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Q 낮아도 ‘스마트’해질 수 있다
- 좋은 습관 만들기, 나쁜 습관 고치기
- 세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인생을 바꾸는 ‘3의 역할’
- 멀티태스킹이 당신을 망친다
세계적인 학술지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의 편집장으로 20여 년간 ‘사람의 마음’에 대해 연구해온 아트 마크먼(48) 미국 텍사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이 ‘기술’ 습득법을 구체적으로 밝힌 책 ‘스마트 싱킹(Smart Thinking)’은 지난 1월 미국 출간 후 아마존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원제 그대로 번역 출간됐다. 솔깃하다. 어떻게 하면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 아니, 일단 그가 말하는 ‘스마트’함이란 무엇일까.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시 텍사스주립대 캠퍼스에서 마크먼 교수와 마주 앉았다. 훌쩍 큰 키, 날씬한 몸매에 단추를 두 개 푼 셔츠 차림의 그는 은발에도 불구하고 청년처럼 보였다. ‘스마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에서도 열정이 느껴졌다.
“‘스마트’한 것은 ‘똑똑한(intelligent)’ 것과 다릅니다. 우리는 ‘똑똑함’을 측정하기 위해 IQ 검사를 이용하지요. 일상생활에서는 만나기 힘든, 추상적인 문제를 잘 풀면 높은 점수가 나오는 테스트입니다. 말하자면 추상적인 추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겁니다. ‘스마트’는 그보다 좀 더 실질적인 개념이에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진짜로 아는 것, 그리고 그 지식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는 IQ를 ‘어떤 사람이 새로운 것을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IQ가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IQ가 낮은 사람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요. 현대 과학은 여러 연구를 통해 모든 사람이 ‘스마트해질 수 있는 자질(smart toolbox)’을 갖고 태어난다는 걸 밝혀냈지요.”
마크먼 교수는 “그 능력을 계발하려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또 공부해야 한다. 이 노력을 많이 하면 할수록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게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해지는 데 필요한 능력의 약 90%는 후천적인 학습과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능이 높은지, 시험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를 얻었는지는 ‘스마트’해지는 데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소식 아닌가요.”
장난스럽게 웃는다.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 방법을 모르지 않나. 마크먼 교수는 “지난 50년간 사람의 생각과 뇌에 관한 연구는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관련 지식 대부분이 논문이나 과학저널에만 소개돼 일반인은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보통 사람이 인지과학의 탁월한 성과들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한 습관
스스로를 ‘행동하는 과학자(active scientist)’라고 소개하는 그는 그동안에도 상아탑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기업 임원 등을 대상으로 ‘인간 영민함의 극대화(Maximization of Human Agility)’라는 이름의 세미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인재 육성 등에 관한 기업 컨설팅을 계속했으며, ‘사이콜로지 투데이’ ‘허핑턴 포스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의 매체에 꾸준히 글을 기고했다. 그 과정에서 대중에게 좀 더 쉽게 ‘스마트해지는 법’, 이른바 ‘스마트 싱킹’에 대해 소개하는 요령을 익혔다. 그의 설명이 친절하고 구체적인 건 그 덕분일 것이다.
마크먼 교수가 좀 더 스마트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제시하는 키워드는 일단 두 가지. ‘고품질 지식(high quality knowledge)’과 ‘지식의 활용’이다.
그가 ‘스마트 싱커’로 평가하는 제임스 다이슨의 사례를 보자.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해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릴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를 오래 사용하면 왜 점점 기능이 떨어지는지 궁금해했다. 조사 결과,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인 다음 봉지를 통해 걸러내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먼지가 봉투의 가는 그물코 틈에 켜켜이 쌓여 결과적으로 필터가 제 구실을 못하게 되면서 청소기의 효율이 떨어진 것이다. 그는 곧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여느 사람들처럼 부품의 성능을 높이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제재소에서 톱밥 먼지를 흡입할 때 사용하는 공업용 사이클론을 떠올렸다. 마침내 개발한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안에는 그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작은 크기의 사이클론이 들어 있다. 마크먼 교수는 “다이슨이 자신의 주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진공청소기와 공업용 사이클론에 대해 갖고 있는 정확한 지식을 자신의 당면 문제에 적용했기 때문에 그는 ‘스마트 싱커’가 됐다”며 “평소 ‘스마트한 습관’을 통해 이 과정을 몸에 익혀두어야 한다”고 했다.
또 한 번 ‘스마트’가 나왔다. 이번엔 ‘스마트한 습관’. 이색적인 단어다. 마크먼 교수는 “인간은 습관을 만드는 기계”라며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가능한 한 자동화하려 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이 습관인데, 이것이 ‘스마트’하지 않으면 절대 ‘스마트’하게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스마트 싱킹’에는 습관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예가 소개돼 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스마트싱킹’ 번역자 박상진 진성북스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트 마크먼 교수.
사람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상세한 모든 것을 생각하길 원하지 않는다. 매일 세부적인 생각에 힘을 쏟아야 한다면(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 경우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이내 지쳐버릴 것이다. 아주 사소하고 매일 반복되는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자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한 습관 때문이다.
고품질 지식
필기구를 정해진 장소에 보관해 필요할 때마다 바로 쓸 수 있게 하는 것,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의 위치를 정해두는 것 등은 자신의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한 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한 습관’이다. 마크먼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물을 대할 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 그것을 현실적인 문제에 적용할 때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습관’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사물을 대할 때 ‘어떻게 이것이 작동하는가’라는 문제를 던지고, 그 답을 찾는 것이다.
“주위의 사물 중 작동 방법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단순한 질문이다. 하지만 말문이 턱 막힌다. 손에 쥔 볼펜, 손목에 찬 시계, 눈앞에서 돌아가고 있는 녹음기…. 인터뷰 장소에 있는 많은 물건 중 작동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새삼 놀란다. ‘스마트 싱킹’에는 주위 세상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입증해줄 표가 수록돼 있다.
손에 연필이나 볼펜을 가지고 있다면 각각의 사물에 대해 1에서 7까지 숫자를 기록한다. 1은 아무것도 모른 경우이고, 7은 완전히 알 경우다.
온실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자동차 점화장치가 어떻게 엔진을 가동하는지
복사기가 어떤 원리로 복사를 하는지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수정 시계가 시간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수세식 변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재봉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스프레이 병이 어떻게 액체를 분사하는지
피아노 건반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볼펜이 어떤 원리로 써지는지
라디오 수신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 목록 중, 확실하게 이해하며 설명할 수 있는 사항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당신의 집 안 혹은 지금 있는 곳을 둘러보고 다른 사람에게 그 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보라. … 종이가 가까이 있다면 설명 내용을 글로 적어보라. … 첫 단계를 시작하고 작동원리에 대한 답을 구할 때까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계속해서 인과적 연결을 시도하라. 어떤 틈을 남기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완전한 이야기를 말하도록 노력하라. … 설명 내용을 자세히 쓴 후,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어보라.
마크먼 교수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의 프랭크 케일 교수와 대학원생 레오니드 로젠브리트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사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 중 상당수가 실은 작동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이것을 ‘설명 깊이의 오류’라고 말한다.
“저 자신도 그렇습니다. 저는 어릴 때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홉 살 무렵, 제가 살던 동네에는 안 쓰는 큰 물건을 집 밖에 내놓으면 시에서 일괄적으로 수거해가는 날이 있었어요. 그날 거리를 돌아다니며 오래된 시계, 낡은 전기제품 같은 걸 들고 들어와 일일이 분해해보곤 했지요. 수세식 변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해서 계속 물을 내리면서 작동 메커니즘을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세식 변기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려 하자 말문이 막히는 대목이 나타났다. 앞부분은 확실했다. 변기 손잡이는 물탱크 바닥에 있는 마개를 당겨 올리는 줄과 연결돼 있고, 마개에는 경첩이 달려 있다. 손잡이를 내려 마개가 올라가면 탱크에 있는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탱크에서 물이 빠지면 부레가 물의 높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입수 스위치를 열어 새로운 물이 다시 탱크에 차오르게 한다…. 문제는 빠져나간 물의 행방이다. 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것을 추적하기 위해 한 번도 변기를 뜯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사물의 작동 원리를 추상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직면한다는 게 마크먼 교수의 설명이다. 사물 가까이로 더 다가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더 잘 깨닫게 된다. 평소 이렇게 사고하도록 노력하는 게 ‘스마트한 습관’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3의 역할
마크먼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되면 삶이 훨씬 스마트하게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기억과 관련된 ‘3의 역할’은 또 하나가 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 세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첫째는 사전 준비, 둘째는 습득 과정에서의 집중, 셋째는 반복 정리다.
“세미나에 참석한다면, 가기 전 먼저 거기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생각하고, 현장에서는 그 정보에 주의를 기울인 뒤, 마지막으로 세미나가 끝난 뒤 자신이 핵심적으로 얻어야 할 메시지를 반복 정리하는 겁니다.”
마크먼 교수는 일견 당연한 듯 보이는 이 과정을 ‘습관’으로 만들면 ‘스마트 싱킹’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 제안하는 것이 ‘휴대용 녹음기’ 구입이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꽤 장난스럽다.
“세미나가 끝난 뒤 내용을 되새기는 데 딱 90초만 투자해도 결과는 ‘놀랍게(tremendous)’ 달라져요. 그러니 세미나 장에서 나와 다른 일로 넘어가기 전, 잠시라도 녹음기를 켜고 거기다가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중얼거리라는 겁니다. 사실 그 녹음 내용을 결코 다시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녹음기가 없으면 혼잣말을 할 때 좀 창피하지 않겠어요.”
그와의 인터뷰는 많은 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스마트 싱킹’ 요령에 대해 설명하지만, 결코 딱딱하지 않았다. 마크먼 교수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세상과 나누는 것을 무척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아내고, 그 결과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게 재밌다”고 여러 번 말했다.
“처음 대학에 갈 때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몰랐어요. 많은 학생이 그렇듯 뭔가 실용적인 걸 공부하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죠. 그래서 처음엔 경제학을 전공하려 했습니다.”
컴퓨터과학, 심리학, 언어학, 철학 등의 강의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모두 인지과학의 영역에 속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인공지능 쪽을 연구해 ‘스마트 머신(smart machine)’을 개발하고 싶다는 꿈도 꾸게 됐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스마트 머신을 만들려면 먼저 무엇이 사람을 ‘스마트’하게 만드는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더 공부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마크먼 교수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심리학 학사 학위를, 일리노이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노스웨스턴대, 컬럼비아대 교수 등을 거쳐 텍사스주립대의 심리학·마케팅 담당 주임교수가 됐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의 마음’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고 했다.
스마트한 적용
“모든 사람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마음 사용 설명서를 주지 않아요.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기초과학을 가르치듯 심리학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다면, 많은 사람이 자기 마음의 작동법을 깨닫고 좀 더 ‘스마트’해질 겁니다.”
특히 ‘유사성과 유추의 심리학(Psychology of similarity and analogy)’을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스마트한 습관 형성과 ‘고품질 지식’ 습득에 이어지는 ‘스마트 싱킹’의 다음 단계는,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 이때 필요한 것이 새로운 경험과 기존 지식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스마트 싱킹’에 나오는 또 하나의 예시를 보자.
어느 날, 내 아이 중 한 명이 숙제를 하고 있었다. 레지스터와 전구에 연결된 배터리를 보여주는 간단한 회로도를 놓고, 현재의 레지스터를 저항이 더 큰 다른 것과 바꾸면 회로에 무슨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아이는 그날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고, 전기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몇 분간 회로도를 보면서 계속 시간을 보냈다. 우연히도 나는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햄 라디오 자격증을 땄기 때문에 전기이론에 대한 공부를 좀 했었다. 그러나 부모로서 아이에게 답을 그냥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소크라테스 질문법을 모방하면서 아들과 함께 그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먼저 전기 외에 다른 어떤 흐름에 대해서 아는 게 있는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물의 흐름을 말했다. 나는 호스를 통과하는 물의 흐름을 생각해보고, 무엇이 물의 저항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내가 식물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할 때 아들 형제가 했던 것처럼 그는 호스를 감아서 막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재빨리 레지스터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은 호스를 더 세게 휘감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다시 스스로 문제를 풀러 갔다. 그는 전기회로보다는 물 호스에 대한 생각을 통해 그 페이지의 나머지 문제를 풀었다. 그의 수준에서는 내 아들도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이 한 것과 같은 일을 했다.
공업용 사이클론에서 영감을 얻어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하는 것, 그리고 수도 호스를 감는 것에 대한 지식을 통해 전기 저항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마크먼 교수가 강조하는 ‘스마트 싱킹’의 원리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두 사물의 유사점을 찾고, 유추해내는 능력이다. 그는 이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 방법을 공개했다. 대학원 시절 노스웨스턴대 디더 젠트너 교수와 함께 수행한 실험이다.
종이 한 장을 반으로 접는다. 종이의 위쪽 절반에 1분여 시간을 들여, 다음의 쌍이 가진 공통점들을 열거해보자.
이제 추가로 이렇게 해보자. 종이의 아래쪽 절반에 1분 동안 다음 두 낱말 사이의 공통점들을 적어본다.
단어는 계속 늘어나고, 그 안에는 ‘호텔 모텔’처럼 서로 유사한 것과 ‘잡지 고양이’처럼 유사하지 않은 것이 섞여 있다. 마크먼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이 사고력을 어떻게 계발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런 사고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힘, ‘스마트’함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이런 습관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죠.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쳤을 때 결과는 큰 만족으로 돌아옵니다.”
마크먼 교수는 본인의 이야기를 꺼냈다. 주중 매일 10시간 넘게 연구에 매달리는 마크먼 교수의 취미는 색소폰 연주. 수준급 실력을 갖춘 그는 아마추어 밴드 멤버로, 일주일에 한 번씩 오스틴 시내 재즈 바에서 공연도 한다. 그가 처음 색소폰을 배우기로 결심한 35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악기를 배우는 건 힘든 일입니다. 처음 몇 달은 듣기 싫은 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어요. 그 뒤엔 오랫동안 음계를 연습했죠. 결코 즐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색소폰을 연주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어요.”
나쁜 습관 고치기
마크먼 교수가 ‘스마트’한 삶을 위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강조하는 게 또 있다. 이미 형성된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도 안다. 마크먼 교수는 “습관을 고치려고 마음먹었을 때 피해야 할 최악의 행동은 ‘의지력(Willpower)’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거나 간식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뒤 욕구를 꾹 참으려 하죠. 그런 시도가 몇 번은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오직 의지만으로 나쁜 습관을 고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 그동안의 결핍이 폭발해 더 큰 갈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갈망은 우리 마음이 스스로에게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걸 강력하게 알리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움직이는 방법’을 이해하고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마크먼 교수가 제시하는 방법은 ‘활성화된 의도’를 제어할 수 있도록 주어진 상황 자체를 바꾸는 것. 만약 퇴근 후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TV 보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집에 아예 감자칩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하나 유념할 것은 기존의 습관을 대체할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쁜 습관을 고칠 때 그동안 하던 행동을 멈추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기존에 해온 행동을 갑자기 아무 행동이 없는 상태로 바꿀 수는 없어요. 오래된 습관은 반드시 다시 떠오르고, 그 행동을 실현하려는 의도도 살아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의도가 살아날 때 하는 행동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 습관을 방해하는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감자칩을 사지 않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감자칩 생각이 날 때마다 뜨개질을 하는 등 새로운 규칙을 정하라”는 조언이다. ‘스마트 싱킹’에는 이외에도 ‘습관 일기’ 쓰는 요령 등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돼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런 방법을 통해 나쁜 습관을 고친 경험이 있는가. 습관을 고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나” 물었다. 그는 놀랍게도 “과식하는 습관 때문에 체중이 지금보다 20㎏쯤 더 나간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동안 저는 하루 중 대부분을 책상에 앉아 연구하고, 먹으면서 보냈어요. 당연히 살이 많이 쪘지요. 살을 빼고 싶은데, 먹는 양을 줄이는 건 어렵더군요. 그래서 아예 먹는 음식을 완전히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로 변신했지요. 과거에 먹던 음식을 다른 방식으로 먹느라 고생하는 대신, 새로운 식습관을 새로 만든 겁니다. 이후 1년 만에 체중이 40파운드(약 18㎏) 줄었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내려가 아주 건강해졌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마크먼 교수는 곡물과 채소로 된 ‘베지테리언 메뉴’를 주문했다. 보기 좋은 체격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우유, 달걀조차 먹지 않는 ‘비건’ 채식을 계속한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한 삶’을 위해서는 이처럼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멀티 태스킹(multi tasking)’을 피하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 태스킹’을 “현대 사회의 ‘악(evil)’”이라고까지 하는 그는 “이런 습관은 일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스마트 싱킹’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현대 사회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할 것을 요구합니다. 약간의 멀티 태스킹이 불가피한 상황도 있지요. e메일을 쓰는 도중 전화벨이 울리면, 전화를 받는 것 같은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할 때는 그러면 안 돼요. 스마트폰을 끄고, e메일 창도 닫아두어야 합니다. 동료들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도록 허용해도 안 되고요. 회의 참석 중에 스마트폰을 체크하고, e메일에 답을 하는 사람들은 그 행동이 오히려 일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걸 알아야 해요.”
마크먼 교수의 생각은 분명하다. “마음 작동법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꾸준히 그 내용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누구나 스마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류와 나눔
이후 필요한 것은 각자의 ‘스마트’함을 서로 나누는 것이다. 그는 “진정 스마트해지고 싶다면 자신의 지식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를 확실히 알아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이 세상 모든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모든 종류의 지식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그리고 평소 교류하는 사람 중 자신이 갖지 못한 중요한 지식을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는 ‘내가 남보다 더 멀리 보았다면 그건 위대한 인물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는 과학자 뉴튼의 말을 좋아한다. ‘스마트 싱킹’은 이런 공동의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조직 전체의 ‘스마트 싱킹’ 능력을 키우고, 구성원 각각의 스마트한 생각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용 과정에서 ‘스마트 싱킹’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아내는 게 좋겠지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지원자의 ‘개방성(openness)’입니다. 개방적인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하기 좋아하고, 그 지식이 자신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상관없이 일단 공부하고 싶어합니다. 덧붙여 ‘인지욕구(need for cognition)’도 높은 게 좋지요. 인지욕구는 사물에 대해 많이 생각하려는 것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개방성과 인지욕구가 결합돼 있고 유추를 잘하는 사람이 조직의 ‘스마트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마크먼 교수는 앞으로도 스마트 싱킹을 주제로 한 책을 계속 쓸 계획이라고 했다. 바로 다음 책에서는 ‘습관을 바꾸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고도 했다.
교단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많이 가르쳐온 마크먼 교수에게 마지막으로 ‘스마트 싱킹’ 능력을 기르려는 한국인에게 특히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없는지 물었다.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질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왜’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내기에 좋은 키워드입니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해서 실패자가 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자신의 지식을 ‘개선(improve)’하는 계기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왜’라고 묻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