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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의 오늘

포스트 386이여 <1970년대생> 단결하라!

  • 정해윤│미래문화신문 발행인 kinstinct1@naver.com│

X세대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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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은 세대론은 설득력이 떨어지면서도 나름의 일리가 있다. 30대 필자가 세대론적 관점에서 1970년대생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X세대의 오늘
월드컵의 열기로 2010년 6월이 달아올랐다. ‘공은 둥글다’는 말은 이변이야말로 축구의 참모습이라는 점을 나타낸다. 지난 대회 우승국과 준우승국이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나란히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또 다른 이변의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잘 들여다보면 그 나름의 규칙이 발견된다. 대부분의 팀이 졸전과 선전을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논리가 세대교체의 성공 여부다. 국가대표는 언제나 같은 또래 중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국가대표로서 거둔 성과는 왜 세대에 따라 편차가 발생하는 것일까?

세대교체론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다음 월드컵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할 확률이 높다. 박지성을 필두로 한 세대는 은퇴를 예고하고 있다. 설령 이들이 다음 월드컵에 출전하더라도 전성기가 지났을 확률이 높다. 이번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았는데, 훗날 축구사는 이들을 황금세대로 기록할 것이다.

박지성이 대표하는 황금세대는 안방에서 벌어진 월드컵을 발판 삼아 등장했다. 이들은 외국인 감독 밑에서 선배들과 동등한 경쟁을 벌였고, 4강신화를 이룩하자 병역 혜택이라는 행운이 덤으로 붙었다. 해외 진출이 한층 용이해졌고, 이는 선수로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세대 간 승패에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것은 역사적 모멘텀이다. 그런데 행운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누적이득효과를 발생시킨다.

골키퍼의 세대교체는 승자독식 현상을 잘 보여준다. 이번 월드컵의 주전 골기퍼 정성룡은 1985년생으로 2002월드컵의 주전 골키퍼 이운재와 열두 살 차이다. 4년마다 개최되는 시합이라면 그 중간 연령대의 선수가 한 번쯤 등장했어야 옳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이운재는 2002년 선배 김병지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뒤 후배들과의 경쟁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량 저하의 징후가 뚜렷이 드러나도 큰 대회를 치러본 관록을 무기 삼아 국가대표 붙박이 지위를 지켰다. 그 결과 이운재의 뒤에 줄을 선 선수들은 A매치 출전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다.

X세대의 오늘
황금세대 뒤에는 루저세대가 따라온다. 권력은 황금세대에게서 한참을 뛰어넘어 또 다른 황금세대에게로 넘어간다. 정성룡은 이운재처럼 장기집권의 길을 걸어갈 확률이 높다.



이런 현상은 비단 스포츠의 세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해마다 대학입시에서 수석 합격자가 탄생한다. 모든 세대는 나름의 수재를 배출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 파워그룹으로 성장하는 세대와 루저 그룹으로 전락하는 세대가 구별된다. 한국사회는 전대미문의 황금세대를 목도하고 있다. 바로 386세대다. 이들은 학창시절 외친 구호처럼 그야말로 불패의 강철군단 같은 모습이다.

6월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평가가 분분하다. 누군가는 민주당의 승리라고 하고, 누군가는 친노(親盧)의 부활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386의 승리였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결과를 만든 일등공신이 그들의 바로 뒤에 줄을 선 30대 유권자라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비판적 지지론’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이 맹위를 떨쳤다. 그런데 비판적 지지론의 지적재산권을 가진 386세대보다 30대들이 386정치인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였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나온 과거를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1990년대 초 일명 X세대라고 불리며 화려한 조명을 받던 이들을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떨어뜨린 것이 보수정권이기 때문이다. 386세대가 군사정권을 증오했다면 X세대의 분노는 문민정부를 향한다. 노장년층이 보수세력을 ‘부패하지만 유능한’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30대들은 ‘부패하면서 무능하기까지 한’ 세력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정작 선거가 끝나자 진보진영의 모든 찬사는 20대에게 쏟아지고 있다. 진보언론으로부터 가수 신해철에 이르기까지 노골적으로 20대에게 아부하는 모양이 역력하다. 20대들은 고분고분한 후배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당근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도 젊은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시혜 정책은 이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그렇다면 386의 밑거름 구실을 한 30대에게는 어떤 결과가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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