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는 동맥경화,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코골이가 호흡의 절반인 빨아들이기, 즉 흡(吸)의 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음기(陰氣)가 부족해서 발생한다고 본다. 옛날에는 코골이가 깊은 수면의 상징으로 애교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심한 코골이가 이혼 사유가 될 정도로 병적인 증상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자는 동안 코를 심하게 골면 당연히 산소 흡입량이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호흡량 부족은 산소 부족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진다. 또한 그 반작용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뇌혈관 속의 산소 농도도 낮아지며,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혈관 압력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동맥경화,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코골이는 왜 생길까. 구조적으로 코골이는 잠을 자는 동안 아래턱뼈를 움직이는 근육과 혀의 근육이 이완되어 혀가 후하방으로 밀려나면서 코 뒤쪽과 입 안 뒤쪽의 공기가 흐르는 공간이 좁아지는 게 일차적인 원인이다. 다시 말해 구강과 코 뒷부분의 공간인 비인강에 기압차가 발생해 숨이 후방 입천장인 연구개 쪽을 진동시켜 생긴다. 흔히 코골이는 비염이 있어 코 내부에 부종이 생기면 코 내부가 좁아지면서 찾아온다. 비만한 사람도 비인강 부위에 살이 찌면서 호흡 통로를 확보하기 어렵게 되어 코를 곤다.
코골이의 원인을 한의학적으로 살펴보려면 숨 쉬는 것, 즉 호흡의 근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호흡에는 음과 양의 구분이 있다. ‘난경(難經)’에 이런 설명이 있다. “호(呼)는 양적인 것으로 심장과 폐가 주관하며 팽창하여 밖으로 나가려는 성질이 있고, 흡(吸)은 음적인 것으로 수축하여 안으로 움츠러드는 성질이 있다. 호기가 괴로운 것은 양기가 부족한 때문이고 흡기가 괴로운 것은 음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술, 커피, 스트레스도 음기 줄여
음양을 설명할 때 가장 보편적인 비유는 남녀다. 부부관계에서 남자는 외부로 팽창해 뱉어내고 여자는 내부로 수축해 삼킨다. 코골이는 내부로 빨아들이는 흡기인 음기가 약해 억지로 들어가는 상태에서 목젖을 강하게 떨리게 만드는 것이다. ‘난경’ 11난에 따르면, 흡기는 음기에 의해 들어가는데 깊은 음인 신장이 약하면 얕은 음인 간장까지만 흡기가 들어간다. 노자의 ‘도덕경’은 호흡을 풀무질에 비유한다. 풀무질에서 보듯 깊이 들어갔다 나오면 호흡이 깊어지는데, 얕게 들어갔다 나오면 심장에 열이 생기면서 호흡이 짧아지고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은 바로 음적인 에너지인 음기가 줄어들면서 생긴 것이다.
음기가 줄어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남자들은 결혼 후에 코를 고는 경우가 많다. 양생가들은 “부부관계가 지나치면 음기인 정과 액이 배설되어 소모되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편다. 방사(房事) 때 음액을 배설해 음기가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다. 음식이나 기호식품, 약물 중에도 음기를 줄이는 것들이 있다. 마늘이나 고추는 맵고 더운 음식으로 몸에 양기를 북돋워준다. 그러면 당연히 음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요즘 많이들 마시는 커피도 음기를 줄인다. 신경계를 흥분시켜 각성시키는 효과는 양기는 늘리고 고요한 음기는 줄인다. 홍삼이나 인삼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도 이런 현상이 생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음기 감소 요인은 스트레스다. 흥분하거나 긴장할 때 숨이 가빠지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사실이다. 근심 걱정이 많아지면 한숨이 나온다. 내부에 화열이 쌓이면서 음기가 줄어드는 탓이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면 코골이가 심해진다. 술이 품고 있는 더운 양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코골이는 코와 목 사이의 접합부인 인두편도나 구개편도가 지나치게 부어서 생겨난다. 이 질환은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산소 부족으로 뇌를 안정시키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밤에 성장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성장하는 데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숨을 쉬지 못하면 발버둥을 치게 되므로 여러 가지 신경계 질환의 시초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음기를 늘리는 약재로는 어떤 게 있을까. 흔한 것으로 더덕이 있다. 더덕엔 액이 많다. 뿌리 속에 물을 지닌 것도 있다. 줄기를 자르면 흰 즙이 나온다. 그 즙이 양의 젖 같다고 해서 ‘양유’라고도 한다. 흰 즙이 나오는 식물은 젖이 부족한 여인에게 좋다. 민간에서 여성 음부의 액이 줄어들어 가려움증이 생기면 더덕을 가루로 만들어 먹는데 이는 음기를 늘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음식도 더덕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 먹는다. 음기가 강해서 소화능력을 떨어뜨릴까봐 불과 고추의 덥고 매운 양기를 보강해서 먹는 것이다.
둥글레는 시원하다. 대나무와 닮은 데가 많다. 대나무 잎이 시원하듯 둥글레잎도 시원하고, 대나무에 마디가 있듯이 둥글레에도 마디가 있다. 또한 둘 다 땅속 뿌리줄기로 번식한다. 그래서 둥글레를 ‘옥죽(玉竹)’이라 한다. 옥액을 간직한 대나무라는 뜻이다. 둥글레 뿌리에는 옥액 같은 점액질이 많다. 이것이 음기를 보강해준다. 더덕 60g에 둥글레 뿌리 10g을 가루로 만들어 꿀에 재웠다가 하루 5g씩 먹으면 좋다. 이 밖에 오미자나 맥문동도 효과가 있다. 사실 한방에서 직접적으로 쓰는 약물은 현삼(玄蔘)이다. 글자 그대로 검은 인삼이라는 의미지만 기원은 전혀 다르다. 색이 검은 만큼 비정상적인 에너지가 콩팥에 영향을 줘 음기의 근원을 북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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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맞는 방법도 있다. 신장 경락인 복류혈을 보하면 음기가 보충되어 호흡이 길어진다. 음기가 부족해 코골이가 심한데 단지 소리만 없애기 위해 목젖을 절제하는 것은 자동차에 연료가 떨어져 빨간불이 들어온다고 전기신호를 끊어 빨간불만 없애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