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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대통령의 리더십

권불 5년 시대, 새로운 지도자의 자세

스마트 파워, 나력裸力, 잔향殘香 갖춘 ‘아름다운 리더’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 명지전문대 총장 kwkim@snu.ac.kr

권불 5년 시대, 새로운 지도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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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 5년 시대, 새로운 지도자의 자세

지난 4월 총선 직후 열린 통합진보당의 당선자 상견례 모습. 그러나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앞줄 왼쪽부터) 등 통합진보당 대표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치열한 당내 권력 다툼을 시작했다.

세상 모든 권력은 잘못 사용할 경우 이처럼 무상하다. 하지만 나라에 따라 권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다르다. 권력자와 피권력자 사이의 간격을 뜻하는 권력간격지수(PDI·Political Distance Index)도 서로 다르다. 말콤 그래드웰의 저서 ‘아웃 라이어’에 따르면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기의 경우 기장과 부기장 사이에 존재하는 매우 큰 권력간격 때문에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부기장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완곡어법을 쓰는 등 기장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이 때문에 직설적으로 위험을 알리지 못한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권력간격지수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 반면 미국은 낮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맥나라마 국방장관이 워싱턴 DC 지하철에서 우산을 들고 출근하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다. 장관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고 걸어서 백악관에 업무 보고를 하러 가기도 한다. 스웨덴 총리도 길거리 쇼핑을 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총리는 한 번 움직일 때마다 20명에 달하는 경호원과 기사들의 수행을 받으며 점심 값을 축내고 있다.

우리 모두를 위해

‘나 아닌 남, 남보다 우리 모두를 위해(non mihi non tibi sed nobis)’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칭기즈 칸은 권력의 한계를 알고 위임의 묘를 실천한 인물이다. 그는 대제국을 홀로 통치하려 하지 않았다. 공을 세운 부하에게 칸의 이름으로 전권을 위임한 뒤 다시 몽골의 초원으로 돌아가곤 했다. 중국 덩샤오핑은 생전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마오쩌둥을 보고 절대적인 권력 독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는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후계자를 선출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판단하고, 지도자를 육성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만드는 등 권력을 분산하는 정책을 펼쳤다.

문제는 대개의 경우 권력을 쥔 당사자가 스스로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모두 잘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우리나라 대통령 중 체코의 하벨 대통령처럼 자신이 잘못했다고 후회하고 용서를 빈 사람은 아직 없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낼 때 ‘백성이 원한다면 당연하다’는 말을 남겼을 뿐이다.

권력을 욕먹지 않고 제대로 행사하려면 권한의 80%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100%를 행사하면 오만해보이고 120%를 행사하면 남용이 된다. 80% 이하로 써야 겸손해보이고 효과도 높다.



리더십의 본질은 봉사이기에 리더가 행사하는 권력은 나나 내 식솔이 아닌 남을 위한 것이다. 리더는 자신을 위한 이익 위주의 사고를 하기보다는 조직이 직면한 문제에서 해법을 찾고 희망을 이끌어내고 때로는 권력마저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모름지기 깊게 사고하고 실패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지, 당장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권력이 봉사가 되려면 리더가 현명해야 한다. 마음의 바탕에 곱고 어진 결이 있어야 한다. 현자(賢者)의 리더십이다. 현자의 리더십은 ‘감성의 리비도’로 공존하려는 것이다. 나만 살겠다는 리더십은 곤란하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고, 스스로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가리면서 현명해져야 하는 것이다. 또 모든 것을 다 갖지 말고 나눠 가져야 한다. 내 생각만 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남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헤아려야 한다. 전체를 보면서 리듬과 흐름을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스마트 리더십

총체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현자로서의 리더는 아름다워야 한다. 더불어 지족(知足·스스로 만족하기), 지분(知分·분수를 알기), 지지(知止·그칠 줄 알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과전문의 이나미 씨는 타계한 김수환 추기경이 지혜와 사랑으로 지도력을 발휘하는 ‘노현자원형(老賢者原型)’의 리더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칼과 창으로 집단을 이끄는 권위적이고 전투적인 ‘전사원형(戰士原型)’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김 추기경은 주교가 된 지 2년 만에 서울대교구장을 맡는 등 젊은 나이에 높은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권력과 맞섰다. 관용과 화해의 리더십의 본보기다. 그는 1970년대 민주화 항쟁에 참여했는데, 당시 김 추기경이 있던 명동성당은 ‘종교가 왜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정부까지 나서서 천주교를 탄압했다. 하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내 생각을 지배하는 큰 주제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사사로운 다툼에 집착하지 않고 인간이라는 큰 범주에서 모두를 끌어안으려는 현자의 태도를 보였다. 또 그는 “참 평화는 모든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자유를 누리고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인간답게 숨 쉬고 살 수 있을 때 실현되는 것”이라는 말처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위해 지혜를 발휘했다. 이러한 리더가 많아질 때 ‘뷰토피아(beautopia)’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권력은 봉사(Ab Officio, Ad Honestatem)일 뿐 아니라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다.

리더십에는 권력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니 모든 지도자는 실제적 또는 잠재적으로 권력의 보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권력 보유자가 다 지도자는 아니다. 운동선수라고 해서 누구나 멋진 스포츠맨십을 갖고 있는 건 아니듯, 지도자라고 해서 누구나 훌륭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다.

리더가 권력을 성공적으로 행사하려면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권력자원이 배합된 ‘스마트 파워’가 필요하다. 하드 파워는 군사력과 경제력에 주로 의지하는 능력으로 강제와 보상을 권력자원으로 이용한다. 반면 소프트 파워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능력으로 한 나라의 문화나 민주주의·인권·개인적 기회의 보장 등과 같이 그 나라가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와 제반 정책 등에서 우러나오는 매력과 관련된다. 또한 하드 파워는 분석적인 지성을 의미하는 인지지성(cognizant intelligence) 또는 IQ와 관련이 있고, 소프트 파워는 자기극복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및 공감적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의미하는 감성지성(emotional intelligence) 또는 EQ와 관련을 맺는다. 이 둘을 배합한 스마트 파워는 ‘권력에 대한 권력(power about power)’, 즉 ‘메타권력(meta-power)’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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