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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가치 없는 삶 사는 북한 여성 수난記

숨긴 돈 찾고자 자궁에 손 넣고 발가벗겨 뽐뿌질시키는 야만의 땅

  • 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가치 없는 삶 사는 북한 여성 수난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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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에선 토대 나쁜 사람과, 토대 좋은 사람이 결혼하면 사랑해서 했더라도 파멸을 가져와요. 나처럼 여자가 토대가 나쁜데 남자가 군관이나 대학생이면 그 남자 앞길이 막히는 거예요. 입당도 안 되고, 간부 승진도 못하거든요.”

북한 체제는 김일성을 어버이로 부르는 대(大)가정을 지향했다. 북한에서 수령은 어버이면서 대가정의 가부장(家父長). 김일성 가족은 경배하는 조상 지위에 올랐으며 국가 제사의 대상이다. 전근대적 가부장제로 국가를 구축한 것이다.

북한에서 수령, 인민은 유기체적 관계다. 가부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어버이를 버리는 비도덕적 행동. 수령은 주민에게 은덕을 베풀고, 주민은 수령에게 충성한다. 가정은 가부장적 위계질서로 구축한 국가의 미니어처다.

“법이 그래요. 남자가 여자 때리는 건 법적으로 문제시되지 않아요. 남자한테 말대꾸도 못하고.”(윤희○씨)



“북한은 이혼도 안 해주잖아요. 굽어지게 맞아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현○희씨)

수령을 정점으로 가부장적 질서를 통해 사회를 위계화한 북한에서 여성은 동원·착취 구조의 말단을 차지했다. 국가 목표에 복종하는 노동기계 출산기계 양육기계의 기능을 한 것이다.

북한은 모성 보호 조치도 전무하다시피하다. 생계가 다급해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도 많다. 고○순씨는 의사에게 팥 10㎏, 두부콩 10㎏을 뇌물로 주고 낙태 시술을 받았다.

“몸이 무거워 병원에 갔더니 임신 4개월이라는 거예요. 4개월이면 소파수술(낙태시술)을 못하잖아요. 2개월 더 키워서 중기 중절했습니다. 배꼽 아래에 주사를 놓아요. 주사 맞고 24시간 후에 아이를 낳았어요. 죽었더군요. 친정엄마가 거적에 싸서 묻었어요. 엄마가 두 달 후 얼음에 미끄러져 뼈가 부러졌습니다. 아기 귀신이 무서워요. 어린 생명이지만 생명이잖아요. 늘 죄스럽죠.”

1990년대 중반 식량난이 발생한 후 북한 여성은 생계를 도맡았다. 시장은 여성에게만 허락한 영역이었다. 북한에서 장사는 천한 일이다. 낯 뜨거운 일은 여성의 몫이었다. 남성은 국영기업소를 이탈하면 처벌을 받았다. 계획경제는 시장에 기생해 연명했고, 남성은 여성에게 빌붙었다. 장터는 여성만의 공간이면서 권력이 통제하는 대상이었다. 여성은 장사, 무역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착취를 당했다. 고○순씨의 회고다.

천한 일은 여성 몫

“여행증이 있는데도 안전원이 한 사람씩 들어오라고 해요. 중국 물건을 갖고 괜스레 시비를 겁니다. 언니가 들어갔다 막 울면서 나와요. 헛손질을 막 했대요. 안전원한테 당한 거죠. 심하게 당했으니 울었겠죠. 열차 장사를 하면 여자 아랫도리는 안전원 거라고 해요. 그렇게 해도 문제 제기를 못 하거든요. 얼굴이 반반하면 여행증 없이 마음대로 활보하는 거고요.”

남성들이 공권력을 빙자해 여성에게 심리·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 장숙○씨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증도 있고, 차표도 있는데 뇌물을 달라고 해요. 막 따졌더니 몸 한번 바치라고 하더군요. 열차에 안전원 칸이 따로 있거든요. 돈 주기 싫은 사람은 몸으로 때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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