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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17

‘성과주의 전도사’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소신

“경찰청장 못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인사 청탁자들 명단 계속 공개하겠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성과주의 전도사’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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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전도사’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소신

6월28일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조현오 청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청장으로 와서 성과주의를 도입하면서 가장 강조한 게 시민을 위한 성과주의입니다. 지역 치안실정에 맞게 서장들이 독자적으로 실시하라고 했습니다. 수서경찰서의 경우 서울청 성과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성과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현장순시 가서 굉장히 칭찬했습니다. 수서지역은 아파트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치안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검거실적 위주가 아니라 예방순찰에 비중을 두고 자체적으로 23개 성과지표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어요. 방배경찰서 관할 서래지구는 주거지역입니다. 거기도 치안수요가 적기 때문에 빼달라고 해서 (성과주의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종로서와 남대문서, 영등포서는 워낙 집회시위가 많아 고생하는 곳이니 빠지라고 했는데도 서장들이 자원해 참여했습니다. 꼴찌 해도 좋으니, 지역 경찰관들을 열심히 뛰게 하려면 필요한 제도라면서요. 종로서의 경우 청와대 등 특정지역을 관할하는 4개 파출소는 빠지겠다고 해서 빼줬고요. 성북서도 외교공관들을 관할하는 성북파출소는 빼줬습니다.”

말하자면 성과주의를 강제로 밀어붙이진 않았다는 얘기다.

“서장과 과장들이 (제때) 승진 못한다는 것 외에는. 꼴찌를 할 바에야 빠지는 게 낫잖아요.”

성과주의 대열에서 이탈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과연 일선에서도 그렇게 여길지 의문이었다.

강북서 방문해 강한 질책



서울시내 경찰서는 모두 31곳. 31개 경찰서는 치안수요에 따라 A, B, C 3개 그룹으로 나뉘며 그룹별로 평가를 받아 가, 나, 다 등급이 매겨진다. 이른바 등급별 관서관리제도다. 각 그룹의 가 등급 경찰서는 인센티브를 받는다. 반면 최하위 등급 경찰서는 서울경찰청의 집중감찰을 받는다. 조 청장 취임 후 서울 경찰은 두 차례 평가를 받았다. 세 그룹이 두 번 평가를 받으면 꼴찌가 여섯 번 나온다. 채수창 총경의 강북서가 두 번, 강남서가 두 번, 종로서와 남대문서가 한 번씩 꼴찌를 했다.

“강남서는 G20(정상회의) 준비 때문에 바쁘니 성과에 신경 쓰지 말라며 집중관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종로서와 남대문서는 집회시위와 경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기에 역시 집중관리를 하지 않고 한 등급 올려줬지요. 그런데 강북서의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가 많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5월3일 강북서를 방문했습니다. 다른 서 같으면 범죄예방은 어떻게 하고 검거는 어떻게 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는데 강북서는 다르더라고요. 그런 건 뒷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느니 도봉산 입구 쓰레기 줍기니 유치원 체험학습이니 이런 것들이 업무보고에 포함돼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좀 심하게 질책했지요. 강북서 와보니 꼴찌 하는 이유를 알겠구나, 하고. 경찰 본연의 임무는 치안인데, 그런 데 신경 쓰면 곤란하지 않냐고. 그게 채 서장한테 굉장히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요. 지나고 나니 내가 너무 심하게 했다는 후회도 들고 반성도 합니다. 간부 30여 명이 있는 자리에서….”

▼ 욕도 하셨나요?

“나는 욕은 안 합니다.”

▼ 자책하신다는 거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렸고 경찰 조직원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았습니까. 원인이 어디에 있든 내가 부덕한 소치이고 부족한 탓이지요. 그런 면에서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 채 서장이 동반사퇴를 요구한 게 이색적입니다.

“오죽 마음의 상처가 깊었으면 같이 그만둬야 한다고 했을까. 이해는 가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성과주의 때문에 양천서 가혹행위가 일어났다고 했잖아요. 조현오식 성과주의 때문이라고. 서울의 강력팀이 178개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177개 팀에서도 유사한 행태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 사건에 충격을 받아 177개 강력팀을 다 점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확인해보니 다른 팀들에선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양천서에서 지난해 8월2일부터 가혹행위가 벌어졌거든요. 내가 부임한 게 올 1월8일입니다. 조현오식 성과주의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설명을 하면서 ‘그런 면에서 양천서 가혹행위에 대한 책임은 못 지겠다’고 말했는데 그걸 MBC가 앞의 얘기는 빼고 ‘나는 책임 없다’는 말만 내보낸 거예요. 그것 때문에 직원들이 들끓었지요. 일주일간 그거 해명하느라 애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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