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자체 펜 생태계 조성? 글쎄요! 틈새상품으로 남을 듯

스티브 잡스 저주 깬 갤럭시노트 퍼스트무버 신화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2-05-21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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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카피캣(Copycat)’이라고 욕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로 패스트팔로어에서 스마트폰계의 퍼스트무버로 등극했다. 갤럭시노트는 “4인치 이상 대화면과 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절대 성공불가”라는 잡스의 저주를 보란 듯이 깨고 연일 판매기록 경신 행진을 벌이고 있다. 과연 갤럭시노트는 자체 펜 생태계 조성에 성공해 롱런할 수 있을까.
    자체 펜 생태계 조성? 글쎄요! 틈새상품으로 남을 듯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가 출시 5개월 만인 지난 4월 국내 판매량 200만 대를 돌파했다.

    갤럭시노트의 판매호조로 삼성전자는 올 들어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섰다. 갤럭시노트는 국내 LTE폰 시장에서 최단기간 최다판매 기록을 경신하며 LTE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갤럭시노트의 인기는 기대 이상이다. 갤럭시노트 판매량과 휴대전화 판매량을 비교하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4월 국내 휴대전화 시장 전체규모는 3월의 184만 대와 대비해 17% 줄어든 152만 대로 그중 LTE폰의 비중이 67%(102만 대)였다. 삼성전자의 4월 국내 휴대전화 전체 시장 판매 점유율은 64%(97만 대)였으며 그중 LTE폰의 점유율이 66%(67만 대)를 차지했는데 그 절반 수준인 48%가 갤럭시노트였다. 단일 모델로만 거둔 성과였다.

    5월 들어 갤럭시S3가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지만 갤럭시노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평균 일 개통 숫자는 2만5000대 수준으로 판매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일 개통 최고 3만300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갤럭시노트가 사실상 대한민국 대표 LTE폰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갤럭시노트의 인기는 국내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다. 갤럭시노트가 처음 출시된 것은 지난해 10월 말, 유럽에서였다. 국내보다 한 달 앞서 출시됐다. 유럽과 중국 등을 포함해 지난해 10월 말부터 글로벌 판매량은 5개월 만에 누적판매 500만 대를 넘어섰다.



    출시시점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에 대한 기대감은 남달랐다. 사실 삼성전자는 애초 국내에서 올해까지 2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지난 4월까지 이미 200만 대를 돌파했으니, 당초 목표를 8개월 앞서 깬 것이다. 갤럭시S2가 6개월 만에 400만 대 이상 팔린 것에 비하면 목표치가 낮다고 볼 수도 있지만 99만9900원이라는 높은 출고 가격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종균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텐밀리언셀러(1000만 대) 기록을 달성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기대했지만 그 목표는 이미 절반 이상 실현된 상태다.

    갤럭시노트의 이런 성공요인은 과연 뭘까?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UI)로 불리는 S펜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또 하나는 LTE라는 환경 조성이다. 그만큼 풍부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5인치라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대화면 스마트폰의 성공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갤럭시노트의 성공은 이대로 유지될까. 이에 대한 전망은 극명하게 갈린다.

    S펜을 도입하다

    자체 펜 생태계 조성? 글쎄요! 틈새상품으로 남을 듯
    갤럭시노트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새로운 영역의 스마트 모바일 기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중간형태라고 해서 ‘패블릿(Phablet)’또는 ‘폰블릿(Phonblet)’이란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갤럭시노트가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 제품이라고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대형화면이다. 갤럭시노트는 5.3인치 대화면에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중 해상도가 가장 높은 WXGA (1280×800) ‘HD 슈퍼 AM OLED’를 탑재했다. AM OLED가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해상도를 끌어올린 것에 더해 AM OLED의 장점인 180도 광시야각·10만 대 1의 명암비 등으로 최고의 시각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1080p 풀HD 동영상 녹화·재생은 물론 WMV·AVI 등 다양한 고화질 동영상 포맷과 5.1 채널 입체 음향을 지원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5인치폰은 휴대전화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화면 때문에 기피 대상이었지만 이를 즐길 만한 콘텐츠와 통신환경이 조성되면서 단점은 장점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스펙보다 더욱 돋보이는 것은 역시 S펜이다. S펜은 갤럭시노트가 최초로 선보인 기능이다. 손가락을 사용한 터치 기능을 제공하면서 펜으로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릴 수 있도록 한 것이 S펜이다. 손가락과 달리 펜으로는 종이에 글을 쓰듯이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필기감과 표현이 가능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의 터치스크린은 기존 스마트폰처럼 정전용량식 터치 원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손가락에 흐르는 전류를 센싱하는 방식이지만 특유의 S펜을 도입함으로써 펜과 손가락을 모두 사용하도록 한 것. 삼성전자는 삼성앱스에 ‘S초이스(S Choice)’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제공함으로써 갤럭시노트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부각시켰다. S초이스에 들어간 애플리케이션으로는 섬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옴니스케치’, 다양한 붓 효과로 동양화를 그릴 수 있는 ‘젠브러시’, S펜으로 작성된 메모를 서버에 저장할 수 있는 ‘캐치노트’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에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당시 최고 수준의 스펙을 선택했으며, 국내에서는 LTE 통신까지 지원했다. 지상파DMB, 800만 고화소 카메라, 2500mAh 대용량 배터리, 초고속 블루투스 3.0+HS까지 넣었다. 5.3인치 대화면과 이 같은 다양한 기능을 모두 탑재하고도 9.65㎜의 초슬림 두께와 182g의 초경량 무게를 구현했다. 하드웨어로 따지면 어떤 폰보다도 앞선 사양을 채택한 것이다.

    ‘카피캣(Copycat)’은 가라!

    갤럭시노트는 애플이 구축해놓은 스마트폰 시장을 흔들고 차별화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작심하고 내놓은 전략폰이다. 그만큼 공이 들어가긴 했지만, 출시까지의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삼성전자의 개발자들은 “갤럭시노트를 개발해낸 순간이 옴니아와 갤럭시폰을 처음 내놓았을 때보다 힘들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갤럭시노트는 ‘패스트팔로어’ 제품이 아니라 ‘퍼스트무버’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애플이 구축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누구보다 빨리 애플을 뒤쫓아갔다. 갤럭시S2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한 패스트팔로어가 되자 목표를 다시 설정했다. “퍼스트무버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후 퍼스트무버로서 내놓은 첫 제품이 갤럭시노트다.

    자체 펜 생태계 조성? 글쎄요! 틈새상품으로 남을 듯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갤럭시S2의 성공이 있기 전까지 삼성전자는 패스트팔로어로서 성공도 장담하기 힘들었다. 아이폰 충격에 한국 안방시장까지 내주면서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충격에서 재빨리 벗어나 아이폰의 성공을 추격했다. 그 전략은 유효했다. 갤럭시S2가 각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자, 당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정말로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것 같다”며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직이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패스트팔로어로서의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는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키아의 몰락과 리서치인모션(RIM)의 부진이 이를 말해준다. 이제는 퍼스트무버로서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삼성전자를 옥죄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하드웨어 혁신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애플이라는 일반인의 인식이 강하다”며 “삼성만의 독자성을 갖춘 스마트폰이 출시돼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만 진정한 퍼스트무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퍼스트무버 전략은 말 그대로 막연한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남보다 앞선 하드웨어 사양을 탑재한 휴대전화를 상당수 출시해왔다. 그러나 이들 제품 중 세계 최초 제품은 많았지만 퍼스트무버라고 할 만한 제품을 꼽긴 힘들다. 첨단 사양을 탑재하기는 해도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체 펜 생태계 조성? 글쎄요! 틈새상품으로 남을 듯

    2월 28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2012. 갤럭시노트 10.1이 최초로 공개됐다.

    갤럭시S2도 하드웨어 사양 자체로는 먼저 나온 아이폰보다 우수한 부분이 매우 많다. 그럼에도 갤럭시S2는 패스트팔로어에 불과했다. 지난해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삼성전자에 ‘카피캣(Copycat)’이라는 독설을 퍼부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 우선 개발자들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화면에 집중했다. LTE 통신기능이 점점 강화되고 하드웨어 사양이 높아지는 만큼 폰의 면적은 커져야 했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S펜 이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큰 화면을 내놓았다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대화면으로 인해 S펜이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팬택에서도 5인치 폰을 내놓는 등 대화면 폰이 쏟아지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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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탭 10.1.

    LTE 통신칩에 고사양 프로세서 등을 모두 장착하기 위해서는 폰이 커져야 하는데, 이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만한 무엇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사실 5인치 폰은 시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동영상 마니아가 아니라면 지나치다 싶을 만큼 큰 크기다. 특히 여성은 휴대하기 불편하고 손에 잡히는 그립감도 좋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생전에 “4인치 이상 화면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4인치 이상 화면의 경우 한 손으로 화면을 조작하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게다가 배터리 소모가 심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는 아이폰에서는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크기였다. 잡스의 고집에도 불구하고 아이폰5조차 4인치 이상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될 만큼 4~5인치는 대세가 되는 모양새다. 점점 많아지고 커지는 부품으로 인해 폰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갤럭시노트보다 앞서 미국 델이 2010년 내놓았던 5인치 스마트폰 ‘스트릭’은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휴대하기 불편할 뿐, 큰 화면의 장점이 별로 없었다. 당시에는 큰 화면을 즐길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 대형화면을 강점으로 바꿀 만한 무언가를 생각해냈다. 바로 ‘필기’였다. 필기는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 감성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롭다. 그러면서도 휴대하기 불편하지 않도록 두께와 무게를 최소화했다. 필기를 위한 펜을 장착하되, 기존 스마트폰처럼 손가락 터치도 가능하도록 했다. 과거 스티브 잡스는 “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성공할 수 없다”고 혹평했지만, 삼성전자는 펜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펜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전자펜은 이미 그 실력이 검증된 일본 와콤의 제품을 사용했다. 현존 필기인식 기술 가운데 와콤의 것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 개발 당시 내부 반대도 심했다고 전해진다. 5인치 폰은 이미 델이 실패한데다 펜에 대한 확신도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개발자들은 기존 기능을 좇는 것보다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갤럭시노트를 접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부터 달랐다. 갤럭시노트 출시 전인 지난해 7월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오간 대화는 갤럭시노트의 인기를 점쳐볼 수 있었던 일화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신 사장의 갤럭시노트 소개에 LTE 모델로 공급해달라고 당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난해 방한했던 폴 제이콥스 퀄컴 CEO도 갤럭시노트를 한국에서 처음 접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갤럭시노트 인기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또 다른 비밀 병기를 준비했다. 바로 갤럭시노트의 인기를 접목한 스마트패드(태블릿PC)다. 이름은 ‘갤럭시노트 10.1’. 3월 MWC2012에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패드, 갤럭시노트 10.1을 공개했다. 기존 갤럭시탭에 S펜을 내장한 갤럭시노트의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다. 갤럭시노트 10.1은 스마트패드에 대한 삼성전자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갤럭시노트와 갤럭시노트 10.1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애플 아이패드, 아마존에 대항하는 제품군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이다.

    여세 몰아 스마트패드 출시

    삼성전자의 이런 자신감은 갤럭시노트의 인기가 없었다면 상상조차 어려웠다. 스마트패드 시장이 아무리 급성장한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애플 아이패드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부진과 달리 스마트패드 시장의 성장률은 놀랍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스마트패드 판매량이 1억189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비하면 무려 98% 성장한 수치다.

    자체 펜 생태계 조성? 글쎄요! 틈새상품으로 남을 듯

    갤럭시노트 S펜은 글자뿐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데도 탁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지난해 애플의 아이패드 시장점유율은 66.6%(약 4000만 대). 삼성을 포함한 다수의 제조업체가 생산한 전체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패드 점유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대수로는 1700만 대 수준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스마트패드(갤럭시탭)의 공식 판매량을 발표도 하지 못했다. 갤럭시탭은 다양한 크기로 출시됐지만 눈에 띄는 성공작은 없어 보인다. 안드로이드 진영 내에서의 지위도 위태로웠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은 4분기 전자책(e북) 콘텐츠로 무장한 아마존 킨들파이어에 밀려 시장점유율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3분기보다 3%포인트 떨어진 8%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바로 갤럭시노트였다. 갤럭시탭 10.1을 아이패드의 대항마로 키운다고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갤럭시탭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그보다도 못했다. 그나마 갤럭시탭은 크기가 작아 휴대성 면에서라도 차별화가 됐으나 10.1인치 크기는 특별한 강점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결합한 갤럭시노트의 성공은 삼성전자에 희망을 줬다. 스마트패드에 유용할 만한 S펜이 성공을 거둔 사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갤럭시탭은 애플과의 특허 소송과 아마존 돌풍으로 인해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도 삼성전자가 차별화를 꾀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분야는 갤럭시노트로 귀결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탭 10.1과 달리 갤럭시노트 10.1의 차별화된 기능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삼성전자는 뉴아이패드가 공개되자마자 갤럭시노트 10.1과 뉴아이패드의 기능을 비교해 강조하기도 했다. 갤럭시노트 10.1은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는데다 S펜의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필기와 그리기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10.1을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갤럭시노트 10.1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참에 아이패드나 킨들파이어에 맞설 다양한 시리즈를 내놓을 전략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올해 7인치, 8.9인치 등의 제품이 쏟아질 전망이다.

    원래 태블릿이라는 용어는 디스플레이에 펜 같은 도구로 직접 그리기 등을 비롯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놓은 장치를 일컫는다. 컴퓨터디자인(CAD)이나 그림 작업에 주로 활용된 것이 바로 태블릿이다. 그러던 것이 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스크린에 직접 작업을 한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형태의 단말기를 태블릿PC라고 부르게 됐다. 다시 말해 스마트패드 즉 태블릿PC는 펜을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S펜, 앱이 너무 적다

    삼성전자는 5월 3일 영국에서 갤럭시S3를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선 곡선 디자인이 여심을 흔들었다. 4.8인치의 큰 크기에도 좁은 베절(테두리) 도입으로 손에 쥐는 느낌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얼굴·눈·음성·모션 등 인간 신체 특성을 인식하는 사용자 환경까지 적용했다. 이제 6월이면 아이폰5가 나온다. 아이폰5의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4인치 이상 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디자인이나 외형도 아이폰4S와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전략폰 출시로 하반기에는 휴대전화 시장의 판세가 또 한번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과연 갤럭시노트의 인기가 이어질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오히려 갤럭시노트는 틈새 상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퍼스트무버 제품으로서는 성공했지만 갤럭시S3와 아이폰5의 성장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S펜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하지만, S펜 때문에 갤럭시S3와 아이폰5를 마다하고 갤럭시노트를 선택하기에는 S펜의 파워가 약해보인다는 것.

    갤럭시노트의 생명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S펜이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갤럭시노트 10.1이 아이패드를 물리치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S펜의 위력이 가장 절실하다. 갤럭시S3가 성공하고 갤럭시노트가 틈새상품 정도로 남는다고 해도 스마트패드 시장을 생각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 S펜 전략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S펜이 다른 스마트폰(패드)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S펜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많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불행히도 아직 펜 생태계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많은 앱이 나온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노트 출시 직후 개발자들이 다양한 S펜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갤럭시노트 전용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삼성개발자포럼을 통해 공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메모와 그리기 정도가 펜을 활용한 대표 앱이다.

    지난해 말 프랭클린플래너를 갤럭시노트에 최적화한 ‘프랭클린플래너 액티비티 노트’ 앱이 그나마 주목을 받은 제품이다. 프랭클린플래너는 삼성전자와 웹플랜이 공동 개발한 앱으로 프랭클린플래너를 스마트 기기용으로 구현한 것이다. 현재 갤럭시노트 전용 앱 `S초이스`는 33개뿐이다. 생태계라고 부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로 응용 범위도 넓지 않다.

    펜 생태계? 스마트패드는 기대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생태계 확충 총력전에 나섰다. 삼성은 5월7일부터 9월30일까지 글로벌 모바일 앱 경진대회 ‘삼성 스마트 앱 챌린지 2012’를 개최한다. 2009년 시작된 삼성 스마트 앱 챌린지는 매년 스마트폰 앱 개발이 목적이었지만 올해는 스마트패드와 갤럭시노트에 한정됐다. 상금도 역대 최고 규모다. 총 408만 달러(46억 원) 상금에 글로벌 채널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혜택까지 내걸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갤럭시노트 10.1 출시를 앞두고 앱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김현준 삼성전자 상무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스마트패드 부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체계적인 전략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과연 자체적인 펜 생태계 구축에 성공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 따라 서로 엇갈린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진다고 해도 폰 사용방식까지는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든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터치기능이 메모나 그리기 정도를 할 수 있는 펜과는 큰 차이가 있는 인터페이스라는 뜻. 또한 장착하기 쉽다고 해도 펜을 별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폰을 사용하기에는 여전히 불편함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스마트패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마트패드로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필기를 하며 활용할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리기에도 크기가 적합하다. S펜이 충분히 경쟁력 요소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패드에서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S펜의 생태계를 삼성이 계속 키울 것”이라며 “미디어 소비 기기인 스마트패드에서 펜은 미디어의 가치를 끌어올리거나 새롭게 창조할 수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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