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법안’이 급작스럽게 진행된 졸속행정의 산물이라는 비난에도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최근 불거진 어린이 성폭력 사건의 잔혹성에 경악한 국민 정서가 이 법률 입안에 큰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는 달리 박민식 의원이 이 법안을 국회에 상정한 것은 조두순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2008년 9월의 일이다. 검사 출신의 박 의원이 헌법과 형법, 형사정책, 의학 전문가들에게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여론조사의 과정을 거쳐 발의한 법안이 이제야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불과 2년 전의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이 법안에 대한 국회의 반응은 한마디로 ‘당혹스러움’이었다. 법안 발의 이후 지금까지 법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법안은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여론에 떠밀려 가시적인 행정처리를 했다는 비난은 입법부와 사법부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 할 멍에다. 그럼에도 국민은 이 법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내 아이가, 우리의 아이가 안전한 세상에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기를 바라는 소박한 희망은 비단 아이를 가진 부모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 재범의 특수성
롤리타 콤플렉스. 어린아이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일컫는 이 단어는 자칫 무시무시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정상적인 사고체계를 갖지 못한 질환자에게 무조건적인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동 대상 성범죄는 단순한 범죄 성향을 넘어선 정신질환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으므로 처벌 이전에 그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법적 처벌의 목적은 ‘처벌’ 자체에 있다기보다 더 이상 그러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예방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과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법’ 역시 범죄자의 처벌이 단순한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범사회적 인식에 기인한다.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범죄는 단순 범죄의 차원에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들 범죄자 중 상당수는 비정상적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기 어려운 성도착증 환자로 판명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질환자에게 기존의 성범죄자가 받던 처벌은 의미가 없다. 죄의 대가는 치를지언정 비뚤어진 성충동을 억제할 만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재범의 가능성은 커진다.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벌을 받았다 해도 자신의 충동을 억제할 방도는 여전히 묘연한 상태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 이들 성도착증 환자의 현실이다.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범의 특수성은 초범임에도 순수한 초범인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최소 15회 이상의 범행이 있은 후에야 신고가 접수되고, 신고 후에도 2~3차례 범행이 추가로 발생한 후에야 검거된다. 법적으론 ‘초범’이라 해도 아무런 의미를 둘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성범죄는 피해 아동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는 범죄임에도 의사표현에 서툰 아동이 법적으로 유용한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해 아동의 치료가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만큼 범인 검거를 위한 조사와 현장검증 등의 조치가 취해지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범인을 알고서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한 것도 바로 이런 특수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