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진영
금붕어 몇 마리를 투명비닐봉투에 넣고 걸어가기 좋은 봄날이다.
공동식당 식탁 아래엔 바람 빠진 축구공, 따지고 보면
외삼촌이 괴로운 것은 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잠시만 멈추어보렴, 아름다운 시간아, 텔레비전을 끄지 못하는
사소한 병을 앓는 외삼촌이 입술을 벌리고, 식당으로 날아 들어온
벌을 본다. 하긴 병에 걸려도 병에 걸린 걸 모르는 사람은 아름답다.
사방엔 거울이 없는 벽들, 모서리 없는 탁자들, 푹신한 소파와
둥근 의자들, 얘야 사람의 옷소매를 그렇게 잡아당기면 못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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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태어나려면 한 번은 소중한 것과 끊어진 적이 있어야만 하는 법이란다,
마당의 물통 속엔 가라앉은 유리병,
튜브처럼 둥둥 떠 있는 구름,
쾌활한 여자 아이의 왼쪽 손목엔
금붕어가 들어 있는 비닐봉투.
더 이상 아무것도 들어갈 게 없는 듯이 보이는, 안과 밖이 없는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