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호

근육질의 비·너·스

  • 입력2010-08-02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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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육질의 비·너·스

    <아이스크림 동굴> 2003년, 리넨에 유채, 178×203㎝, 뉴욕 메리 분 갤러리 소장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않던 시절에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큰 얼굴과 뚱뚱한 몸이 부와 후덕함을 상징해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웰빙 시대’엔 작은 얼굴, 군살 없는 몸매의 소유자가 최고로 대접받는다. 미인의 기준이 바뀌면서, 더욱 더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여자에게 비만은 인생 최대의 적이 된 것이다. 몸매 관리를 열심히 하는 여자에게 맛있는 음식은 공포다. 차라리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으면 고민도 없을 텐데, 온갖 맛있는 음식이 곳곳에 널려 있는 현실은 참아내기 힘들다.

    먹을거리의 공포를 그린 작품이 코튼의 ‘아이스크림 동굴’이다. 이 작품은 음식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현대인의 재앙을 표현했다. 잘록한 허리와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여인은 산처럼 쌓인 달콤한 아이스크림 앞에 앉아 있다.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은 거품처럼 여인의 다리에 묻어 있다. 여인은 몸을 일으키고자 하지만 결국 일어나지 못한다.

    이 작품에서 여인의 다리에 묻어 있는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음식을 거절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을 나타낸다. 배경에 산처럼 쌓인 아이스크림은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식욕, 즉 대식을 나타내며 또한 값싸고 천박한 음식에 만족해 뚱뚱해지는 현대인의 재앙을 암시한다.

    윌 코튼(1965~ )이 이 작품에 완벽에 가까운 몸매의 여인을 그려 넣은 것은 끊임없이 먹고 싶다는 현대인의 욕구와 비대한 육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즉 다이어트에 대한 병적인 강박관념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근육질의 비·너·스

    <강변의 수영> 2004년, 캔버스에 유채, 140×120㎝, 작가 소장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몸매 관리를 하고자 하는 여성이 가장 먼저 찾는 스포츠가 수영이다. 수영은 전신운동으로 몸매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론상’의 얘기다. 수영으로 몸매 관리에 비만 관리까지 하려면 수영장에 살림을 차려야 가능하다.



    몸매를 관리하려고 수영하는 뚱뚱한 여인을 그린 작품이 보테르의 ‘강변의 수영’이다. 숲 속에 옷을 벗어놓은 뚱뚱한 여인이 벌거벗은 채 수영을 하기 위해 강물로 들어온다. 물 위로 머리만 내놓은 남자는 입을 벌리고 있으며 남자와 일행인 듯한 사람은 손가락만 보인다.

    배경의 우거진 숲은 한여름을 암시하며 여인의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른 것은 물이 깊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얕은 물에 남자의 머리와 손가락만 보이는 것은 그들이 여자의 등장에 놀랐음을 암시한다.

    페르난도 보테로(1932~ )의 이 작품에서 벗어놓은 붉은색 옷과 목걸이, 그리고 붉은색 매니큐어는 여자의 관능성을 강조하며,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의 심리를 암시한다. 보테르가 여인을 화면 가득 거대하게 표현한 것은 여자가 남자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것을 상징한다. 또한 그는 인물의 표정이나 성격을 묘사하는 데 치중하지 않고 인물의 형태를 과장되게 부풀려 표현하는 데 역점을 뒀다.

    근육질의 비·너·스

    <소녀 테니스 선수> 1926년, 캔버스에 유채, 100×80㎝, 뮌헨 피나코테크 소장

    탄탄한 근육은 여자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요즘 여자들은 그저 유산소운동만 하지 않는다. 날씬한 몸매, 건강한 근육, 그리고 성취감을 함께 얻으려면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스포츠가 최고다. 특히 구기운동은 경쟁심을 유발하는 최적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레더샤이트의 ‘소녀 테니스 선수’를 보자. 이 작품에서 벌거벗고 당당하게 선 소녀는 강한 여성을 상징하면서 상상의 세계를, 뒤에 선 남자는 관찰자로 현실의 세계를 암시한다. 건강한 소녀는 테니스 라켓과 공을 잡고 어색하게 코트 위에 서 있고, 중절모를 쓴 남자는 울타리 너머 코트 밖에 서 있다. 소녀의 몸은 고대의 조각처럼 음모와 젖꼭지도 없이 표현돼 있고, 그와 대조적으로 남자는 완벽한 정장 차림이다. 조각 같은 여인은 자기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며 그녀가 서 있는 삭막한 테니스 코트는 소외감을 나타낸다. 소녀의 밝은 피부와 검은색 테니스 코트는 대조를 이루면서 소녀의 경직된 몸을 더욱 더 강조한다. 두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녹색 철조망은 인물들의 고독을 암시한다. 소녀를 관찰하는 남자로 인해 관능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안톤 레더샤이트(1892~1970)의 이 작품은 1926년 ‘바의 누드’‘그네 위의 누드’‘곡예줄의 누드’를 포함한 운동 시리즈 중 하나로 여인을 조각처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정장 차림 남자의 표정이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묘사돼 있는데, 이는 자기 자신을 단순화해 표현한 것이다. 그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1926년부터 ‘머리를 덮는 유일한 것’으로 모자를 다루었다. 레더샤이트는 이 작품에서 모자와 정장 차림으로 자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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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첫번째) 1909년, 캔버스에 유채, 259×390㎝,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여자들이 스포츠보다 춤을 좋아하는 것은 즐겁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조금만 하면 지루하지만 춤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몇 시간을 춰도 힘든 줄 모른다. 또한 한바탕 춤을 추고 나면 스트레스까지 사라진다.

    춤의 기쁨을 표현한 작품이 마티스의 ‘춤’이다. 이 작품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초기 작품인 ‘삶의 기쁨’에서 모티프를 따와 확대한 작품으로 프로방스의 민속춤 파랑돌 춤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섯 무희가 잔디에서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다. 왼쪽에 있는 무희가 무용수들의 리더다. 옆에 있는 무희들과 손을 잡기 위해 두 팔을 힘껏 뻗은 무희의 몸은 활처럼 팽팽하게 휘어져 있다. 리더 외에 네 명의 무희는 몸이 가벼워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른쪽 무희는 뒷걸음을 치고, 그 옆의 무희는 리더의 손을 잡기 위해 팔을 내민다.

    근육질의 비·너·스
    박희숙

    동덕여대 미술학부 졸업

    성신여대 조형대학원 졸업

    강릉대 강사 역임

    개인전 9회

    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클림트’ ‘명화 속의 삶과 욕망’ 등


    마티스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가까운 인물이나 멀리 있는 인물을 동일한 크기로 그렸다. 그는 1909년 러시아 컬렉터 세르게이 슈추킨이 자신의 집을 장식할 작품을 의뢰하자 이 작품을 구상했다. 그는 인체를 의도적으로 단순화했지만 이를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춤추는 사람들의 동작에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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