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포스트 정몽준’ 향한 축구계 물밑 신경전

대물림 vs 정권 교체? 축구인 출신 vs 외부 명망가?

  • 양종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입력2008-12-02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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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판이 상호 비방으로 물이 흐려지는 건 비일비재한 일.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축구판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를 앞두고 정몽준 회장을 옹호하는 축구인과 속칭 ‘축구 야당’ 쪽 축구인의 대립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까지 16년간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맡아온 정 회장은 4년 전 “다음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포스트 정몽준’ 향한 축구계 물밑 신경전
    ‘축구 야당’을 표방하는 한국축구연구소와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는 10월31일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현역 지도자를 상대로 워크숍을 열었다. 명목은 워크숍이었지만 실제로는 선거대책회의였다. 당시 현장에 돌린 문건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의원을 단계별로 어떻게 포섭할 것인지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출에는 16개 시도 및 7개 연맹, 중앙 대의원 등 대의원 28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여기서 연맹의 경우 현역 지도자들에게 사실상 투표권이 있어 ‘지도자 포섭’이 중요하다. 축구팀을 보유한 학교의 학교장 등 관계자가 대의원이 되지만 통상 축구를 잘 아는 지도자가 대신 투표해오던 관행 때문이다.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한국축구연구소의 허승표 이사장은 대한축구협회, 김강남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회장은 유소년축구연맹, 박병주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고문은 고등연맹, 한국축구연구소 연구원인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대학연맹 회장 선거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예비 후보자 전원은 이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선거운동’을 벌였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거액이 살포됐다는 점이다. 유소년 지도자에게 200만원, 중·고교 지도자에게 300만원, 대학 지도자에게 500만원이 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덕기 한국축구연구소 사무총장은 “200만원씩 뿌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지도자들에게 교통비와 식비로 준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사단법인이므로 공직자윤리법상 선거윤리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충분하다.



    ‘돈 살포’ 사실이 드러난 만큼 ‘축구 야당’ 측은 사정이 다급해졌다. 자기 측 후보들이 ‘축구 여당’인 대한축구협회 인사들과의 경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물밑 선거 판세는 김휘 유소년축구연맹 회장, 유문성 고등연맹 회장, 변석화 대학연맹 회장, 그리고 정몽준 회장 등 현재 회장직을 유지하는 인사들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축구협회회장 선거의 경우 회장이 선임한 중앙대의원이 5명이나 있어 허승표 이사장으로선 정 회장이 미는 후보에게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돈 살포 자충수로 몰락 자초

    이번 돈 살포 사건으로 ‘허승표의 사람들’은 자칫 축구계에서 매장될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 허 이사장은 한국 축구계에선 지명도가 있는 인물이다. 김우중 전 회장 시절 국제담당 부회장을 맡았던 허 이사장은 1993년 정몽준 회장이 축구협회 회장을 맡자 협회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축구 야당’의 대부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허 이사장은 LG그룹의 공동창업주인 고(故) 허만정씨의 7남으로 기업체 홍보영상과 공중파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하는 ㈜미디아트 회장을 거쳐 현재 이동통신 장비회사인 ㈜피플웍스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허 이사장은 보성고, 연세대, 서울은행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잉글랜드 프로팀 코벤트리에서 뛴 뒤 영국축구협회 코치 자격증을 땄다. 허 이사장은 최순영 회장 시절 축구협회 국제담당 이사(1980 ~89)와 김우중 회장 시절 국제담당 부회장(1991~92)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협회에서 최고의 국제통으로 통했다.

    허 이사장은 1992년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축구계 야인’ 김호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기술위원들은 김호, 고재욱 감독에게 각각 3표씩을 던져 동률을 이룬 바 있다.

    허 이사장은 1997년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섰다가 정몽준 현 회장에게 패했다. 25명의 대의원 중 단 3표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허 이사장은 ‘축축모(축구발전을 위한 축구인의 모임)’의 한 축을 형성해 ‘반(反)정몽준’의 선봉에 섰다. 허 이사장의 한 측근은 “정몽준 회장이 독선적으로 협회를 이끌면서 사리사욕을 위해 일했기 때문에 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협회장 선거 패배 이후 허 이사장은 사업에 전념했다. 축구인들을 만나며 친분을 유지했지만 협회 일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축구 관련 행사 참석도 자제해왔다. 다만 축구선수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서울사커클럽’이나 ‘장수조기회’ 등에서 친목으로 축구를 즐겨왔고, 현 GS스포츠 허창수 회장의 작은아버지로서 안양 LG(현 FC서울)의 발전을 위해 조언하기도 했다. 허 이사장의 뜻에 따라 서울이 유소년 축구에 투자해 선진국형 클럽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2004년 축구협회장 선거 후보 물망에 특정후보가 오르기 시작하자, 허 이사장의 곁을 떠났던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협회 안팎에서 거세게 불었던 ‘축구 개혁’ 바람의 영향을 받아 허 이사장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 2005년 1월 제50대 축구협회 회장을 뽑는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허 이사장은 2004년 말 한국축구연구소를 창립해 ‘축구 야당’으로서 전면에 나섰다.

    허 이사장의 핵심 인맥으로는 ‘영원한 야당’을 자임하는 신문선 명지대 교수와 박병주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고문, 조광래 경남FC 감독 등이 있다. 축구연구소를 창립하면서 ‘축구계 온건파의 핵심’ 이용수 세종대 교수(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끌어안았다. 1997년 선거에서 정몽준 회장에 대해 돌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면, 2004년에는 축구계 현안을 차분하게 분석하고 실질적인 대안 세력으로 부상하겠다는 의도가 감지됐다.

    그러나 허 이사장의 약점은 축구계를 오래 떠나 있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한국축구연구소를 만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느슨해진 인맥을 강화하고 축구팬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었던 셈.

    허 이사장과 한국축구연구소 측은 애당초 한국 축구의 발전 방향 제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었다. 축구협회가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제대로 비판하고 ‘축구 야당’으로서 제 구실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축구연구소가 실제로는 ‘정몽준 흠집내기’에 골몰하자 축구협회 일부 인사들은 이들을 ‘허사연(허승표를 사랑하는 연구소)’으로 부르기도 했다.

    부실한 참모진 탓

    “허승표 이사장이 이번 선거 때 도와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정 회장이 떠난다고 해도 향후 4년은 정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축구인이 회장이 돼도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허 이사장에게도 출마하지 말 것을 권했다.”

    한 거물 축구인의 말이다.

    “이번 돈 살포건만 해도 그렇다. 돈 선거는 정치적으로 특히 민감한 사항이고, 국민이 돈 뿌리고 위세 부리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겠나. 말 많기로 유명한 축구팬들이 돈 뿌려 회장 된 사람을 회장으로 인정하겠는가.”

    한국축구연구소와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측은 돈 살포에 대해 “축구협회도 이사회를 열면 돈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동안엔 돈을 주지 않다가 회장선거를 앞두고 돈을 준 것은 ‘불법 선거운동’으로 볼 소지가 크다. 축구협회의 경우 이사회를 열 때 상임 이사가 아닌 경우 1인당 20만원을 교통비 형식으로 주고 있다. 이렇게 봐도 한국축구연구소 측이 주장하는 ‘교통비’는 뇌물에 가깝다.

    ‘포스트 정몽준’ 향한 축구계 물밑 신경전

    정몽준 회장의 뜻은 조중연 부회장을 통해 실현됐다. 사진은 2003년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 감독과 함께한 조중연 부회장(당시 전무).

    여유 찾은 축구 여당

    축구협회 측 사람들은 공식적으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구동성으로 축구 야당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한 축구협회 고위 간부의 말이다.

    “한국축구연구소 인사들이 도대체 무슨 수로 현 회장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진짜로 돈을 살포할 줄은 몰랐다.”

    축구계에선 허승표 이사장이 “축구협회 회장이 되기 위해 돈을 뿌리고 다닌다”는 소문이 일찍부터 나돌았다. 허 이사장과 가까운 한 측근의 말이다.“허 이사장이 ‘연맹 회장에 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돈이 있어 선거운동을 하겠나. 내가 도와줘야지’라고 하기에 ‘얼마나 줄 건데?’라고 물었더니 ‘한 3억은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줬는지 안 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번 돈 살포건을 보니 줬을 가능성이 크다.”

    축구협회 쪽은 이번 일로 여유를 찾았다. 아직 후보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축구협회 인사들은 그동안 정몽준 회장의 ‘유지’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 정 회장이 4년 전 다시 출마할 뜻이 없다고 밝힌 후 대안을 모색해왔지만, 결국 정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계속 추대하는 게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중지를 모은 상태였다. 이런 맥락에서 허 이사장이 공세를 퍼부을 때 정 회장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허 이사장 측이 ‘돈 살포’라는 자충수를 둬 한결 쉽게 회장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축구협회 쪽에선 현재 조중연 부회장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물론 정 회장은 “축구인은 물론 문화계 언론계 경제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회장이 나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조중연 카드’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허 이사장이 “이번엔 축구인”을 주장하고 나선 데다 축구계 전반의 분위기도 이에 동조하는 쪽으로 흐르자 정 회장도 “이젠 축구인이 회장을 할 때가 됐다”고 언급해 축구인 출신 회장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정몽준 회장 복심은?

    조 부회장은 현재 정 회장이 미는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로 알려져 있다. 조 부회장은 협회 외부에서는 “한국 축구를 망치는 주인공”이라는 비난을 받고, 협회 내부에서는 “탁월한 행정력으로 협회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

    조 부회장은 정 회장과 함께 사실상 축구협회의 모든 것을 추진하고 성취해냈다. 협회 외부에서 제기되는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정 회장과 함께 축구협회를 이끌어왔다.

    조 부회장은 탁월한 행정가다. 정 회장이 지시해서 성공하지 못한 일이 없다고 할 정도다. 협회의 한 직원은 “조 부회장은 추진할 목표가 나타나면 끝까지 밀어 붙여 성과를 낸다. 일부에서 조 부회장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지만 탁월한 업무 추진력에서 정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이 정 회장과 함께 거둔 성과 중에는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건립이 대표적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일본과 같은 축구트레이닝센터를 만들자는 여론이 일자 정 회장은 조 부회장에게 이를 지시했고 결국 만들어냈다. 조 부회장은 파주시를 설득해 부지를 확보한 뒤 국회의원 90명의 동의를 얻어 파주 NFC관련법을 문광위원회에서 통과시켜 예산 30억원을 따낸 한편 축구협회 자금, 국민체육진흥공단 지원금 등으로 120억원을 만들어 축구의 요람을 탄생시켰다.

    월드컵 본선 16강에 진출할 경우 선수들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게 된 것도 조 부회장의 노력이 컸다. 국회의원 147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결의문을 작성해 국방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그 후 2002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지시해 군 면제 혜택이 성사된 것.

    조 부회장은 선수들이 축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도 많이 성사시켰다. 1996년에는 경찰청 축구팀을 만들어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군복무를 마칠 수 있게 했다. 이 조치로 프로 선수들이 주로 혜택을 보게 되기 때문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연간 3억5000만원을 경찰청 팀에 지원하도록 주선했다. 또 최근엔 광주 상무 엔트리를 25명에서 50명으로 늘리는 일도 성사시켰다.

    하지만 조 부회장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 축구협회의 한 중견 사원은 “능력은 탁월하지만 그게 자신의 입신(立身)과 연결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협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회피하며 희생양을 찾는다는 게 대표적인 예로 거론된다. 2003년 말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만과 베트남에 패하고, 2004년 몰디브와도 비기자 팬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이때 조 부회장(당시 전무)은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을 경질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김진국 기술위원장을 조영증 당시 기술위원회 부원장으로 바꿨고, 그래도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곧장 이회택 부회장으로 바꿔 비난의 화살을 비켜갔다. 한 협회 직원의 말이다.

    “솔직히 쿠엘류 사태 전까지만 해도 조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었다. 하지만 쿠엘류 사태를 보고는 ‘너무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협회 내에 ‘해병대 라인’으로 인의 장막을 쳐놓은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병대 사령관 출신인 이갑진 부회장을 상벌위원장에 앉혔고, 노흥섭 전 축구협회 전무이사와 조영증 파주 NFC센터장 등 해병대 출신들을 중용했다. 협회의 한 간부는 “능력과 업무 효율성을 고려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일 뿐 해병대 출신을 의도적으로 가려서 뽑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협회 외부에서는 ‘군 인맥’ 챙기기라고 비난하는 것도 사실이다.

    “축구협회 밖에 있을 땐 조중연 부회장이 왜 저러나 생각했지. 자기보다 나이 어린 회장에게 꼼짝 못하고…. 그런데 협회로 들어가 보니 조 부회장이 정 회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 그리고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조 부회장은 행정에서 맺고 끊는 게 확실해. 그런 면에서 조 부회장은 회장 할 자격이 충분히 있어.”

    정몽준 회장의 축구 사랑

    이회택 부회장이 사석에서 한 말이다. 조 부회장은 정 회장의 오른팔과 같은 인물이다. 정 회장의 뜻은 대부분 조 부회장의 행동을 통해 실현됐다. 조 부회장이 정 회장을 챙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 회장이 없었다면 현재 한국 축구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몽준 회장의 축구 사랑은 축구인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1993년 축구협회장을 맡은 뒤 불가능해 보였던 월드컵 공동개최를 이끌어냈다.

    2002월드컵 땐 어땠는가. 네덜란드 출신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사상 첫 본선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이룩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포스트 정몽준’ 향한 축구계 물밑 신경전

    이회택 부회장도 차기 축구협회장의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창립 75주년 기념경기에 앞서 가진 한국 축구를 빛낸 7인의 흉상 이전 및 정몽준 회장의 헌액 제막식에서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과 이회택 부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94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에 당선된 정 회장은 국제 축구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정 회장은 제프 블래터 회장의 반대세력인 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당시 장 루피넨 사무총장 등과 연대해 2002월드컵 직전 열린 FIFA 총회에서 블래터 재선에 반대하는 등 국제축구계 개혁에도 동참했다.

    정 회장은 1년에 500억원 이상을 축구에 투자하고 있다. 정 회장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산하에 프로팀 울산현대와 실업팀 현대미포조선 두 곳이 있다. 이 두 팀에 매년 300억원 정도를 쓴다. 또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필요할 때마다 팀을 창단했다. 현대학원 산하에 현대중학교, 현대고등학교, 울산대학교(이상 남자), 현대청운중학교, 현대정보과학고, 울산과학대(이상 여자)가 있다. 또 울산지역의 초등학교(7개), 중학교(3개) 고등학교(1개)에 팀 운영비를 보조하고 있고, 축구 붐 조성을 위해 연중 축구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중·고교 주말리그, 10월에는 울산현대 단장기 초등학교 축구대회, 11월에는 조기축구회의 잔치인 처용컵과 어머니 축구대회를 열고 있다. 순수 아마추어팀에 들어가는 돈도 연간 200억원에서 300억원 가까이 된다.

    조 부회장은 ‘축구인이라면 정 회장의 이런 노력에 감사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돈만 많고 축구 발전에 별 기여를 하지 않는 허승표 이사장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크호스’ 이회택

    “허승표 이사장이 돈 살포로 인해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면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조중연 카드가 물러가고 이회택 카드나 외부인사 카드가 나올 수 있다. 일부 축구인의 비판을 받는 조중연 카드는 축구계를 화합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나마 이회택 카드가 축구계의 화합을 위해 좋은데…. 내 생각에 4년 정도는 외부 저명인사가 더 맡으며 축구계의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역대 회장을 보라. 여운형(2대), 신익희(7대), 1925년에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신문 사장을 지낸 하경덕 박사(5,6대), 윤보선 대통령(9대), 장택상 총리(12대), 한국일보 창업자인 장기영 부총리(19, 21, 23대) 등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가 축구협회 회장을 맡았다. 이후 최순영, 김우중, 정몽준 등 경제인들이 맡아오다 갑자기 축구인으로 격이 낮아지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축구인들에게 맡겨놓으면 서로 싸울 가능성도 높다.”

    한 축구 원로의 주장이다.

    허승표 카드가 없다면 차기 축구협회 회장은 경선이 아닌 추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추대는 축구인들이 모두 선호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조중연 부회장 카드는 생명력이 떨어진다. 인기 면에선 이회택 부회장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난 회장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지만 농담처럼 “모든 축구인이 추대해준다면 한번 해볼 수도 있지”라고 토를 단다. 축구계가 합심해서 밀어준다면 해볼 생각도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을 잘 아는 한 축구인은 “이회택 부회장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 축구로는 대한민국 최고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겉으론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론 탐내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여당 출신 정치인과 총리 출신 거물 등 저명인사들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선 축구인 카드가 유력하지만, 정 회장의 말대로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누가 차기 회장이 될지는 아직은 예측 불허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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