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3일 태안 앞바다에서 사고로 전복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고속단정과 유사한 기종의 고속단정.
“엄중한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부대에 민간인들이 휴가차 드나들며 숙박시설을 이용했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가장 등급이 높은 시설에서 이토록 기강이 해이해졌다면 일반 부대의 수준은 어떨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군 당국은 정보시설이라는 이유로 사건의 특수성을 흐리려 하지 말고 오히려 공론화해야 바닥까지 떨어진 보안의식을 재점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부실한 감사와 조직체계
조직과 임무의 특수성이 워낙 강조되다보니 공식적인 관리체계로부터 상당부분 벗어나 있다는 사실도 군 관계자들이 전하는 이번 사건의 구조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다. 대북첩보부대와 정보사령부의 상급조직은 국방부 정보본부지만, 부대 운영에 관한 사안은 사실상 해당조직에 일임돼 있다는 것. 해당 부대가 수집한 정보를 취합, 분석해 활용하는 것이 정보본부의 주 임무일 뿐 부대 관리는 사령부가 담당하는 형태다. 주요 보직 인사 역시 공식적으로는 대령급 이상 장교의 경우 국방부 정보본부에서 처리하도록 돼 있지만, 정보사령부에서 작성한 인사안이 대부분 그대로 통과되는 것이 오랜 기간 관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사고가 시사하듯 해군 파견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수송지원부대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를 총괄하는 여단장에도 해군 준장이 임명되는 반면 그 직속상관인 정보사령관은 통상 육군 소장이 맡아왔다. 군별로 기수문화가 엄격한 한국군의 특성상 육군 출신 사령관의 통제가 해군 출신 여단장이나 각 수송부대장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
더욱이 해군에서는 정보병과 출신의 장군 진급자가 드물기 때문에 이 여단장에는 정보병과 출신이 아닌 비전문가가 임명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항해 등 다른 전문분야에 종사하던 장군이나 대령이 전역에 임박해 파견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부대 관리나 임무에 대한 애착도 상대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장 특수한 임무에 종사할 가장 전문적인 직위를 비전문가가 담당하는 셈”이라고 군 당국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대북첩보부대’라는 말이 갖는 압도적인 무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실한 형태다.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할 감찰이나 검열도 일반부대에 비해 훨씬 수준이 낮다. 우선 정보사령부가 국방부장관 직할부대인 까닭에 산하 특수부대 역시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단의 불시검열 등 감독을 받지 않는다. 세부항목 비공개가 원칙인 정보예산으로 운영되다보니 감사원 감사로부터도 자유롭다. 심지어는 말단까지 편제돼 있는 기무부대 역시 정보사령부 본부에만 있을 뿐 예하 특수부대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예산을 지급하는 정보당국이 정기 감사를 실시하긴 하지만 정보사업, 그것도 자신들이 지급한 예산관련 부분에만 한정해서 감사하다보니 일반 행정이나 복무태세 점검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국방부 직할부대이므로 국방부 감사관실의 격년제 감사를 받고 있으나, 그 역시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부대시설 상당부분이 감사요원들에게도 접근이나 출입이 금지돼 있는 기밀사항이기 때문에 철저한 감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그나마 이전에는 기무사와 정보사, 대북감청부대 등 이른바 국방부 직할 3대 정보부대에 대해서는 감사가 이뤄지지 않다가 2000년대 중반에야 처음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이 무렵 국방부 감사관이 해당 부대장들에게 ‘국방부 자체감사가 있어야 정보당국의 예산감사에 한계를 그어 정보부대를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일일이 양해를 구했을 정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