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안동 아파트값 상승 위해 안마업소 집중단속?
- 집창촌 성매매 줄었지만 변종 풍속영업소 해마다 급증
- 집창촌 개발이익, 포주 영업이익 환수해 탈 성매매여성 지원해야
- 헤르페스, 매독, 첨규콘딜롬 등 성병 증가
- 탈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금보다 더 많은 여성단체 관리·인건비 지원금
동대문경찰서는 11월 중순 현재 61개 안마업소 가운데 정식 안마사가 있는 3곳을 제외하고 모두 전업, 폐업, 휴업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그야말로 초토화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업주 1명과 성매매 여성 2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매매 여성과 업주들의 반발도 그만큼 거세다는 얘기다. 2002년 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 집단화재사건으로 많은 성매매 여성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금의 성특법이 만들어졌다. 당시엔 악덕포주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죽음으로 몰았다면, 이번엔 경찰의 과잉단속이 이들의 죽음을 불렀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휴가 중이던 동대문경찰서 이중구 서장은 성매매 여성 자살 소식을 듣고 관할지구대로 달려와 담배만 뻑뻑 피웠다고 한다. 하지만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업소 여성의 자살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개인 사정 봐주면서 단속할 거였으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단속은 고무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11월 중순엔 장안동 유흥가 곳곳에 CCTV 15대를 설치,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가는 등 단속 강도를 더욱 높였다.
100m만 벗어나도 단속 없다
이제 장안동에는 성매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평일 밤 10시,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에서부터 장안동 4거리까지 1.2㎞가량 이어진 유흥가를 둘러보았다. 듣던 대로 모든 안마업소의 불은 꺼져 있었다. 현관이 자물통으로 굳게 채워졌는가 하면, 간판이 철거된 곳도 있었다. 거리는 한적했다. 모텔과 단란주점, 일반 음식점의 네온사인만 이곳이 유흥가임을 말해 주었다.
그런데 길을 걷는 동안 “안마하러 오셨냐”며 접근하는 호객꾼이 5명이나 됐다. ‘영업 안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차로 3분만 가면 안전하다”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가까이’란 길 건너 중곡동에서부터 사가정, 신천, 일산 등 다양했다. 이곳에서 100m만 벗어나도 단속이 없다고까지 했다. 한 호객꾼은 “이 동네에서 먹고살던 아가씨만 2000명 정도다. 다들 달리 할 일이 뭐 있겠나”라며 “단골 아가씨 있으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아봐주겠다”고도 했다.
밤이 깊어지자 경찰차가 하나둘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흥정을 마친 호객꾼들이 성 구매자들을 차에 싣고 출발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장안동 주민들은 이곳에서 성매매가 완전히 사라지려면 모텔까지 완전히 정리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접객원을 둔 주변 단란주점, 룸살롱, 성인노래방 등에서 1차를 한 후 모텔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호객꾼은 “골목 안 모텔에서 안마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동대문구에 있는 모텔 전체(50개)의 80%에 가까운 39개가 이곳에 몰려 있다.
한 상인은 이번 성매매 전쟁에 대해 색다른 주장을 폈다. 단속이 순수하게 성매매 근절에 있다기보다는 아파트 값을 올리려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이해관계에서 시작됐다는 것.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총선 때 이 지역 국회의원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성매매업소를 해결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서울의 다른 지역 아파트 값이 모두 폭등하던 지난 2,3년 동안 여기만 정체상태였는데 그 이유가 유흥업소가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홍 대표는 선거가 끝난 뒤 ‘장안동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버릴 방안이 있다’고 공언했다.”
그는 “경찰 단속 이후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 유동인구가 없어지고 상권이 몰락하면 오히려 아파트값이 하락할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무조건 유흥업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단순한 논리”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주민들은 이곳에 학원과 일반 회사들이 들어서길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인근에 고등학교가 별로 없어 학원시장이 크지 않고, 회사들이 들어설 만큼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늘어난 성매매 사범과 성매매업소
성특법이 시행된 지 만4년이 지났다. 그동안 여성부는 연평균 160억원, 총 800억원의 국고를 여기에 쏟아 부었다. 경찰도 수시로 성매매집결지 등을 단속했다.
그 결과 효과도 컸다. 국민 의식 속에 ‘성매매는 범죄이며 인권착취’임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는 게 첫 번째 성과다. 2004년 초만 해도 성매매가 불법임을 아는 국민이 3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0%가 넘는다. 대표적인 성매매 온상지인 집창촌(성매매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도 절반 넘게 줄었다. 고질적인 사회문제였던 인신매매도 거의 사라졌다. 무엇보다 탈(脫)성매매에 성공한 여성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성특법이 성공적인가’ 하는 질문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 해 말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성매매특별법 인식조사보고서’를 보면 성특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30.9%만이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나머지 69%는 ‘보통’이거나 ‘부정적’이라고 대답했다. 성특법 이후 성매매가 줄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줄었다’는 대답은 35%에 불과했다. 62%가 ‘그대로’이거나 ‘늘었다’고 응답했다.
실제 성매매 사범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05년 1만8508명, 2006년 3만4795명, 2007년 3만9236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명이 넘었다. 전통적인 집창촌은 허물어졌지만 그 자리를 신종 성매매 업소들이 채웠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신종 성매매업소인 안마시술소, 룸살롱, 변형 노래방 등 변종 풍속영업소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5년 5841개, 2006년 8714개, 2007년 3만1601개로 늘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리운전 성매매, 오피스텔 성매매나 애인대행 등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는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2007년 불건전 만남유도 신고가 1만2264건으로 전년보다 4.6배 증가했다는 경찰청 자료를 근거로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음을 추정할 뿐이다.
경찰이 성매매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서 성매매가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때마다 불법의 강도는 더 세졌고, 변종 성매매와 단속이 어려운 유사 성행위들이 양산됐다. 이 때문에 경찰 단속이 성매매산업의 질과 양을 한 단계 더 높여놓을 뿐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집창촌 역시 줄기찬 단속에도 꿋꿋하게 생존해 있다. 11월 중순 자정 무렵, 미아리는 호객행위를 하는 ‘현관이모’(삐끼)들이 줄지어 나와 있었다. 청량리와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뒤 집창촌 역시 대낮부터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성매매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넉 달 넘게 계속되는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초토화된 장안동 유흥가.
불법, 생존, 인권
집창촌과 장안동 유흥가에서 만난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은 한결같이 ‘왜 우리만 단속하느냐’고 항변했다. 이번에도 처음엔 서울 강남 등 전국에서 동시에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졌지만 이내 흐지부지됐다. 장안동만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심지어 같은 동대문경찰서 관할인데도 청량리에서는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룸살롱이나 일부 호텔사우나 같은 기업형 업소에 대해서는 경찰이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전 서울 종암경찰서장)는 “집결지와 같은 개방형 성매매 업소를 먼저 칠 것이 아니라 술집, 퇴폐 이발소, 룸살롱 같은 음성적인 성매매 업소를 단속해야 했다. 최초 성매매 전쟁이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음성적인 성매매 업소만 늘어났다”고 말했다.
집창촌과 장안동 유흥가에서 만난 성매매 여성들은 한결같이 “여기서 영업을 못하게 하면 다른 곳에 가서 하겠다”고 말했다. 왜 이들은 그토록 성매매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성매매는 도둑질과 같은 명백한 ‘범죄’”(이중구 동대문경찰서장)인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김강자 교수는 “도둑과 성매매는 다르다. 도둑은 피해자가 있어 절대로 막아야 하지만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여성단체의 ‘성매매는 인권파괴’라는 주장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 여성들은 단속을 당해도 또 하고 있어요. 왜 목숨을 걸고 성매매 합니까. 배고픈 그들에겐 생존이 우선입니다. 생존이 가장 앞서는 인권보호죠. 그러니까 지금 경찰은 깨진 독에 물 붓기 전쟁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확실한 생계 및 자활대책 지원이 성매매 근절의 근본 해결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에 44만원, 그것도 6개월 내지 1년 동안 지원하는 것으로는 성매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 세금만 낭비될 뿐이라는 것이다.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뒤 집창촌에서 만난 박다영(가명·29)씨는 “지금은 옛날처럼 명품 사려고 몸 파는 여자는 없다. 대부분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한 달 40만원으로 가족 뒷바라지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안동에서 자살한 여성 2명도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여성은 빚더미에 앉은 아버지와 장애인 동생을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다른 여성 역시 신부전증 환자인 할머니 병원비를 책임져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기까지 들어내며 영업을 못하게 하자 절망에 빠졌다고 동료 성매매 여성들은 주장했다. 유서엔 경찰 단속을 원망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 살림의 정경숙 소장은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액을 더 늘리면 좋겠지만 그걸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스스로 일해서 돈을 벌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열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규정된 자활기간 1년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액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 기초생활자 등 다른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여성단체에서는 국고지원이 아니라도 충분히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아리와 청량리 등 기존 성매매 집결지가 재개발될 예정이다. 막대한 개발이익금이 예상되는데, 그 이익을 건물주와 업주가 가져가게 하면 안 된다. 개발이익을 환수해 탈성매매 여성 자활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성매매특별법 입법과정에 참여했던 이찬진 변호사는 “성매매 업주들이 불법 알선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몰수해서 성매매 여성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재활교육과 취업알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성매매를 시도한 여성들 중에는 사회에 나와도 취업할 곳이 없어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다영씨는 “몇몇 친구가 새 삶을 살겠다며 쉼터에 들어갔지만, 우리처럼 학력 낮은 사람이 배울 수 있는 게 미용이나 피부관리, 요리 등이 고작이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데 경력은 없으니 취직하기 힘들다. 어렵사리 취직을 해도 70만~80만원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이 안 돼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온다. 창업을 했다 망하고 돌아온 친구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단속이 강화되기 전에는 한 달에 150만원은 벌었다. 1000만원 벌던 시절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낫다. 상황이 좋아지면 더 벌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돈을 모아 화장품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다. 그 꿈이 이뤄질 때까지만이라도 제발 단속 좀 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여성단체의 노력은 성매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그럼 여성단체의 지원을 받아 탈성매매에 성공한 여성은 지금까지 몇 명이나 될까. 성매매 여성들은 “이 생활을 하다 결혼했다거나 여기서 돈을 모아 가게를 차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여성단체 지원으로 자활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몇몇 여성단체에 지금까지 자활에 성공한 여성의 숫자를 묻자 “자활에 성공했다는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는 창업 또는 취업할 때까지만 관리하지 이후는 관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성부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정부 자활지원을 받은 3196명 가운데 1253명이 취업이나 창업을 했고, 83명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발표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상담소나 쉼터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상담을 하거나 쉼터에 입소하면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자신이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기록이 공식적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여성단체에서는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힌다.
“포주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속이는 대표적인 거짓말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상담자료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자활교육도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받을 수 있다. 국가에서 해당 교육기관에 교육비를 직접 지급하기는 하지만, 여성인력개발 항목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해당 교육기관에서는 성매매 여성이란 걸 알 수 없다.”
2003년부터 성매매 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여성은 “성특법이 시행되면서 이곳을 떠나 평택, 파주 성매매집결지에도 있어봤고, 안마시술소 오피스텔 대딸방 등 음성 성매매업소도 경험해봤다. 그나마 여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에 돌아왔다”고 했다.
“여긴 제가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수 있는데,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곳은 그게 불가능해요.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받아야 해요. 오피스텔에서 영업할 땐 누가 유영철처럼 칼을 들이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끊이지 않았어요.”
성병 실태 파악조차 안 돼
다른 성매매 여성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안마시술소에서 일할 땐 오일을 온몸에 바르다 보니 피부병과 습진에 시달렸어요. 오피스텔은 24시간 영업이기 때문에 자다가도 손님을 받아야 했고요. 여기는 이상한 손님이 있으면 현관이모나 오빠들이 해결해주는데, 오피스텔은 제가 직접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곤란한 일도 많았어요. 특히 그런 곳은 남자들이 콘돔 사용을 안 해요.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어요. 업소에서 더 이상 손님을 넣어주지 않거든요. 성병과 에이즈 걱정을 안고 살았는데, 여긴 그런 걱정은 없어요.”
성병과 에이즈는 3군 전염병이다. 성특법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게 성병관리체계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1999년까지는 국가에서 강제로 성매매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했다. 집창촌 여성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룸살롱 단란주점 등 일반 유흥업소 종업원들은 최소 6개월에 한 번씩은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를 증명하는 건강진단수첩(보건증)을 항시 소지하고 있어야 영업이 가능했다. 이에 대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1999년 폐지됐다.
이후에도 집창촌만큼은 보건소가 100% 성병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성특법이 실시되자 성매매집결지 자체를 부정하고 단속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성매매 여성들의 성병검진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딜레마가 생겨났다. 특히 여성계에서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을 없앨 것을 요구했다.
성병예방관리 예산 가운데 특수업태부(성매매 여성) 성병검진 및 치료비와 특수업태부 등록관리가 성특법 이후 전액 삭감됐다. 콘돔 무료배포 예산도 15억원에서 3억7800만원으로 삭감됐고, 성병 정기검진 대상자 교육과 홍보비 역시 5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구분 | 2003년 | 2004년 | 2005년 | 2006년 | 2007년 |
매독 | 582 | 807 | 674 | 1179 | 1415 |
성기단순포진 | 670 | 658 | 893 | 1494 | 1726 |
첨규콘딜롬 | 388 | 382 | 497 | 696 | 946 |
집창촌 성매매 여성은 차치하고 성매매 가능성이 높은 일반 유흥업소 종사자 역시 법적으로는 성병검진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검사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단속하기는 어려운 상태가 됐다. 이정환 청주대 교수에 따르면, 보건소에 등록한 성병검진 대상자는 2003년 15만6444명이었던 것이 2007년 9만6662명으로 줄었다. 또한 성병매개우려자(특수업태부)의 등록 수도 같은 기간 5922명에서 1601명으로 줄었다. 이들은 자발적 검사자인 셈이다.
헤르페스 성병 3.8배 증가
성병 관리가 안 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성병이 늘었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제도권 통계를 보면 전체 성병환자 숫자는 줄었다. 특히 임질은 6분의 1로, 비임균성 요도염은 4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이는 허수일 뿐이라고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성병은 2001년 1월부터 전수(全數)가 아닌 지정의료기관 300여 개 병원과 250여 개 보건소로부터 EDI(전염병감시체계 전자결재문서)를 통해 신고/보고를 받고 있다. 제도권 통계는 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통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선 보건소의 한 직원은 이 통계를 가지고 색다른 추론을 내놓았다.
“통계에 잡힌 대상이 자발적으로 검진을 받은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검사를 받으며 자기 몸을 챙긴 성매매 여성들이다. 게다가 집창촌은 콘돔 사용이 필수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따라서 이곳이 성병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게 간접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는 “정확한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새로 들어온 성매매 여성이 성병을 보유한 경우가 평균보다 높았다”고 주장했다.
성병 관련 자료들을 분석하면서 성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정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성기 주위에 물집이 잡히는 헤르페스라는 성병이 1999년 2만4401명에서 2007년 9만4259명으로 3.8배 증가했다. 제도권 통계를 봐도 매독, 성기단순포진, 첨규콘딜롬은 해마다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성병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건소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성병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성병 정기검진 대상자로 등록하면 기록에 남고, 또한 성매매를 한다는 증거가 돼 경찰 단속망에 걸려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며 이는 잘못된 정보라고 했다.
“과거엔 실명,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사진까지 부착하게 해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명과 생년월일만 기록하면 된다. 신분노출 우려가 전혀 없다.”
그는 “성매매 여성은 성병 전파자가 아니라 성병 피해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 대한 검진은 불법 여부를 떠나 건강권에 관한 문제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살필 의무가 있다. 더 많은 성매매 여성이 성병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전국적으로 성병에 대한 표본조사를 하고 있으며 내년 초에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발적 성매매
성매매특별법이 처음 시행될 때만 해도 업주들에 의해 강금당한 채 강압적으로 성매매를 하거나, 사채에 얽매여 성매매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피해 여성이 많았다. 지금도 업주의 폭력과 협박, 고리 사채에 시달리는 성매매 여성들이 존재한다. 최근 대전 유천동에서 여성들을 감금한 채 성매매 영업을 강요하던 업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한 장안동에서 연리 188% 고리 사채놀이를 하던 업자가 구속됐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과거에 비해서는 훨씬 줄었다. 성매매 여성들도 “아직도 이런 데가 있느냐”고 할 정도였다.
지금 남아 있는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뛰어든 자발적 성매매자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들의 살길을 열어주는 최소한의 방법으로 특정 장소에서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창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조사한 ‘성매매특별법 인식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공창제 찬성이 51.8%에 이르렀다. ‘모르겠다’와 ‘반대’는 19.8%, 27.7%에 머물렀다. 물론 여성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여성계 인사는 “과거에도 성매매를 근절한다며 성매매 여성들을 잡아다 면도기술을 가르쳐 이발관에 취직시켜줬다. 그 결과 생겨난 것이 퇴폐이발소다. 지금과 같은 경찰의 단속 행태로는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는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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