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는 호스트바와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20대 ‘날라리’들의 삶을 다룬 소설. 사회가 정해놓은 궤도에서 이탈한, 꿈도 미래도 없는 ‘루저’들의 모습이 생생히 묘사돼 있다. 김씨는 수상 소감에서 별다른 취재 없이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자신과 친구들의 체험이 곧 소설 속 에피소드가 됐다는 것이다.
“어릴 때 유명한 문제아였어요. 전국에서 특목고 진학률이 가장 높은, 세칭 명문 중학교를 다녔는데 툭하면 가출하고 정학을 맞았거든요. 간신히 졸업하고 상고에 들어갔지만 거기서는 퇴학 처분을 받았어요. 자퇴한 뒤 공고로 옮겨서 겨우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죠.”
사회로 나온 김씨 앞에 번듯한 미래가 마련돼 있었을 리 없다. ‘제리’ 속 청춘들처럼 그도 술 마시고, 비틀거리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며 젊은 날을 보냈다. 노는 데 신물이 나던 어느 날, 문득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에 나온 소설들이 떠올랐어요. 학교 때 제대로 안 읽었으니 이제라도 보자 싶어 도서대여점에서 빌려 읽었죠. 재미있더군요. 조금씩 마음속에 꿈이 생겼어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난생 처음이었죠.”
스물두 살 때 청주대 국문과에 진학한 그는 소설가 윤후명이 운영하는 문학교실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글공부를 시작했다.
“어색한 문장은 소리 내 읽으면서 고쳤어요. 이상한 부분을 고친 뒤 다시 소리 내 읽고, 또 고친 뒤 소리 내 읽었죠.”
첫 장편 ‘제리’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4년. 1년 동안 스토리를 구성하고 3년에 걸쳐 고친 까닭이다. 아직도 평일 오전에는 요가학원, 주말 오후에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는 그는 앞으로 꾸준히 작품을 펴내는 성실한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다음 작품도 ‘제리’처럼, 제도권에서 튕겨진 사람들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을 다룬 소설이 될 거예요. 독자가 제 글을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현실에 천착한 작품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