창달 전 의원 직격탄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은 여권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뜨거운 감자’다. 강 장관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 위헌심판 결정에 앞서 “헌법재판소 사전 접촉” 등 부적절한 언급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강 장관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강 장관은 10월에도 은행은 해외자산을 조기 매각하라고 주문했다가 한국 경제가 얼마나 심각하길래 저러느냐는 시장의 엉뚱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은행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 역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가 닷새 만에 뒤집었다. 이러다가 나라 안팎에서 ‘강만수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나오게 될지 모를 일이다.”(11월 8일 조선일보)

    그러나 청와대 측은 ‘강만수 디스카운트’가 한국 경제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11월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비상한 시기에 한 달, 한 달 반은 굉장히 중요하고 특히 연말 예산처리와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주무장관이 흔들림 없이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기 본분 알아야 해요”

    박창달 전 의원은 “장(將)이 바뀌면 머리 아프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들이 있다”며 야당 측이 요구하는 강만수 장관의 즉각적 퇴진에는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때가 되면 강 장관 스스로 용퇴하라”고 했다.

    ▼ 강만수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최근 강 장관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같은 훌륭한 일을, 국가간 업무를 수행한 공로도 있고 어려운 경제 난맥상을 풀어가려고 노력하는 점은 충분히 인정됩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자기 본분을 알아야 해요.”

    ▼ ‘본분’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강 장관은 조세 전문가로 알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는 거시 경제적 해법으로 풀어나가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강 장관이 현 위기 상황의 최적임자는 아니다?

    “장관 임면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는 합니다. 수행해야 하는 중요 업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해요. 그러나 최근에도 헌재와의 접촉 발언 같은 구설이 나왔어요. 계속 여권에 부담을 주는 인상은 대통령에게도 누가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해요. 자리에 연연치 말고 항상 국가를 위해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좋은 결과를 안고 명예스럽게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상득 신발 큰 이유는…”

    ▼ 강 장관의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때가 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팔거나 눈치를 보거나 하지 말고 알아서 진퇴를 결정하는 게 국가경제 신뢰도 회복에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박 전 의원은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등 일선에서 물러난 MB 측근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류우익 전 실장은 자신이 원장으로 있던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준비기구인 국제전략연구원(GSI)를 모태로, 미국의 후버연구소와 같은 대규모 싱크탱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실장은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을 원장으로 영입하는 한편 상당한 액수의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대통령의 뜻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하는 분이므로 공조직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또 박영준 전 비서관과 관련해선 “정권 초기 인사 문제로 전횡을 한 인물로 비쳐져 있지만, 사실은 자신이 맡은 분야가 그런 일이다 보니 오해가 생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오해 소지를 스스로 막지 못한 책임도 있는 게 사실이다. 당분간 칩거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 정두언 의원이 이상득 의원이나 박영준 전 비서관 측을 겨냥해 ‘전횡’ 의혹을 폭로한 적도 있고 당 일각에서 소문도 있었는데, 정말 이상득 의원이 ‘만사형통(萬事兄通)’인가요?

    “내가 이상득 의원과는 수시로 연락을 하는데, 정말 그런 거 없어요. 곧 여든을 바라보는 분이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이명박 정권 이후엔 그 분에게는 정치적 미래가 없잖아요.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친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임명했어요.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역할을 했어요. 아무 문제없었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정두언, 충정(忠情) 있었겠죠”

    발상의 전환이 좀 필요하지 않나 해요. 우리는 대통령의 형, 동생이면 당연히 부당하게 권력을 휘두를 것으로 의심부터 해요. 이상득 의원은 자기 발 치수보다 훨씬 큰 신발을 신고 다녀요. 식당에서 밥 먹고 난 뒤 남보다 빨리 신고 나와 계산하려고. 코오롱 사장 시절부터 얻어먹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밴 분이예요.”

    ▼ 그럼 정두언 의원이 왜 그랬을까요.

    “일종의 ‘애정 결핍’이죠. 대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사랑을 독차지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과의 거리가 좀 떨어지다 보니 그랬지 않나 해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때까지는 정 의원의 역할이 컸는데, 대통령이 너무 한쪽으로 쏠렸다고 판단해 다른 데에도 맡기며 조정을 했다고 봐요. 그런데 그 이후 국무위원 인선, 이런 것은 한쪽에서 맡아서 해야 했기 때문에 정 의원 측에서는 좀 멀어졌다고 생각했을 수 있죠. 여기서부터 오해나 갈등이 생기지 않았나 해요.

    물론 정두언 의원은 순수한 뜻에서 충정(忠情) 어린 고언을 한 면도 있었다고 봐요. 다만 방법론에서 신중치 못한 면도 보였다는 거죠. 정 의원이나 여러 분들이 지적한 대로 인선이 다 잘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부분적으로 실망을 준 점도 있었죠. 그런데 ‘고소영 S라인’은 좀 억울하다 싶어요. 현 이명박 정부 내각·청와대 인사에서 특정 지역, 학교, 종교 편중은 없어요.”

    ▼ 한나라당이 무기력하다는 얘기가 계속되는데.

    “170석이 넘는 정당이지만 아직 계파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물밑 화합이 부족해요. 안타까운 일이죠.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훌륭한 의원들이 당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실 그런 자리에 가 있으면 모든 문제에서 일사분란하게 의견을 정리해 대변하기는 힘들어요.”

    ▼ 그러나 당·정·청 간 조율 문제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수시로 다른 의견이 표출되거나 일관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치기도 해요.”

    ▼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결국 소통 부족이거나 계파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계파를 떠나 성공한 정권 만들기에 매진할 때입니다. 박희태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현안을 헤쳐나가야 하고 자기중심 정치는 버려야 할 것으로 봐요.”

    ▼ 계파 말이 나왔으니, 박근혜 전 대표의 향후 역할에 대해선 어떤 견해인지.

    “1998년 4월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내가 당시 한나라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으로서 그 선거를 진두지휘했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나도 오랫동안 ‘친박’으로 통했어요. 현재도 친박계 핵심인사들과 교분을 나누고 있고, 기회가 되면 박 전 대표도 만나 뵙고 싶어요.

    박근혜 전 대표는 몇 차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후엔 큰 활동은 없지만 조용히 훗날을 설계하고 계시겠죠?(웃음) 그러나 국내외 상황이 모든 부분에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이런 점도 잘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국민을 위해 잘 하시리라 봐요.”

    “조용히 돕겠다”

    박창달 전 의원은 2005년 9월 대법원의 ‘선거법 위반’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에 앞서 2004년 6월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는데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지역 사무소에서 합법적으로 일한 직원 3명에게 11개월 치 월급을 지급했어요. 이게 당시 선거법에는 보수지급 규정이 별도로 없다는 이유로 처벌됐어요. 나는 의원직을 잃었지만 이후 이런 처벌은 부당하다고 해서 국회에서 법이 개정됐죠. 상대 후보 측에서 고발한 것도 아닌데, 사정기관이 집요하게 나를 조사한 끝에 별다른 위법이 없자 이 방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내가 조직 전문가여서 한나라당 조직을 약화시키려는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의도도 있었으리라 봐요.”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나라도 앞으로 할 말은 하겠다”고 했다.

    “2009년은 이명박 정부의 운명이 걸린 아주 중요한 시점입니다.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의 각오도 남달라야 해요. 지금처럼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적당주의로 일관하려는 사람들은 정리돼야 해요. 나는 보이지 않게 조용히 현 정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장승윤 기자

    2007년 9월5일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오른쪽)이 이상득 당시 국회 부의장과 다정하게 얘기하고 있다.

    11월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종걸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의 답변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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