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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부’ 천태만상

“우리 아빠는 살림해요”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

‘남자 주부’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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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부’ 천태만상

남편이 살림을 도맡을 경우 ‘주부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박 국장은 아무리 피곤한 때라도 집안일을 하면 감정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고 말한다. 운동이 육체적인 건강을 지켜주듯, 집안일은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그는 “집안일을 안 해보면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절대 맛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국장과 같은 남성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KBS 프로그램 ‘퀴즈 대한민국’에서 퀴즈영웅에 올라 상금 4300만원을 받은 강요성(45)씨는 전업주부다. 그의 ‘영웅’ 등극은 2005년 9월 개봉한 유선동 감독의 영화 ‘미스터 주부 퀴즈왕’의 현실화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2월엔 시중 은행이 남성 전업주부 백모씨에 대해 “남자는 주부로 볼 수 없다”며 카드 발급을 거절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권위는 “가사(家事)가 전업인 남성의 신용카드 발급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라며 “‘여성의 경제활동이 확대되고 직업과 소득에 따라 배우자 역할이 바뀔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시중 은행들은 내부 규정을 바꿨다.

“저는 사회생활보다 집안 살림 체질이에요”

통계청이 발표한 비경제활동인구 통계에 따르면 가사를 전담하는 남성 인구는 지난 2월 현재 17만9000명에 달한다. 여기에 육아 인구까지 포함하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남성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3년 10만6000명에서 2009년 15만2000명으로 6년 새 4만6000명(43.4%)이 늘었다.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인터넷에는 ‘집에서 살림하는 남자들의 모임’ ‘살림하는 남자-전업주부들의 속삭임’ 같은 이름의 카페나 블로그가 속속 생겨나 청소하는 법, 이유식 만드는 법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2002년 1월 개설된 카페 ‘김전한의 살림하는 남편일기-남자 전업주부의 세상사는 이야기’에 가입한 회원 수는 7월8일 현재 2324명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남성 전업주부를 보는 시선은 찬반으로 명확히 갈린다.

“제 꿈은 집안 살림하는 건데요, 남자라서 그런지 주변에서 말도 안 된다며 그러면 무시당한다고 말립니다. 내년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는 자기는 괜찮답니다. 요즘은 솔직히 남자보다 돈 잘 버는 여자도 많고, 솔직히 저는 사회생활보다 집안 살림이 체질인 것 같아요. 집에서 아기도 돌보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살림하는 남자는 능력 없어 보이나요?”

한 남성이 비공개로 올린 글 아래에는 수많은 찬반 댓글이 달렸다.

“남자가 살림 잘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아예 주부들처럼 책임과 의무를 도맡는 것은 사회 통념상 무리라고 생각합니다.”(청신단)

“요즘은 남자들이 집안 살림하는 것 흉이 아니라고 봅니다. 집안일은 노동에 가까워서 남자들이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센스)

“우리 집은 아내가 가장입니다. 전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정말 다른 여성주부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함을 느끼지요. 사회 인식도 이제 좀 바뀌었으면 합니다.”(후하하)

벼랑 끝 선택 아닌 자발적 결정

우리 사회에 ‘남성 주부’의 존재가 알려진 건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당시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전업주부가 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중반 이후부터는 자발적으로 전업주부 대열에 합류하는 남성이 많아지는 추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8년 6월과 2009년 6월의 고용동향을 비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발적 실업 상태의 남성 가운데 ‘육아를 위해 직장을 구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의 수는 이 기간 0명에서 518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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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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