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5년 부산 출생<br>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br> ● 서울대 대학원(법학),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법학) 석사<br> ● 1981년 외무고시 합격<br> ● 1981~89년 외무부 근무<br> ● 울산 남부경찰서장, 서울 종암경찰서장, 경찰청 외사관리관, 경찰청 감사관, 경찰청 경비국장, 부산경찰청장, 경기경찰청장<br> ● 2010년 서울경찰청장
원래 그런지, 목이 아파 그런지 그는 말을 꾹꾹 눌러 했다.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들어갔다. 자세는 잘 빗어 넘긴 새까만 머리카락처럼 단정했고, 표정은 어떠한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처럼 단호했다. 그렇다고 마냥 딱딱했던 건 아니다. 어린 시절 세 끼를 굶을 정도로 가난해 시장에서 달걀과 과일을 훔치던 일과 미팅에서 대타(代打)로 나온 여학생이 지금의 아내라는 얘기를 할 때는 표정이 바뀌었다.
조 청장은 “여러 일간지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신동아’ 인터뷰에 응하게 된 것은 최근 모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찰의 성과주의를 실패한 것으로 매도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날 성과주의는 대세다. 사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공기업들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성과주의는 한마디로 실적 좋은 사람에게는 인사나 보수에서 혜택을 주고, 실적 나쁜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거나 심할 경우 내치겠다는 것이다. 무한경쟁의 기치를 내건 신자유주의의 적통(嫡統)인 성과주의는 곳곳에서 불화를 빚었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는 당연히 반대했다. 언론사 노조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과주의가 기자직에 맞는지를 두고 일대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꼴찌 할 바에야 빠지는 게 낫다”
성과주의가 좋은지 나쁜지,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인간이 만든 어떤 제도도 그렇듯 장점이 있으면 단점과 부작용도 있게 마련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제도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니까. 성과주의는 방향이 옳고 효율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런 일에 앞장서는 지도자는 욕을 먹게 마련이다(그런 지도자가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건 별개의 얘기다). 경찰 조직에 처음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한 조현오 청장도 그렇다. 그는 부산경찰청장, 경기경찰청장을 지내면서 성과주의 덕분에 숱한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8월 경기경찰청장으로 쌍용자동차 사태 진압작전을 진두지휘하며 국민의 뇌리에 강인한 인상을 남긴 그는 올 초 경찰 2인자인 서울경찰청장에 올랐다. 정권 수뇌부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가 돌았다. 서울 경찰에 성과주의 드라이브를 걸며 ‘경찰 실세’ 소리를 듣던 그는 최근 항명파동에 휩싸였다. 강북경찰서장인 채수창 총경이 6월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양천경찰서 가혹행위사건과 관련해 그의 성과주의를 비난하며 동반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경찰이 법을 집행할 때마다 얼마나 절차를 잘 준수하고 인권을 우선시했는지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하는데 검거점수 실적으로 보직인사를 하고 승진시키겠다고 기준을 제시하며 오로지 검거에만 치중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에 대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현행 실적평가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그동안 실적을 강조해온 지휘부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한 양천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낸 데 근원적 책임이 있는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경찰은 발칵 뒤집혔다. 경찰청은 채 총경을 즉각 직위해제하고 ‘기강문란’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경찰 안팎의 여론은 채 총경에게 우호적이다. 채 총경과 조 청장의 대립은 마치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이념논쟁 같아 흥미롭다.
조 청장은 경찰의 성과주의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