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28일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조현오 청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말하자면 성과주의를 강제로 밀어붙이진 않았다는 얘기다.
“서장과 과장들이 (제때) 승진 못한다는 것 외에는. 꼴찌를 할 바에야 빠지는 게 낫잖아요.”
성과주의 대열에서 이탈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과연 일선에서도 그렇게 여길지 의문이었다.
강북서 방문해 강한 질책
서울시내 경찰서는 모두 31곳. 31개 경찰서는 치안수요에 따라 A, B, C 3개 그룹으로 나뉘며 그룹별로 평가를 받아 가, 나, 다 등급이 매겨진다. 이른바 등급별 관서관리제도다. 각 그룹의 가 등급 경찰서는 인센티브를 받는다. 반면 최하위 등급 경찰서는 서울경찰청의 집중감찰을 받는다. 조 청장 취임 후 서울 경찰은 두 차례 평가를 받았다. 세 그룹이 두 번 평가를 받으면 꼴찌가 여섯 번 나온다. 채수창 총경의 강북서가 두 번, 강남서가 두 번, 종로서와 남대문서가 한 번씩 꼴찌를 했다.
“강남서는 G20(정상회의) 준비 때문에 바쁘니 성과에 신경 쓰지 말라며 집중관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종로서와 남대문서는 집회시위와 경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기에 역시 집중관리를 하지 않고 한 등급 올려줬지요. 그런데 강북서의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가 많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5월3일 강북서를 방문했습니다. 다른 서 같으면 범죄예방은 어떻게 하고 검거는 어떻게 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는데 강북서는 다르더라고요. 그런 건 뒷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느니 도봉산 입구 쓰레기 줍기니 유치원 체험학습이니 이런 것들이 업무보고에 포함돼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좀 심하게 질책했지요. 강북서 와보니 꼴찌 하는 이유를 알겠구나, 하고. 경찰 본연의 임무는 치안인데, 그런 데 신경 쓰면 곤란하지 않냐고. 그게 채 서장한테 굉장히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요. 지나고 나니 내가 너무 심하게 했다는 후회도 들고 반성도 합니다. 간부 30여 명이 있는 자리에서….”
▼ 욕도 하셨나요?
“나는 욕은 안 합니다.”
▼ 자책하신다는 거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렸고 경찰 조직원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았습니까. 원인이 어디에 있든 내가 부덕한 소치이고 부족한 탓이지요. 그런 면에서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 채 서장이 동반사퇴를 요구한 게 이색적입니다.
“오죽 마음의 상처가 깊었으면 같이 그만둬야 한다고 했을까. 이해는 가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성과주의 때문에 양천서 가혹행위가 일어났다고 했잖아요. 조현오식 성과주의 때문이라고. 서울의 강력팀이 178개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177개 팀에서도 유사한 행태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 사건에 충격을 받아 177개 강력팀을 다 점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확인해보니 다른 팀들에선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양천서에서 지난해 8월2일부터 가혹행위가 벌어졌거든요. 내가 부임한 게 올 1월8일입니다. 조현오식 성과주의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설명을 하면서 ‘그런 면에서 양천서 가혹행위에 대한 책임은 못 지겠다’고 말했는데 그걸 MBC가 앞의 얘기는 빼고 ‘나는 책임 없다’는 말만 내보낸 거예요. 그것 때문에 직원들이 들끓었지요. 일주일간 그거 해명하느라 애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