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지구촌 곳곳에 교육 한류韓流 수출하겠다

세계로 날갯짓하는 숙명여대

  • 중국 쿤밍=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2-05-22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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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명여대는 ‘숙명 블루리본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사업을 가동하면서 세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쌍방향적이며, 내실 있고, 지속가능한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교육 한류韓流 수출하겠다

    4월 20일 숙명여대·윈난사범대 교수들이 두 학교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자매 학교에서 귀중한 분이 오셔서 만사 제치고 달려왔습니다.”

    허톈춘(河天淳) 중국 윈난대 총장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정병헌 숙명여대 문과대학장 일행을 반긴다.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에게 말씀드렸듯 윈난대는 일개 대학이 아닙니다. 윈난이라는 일개 지방의 대학도 아닙니다. 국제의 대학, 그러니까 국경이 없는 대학입니다. 숙명여대와의 교류를 통해 이 같은 학교의 지향을 현실로 이뤄내려고 합니다. 지금껏 적지 않은 교류 성과를 낸 것은 두 학교 구성원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입니다.”

    분위기가 따뜻하다. 정 학장이 화답한다.

    “숙명여대에 윈난대 주축으로 공자학원을 세우는 것을 곧바로 추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설을 비롯해 모든 것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윈난대에 한국어반을 신속하게 개설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한국어과를 신설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이뤄지도록 숙명여대가 협조하고, 또한 협조를 구하겠습니다.”



    숙명여대는 중국 윈난(雲南)성에 터 잡은 윈난대에 순헌학원을 세운다. 한국학을 가르치는 곳. 순헌학원은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계비 순헌황귀비의 존호(尊號)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순헌황귀비(純獻皇貴妃)가 지원해 세운 명신여학교(明新女學校)가 숙명여대의 출발점.

    허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숙명여대에 공자학원을 설립하는 목적은 중국과 한국이 서로 간 이해를 높이고 문화를 교류하기 위해서예요. 한국인이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 문화를 아는 것은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윈난대는 순헌학원을 통해 중국인이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게 하는 것을 도울 겁니다. 숙명여대와의 교류를 통해 중국과 한국 간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쌍방향 국제화

    윈난대 본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염경숙 교수(숙명여대 테솔 디렉터)가 윈난대 위신리(于欣力) 국제협력처장에게 테솔(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타 언어 사용자 영어 교육법) 프로그램을 브리핑한다. 숙명여대 테솔의 우수성과 비즈니스적 이점을 강조한다. 염 교수가 프레젠테이션을 끝내고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피드백이 좋아서다.

    “윈난대는 테솔 수출의 교두보 격이에요. 윈난성 인구가 4600만 명입니다. 중국에서 영어교육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어요. 사교육 수요도 늘고 있고요. 중국 자체가 상당히 큰 시장인데다, 윈난성은 지리적으로도 장점이 상당해요. 티베트 자치구, 쓰촨성, 광시 장족 자치구, 구이저우성과 이웃합니다. 또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윈난성을 토대 삼아 동아시아로 시장을 넓힐 겁니다. 태국, 캄보디아 등에도 우리 대학 테솔 프로그램을 수출해야죠.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는 미국 프로그램이 들어와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죠. 숙명여대가 테솔로 비즈니스하기에 알맞은 적지가 중국 서부지역입니다. 윈난성을 교두보로 중국 내륙과 동아시아로 교육 한류를 수출할 수 있어요.”

    숙명여대는 아웃바운드(밖으로의) 세계화를 통해 ‘교육 한류’를 수출하고자 한다. 테솔이 첨병 격이다. 올 여름방학 때 윈난대 부속 고등학교 및 중학교 영어교사가 숙명여대에서 테솔 단기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게 교육 한류 수출의 시작이다.

    한영실 총장의 설명이다.

    “한국 대학은 지적자산을 수출하는 아웃바운드 세계화에는 서툴렀어요. 안으로의 국제화, 밖으로의 국제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 학교 테솔 과정이 한국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테솔 프로그램을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으로 가져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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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난성 5개 대학과 결연

    두 대학 관계자들의 협력 논의가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이어진다. 김상률 숙명여대 대외협력처장(영어영문학부 교수)은 윈난대 교수진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됐다. 현안을 토론하고, 함께 술 마시면서 중국에서 일할 때 필수라는 관시(關係)를 맺은 것.

    정병헌 학장은 윈난성 성도(省都) 쿤밍(昆明)을 주제로 어젯밤(4월 19일) 칠언절구(七言絶句)를 지었다.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한시를 읊는다. 윈난대 교수들이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김 처장이 “내실 있고, 지속가능한 국제화를 계속해나가자”면서 웃는다. 관시가 다져진다.

    윈난대는 재학생이 2만7000명이 넘는다. 숙명여대는 윈난성에 위치한 다섯 개 대학과 결연했다. 위안이촨(原一川) 윈난사범대 부총장은 “숙명여대와의 교류를 통해 한국학 교육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리지항(李紀恒) 윈난성장과 한영실 총장의 친분이 숙명여대-윈난성 교류의 기름칠 구실을 했다. 한 총장은 리 성장이 중국 공산당 윈난성 당위원회 부서기로 일할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이주희 숙명여대 국제교류팀장은 “윈난성과 함께하는 교육사업은 성과물이 나오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윈난성과의 교류는 숙명여대가 추진하는 국제화 프로그램의 일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블루리본 프로젝트

    숙명여대는 2010년 2월 ‘숙명 블루리본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사업을 가동하면서 세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쌍방향(interactive), 내실 있는(quality assurance),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 숙명여대가 추구하는 국제화 3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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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난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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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톈춘 윈난대 총장

    숙명여대는 해외 대학과의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아너스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전공별 성적 우수자를 뽑아 방학기간 중 스탠퍼드,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등 명문 대학에 파견하는 과정이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구글, 애플 같은 정보통신(IT) 기업 방문을 비롯한 다양한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지도교수와 팀을 이뤄 미국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의 대학·기관·기업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호평을 듣고 있다. 지도교수 한 명과 학생 일곱 명이 팀을 이뤄 해외 탐방 프로그램을 자체 기획하는 형식이다. 탐방 때 만난 전문가를 숙명여대로 초청해 네트워크가 지속되게끔 돕는다. 전공 성적은 우수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호주에 파견하는 프로그램도 선발 경쟁이 치열하다. 선진국뿐 아니라 세네갈,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온두라스 등 저발전 국가로도 학생을 내보낸다. 숙명여대가 결연한 대학은 36개국 230개교에 달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숙명여대는 2011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학생 해외파견 부문 4위를 차지했다.

    재학생은 캠퍼스 국제화 덕분에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해외 석학, 글로벌 기업 리더의 강의를 서울에서 들을 수 있다. 주한 외국대사를 초청한 강연도 개최한다. 해외 명문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게끔 한 오픈형 지식공유플랫폼(SNOW)도 운영하고 있다. SNOW는 지식 포털 기능을 수행하면서 세계 각국이 축적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돕는 시스템. “SNOW를 숙명의 우수한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는 채널로서도 활용할 계획이다. 지식 인프라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숙명여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바운드(안으로의)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외국인 학위과정 학생 유치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전공별로 외국인 학생 전담 지도교수를 선정해 정서적 안정과 학업 능력 증진을 돕는다.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이 1대1로 동료 멘토(peer mentor)를 맺고 있다. 이 제도는 한국인 학생에게도 인기다. 한국어에 서투른 외국인 학생과 제2외국어로 유학생의 모국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한국인 학생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외국인 학생 유치 확대는 한국인 학생의 글로벌 마인드 함양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면서 외국 문화를 익힌다. 이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한중일 대학생 교류사업 시범대학, EU-ICI 교육협력프로그램 시행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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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숙명여대는 한국학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화도 강조한다. 지난해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원을 받아 시작한 ‘KF Global e-School’ 프로그램은 한국 관련 강의를 들을 수 없는 해외 대학생에게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실시간 화상강좌 및 세미나를 제공한다. 한국학 발전을 도모하고 국내외 교육·연구 기관 간 교육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베트남 하노이대에선 숙명여대가 제공하는 ‘한국 대중문화의 이해’라는 강의가 특히 인기다. 또한 숙명여대가 개설한 한국문화 콘텐츠 도서관은 한국학과 관련한 연구 자료를 세계 각국 대학과 공유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베트남 하롱베이에 짓고 있는 숙명문화원은 숙명여대의 해외분원 격으로 한국 문화를 가르치면서 아시아 지역 발전에 기여할 핵심 인재를 육성한다. 베트남 학생들을 한국-베트남 간 문화 교류 분야의 리더로 키워낼 계획이다. 중국, 베트남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숙명문화원을 설립해나갈 계획이다.

    한영실 총장의 설명이다.

    “안으로의 국제화를 넘어서 한국과 한국학을 해외에 전하는 밖으로의 국제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동질성이 큰 아시아 지역부터 시작해 서구로 확대할 계획이에요. 베트남 하롱베이와 중국 윈난성에 숙명문화원을 설립하고 그곳의 뛰어난 학생을 숙명여대로 초청해 한국과 함께 세계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해요. 하롱베이에서 윈난대가 위치한 중국 쿤밍까지 자동차로 6시간이 걸립니다. ‘윈난의 숙명여대’ ‘하롱베이의 숙명여대’가 선으로 연결되고 종국에는 아시아를 아우르는 면을 이루는 겁니다. 베트남 정부는 하롱베이 일대에 싱가포르와 상하이를 아우를 허브항구를 개발하고 있어요. 하롱영재고등학교 학생들이 외국인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숙명여대로 공부하러 오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을 졸업하면 전원 신한은행에 입사하는 조건이에요. 장학금도 지급해요. 하롱영재고 남학생들이 불만이 많다고 해요. 우리는 왜 숙명여대 못 가느냐고. 안쓰럽지만 어떡해요. 우리 학교가 여자대학인데….”

    베트남에 약학대학 건설

    한 총장은 베트남에 약학대학을 짓고 있는 것도 자랑했다.

    “숙명여대 약학대학이 한국 정부가 개발도상국 대상 원조사업인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하는 베트남 하노이약학대학(Hanoi University of Phar-macy) 신 캠퍼스 건설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어요.”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신설한 개발도상국 개발원조 사업. 베트남에 50억 원의 차관을 제공해 하노이 근처에 학생 5000명이 공부하는 캠퍼스를 건설한다. 한국의 우수한 약학교육을 개발도상국에 이식하겠다는 것. 숙명여대는 서울대, 영남대, 전남대, 충남대, 강원대와 경합을 벌여 이 프로젝트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하롱베이에 짓고 있는 숙명문화원에 덧붙여 베트남 교육시장을 공략하는 발판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숙명여대는 여자대학으로는 드물게 민족의 자긍심을 강조한다. 그런 숙명여대가 민족을 넘어 세계로 날갯짓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 숙명여대가 죽순 돋듯 진행하는 세계화를 통해 어떤 대학으로 거듭날지 자못 궁금하다.

    지구촌 곳곳에 교육 한류韓流 수출하겠다




    교육&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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