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국방부의 ‘불온 연애’ 금지 공문 전문

“상하 2단계 이내 지휘관계에 있는 자 간의 교제 불가”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08-12-05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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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부의 지속적인 ‘반(反)지성적’ 행태가 화제다. ‘불온서적’과 ‘역사교과서 수정제안’ 파문에 이어 최근엔 ‘불온 연애’ 소동이 벌어졌다. 장병의 이성교제를 통제하는 훈령을 제정하려다‘미수’에 그친 것. 다행히 이번엔 법무병과 등 군내 안전장치가 제 기능을 하는 바람에 ‘대형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제의 공문 전문을 입수해 공개한다.
    국방부의 ‘불온 연애’ 금지 공문 전문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 해야 할까,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해야 할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의 행보는 가수 강산에가 노래한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몸짓을 연상케 한다. 시민사회의 지적 수준에 대한 몰지각의 단면을 보여준 ‘불온서적’ 선정에 이어 전두환 정권의 강압통치를 옹호하는 취지의 역사교과서 수정 제안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국방부.

    수십년에 걸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성취를 무시하는 듯한 대담함을 과시한 국방부가 이번엔 장병의 이성교제를 통제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강산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중에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10월 하순 각 군에 ‘군내·외 이성 간의 교제에 관한 훈령 제정령(안)에 대한 의견 조회’라는 제목의 공문을 하달했다. 발신인은 국방부 장관이고, 수신인은 국방부 직할부대장들과 합동참모의장,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방위사업청장 등이다.

    국방부는 각 군과 산하기관에 인사기획관실이 작성한 훈령안에 대한 의견을 10월29일까지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기한 내 회신이 없는 경우 이견이 없는 것으로 하겠다’는 대목에서 적극적인 시행의지를 엿볼 수 있다.



    문제의 공문은 이상희 국방체제의 정신전력 강화 구상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육군 중심의 전력강화 방침으로 미래지향적인 군 구조개편을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국방부가 장병의 의식구조마저 봉건시대로 되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도 하다.

    훈령안에는 군 장병의 이성교제 범위와 행동거지를 세세하게 통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상하 2단계 이내의 지휘관계에 있는 자 간의 교제는 할 수 없다’ 따위의 항목이다. 다음은 ‘신동아’가 입수한 공문의 전문이다(어법에 어긋나는 문장이라도 원문 그대로 표기했음을 밝힌다).

    군내·외 이성 간의 교제에 관한 훈령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훈령은 군내외 이성(異性) 간 올바른 교제 범위를 규정하여 제공함으로써 군인의 가치관 확립과 성(性) 관련 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적용범위) 이 훈령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준사관·부사관·병과 사관생도·사관후보생·준사관후보생·부사관후보생 및 소집되어 군에 복무하는 예비역·보충역인 군인에게 적용한다.

    제2장 현역 군인

    제3조(교제허용)

    ① 남군과 여군 간 또는 민간 이성과의 올바른 이성교제는 계급과 신분에 관계없이 가능하다.

    ② 당사자 모두 결혼을 하지 아니한 자, 결혼한 사실이 있으나 이혼·사망·행방불명 등의 사유로 배우자가 없는 자에 한해 교제는 허용된다.

    국방부의 ‘불온 연애’ 금지 공문 전문
    “결혼 전 동침, 성관계 금지”

    제4조(교제제한)

    ① 당사자 모두 결혼을 한 자, 당사자 중 한 사람이라도 결혼을 한 자가 있을 시에는 교제를 할 수 없다.

    ② 상하 2단계 이내의 지휘관계에 있는 자 간의 교제는 할 수 없다.

    ③ 교관과 피교육생의 관계에 있는 자 간의 교제는 할 수 없다.

    ④ 기타 직권, 직무 등과 관련해 특혜 및 비리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교제를 할 수 없다.

    ⑤ 남군 병과 여군 부사관 이상 군인의 경우 남군 병이 의무복무기간 중에는 교제를 할 수 없다.

    제5조(교제행위 범위)

    ① 남군과 여군의 교제는 도덕적 한계 내에서 품위 및 명예에 입각한 건전한 교제를 할 수 있다. 단, 다음의 각호에 해당되는 것은 금지한다.

    가. 결혼 전 임신

    나. 결혼 전 동침 및 성관계

    다. 성폭력, 성희롱 등

    제6조(남녀 간의 행동)

    ① 부대 내에서 공적인 업무수행 및 교육목적의 경우 남녀 군인 간의 1:1 행동은 가능하다. 단, 다음과 같은 각호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불가하다.

    가. 생활관, 사무실 등 밀폐된 공간 내에서의 동행 및 업무수행 등

    나. 밀폐 및 시계제한지역 등

    ② 남군 또는 여군에 관계없이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계급과 직책의 권위를 내세워 애정 및 관심표현을 하거나 교제를 강요할 수 없다. 동급자 간에도 그러하다. 교제를 강요받았을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또는 지휘계통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인지시킨다.

    ③ 남녀 군인 간 교제시 부대 내에서는 악수 정도의 신체적 접촉 외 다른 모든 신체적 접촉을 금지한다.

    제3장 사관생도

    제7조(교제허용)

    ① 사관학교의 남녀 생도 간 교제는 자제함을 원칙으로 하되 각 학교의 교칙에 의거해 허용된 학년의 생도는 가능하다. 그리고 민간 이성과의 교제는 학년에 관계없이 가능하다.

    ② 교제 전 훈육요원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보고한 후부터 교제를 시작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동행 금지”

    제8조(교제제한)

    ① 같은 중대 내 또는 지휘근무 계선상에 있는 남녀 생도 간 교제는 불가하다.

    ② 임관 전 학교에 근무하는 현역 군인(병 포함), 군무원, 기타 일체의 인원과의 교제를 할 수 없다. 임관 이후에는 제4조, 제5조 조항을 적용받는다.

    제9조(교제행위 범위)

    ① 생도 간 또는 민간인과의 교제는 도덕적 한계 내에서 품위 및 명예에 입각한 건전한 교제를 할 수 있다. 단, 다음의 각호에 해당되는 것은 금지한다.

    가. 결혼, 약혼

    나. 임신

    다. 동침 및 성관계

    라. 성폭력, 성희롱 등

    ② 생도 간 교제의사 표현과 편지(이메일)를 주고받을 수 있다.

    ③ 남녀 생도 간 또는 민간인과의 교제를 위해 만날 때 교내 장소는 학교에서 정하는 지역에 한해서 가능하다.

    ④ 학교 내 각종 축제 참석시에는 교제하는 3학년 생도를 파트너로 할 수 있으나, 교제하지 않는 3학년 생도를 파트너로 할 수 없다.

    ⑤ 남녀 생도 간 교제행위 또는 행동사항 위반은 삼금(三禁, 결혼·음주·흡연 금지) 위반과 동일한 수준에서 처리한다.

    제10조(남녀 간의 행동)

    ① 교내에서 공적인 업무수행 및 교육목적의 경우 남녀 생도 1:1 행동은 가능하다. 단, 다음과 같은 각호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불가하며, 상호 교제를 허가받은 3·4학년 생도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가. 생활관, 사무실, 교실 등 밀폐된 공간 내에서의 동행 및 공부 등

    나. 밀폐 및 시계제한지역, 야음시의 산책 및 운동 등

    ② 교제에 관한 보고를 하지 않은 남녀 생도 간 교내외에서의 1:1 만남은 불가하다.

    ③ 생도는 호감이 가는 남녀 생도가 있더라도 상대방의 생도생활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면에서 제반 행동을 삼간다.

    ④ 상급학년 생도는 하급학년 생도에게 선배의 권위를 내세워 애정 및 관심 표현을 하거나 교제를 강요할 수 없다. 상급학년 생도로부터 교제를 강요받았을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인지시키고, 훈육요원에게 즉각 보고한다.

    ⑤ 남녀 생도 간 또는 민간인과의 교제시 교내외를 막론하고 악수 정도의 신체적 접촉 외 다른 기타 모든 신체적 접촉을 금지한다. 상호 교제를 허가받은 3·4학년 생도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악수 외 신체접촉 금지”

    제4장 사관·준사관·부사관 후보생

    제11조(교제제한)

    ① 교육기간에 후보생 상호 간의 교제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단, 민간 이성과의 교제는 가능하다.

    ② 사관·부사관 후보생은 임관 전 학교에 근무하는 현역 군인(병 포함), 군무원, 기타 일체의 인원과의 교제를 할 수 없다. 임관 이후에는 제4조, 제5조 조항을 적용받는다.

    제12조(교제행위 범위)

    ① 민간 이성과의 교제는 도덕적 한계 내에서 품위 및 명예에 입각한 건전한 교제를 할 수 있다. 단, 다음의 각호에 해당되는 것은 금지한다.

    가. 결혼, 약혼(입교 전 결혼이나 약혼을 한 경우는 제외)

    나. 임신(입교 전 결혼이나 약혼으로 인해 임신한 경우는 제외)

    다. 동침 및 성관계(입교 전 결혼이나 약혼을 한 경우는 제외)

    라. 성폭력, 성희롱 등

    ② 민간 이성과의 교제를 위해 교내에서 만날 때 장소는 학교에서 정하는 지역에 한해서 가능하다.

    제13조(남녀 간의 행동)

    ① 교내에서 공적인 업무수행 및 교육목적의 경우 남녀 후보생 1:1 행동은 가능하다. 단, 다음과 같은 각호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불가하다.

    가. 생활관, 사무실, 교실 등 밀폐된 공간 내에서의 동행 및 공부 등

    나. 밀폐 및 시계제한지역, 야음시의 산책 및 운동 등

    ② 후보생은 호감이 가는 남녀 후보생이 있더라도 상대방의 후보생 생활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측면에서 제반 행동을 삼간다.

    ③ 후보생은 이성의 후보생에게 애정 및 관심표현을 하거나 교제를 강요할 수 없다. 이성의 후보생으로부터 교제를 강요받았을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개인적으로 또는 공식 계통을 통하여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인지시킨다.

    ④ 교내외의 각종 공식행사시 남녀 후보생 간 상호 파트너가 될 수 없다.

    ⑤ 외출, 외박 및 휴가시 남녀 후보생 1:1 간의 국내외 여행은 금지한다.

    ⑥ 남녀 후보생 간 또는 민간 이성과의 교제시 교내외를 막론하고 악수 정도의 신체적 접촉 외 모든 신체적 접촉을 금지한다.

    제5장 기타

    제14조(기타) 상기 조항 외 이성교제에 관한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항은 각 군 및 학교기관별 여건을 고려하여 각 군 총장 책임하 세부규정을 수립해 적용한다.

    ‘부칙’

    (시행일) 본 훈령은 발령한 날부터 시행한다.

    국방부의 이성교제 통제 시도는 불발됐다.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법무관리관실과 인권팀의 반대 의견에 따라 훈령 제정 추진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측은 “성희롱 등의 사고예방 차원에서 훈령을 추진했지만, 최근 법무관리관실과 인권팀에서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제시해 훈령 추진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육군의 한 영관장교는 이에 대해 “(국방부가) 불필요한 짓을 했다”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또 다른 영관장교는 “다행히 법무병과에 자문했기에 이 정도에서 그친 것”이라며 “‘불온서적’ 사건도 사전에 법무병과의 의견을 물었다면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모 예비역 대령은 “시대흐름을 읽지 못하고 군인정신만 강조하는 장관도 문제지만, 장관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참모들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 군사평론가는 “훈령의 내용도 문제지만, 국방부가 제반 규정을 훈령으로 바꿔나가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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