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돼지꿈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입력2008-12-02 14:0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돼지꿈 외
    ▼돼지꿈 _ 오정희 지음

    어느날 집에 돌아와 보니 식탁에 압력밥솥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뚜껑을 채 닫지 않은 김치단지와 물그릇도 보인다. 엄마는 그렇게 혼자서 대충 점심을 때운다. 엄마는 “나 혼자 먹을 때는 좀 편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랬던 엄마가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어차피 죽으면 계속 잠만 잘 텐데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열심히 다녀야 한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우울해진다고.

    중년 작가 오정희의 소설집 ‘돼지꿈’을 읽고 있자면 매일같이 보는 엄마의 속내가 읽힌다. 주부인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인지 소설의 내용이 진실하게 느껴진다.

    친정엄마가 네 몸 챙기라며 준 보약을 다른 가족에게 줘야 마음이 편안한가 하면, 공부 못한 것을 숨기고 살아왔는데 동창이 와서 자식에게 일러바치면 화를 내고, 아들에게 성적이 형편없다고 야단치다가도 어느새 가을을 슬퍼한다. 생일 아침에 배달된 꽃바구니에 들떠 곱게 화장을 하곤 풋사랑 생각에 잠기고, 소박한 것을 으뜸으로 생각했으면서도 결혼 때 다이아반지를 받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기도 한다.

    25편의 짧은 소설은 저마다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엄마의 슬픔을 머금은 눈망울이 어른댄다. 작가의 이 말 때문에 가슴이 아린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이 한때의 기대와 열정을 조금씩 포기하고 생활이라는 괴물과 타협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참으로 비감하고 서글픈 일이다. 애초에 인생이 우리에게 약속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랜덤하우스/ 225쪽/ 1만원

    ▼이민자들 _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나의 매체는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독일 작가인 저자는 현장성을 중시한다. 그는 주로 사회 주변인인 이민자, 유대인들을 만난다. ‘네 편의 긴 단편’이란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의 주인공도 대부분 저자가 직접 만나본 사람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절친했던 친구가 실종돼 슬픔을 겪다 자살한 헨리 쎌 윈 박사. 연인을 강제수용소에 보내고 전쟁터를 돌다 밀실공포증에 걸려 자살한 파울 베라이터 교사. 유대인으로 떠돌이 인생을 살다 끝내 기억상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어린 시절 부모가 강제 유학을 보내 힘든 시절을 보낸 막스 베르버.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이민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끊임없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이들의 한숨과 눈물이 담긴 소설이다. 창비/ 316쪽/ 9800원

    ▼가비오따스 _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스콧 니어링과 헨리 니어링의 삶을 동경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콜롬비아에 있는 작은 생태공동체, 가비오따스. 이곳에선 도시와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미풍을 에너지로 바꾸는 풍차, 식수의 세균 제거를 돕는 태양열 주전자, 공식 통행수단인 사바나 자전거, 약국보다 나은 약초 전문점…. 이곳이 살 만한 곳인 이유는 빈부 격차가 없고 계층에 따른 괴리감이 없어서다. 쓰레기 치우는 사람이나 공동체 회의를 꾸리는 사람이나 직업적 자부심은 비슷하게 느낀다. 교육, 보건, 음식, 숙소 모두 무료로 제공되니 불만을 느낄 필요도 없다. 저널리스트이자 애리조나대학 국제저널리즘 교수인 저자는 우연히 가비오따스를 찾아갔다. 지속가능한 미래가 펼쳐지는 가비오따스. 그곳의 시도와 실패와 성공이 눈길을 끌 만하다. 랜덤하우스/ 368쪽/ 1만5000원

    ▼상실의 상속 _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세탁물을 잘못 관리했다는 누명을 쓰고 제소당해 법정까지 갔던 한인교포가 있다. 많은 이가 그 소송을 지켜보며 ‘남의 나라에서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사건이 떠오른다. 인도에서 태어나 ‘남의 나라’ 미국에서 자라며 ‘쉽지만은 않게’ 산 저자가 자신과 같은 이주민의 삶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후진적으로 사는 이들은 좀처럼 슬픔을 내보이지 않는다. “해외의 인도인들에게 일어난 일은 끔찍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쥐처럼 더러운 비밀이었다.” 영국에서 유학하다 열등감만 잔뜩 안고 돌아온 제무바이 판사, 고향에 있는 아버지에겐 자랑거리지만 빈민가에서 그린카드도 없이 일자리를 전전하는 비주를 보면 그들의 상실감이 전해진다. 이 책은 맨부커상 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수상작이다. 이레/ 584쪽/ 1만5000원

    ▼관동대로 _ 신정일 지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람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경이의 순간을 마주하게 됐다.” 저자는 금강, 섬진강, 낙동강, 한강, 영산강을 따라 걸으며 400여 개가 넘는 산을 오르내린 뒤 우리땅걷기모임을 만들었다. 이 책은 그 모임 사람들과 수도 한양, 경기지방의 동부, 강원도를 이어주는 관동대로를 걷고 지은 것이다. 자연이 온전히 보존돼 있는 구백이십리 길을 걷자면 열사흘이 걸리지만, 민낯의 사람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였다. “길을 걷노라면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삶과 역사가 보이기 때문”에 옛길을 선택했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걸 느끼고 싶고, 정말 원한다면 길을 나서라. 그리고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라.” 휴머니스트/ 320쪽/ 1만7000원

    돼지꿈 외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역사 _ 남경태 지음

    “인류는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이라는 두 문명이 이끌어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문명이 하나로 융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역사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사의 기본 골격을 모르면 어떤 비율로 그 문명들이 조합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세계문명을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으로 나누는 근거를 제시하고 문명 이전의 역사를 정리한다. 2부에서는 두 문명이 각기 걸어온 길을 묘사한다. 동양과 서양은13세기까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번성해왔던 것이다. 3부에서는 만남의 빈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그렸고, 4부에서는 두 문명의 차이가 현재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정리했다.

    저자는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영향력이 비슷하다고 인식하면서도 당분간 서양문명의 파워가 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동양문명이 세계문명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현상을 좌지우지하는 흐름은 서양문명인 까닭이다. 오리엔탈리즘은 서양문명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럼에도 역사 흐름을 보며 현재 좌표를 인식하고 계승하다 보면 비로소 ‘두 문명의 조화’가 순조로이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20년간 역사를 연구한 저자의 사관(史觀)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사건을 과감히 생략하기도 하고, 동유럽사, 예수회와 중국문명의 접촉, 두 차례에 걸친 유라시아의 민족대이동 등 알려지지 않은 사실에 주목한다. 들녘/ 688쪽/ 3만8000원

    ▼전쟁기획자들 _ 서영교 지음

    전쟁사를 전공한 저자는 전쟁이 일어나는 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장은 전쟁을 배태하는 자궁”이라는 것이다. 책은 5부로 이뤄져 있는데, 1부에선 경제 확장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을 보여주고, 2부에선 승전 이후 지속되는 달러의 부상을 다룬다. 3부에서는 식량문제가 중심인데, 식량폭동을 일으킨 아이티 사례를 짚어낸 뒤 식량시장의 판을 짜는 사람들의 면모를 설명한다. 4부에선 한국 경제를 이끈 시장의 승부사들을, 5부에서는 시장의 본질을 읽어낸다. 곡물마피아의 실체, 무기산업의 매력, 다이아몬드를 노리는 기획자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이 책에선 한국 경제를 이끈 이들의 특징이 재미있게 묘사돼 있다. 정주영과 광대토대왕, 이병철과 장보고, 최충헌과 수하르토, 김우중과 의자왕, 이건희와 장수왕을 비교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항아리/ 368쪽/ 1만5000원

    ▼7부 능선엔 적이 없다 _ 신경식

    “항상 중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정상을 향해 무리하게 몸부림치지 않았고, 나의 위치에서 그때그때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했다.” 이런 자세 덕분에 신경식은 오랜 세월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13, 14,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김영삼 대통령후보 비서실장,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 정일권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회창 대통령후보 비서실장, 이회창 명예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이 회고록이 주목받는 것은 나라를 좌지우지한 정치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의 이력 때문일 게다. 물론 회고록을 읽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의 일상과 고뇌를 엿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 신경식을 만날 수 있다. ‘긴급조치 법령 폐지를 묻는 국민투표 사실’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심문당한 정치인과 특종에 기뻐하던 기자 얼굴도 보인다. 동아일보사/ 476쪽/ 1만8000원

    ▼밤의 문화사 _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밤은 아름다우면서 위험하다. 그 시간이 되면 많은 사람이 감정적으로 변한다. 좀 더 솔직해진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나누는 것도 그래서다. 그럼에도 밤에 대한 성찰은 전무한 실정이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20년간 소설, 희곡과 같은 문학작품 외에도 다양한 계층의 일기, 메모, 수첩, 편지 등을 통해 인류의 밤을 들여다봤다. 주제별로 묶어놓은 이 책에는 밤에 대한 인류의 공포, 공포의 일반적 원인인 화재와 범죄, 국가와 종교의 통제가 담겨 있다. 밤의 회합, 밤의 노동, 신분에 따른 수면의 양태와 침실문화, 꿈의 해석도 적혀 있다. 글을 읽다 보면 밤에 대한 인류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덤으로 도둑들이 시체의 손가락을 따로 챙긴 이유와 밤새도록 침대에 앉아 연애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돌베개/ 560쪽/ 2만5000원

    ▼유럽 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 회고록 _ 장모네 지음, 박제훈·옥우석 공역

    “영국과 프랑스의 군수물자 보급망을 통합시키자.” 코냑 장사꾼이던 장 모네는 이 한마디로 유럽 통합의 주역이 된다. 당시 프랑스 총리 비비아니가 그의 제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국제연맹 사무차장으로 일하며 지역통합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갔다. 루스벨트는 장 모네의 ‘미국 중시 정책’을 계기로 2차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장 모네가 2차 세계대전의 숨은 공신으로 인정받게 된 이유다. 그가 유럽합중국행동위원회를 20년간 주도했던 것은 그만큼 확고한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 통합이 인류문명 발전에 기여하기에 초국가기구 설립에 의한 연방체제를 지향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공동이해 추구를 통한 신뢰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21장으로 구성돼 있는 이 회고록은 유럽통합 사상이 구축된 전 과정이 담겨 있다. 세림출판/ 603쪽/ 2만7000원

    돼지꿈 외
    ▼가야금 선율에 흐르는 자유와 창조 _ 황병기·서울대 기초교육원 지음

    ▼한국대학의 개혁을 말한다 _ 서남표·서울대 기초교육원 지음

    ▼공학도에서 게임산업 CEO까지 _ 김택진·서울대 기초교육원 지음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시리즈가 책으로 나왔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넓은 사회를 이해시키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이 강연은 2004년 2학기에 시작해 2008년 1학기현재까지 총 32회가 진행됐다. 강연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전문적인 영역을 질의하는 교수 코너와 생활적인 면을 묻는 학생 코너가 따로 묶여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인 황병기 선생은 부산 피난시절 처음으로 잡은 가야금에 인생을 건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음악을 허락할 수 없다는 부모님 말씀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지만 그 뒤로는 꿈에만 매진한다. 악기 개량에 대한 생각, 표준 음고가 없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생각도 밝힌다. “바위 위에 물방울이 처음으로 떨어질 때에는 바위하고 아무 관계없는 일 같지만 결국 구멍이 뚫린다”는 대목에서 선생의 의지가 엿보인다.

    전 과목의 영어강의 실시, 인성면접을 통한 신입생 선발, 테뉴어제도 등 교육 개혁을 이끌어낸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은 교육에 대해 말한다. 한국 대학 시스템에 경쟁이 존재하는지, 한국 대학은 사회 공헌을 하는지, 한국에 세계 최고 대학이 없는 이유는 뭔지를 따져본다.

    온라인 리니지 게임으로 세계 게임시장을 석권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강연 수록 내용도 읽을 만하다. 생각의 나무 / 각권 300쪽 내외/ 각권 8800원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2 _ 박경철 지음

    자산시장 전반을 소개한 1편과 달리 2편에서 저자는 ‘투자를 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종목 찾는 ‘족집게 비법’을 알려주진 않는다. 다만 주식투자의 기본기를 전해준다. 저자는 지엽적인 시각과 매매법에 매몰되지 말고, 거시적인 통찰과 직관을 중시하라고 주장한다. 경제 현상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역사를 고찰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중 어떠한 점을 중심으로 봐야 하는지는 책 속에 적혀 있다. “주식투자에 있어서 첫째는 나의 사이즈를 아는 것이며, 둘째는 내게 맞는 옷을 입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현재 같은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가 뭔지 지목한다. 20년 넘게 주식투자를 해오다 현재는 일절 손을 놓은 채, 증시 분석에 매진하는 저자는 외과의사라는 직업보다 ‘증시분석가’로 더 유명하다. 리더스북/ 536쪽/ 2만원

    ▼텍스트로 철학하기 죽음아, 날 살려라 _ 텍스트해석연구소 유헌식 외 지음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말은 현재를 즐기라는 말만큼이나 유명하다. 이 책은 기억해야 하는 죽음을 설명하고 있다. 시, 영화, 소설 등의 텍스트를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찾아본다. 이 과정에 철학은 자연히 나타나게 마련. 진혼곡 상엿소리, 죽음에 맞닥뜨린 인간을 그린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을 수 없는 모순을 노래한 ‘티토노스’,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이키루’, 죽음에 대한 상상을 그린 구효서의 단편 ‘시계가 걸렸던 자리’…. 이 작품들은 죽음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해석은 제각각 다르다. 그럼에도 결론은 같다.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삶을 완성하는 무엇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휴머니스트/ 296쪽/ 1만2000원

    ▼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_ 윤영무 지음

    살림살이에 찌든 중년 주부가 1년 휴가를 선언하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방영되자 “드라마가 가정파괴를 부추긴다” “그 여자 참 유난스럽다” “남자는 안 피곤한 줄 아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남자들이 너나 없이 이 드라마에 대해 한마디씩 걸쳤던 이유는 뭘까. 저자는 아버지 생활비 부담률 세계 1위(95.6%), 40, 50대 남성 사망률 세계 1위라는 지표를 들며, 움츠러든 남자의 인생살이를 사실적으로 말한다. 남성 독자는 책을 읽으며 수다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깨를 펴고 싶은 남자라면 ‘사랑받는 남자의 비결’‘존경받는 남자의 조건’‘인생 틈새를 발견하는 법’ 등도 챙겨 보면 좋겠다. 전작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로 유명해진 저자는 전 MBC 기자로 현재는 MBC 심의평가부 심의위원이다. 브리즈/ 221쪽/ 1만1800원

    ▼정년 후 더 뜨겁게 살아라 _ 가토 히토시 지음, 김성은 옮김

    “사람들은 정년 후에야 조직을 떠난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됩니다.” 25년 동안 3000여 명의 정년 퇴직자를 취재해온 저자가 행복한 정년생활의 비책을 냈다. 나쓰메 소세키가 타인 본위보단 자기 본위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에 동의하는 저자는 노년을 성공적으로 살려면 자기 본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기가 그리고 싶고, 가고 싶은 길을 갈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노는 게 좋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개성에 잘 맞는 일을 하며, 안락하게 살라고 말한다. 그간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도전하면 어렵지 않다는 거다. 그뿐만 아니라 어릴 적 재능을 살리고, 행복을 위해 별거해보고, 가족들에게서 독립하고, 병과 친해지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하루 하나의 즐거움을 만들어 행복한 마무리를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국일미디어/ 243쪽/ 1만1000원

    돼지꿈 외
    ▼내 운을 살려주는 풍수여행 _ 김두규 지음

    “그 집은 묘를 잘 써서 자손이 번창한대.” “집터가 그 모양이니 가족들이 저 지경이지.” “그 대통령이 새로 지은 집 위치를 보니 풍수 한번 좋겠군.”

    많은 이에게 풍수는 자연스러운 이치다. 잘은 몰라도 앞에 물이 흐르고 뒤에 산이 있으면 좋다는 것쯤은 안다. 그래서인지 묏자리를 고를 때, 집이나 땅을 살 때 사람들은 시세와 아울러 풍수를 따진다.

    지금도 틈만 나면 전국을 돌며 풍수를 살핀다는 저자. 그는 ‘정치인들의 생가와 선영을 감정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예견(?)해 유명해졌다. 우석대 교수인 저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뒤 현재는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풍수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풍수는 “땅과 그 땅 위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숱한 갈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피는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현장답사’를 해봐야 사람들이 갈등을 두고 어떻게 타협하면서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단다.

    신행정수도, 강원도청, 역대 대통령의 집터 등 시사적이면서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 그 풍수적 의미를 밝히고, 특1급인 조선호텔, SK사옥, 한강변 아파트처럼 일반인이 친숙하게 여기는 장소도 찾았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는 가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저자는 복을 만드는 비법을 설명하며 “천하 명당에 묘 써도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동아일보사/ 359쪽/ 1만5000원

    ▼세밀한 일러스트와 희귀 사진으로 본 근대조선 _ 김장춘 엮음

    ‘사진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반해 일러스트는 거짓말한다고 할 만하다.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보다 보면 사람의 관점을 느낄 수 있다.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서양 잡지에 실린 한국 삽화를 보노라면, 그들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며, 변화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본 침략을 우호적으로 여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런던의 3대 주간 화보신문인 ‘그래픽’, ‘런던뉴스’‘스피어’에 실린 조선 관련 삽화 261컷이 수록돼 있다. 요코하마에 도착한 조선 수신사, 죽은 돼지를 지고 가는 조선인, 버터 바른 빵과 잼 바른 빵을 보며 신기해하는 조선인, 조선 외무대신이 베푼 연회에 참석한 유럽 외교관들…. 저자는 경주대 관광영어과 교수로 유학시절부터 고서를 수집했다. 살림/ 162쪽/ 2만8000원

    ▼사이먼 래틀 _ 니콜라스 케니언 지음, 김성현 옮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방영 이후 마에스트로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리더십을 알 수 있다. 카라얀의 뒤를 이은 사이먼은 2002년에 44세의 나이로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에 취임한다. 카라얀이 정통 레퍼토리에 집중한 것과 달리 그는 세계 각국의 현대음악을 공식석상에 올리고 있다. 사이먼 자신이 현재를 사는 음악인들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일찍이 10대 시절부터 쇤베르크나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심취했던 그다. 24세 때부터 18년간 맡은 영국 버밍엄 시립교향악단을 최고의 악단으로 성장시킨 그가 또다시 재도약하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단호한 선택을 한다는 그의 집념이 돋보이는 책이다. 안그라픽스/ 514쪽/ 2만원

    ▼일본 속의 백제 구다라 _ 홍윤기 지음

    백제가 일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사료를 찾은 이는 드물다. 일본 문학박사인 저자는 그 근거를 찾기 위해 몇 년을 헤맸다. 그러곤 ‘구다라나이’라는 말을 찾아냈다. 이 말은 백제를 칭송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생산품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일제 이후 “백제 것은 안 좋다”는 뜻으로 변질됐다. 저자는 이를 일제의 농간이라고 주장한다. 우에다 마사키 박사가 “고대부터 일본에서 백제를 큰 나라라고 부른 데서 생겨난 것이 구다라이다”라고 했고, 일본 세이조대학 사학과 사에키 아리키요 교수 또한 “당시 백성들은 천황을 구다라대왕이라고 불렀을 것 같다”고 지적한 데서 알 수 있다. 왕궁 지역의 이름 자체가 ‘구다라’라고 명시된 일본서기를 찾아낸 것도 이를 증명한다. 한누리미디어/ 447쪽/ 2만원

    ▼지식의 대융합 _ 이인식 지음

    대학은 건물만 변한 게 아니다. 학과 이름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미디어아트공학, 나토바이오공학, 에너지환경공학, 금융공학, 재료물성학, 금융수학, 나노바이오학…. 학과명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식융합현상을 방증하고 있다. 이 책은 융합지식과 융합기술에 관한 개론서로 융합 학문의 탄생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인지과학과 지식 융합(1부), 뇌 과학의 발달에 따른 신생학문(2부), 마음의 연구에 진화론이 적용되면서 주목받게 된 신생학문(3부), 복잡성과학과 융합학문, 인공생명의 진화과정과 창발과정(4부), 사이보그 사회와 포스트휴먼시대(5부)로 구성돼 있다.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으로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인 저자는 “융합지식이야말로 우주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재발견하고 인류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즈윈/ 472쪽/ 1만9800원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