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경력, 외국생활 경험 맞지만 나이는 코멘트 않겠다
- 개인 정보채널 없지 않으나 예측은 내 경험과 판단으로 내린 것
- 신뢰 걱정해야 할 정부가 왜 ‘괴담’ 운운하며 과민 반응하는가
- 대기업 위한 환율·금리정책이 해외 투기세력 공격 빌미 제공했다
- 산은이 리먼 인수했다면 환율시장 요동으로 30년 불황 불 보듯
- ‘스무딩 오퍼레이션’이라는 괴물…환율정책이 헤지펀드 먹이 된 까닭
- 글로벌 경기와 무관한 경기부양 불가능,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 감세 통한 투자 유인, 고용 유발은 허구…대기업은 자통법 통과만 기다려
- 원화가치 연말까지 지속 하락…국내 주가 바닥은 500, 미국은 5000
- 부동산 강남·강북 모두 반토막, 2010년까지 불황 이어진다고 봐야
- 일본의 IMF 자금 지원은 한국시장 잠식 위한 사전포석일 수도
정부의 정책실패, 최근 세계 경제위기의 양상, 서민들은 현 상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등을 막힘없는 탄탄한 논리와 풍부한 통계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그의 글은 건당 평균 조회수 10만을 훌쩍 넘기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특히 3월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불똥이 한국으로 옮겨 붙을 것이라고 예측하거나, 8월에 급격한 환율변동 사태가 오리라는 예고, 9월에 환율 1400원대 진입 예고 등은 마치 족집게처럼 그가 말한 시점에 정확히 현실화했고, 그에 대한 사이버상의 신뢰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틀린 예측도 있었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이미 불붙기 시작한 분위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수많은 네티즌이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올라오는 글마다 IP를 확인하며 일희일비하고, 각종 경제미디어에서 ‘미네르바 신드롬’을 기사화하기 시작한 것이 10월 무렵의 일이다.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를 재정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는 네티즌 글들이 경제 관련 게시판마다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나친 관심이 집중되자 미네르바는 10월29일 ‘노란 토끼가 시작됐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 채 ‘살해 위협을 받았다’며 한 차례 절필을 선언한다. 그러는 사이 논란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11월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김경한 법무부 장관에게 “미네르바로 인해 제기되는 문제와 주장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며 수사를 촉구하자, 김 장관은 “그 내용이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답해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이튿날인 11월4일 미네르바는 인터넷에 ‘이제 병원 간다’는 글을 남기고 또다시 절필을 선언했다. 그 사이 ‘정보당국’에서 그의 신원을 파악했다는 내용을 인용해 ‘미네르바는 50대 중반의 증권회사 경력자’라고 보도하는 기사가 나왔다. 11월13일과 14일, 그는 다시 글을 올렸지만 역시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며 글을 쓰지 않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신동아’가 미네르바와 접촉한 것이 이 무렵이다(그 구체적인 경로는 본인의 뜻을 존중해 밝히지 않기로 한다). 그는 자신의 주변까지 압박해 들어오는 당국의 태도나 행동에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접촉을 통해 그는 자신의 심경과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대한 생각을 일부 밝혔다. 다음은 ‘신동아’와의 접촉에서 미네르바가 밝힌 사항 전부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 10월29일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이제 ‘노란 토끼’가 시작된 거야, 그것만 알고 있으면 이게 뭔 말인지는 내년 꽃 피는 봄이 되면 알 거야”라고 썼다. ‘노란 토끼’란 무엇을 뜻하는가.
“보낸 글에서 환율변동성 상황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노란 토끼’란 환투기 세력을 언급한 것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환율을 끌어올렸던 바로 그 세력이다. 외양은 미국 헤지펀드지만 그 배후에는 일본 엔캐리 자본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 ‘노란’ 토끼다. 이들은 원화 약세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틈타 상대적으로 강세인 달러를 빼내가기 위해 한국을 주타깃으로 삼았다. 정부에서는 국내 투신이나 기관권의 해외펀드 환매 때문에 달러를 매입했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했다고 하지만, 연초부터 정부의 고환율정책을 틈타 이들이 주식과 국내채권, 부동산을 서둘러 매각해서 외환시장에서 환차익을 얻어 송금했다.”
▼ 최근 ‘50대 초반, 증권사 근무와 해외체류 경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맞는가.
“증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해외체류 경험도 있다. 그러나 나이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 내가 유명세를 타고 싶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이제까지 글을 써온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내 신원이나 얼굴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기를 원한다면 늙은이는 (‘신동아’에) 글을 기고할 이유가 없다. 나는 누구의 대변자도 아니고, 아고라에서 이미 밝혔듯 경제 얘기는 앞으로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타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다. 완전히 절필하겠다.”
▼ 예측력도 뛰어나지만 정보력의 수준이 다르다는 지적이 많았다. 분석의 근거는 공개자료가 전부인가, 아니면 개인적인 채널이 있는가.
“예측력이 뛰어나다기보다는, 과거 경제위기 당시의 외국 사례와 현재 시점의 정부 정책 실정(失政)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경제를 아는 사람은 누구든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사항이다. 분석의 근거는 국내외 수많은 경제지표와 사례집, 외신보도 자료를 수집해 통계수치를 규합한 것을 일괄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개인적인 채널은, 금융시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혀 없다고 애기할 수는 없다. 다만 채널에서 받은 모든 정보를 그대로 믿고 글을 올린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의 경험과 판단으로 한 것이다.”
▼ 살해 위협을 당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동안 아고라에 글을 올리면서 호응과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본인을 죽이겠다는 협박이 많이 들어온 게 사실이다. 첫 번째 절필선언을 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이러한 간단한 답변과 함께 그는 장문의 글을 ‘신동아’에 보내왔다.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은 그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해온 글의 주제와 일치한다.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추진에 관한 생각, 지난 봄 당국의 환율개입에 관한 비판과 함께 최근의 금융위기가 국제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방대한 양의 통계수치와 함께 제시한 글이다. 최근 자신을 옥죄고 있는 정부당국의 과도한 반응이나 신원추적에 대해 불쾌한 심정도 밝히고 있다.
이러한 틀 속에서 미네르바는 올 연말까지 환율과 주식시장, 부동산시장 등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 주요 경제지표 추이를 예측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는 정부 대응기조가 현재처럼 이어진다면 내년 3월 이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가위 묵시록적이다. 특히 일본의 IMF 외환보유고 제공에 주목하는 부분이 그러하다.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신동아’는 그가 보내온 글 전문을 그대로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문법적인 오류나 오자를 정리하는 수준의 교열만 이루어졌을 뿐, 글의 논지나 문장의 의미가 변경된 부분은 없다.
1 그동안 내가 했던 이야기가 정당한 까닭
현 정권이 취임과 동시에 내뱉은 말은 환율변동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국내경기를 국제경기와 분리하겠다는 말이다. 즉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경기를 이용하겠다는 뜻이며 동시에 대기업을 요리하기 위해 국내경제 전체를 쥐고 흔들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환율이 조금만 변동해도 대기업이 얻을 수 있는 장부상의 이익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단위로 달라지기 때문에, 이것은 정부가 대기업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최대 무기다. 그걸 알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경제에서 발을 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강력한 약(弱)달러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하자, 외국인들은 원화 약세를 틈타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달러가 계속 약세일 것이라는 확신만 있으면 환율이 1000원대를 유지한다 해도 외국인에게 큰 손해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쨌든 현 정권이 이러한 대외환경의 변화로부터 대기업을 보호하면서 자기 밑으로 넣고 환율문제를 자신들의 수중에 넣음으로써, 이제 한국 경제는 정치적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형국으로 흘러가게 됐다.
두 번째는 금리문제다. 금리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현 정권이 확보해야 할 수단이다. 금리만 잘 조절해도 부동산 경기는 바로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한국은행을 자신의 수중에 넣기 위해 갖은 압력을 가했고, 이성태 총재를 항복시킴으로써 건설 경기를 활성화할 최대 지원군을 얻을 수 있었다. 환율은 국제 경기로부터 떨어뜨려놓고 금리를 인하해 국내 경기를 활성화시키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떼어 놓은 당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 정권의 노림수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바로 뒷감당이다. 누가 이 뒷감당을 할 것인가. 과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환율과 금리 문제가 경제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혹독하게 배웠을 한국인들이, 마치 아이를 낳을 때의 고통을 잊고 다시 아이를 낳는 아줌마들처럼 모조리 까먹고 환율과 금리로 경제 활황을 만들려는 정권을 선택했다. 이제 우리 한국인들이 그 뒷감당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만약 이번에도 외환위기 때와 똑같이 부동산 폭등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면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이 나라와 국민을 향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과거에 겪은 문제점을 오늘날 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에 대한 모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파리의 사자도 사냥에 실패한 경험을 두 번 반복하지 않는데, 어째서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 누구 하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닥쳐올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리먼브러더스 인수 추진의 배경
다들 알다시피 올해 산업은행은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받고 어쩌고 하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다 헛소리고, 실제적인 이유를 알아보자.
전 산업은행장을 쳐내고 낙하산으로 자리 잡은 민유성 현 산업은행장은 리먼브러더스 한국법인에서 3년간이나 몸담았던 사람이다. 또한 본래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사는 데이비드 김 한 명뿐이었는데 산업은행과의 매각 협상을 위해 미국 본사에서 새로 에이스를 파견했다. 줄리안 정이라는 이 사람이 아태담당 이사직에 급히 발령받아 더블 에이스 체제로 가격을 조율하는 자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인수협상 경쟁자로 중국의 시틱증권을 끼워넣은 것은 전통적인 협상전략에 불과하며 가격 끌어올리기의 일환일 뿐 실질적인 구매 대상자는 산업은행뿐이었다.
사실 리먼브러더스에 대한 산업은행의 내부 방침은 이전부터 구매 쪽으로 기울었다. 2009년에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때를 대비해서 투자은행(IB) 투자금융 부문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명분도 있었다.
문제는 매입 가격이었다. 추정치로 217억달러 수준이었고, 지급은 5대5 방식으로 리먼이 가지고 있는 25%의 보유지분을 일괄 매입하고 나머지 리먼 보유지분 25%는 추가로 주식시장에서 매입하는 형식으로 50%의 대주주 자격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빅7 중에 하나인 핵심 투자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외국계가 가지게 될 경우 그 파급효과를 우려해 정부 차원에서 대주주 적격 심사라는 걸 하게 되는데, 산업은행의 경우는 국책이기 때문에 통과에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리먼브러더스는 158년 역사의 미국 내 투자은행 랭킹 4위로 총자산이 6390억달러에 달하고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축한 회사다. 그런 회사에 산업은행이 약 200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해준다는 소리가 된다.
그러나 당시 알려진 부실규모만 장부가 추정액으로 500억달러에 이르고 크레디스위스 은행이 리먼브러더스와 신용거래를 중단하게 될 가능성도 높았다. 문제는 국내 관련법상 산업은행이 아직 국책은행이므로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자금 흐름의 키포인트였다.
장부상 손실자산만 해도 그 추정액이 최소 500억달러에서 최대 800억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엄청난 액수의 달러 매수가 나와서 국내 환율은 1080원에 가까이 올라가게 되는 외생변수로 작용했다. 이전까지는 4/4분기까지 환율 전망치가 최소 1075~1100원, 크게 잡아도 최대 1125원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빅딜 성사가 유력시되고 외국계 자금이 모두 눈치를 챈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누가 산업은행을 부추겼는가
어쨌든 큰 돌발변수가 없는 한 인수가 확실한 상황이었지만 막판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이유는 늙은이도 알 수 없다. 인수에 성공했을 경우 10월 환율은 최소 1150원 이상으로 폭등했을 것이다. 환율 방어로 뿌리는 돈이 흘러 들어가는 루트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른바 합법적인 자본 이동이다. 인수를 둘러싸고 갖가지 뒷말과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면서 흡사 예전 외환은행 매각협상 시기와 분위기가 아주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대체로 부정적인 분위기가 많았지만, 모 거대 일간지는 그렇지 않았다. “만년 금융 후진국인 우리가 요즘과 같은 가격에 세계 일류를 인수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리먼의 위험만큼 기회가 커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라며 리먼 인수를 절호의 찬스인 것처럼 부추겼다. “중요한 건 산은의 마음가짐이다. 손실이 나도 책임을 미루면서 정부가 메워주기만 기다리는 종전의 국책은행 마인드론 안 된다. 민간 은행보다 더 철저하게 득실을 따져 인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자신이 섰다면 해볼 만한 투자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막판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건 그나마 대한민국 목숨을 연장한 천만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리먼브러더스가 산업은행에 매각된 후에 파산했다고 가정하면 산업은행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엄청난 재앙이 됐을 것임은 안 봐도 알 일이다.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함으로써 미국의 금융위기가 실질적으로 시작됐다. 파산을 우려한 메릴린치는 허겁지겁 BOA(아메리카은행)에 헐값 인수되고, AIG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리인상과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이 줄줄이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외국 언론이 장부가보다 2배 이상이라고 평가하는 거액을 주고 은행을 인수했다고 치자. 이제 그 리먼브러더스는 미국 구제금융의 밑 빠진 독 수준을 넘어서 부실채권 규모가 6000억달러, 그중 악성채권이 11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리먼을 인수했다면 환율시장의 요동으로 한국은 거대한 침체기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30년 초장기 불황은 오히려 감사하다 할 정도가 될 뻔한 것이다.
혹은 구세주 효과를 노린 것일까. 8월은 그런 달이었다. 한국이 거대한 경제침체기에 들어갈 뻔했지만 정부가 막아 구해냈다는 신파극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진행됐던 것일까.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눈이 곧고 경제정책이 곧다면 이러한 비판도 아예 필요 없었을 것이다.
2 정부는 왜 인터넷 논객에게 과민하게 반응하는가
2008년 중반기부터 은행권에서는 유동성에 뚜렷한 이상신호가 있었다. 중소기업은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락해도 고환율과 운전자금 압박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반 가계는 은행 대출이자와 소비자물가, 고용불안에 내몰렸다. 3월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가 뚜렷했으므로 정책기조가 바뀌어야 했지만 경제 정책담당자들은 아마추어 정신으로 버티는 식이었다.
5월말에는 환율 등락폭이 25%에 달할 정도로 경고등이 켜진 위험한 상황이었다. 악재가 거듭됐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대응에는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바로 국가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다. 정치세력이 국민으로부터 반드시 얻어야 하는 것은 ‘표심’이 아니라 ‘민심’이다. 민심과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는 정책 혼선은 뒤로하고 얄팍한 흑백논리로 ‘괴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11월에 들어서는 일개 인터넷 논객에 대해 구속수사 언급까지 나왔다.
이전부터 아고라는 촛불집회와 관련해 주목을 받아왔지만, 민간 경제패널들도 아고라를 이용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는 거시적인 정책 없이 즉흥적인 대안만 제시하면서 신뢰 상실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급기야 재정부는 아고라에 해명 글을 싣고 정보인지 여론인지를 얻는 전대미문의 웃지 못할 사건들이 발생했다.
정부의 한계는 그뿐이 아니다. 외환 변동성의 시초에도 정책의 혼선이 작용했다. 3월21일 강만수 장관은 통화관리로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발표하지만 3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은 물가안정이 7% 경제성장이나 일자리 창출보다 더 시급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장관과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어긋날 수도 있다. 3월25일 강 장관은 다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2.75% 차이인데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말한다. 3월26일은 재정부 최중경 차관에 의해 환율급등보다 급락이 더 우려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다음날에 강 장관은 중소기업을 위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언을 한다. 어제 한 말을 까맣게 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4월 16일 강 장관은 본격적인 외환개입을 발표한다. 이 또한 일관성도 정책도 없는 언론의 매질에 대응하는 즉흥발언일 뿐이다. 시장은 이미 신뢰를 잃었고 환 투기 세력의 공격대상이 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구도가 돼버린 것이다. 이미 그 시기에 판세가 짜여버린 것이다. 7월에는 어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나와서는 3차 오일쇼크 발언을 해서 국제적인 뉴스를 만들었다. 각본을 갖고도 만들기 어려운 드라마다. 거시적인 정책과 위기관리 방안이 없는 즉흥적인 대안적 사고에서 이런 대응이 나온 것이라고 판단한다.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근본부터 이상한 계획을 가지고 국정에 임했거나.
이제는 “아고라 보고 주식투자 결정하고 외환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가 내려가고 환율이 폭등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놀랍고도 우스운 일이다. 진짜 주식투자하고 외환투자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룰을 갖고 대형 투자 운영주체들과 함께 투자한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보고 주식이나 외환투자를 결정할 정도라면 시장지배력이 없는 개인 투자자들일 것이다. 일회성 대응의 극치를 보여준다.
촛불을 보고 놀란 가슴 아고라의 깜박이는 불빛을 보고 더 놀라고 있다. 정부는 과민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토론방에 글을 올린 사람들에 대해 수사가 가능하다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아고라에서 많은 사람을 절필하게 했다. 대체 아고라에서 어떤 실물경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3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면면
현 정권 경제정책의 면면을 살펴보자. 먼저 의도적인 환율개입이다. 이 정부에서는 목표 자체에 대한 혼선이 자주 발생한다. 3월 관료들의 엇갈린 환율 관련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누구는 물가 안정이 우선이다, 누구는 수출이 우선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말로 이뤄지는 직간접적 외환시장 개입에 따라 환율 변동성은 커졌다.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강만수 장관의 발언은 항상 경기침체를 우려해 환율 상승을 바라고 있었고, 한은 이성태 총재는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의 안정적인 운영을 선호했다고 판단한다. 이런 과정에서 외환시장 참가자는 당연히 혼란을 느끼게 된다.
3월 환율변동성이 크게 작용했고 이는 앞서 이야기한 관료들의 엇갈린 발언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는 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자본시장 최대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인식을 했든 못했든 스스로 그러한 불확실성의 괴물을 만들어 시장에 던져넣은 셈이다. 그들이 ‘스무딩 오퍼레이션’이라고 주장하던 그 불신의 괴물은 8월부터 외화예산 환전업무에 이상을 불러오게 된다.
이 무렵 미국의 헤지펀드들은 원유선물투기금지법에 밀려 다음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시장에 던져진 불신의 괴물이 실체와 만날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좋은 먹잇감을 놓칠 바보는 많지 않다. 당장 시장에서는 하반기 원화 약세를 예상하고, 업계는 수출시장에서 번 달러마저 시장에 풀지 않으려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 관료는, 외환보유고의 숫자는 버려두고서도, 강(强) 달러라서 환율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자신들의 실수를 덮고 무마하는 동안에도 부끄러움은 전혀 없는 듯했다. 중소기업 수업업체들은 그 한마디에 모니터를 보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환율방어에 연일 큰소리를 내고 이전에는 환율조작을 하지 않는다고 하던 정부가 외평채 발행을 중단했다.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재정부의 고위간부는 9월 만기채권이 다 3개월 미만 단기채권으로 롤오버됐다고 시인하게 된다. 그러면서 역외상승 환율에 대해서 더이상 스무딩 오퍼레이팅이 아닌 강력한 원화 강세조치를 연일 취한다. NDF에서 형성된 1147원의 시가는 박스권 변동폭으로 봐도 1140~1153원 수준에서 움직여야 옳다. 그러나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조율로 1116원(-44원)으로 조절됐고, 이 비정상적인 환율변동은 외환시장에서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한국의 자본시스템 메커니즘의 핵심은 주식시장이 아니다. 외환→채권→주식시장 순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베팅할 때는 반드시 외환시장 동향을 가장 먼저 본다. 환율은 곧 주가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풍부한 외국인이나 기관 거래자가 아닌 개인이라면 더욱 각별하게 외환시장 동향과 환율을 챙겨봐야 한다. 한국시장 자체는 결국 외환시장에 의해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핸들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항상 모니터를 켜두고 환율변동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다.
10월 무역수지 흑자의 진실
한국의 환율변동이 거시경제에 어떻게 파급되는지 보자.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른다면 4개월 후 소비자 물가는 1.3%, 금리(3개월 기준)는 3% 상승한다고 보는 게 통상적인 룰이다. 여기에 외생변수가 합산될 경우에는 변동폭이 달라지지만 기본 모델링은 이렇다. 반면 엔달러 환율이 10엔 상승하면 수출은 3개월 후에 6억달러가 줄고 수입은 5억달러가 감소하는 등 무역수지에 파급되는 반사 이력이 나오게 된다. 이 경우 국내 주가는 통상 4개월 후 평균 65포인트가 하락하게 된다. 그래서 국내 주가변동 추세를 볼 때 단기 소스뿐 아니라 엔달러 환율의 반사 이력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자금시장은 외환시장의 영향을 지배적으로 받는데, 3월 환시장 개입에 대한 혼선과 적절하지 못한 과다개입, 채권 롤오버 등의 실수는 자본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악수가 됐다. 9월에만 225억달러의 외환 보유고가 줄었다는 것은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하는 수치다.
10월말 NDF 이상급등의 핵심은 역시 한국의 10월 무역수지 흑자규모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감의 반증이었다. 10월27일 금융안정화 조치로 인한 가시적인 효과는 은행채 금리 부문의 경우 마켓에서 긍정적인 플러스시그널이 도출됐다. 다만 한국은행에서 하루 빨리 액션을 취해 2조~3조원이라도 은행채를 단기간에 매입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채의 정상거래를 통한 CD금리 인하효과는 없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라는 건 무엇보다도 총 GDP의 48% 규모를 차지하는 수출 부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10월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이는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흑자를 달성했는지가 외신에 상세히 보도되면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게 됐다.
8, 9월 경상수지 적자폭만 봐도 이미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건설, 조선 등의 실적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는 상승했기 때문에 결국 원화로 계산하면 적자일 수밖에 없다. 10월 이후에도 단기외채상환금액을 제외하면 경상수지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는 게 옳다.
이어진 것은 실책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달러통장 운운하는 정치인의 말과 강만수 장관의 민간 선주도형 달러안정책이었다. 개인들이 달러를 잡고 있으니 문제라고 했다. 인터넷 아고라에서 달러투자 열풍이 불어서 그렇다고 했다. 추세나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하기보다는 그때그때마다 임기응변이 먼저인 사회다. 일부 시민들은 이에 동조해 달러화가 1500원이 된다고 환호를 치고 있으니 웃지 못할 이야기가 아닌가.
정부의 잘못된 경제관념은 국민연금의 미국시장 투입만 봐도 알 수 있다. 올 상반기에 지금이 투자 적기라면서 60억달러에 달하는 연기금을 미국 빅7에 투자한 것이다. 또한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자본시장이 흔들렸던 9월에 연기금은 주식시장을 지탱하는 기둥이 돼버렸다.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의 돈을 붓기 시작했다. 그 도움으로 주식시장은 선방할 수 있었지만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부자유와 억지다.
연기금 투입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기수익이 마이너스 500%가 될 정도로 털어 막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그것도 국민연금으로 그렇게 한다고 하니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망가진 실물경제가 하루아침에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연기금을 조율할 시간에 적극적이고 해법이 있는 경제대책에 대해 논해야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무력화 판결은 한국이 부동산 투기를 하기에 좋은 나라임을 증명하고 있다. 국민을 대변해야 할 헌재가 소수 부유층을 대변하고 있다. 권력의 시녀가 되어 국민에 반하고 부동산 재벌과 소수 가진 자의 위치에 서 있으니 우스운 일이다.
종부세의 축소는 세수(稅收) 감소를 의미하고 부족한 세수는 다른 방법으로 국민에게서 빼와야 한다. 세수가 감소됐다고 재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세수 감소는 지방정부의 재정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미리 사용하지 않아도 됐을 재정지출 확대 카드와 맞물려 2009년 재정의 막대한 적자를 불러올 것이다.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신용도가 하락한 국가에서는 국채를 높은 이자로 발행해야 한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과도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과 동조된다면 어마어마한 국채 이자를 물어야 한다. 더 언급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파국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재산세가 10분의 1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세금이 많다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한다. 재정지출 폭을 줄여야 하는 압박을 느끼자 복지예산을 축소한다. 부유층을 살리고자 과세로 한 번, 복지 예산의 축소로 두 번, 이렇게 서민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종부세를 완화한다고 당장 급격히 빠지고 있는 부동산 값이 오를 것도 아니다.
과거 경영을 잘못한 업체의 도산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억지로 틀어막는다고 부실한 자산이 단시간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전에는 모든 것을 시장경제 원리로 이야기하더니 대기업 부실에 대해서는 관치경제 원리를 적용한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슴이 아프지만 딛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털어먹은 회사에 공적자금을 부으면 또다시 재정적자를 불러온다. 결국 이 정부는 건설사, 은행을 위한 정부이고, 서민과 국민은 단순히 세금을 보충하는 세수원(源)에 불과하다. 당장 복지비를 줄여버린 것만 봐도 이에 반박하기는 어렵다.
4 이제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
2009년 초에 신흥시장 기업들이 새로 꾸어다 갚아야 할 부채만 3600억달러다. 1990년대에 잇따른 경제난을 겪은 뒤 신흥국 정부들은 재정건전성을 높여왔고, IMF 빚을 갚으면서 유사시에 대비해 비상금을 잔뜩 모아뒀다. 하지만 요즘 이들의 통화가치는 폭락하고(원화가치만 해도 달러 대비 33%이상 하락했다) 유동성은 고갈되고 있다.
아시아와 중남미 중앙은행들은 통화가치를 떠받치고 신용이 바닥난 은행과 수출업체들을 구제하기 위해 비축자금을 풀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아이슬란드는 30억달러를 빌리지 못해 멀리 떨어진 러시아에 손을 뻗쳤고, 파키스탄 같은 나라는 디폴트에 직면한 상태다.
신흥시장의 주가도 다우지수 급락에 따라 동반급락을 면치 못했다. 중국과 산유국들처럼 돈이 많이 남아도는 국가들 말고는 무역과 자본거래에서 큰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한국만 해도 10월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8,9월 경상수지 적자폭은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사상최대치를 갱신했다. 미국과 IMF에서 통화스와프 거래를 체결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대외외채로 끌어온 자금의 대부분은 기업대출보다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라고 불리는 부동산담보대출에 지출됐다. 그 파장은 제1금융권뿐 아니라 제2금융권과 캐피털 회사들에까지 확산될 것이다. 이제 시작될 부동산 가치 하락이 무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국내 부동산과 보유 중인 자산매각을 서둘러 단행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하락의 파급효과
정부는 11월 기준으로 금리를 4%대까지 인하했다. 그러나 금리를 인하할수록 실질금리는 인상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로써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며 월급을 받더라도 높아진 대출 이자를 상환하느라 생계 자체가 곤란하게 되는 날이 닥쳐올 것이다. 1980년대 일본의 경우를 보면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국가위기는 10년 또는 그 이상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현재 대한민국은 GDP 대비 부동산 비중이 89%에 육박한다. 주식 비중은 2007년 불어 닥친 펀드 광풍으로 해외펀드와 국내펀드 가입자수가 증가해 10% 이상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부동산 비중이 비이성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2008년 상반기보다는 9월 이후부터 하락세가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에서 20억짜리 고가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서 줄줄이 유찰되고 일부지역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오면서 본격적인 거품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2008년 2분기 국내 가계빚은 660조원을 돌파해 사상최고치를 넘었다. 대출 비중도 은행이 줄어든 반면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금융기관을 통한 경우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임금이 인상된다고 해도 물가상승률과 금융권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나므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신도시 건설, 수도권 규제완화라니, 이런 정책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는 건설회사를 살려주는 효과만 나타나고 오히려 집값과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계부채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감세안 부분도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6억원 이상 고급주택에서 거주하는 인구비중이 얼마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5%나 될까. 최대한으로 잡아봤자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금은 가계에서는 예금을 늘리고 지출은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시점이다. 소비를 해야 내수경기가 활성화된다고 떠들고 있지만 은행 빚 갚기에도 허덕이는 판에 무슨 얼어 죽을 소비를 하고 있겠는가 말이다. 오히려 지갑에 자물쇠를 달고 다니는 사람만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올해보다는 내년에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 대비 화폐가치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화 비중이 높은 대한민국의 경우 달러가치가 급락하면 원화가치는 상승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금융권의 잠재된 부실이 드러나게 되면 현실은 전혀 정반대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현상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반적인 일들이다. 부시 행정부 이후 미국 경제에 쌍둥이 적자폭이 증가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1가구 1주택 정책이었다. 시도는 좋았지만 지금 현실에서 되돌아보면 엄청난 재정적자를 만들어냈고, 이는 결국 엄청난 쓰나미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그 전철을 고스란히 밟아가고 있다. 국민 모두를 수렁으로 몰아넣으면서 말이다.
미국이 흔들린다
미국 국민의 반대로 진통을 겪은 후에야 통과된 7000억달러 구제금융은 미국발(發) 신용 쇼크를 잠재우기에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7000억달러 전액을 퍼붓는다 해도 그 효과는 17%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계산이 이미 나온 바 있다. 결국 구제금융은 심리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 진짜 내막이며, 그 7000억달러조차도 일부만 지원될지 전부 지원될지는 오바마의 의지에 달려 있다.
금융계의 연이은 파산으로 시작된 위기는 이제 실물로 전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구제금융과 금리인하 등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택 가격의 하락은 지속되고 있으며 동부에서 시작돼서 이제는 서부로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또한 속속 드러나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그에 따른 부도, 감원 등으로 미국은 몇십 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 기록을 다달이 갈아치우고 있다.
유럽 역시 미국발 서브프라임 및 신용 쇼크 사태가 전이되어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미 25% 이상 폭락세를 보이는 등 가시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구제금융과는 달리 유로존 전체에 대한 구조적인 장치가 없다 보니, 아이슬란드를 시작으로 한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및 IMF 구제금융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독일, 스위스의 은행조차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압박에 따라 달러화가 유로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이미 빚더미 위에 서 있는 미국에 닥친 금융위기는 곧 달러화 폭락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외부채는 1경달러 이상에 달하며, 이는 미국 연간 GDP의 1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실물 측면에서도 이미 GM과 GE 등 거대 기업들조차 흔들리고 있다. 구제금융을 투입해 겨우 숨통을 틔웠다지만 임시방책에 불과할 뿐이고, 크라이슬러, 포드 등 여타 자동차업체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차후 미국 금융시장의 경색은 최소 1년6개월에서 최대 3년 이상까지 갈 것으로 보이며 달러 강세는 결국 유로에 대한 반사작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따른 강세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특히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전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올림픽 이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최소한 2~3년은 조정을 받을 것이다. 내년에도 성장추세를 유지하되 성장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다. 현재 중국 부동산업계의 자금 부족분이 106조 5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업체의 분양 수입이 평균 14% 정도가 유지되어야 사업이 유지되는데 1~4월 주택 평균 분양수입은 전년 대비 1.6%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올해 안에 24% 정도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부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고,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간접적으로 역풍이 미칠 것이다.
다만 중국이 연말까지 금융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어 체계화된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면 중국 정부에서도 보다 안정감 있게 내실을 다지는 경제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자국 내에서 사용할 자원을 충분히 확보해두었고,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미국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사이 자연스럽게 세계의 강자로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는 달러를 대신할 통화로 위안화가 대두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자국 통화 강세를 유지하려면 우선 자국 경제가 견고해야 하는데, 일본은 지금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수출에서도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으며 이 실적은 1980년대 이후 사상 최악이다. 달러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엔화가치도 하락할 텐데 일본의 해외투자 대부분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일본의 해외투자는 기업들의 해외공장 신설 등 직접투자방식 비중이 높다) 피해가 막심하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미국에 소매금융으로 진출해 1990년대 들어 부동산 투자를 많이 했는데 그 금액만 한국의 100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본의 부동산 침체로 인해 제로금리 상태에 놓이자 엔캐리 자금(특히 1945년 이후 출생한 전후세대의 연금)이 해외 직접투자에 눈을 돌려 1990년대 이후 미국 내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한 때문이었다.
이러한 세계상황, 미국의 신용경색, 중국의 부동산발 내수경기 침체와 경기하강 곡선, 일본 엔캐리 자금 동향, 달러 대비 유로존의 무게중심 이동 포인트 등 종합적인 외부변수들이 한국의 경제상황과 내수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08년 한국 경제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누구의 인생에나 결정적인 선택의 시점이 찾아온다. 한 나라의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한국의 자본 시스템은 그 중요도와 영향력을 따지면 ‘외환>채권>주식시장’ 순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 물가, 기업경기 등 모든 것 1970년대처럼 글로벌 경기의 영향 없이 한국만의 독자적이거나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움직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글로벌 경기에 연동해 한국시장도 연동해 움직이게 된다. 주식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수출 및 내수시장 등 전 분야에 효과가 파급되는 시스템이 됐다.
‘기업 프렌들리’를 표방한 정부의 환율 및 금리정책 때문에 각 기업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기업 체감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설 발주건수는 계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비 감소로 내수기업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업종별로 보자면 비제조업 업황 전망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58로, 음식숙박업소를 중심으로 하는 내수 자영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1차 자영업 구조조정 시기가 2004년이었다면, 당초에는 2010년에서 2012년 정도를 2차 구조조정 시기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올 하반기로 대폭 앞당겨졌다.
특히 주목할 사항은 발틱운임지수(BDI)의 하락추세에 따른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와 글로벌 경기 하강추세다. BDI는 글로벌 경기의 추세가 호황인지 불황인지 추세전환 국면을 보는 간접지표인데, 현재 한국은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선박수주 취소물량이 나오는 등 가시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 경제에는 7대3의 룰이 있다. 수출 대 내수가 7 대 3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인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수출 비중이 65%에 내수 비중이 35% 정도다. 이 내수 비중 35%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OECD 평균치의 2배인 36%에 달한다. 결국 내수시장 비중 35% 가운데 총 취업자의 3분의1이 이른바 자영업 생계 가계인 것이다. 중소기업까지 합치면 총 취업자 중 9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한국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일부 수출 대기업들과 특수 자영업자 계층을 뺀 나머지 90%의 일반 가계들이다. 따라서 가계에서는 현금비중을 확대하고 투자자산 회수를 통한 안전자산으로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 생활자금을 마련해 대비해야 한다.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다
7월 생산자 물가는 10년래 최대수치인 12%가 폭등했고 생산자 물가가 소비자 물가의 상승률을 앞지르기 직전이다. 더구나 국내기업의 시설재 고정투자 비중은 사실상 마이너스인 추세로 올해 1/4 분기를 기점으로 고용창출을 위한 기업 투자는 축소 일로다. 수출 확대를 통한 고용창출과 경기부양을 떠드는 정부의 정책과 실제 현실이 정반대라는 걸 알 수 있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가 소비감소를 부르면서 내수경제 타격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로 인한 기업의 금융부담은 2008년 연내에 23%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실질적인 가시효과와 위협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중소기업과 자영업 중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중소기업 가운데 순이자 보상 비율이 100 미만인 심각한 기업이 43.9%(이자도 못 내는 회사가 43%)에 이르며 부도 가시권에 있는 중소기업은 54%, 직접적 부도 가시권에 있는 중소기업은 37.5%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2009년 말까지의 예상 파산비율은 24%, 사실상 부도상태 기업은 12.7%이다. 그에 비해 대기업은 2/4분기에 사상 최대의 분기별 실적을 거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패턴은 신규투자가 아니라 인수합병에 의한 시장진출과 금융자본 확대로 이미 전환되는 추세에 있다는 소리다. 이것은 정부에서 부르짖는 기업 프렌들리에 의한 고용창출 효과와 정반대다.
기업들은 내년에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를 할 수가 없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기업규제가 어쩌고 떠들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토지비용 및 인건비 대비 매출영업이익 비율이 차라리 해외 투자를 하는 게 훨씬 나은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의 불안은 부동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 투자에도 제한을 가한다. 지금 대기업들이 자본 잉여금을 엄청나게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당장 산업자본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내년에 시행될 자통법과 금산분리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해서 소매 금융업에 뛰어드는 게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2003년 카드사태 때와는 전혀 다른 자산 디플레이션의 직접적인 타격과, 은행권에 물고 물린 신용 쇼크에 따른 부실채권 물량의 증가로 인한 내수시장 붕괴로, 가계별로 파괴적인 회오리가 닥치기 때문에 미리 손을 써야 한다. 4/4분기 물가가 8.5~9% 올라갈 경우 2010년 이내에 부동산 실물 자산 가치가 최소 27%가 폭락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스태그플레이션의 제1원칙은 ‘실물자산 디플레이션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아직 이걸 실감하지 못하는 분이 많다. 이런 비상체제하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 게 좋은지, 아고라에 올렸던 글 중 일부를 발췌한다.
① 가장의 실직에 대비해 최소 6개월치 봉급 정도의 비상금을 준비한다.
② 신용카드는 두 장 이내로 남겨놓고 나머지는 전부 체크카드를 사용한다. 단 생활비 통장, 용돈 통장, 비정기 지출 통장(의료비나 경조사), 공과금전용 통장(보험료, 대출금 상환) 등 항목별로 통장을 세분해 돈을 적립시켜놓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종합관리는 인터넷 무료 가계부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남자라서 가계부 쓰는 게 창피하다거나 할 시대가 아니다. 회계정산 프로그램을 구해 항목별로 나눠서 수입지출을 관리하면 개인별로 돈을 쓰는 게 한눈에 파악되고 조절이 가능해진다.
③ 물가상승에 대비해 향후 3개월 정도 쓸 만큼의 생필품을 각자 갖추고 대비한다. 이 정도 사는 걸 사재기라고 하는 사람은 독일 같은 나라에서 개인 지하실이나 아파트 창고에 1년치 비상 통조림이나 생필품 비축한 걸 못 봐서 하는 소리다.
④ 가입한 보험상품 중에 적용되는 항목, 특히 의료비 지원이나 암 관련 상품들을 전부 다 꺼내서 보험설계사와 상세하게 상담하고 보험별로 확실하게 어떤 질병에 적용되는지 분명하게 파악하고 필기해둔다.
보험설계사들 중에는 이런 핵심적인 문제를 얼버무리는 경우가 있다. 전화로 상담하면 거의 90%는 말을 돌리거나 얼버무리므로 딱 잘라 분명히 뭐가 적용되는지와 금액한도를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그래야 어려운 시기에 아플 때 의료비용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다. 더불어 치과 관련 보험상품이 있다면 알아볼 만하다. 치과 의료비가 상당히 들어가기 때문인데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더욱 필요하다.
⑤ 할부는 최대한 갚고 시작해야 한다. 보통 단가가 낮은 옷이나 식료품은 곧잘 줄이지만 가격이 비싼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는 할부로 사면 된다고 생각해 무심코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할부를 갚거나 차를 팔든지 해야 한다. 할부로 돈이 들어가면 현금 유동성의 일부가 묶여버려 나중에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⑥ 대출 비중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자 부담은 대출액에 비례한다. 이 경우 개인별 보유자산 중 처분해서 갚을 수 있는 건 빠른 시일 내에 갚아야 앞으로의 금리인상에 대비할 수 있다. 대출을 두 군데 이상에서 받은 경우가 38%에 달하는데, 주거래 은행을 하나 지정해서 한 군데로 몰아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는 지금 거의 살인적이다. 개인 소비를 일부 희생해서라도 신용대출금을 얼른 갚고 대출을 주거래 은행으로 몰아 관리해야 한다.
5 정리 : 연말까지 경제지표 추이 예상
▶환율 : 원화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금리인하는 오히려 역성장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은행들의 예대마진율과 예금이율은 낮아지고 대출이자는 높아지는 결과를 양산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달러화 비중이 굉장히 높은데 자칫 달러가치가 급락하면 그에 따라 원화가치 역시 동반 하락할 공산이 크므로 우려스럽다. 원화는 달러대비 1000원선이 적정선이지만 대외적인 경기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급등하게 될 것이다. 이는 비단 달러화 대비뿐만 아니라 엔화, 위안화, 유로화 대비 환율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식시장 : 한국은 500선, 미국은 5000선이 올해 바닥이라고 본다. 중국은 1000선이 붕괴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건설업체 연쇄부도가 우려되고 상호저축은행에는 이미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이러한 흐름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에는 500선도 붕괴될 수 있을 것이다.
▶금리와 은행 : 6월말 기준 환율가격을 1200원으로 잡아도 KIKO의 실제 손실금액은 1000억원을 넘었다. 환율이 1500원에 근접했을 경우 그 금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80% 이상은 도산에 직면하게 된다.
▶부동산 :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강북 역시 추가 하락해 반토막 이상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10억원짜리 아파트가 5억원 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전까지 부동산은 쳐다볼 필요도 없다. 주식이 하락할 때처럼 사면 살수록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이다. 2010년까지는 불황이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
일본이 나서는 까닭
환율에 건설사 부실, 은행 부실, 중소기업 부실, 가계부채 부실….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그나마 외환위기 당시 당한 경험이 있어서 대기업들은 버티겠지만 하청업체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대기업이라고 홀로 버티기는 어려워진다.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은 일본의 움직임이다. 일본은 최근 자진해서 IMF 자금조달에 나섰다. 통화스와프가 아닌 IMF를 통한 한국자본 잠식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미국에도 자금이 풍부한 IMF는 좋은 핑계거리가 된다.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바쁜 미국은 한국과의 통화스와프도 그리 달갑지 않은 상태였다. 달러 가뭄에 고통스러워하는 신흥개발국들을 모두 도와줄 여력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 스스로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10조엔을 IMF에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혹시 한국의 IMF행을 기정사실화한 결과는 아닌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만에 하나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된다면, 공식적으로는 IMF 자금이지만 상당 부분이 일본에서 공급된 달러이므로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 역시 일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IMF 선결 요구사항의 방향이 한국 경제를 일본 자본에 편입되게 만드는 쪽으로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1월이면 은행외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미 PF로 야기된 시중은행의 BIS비율 하락은 1금융권뿐 아니라 2금융권, 캐피털, 건설회사, 중소기업 등에 두루두루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기업을 제외한 전방위 산업의 도산이 불가피하다. 2007년 11월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CD를 남발했고, 이 은행들의 CD는 대부분 일본 자본이 매입했다. 이런 식이라면 한국은 연말 혹은 내년 3월을 못 버티고 일본 자본에 편입되는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