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학생 울리는 남학생 가만 안 뒀어요”
- 연기는 운명, 가수에 대한 미련 없어
- “외모 콤플렉스 있지만 의술의 힘 빌리고 싶지 않아”
- 내 일을 이해하고 묵묵히 응원해주는 사람 만나고파
- 해피 바이러스 같은 미소와 ‘쿨’한 성격이 경쟁력
‘파라다이스 목장’ 이후 1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오는 이연희는 이번 작품에서 기존의 여린 이미지를 벗고 거친 연기에 도전한다. ‘싸인’의 헤로인 김아중이 그랬듯 그동안 감춰둔 운동실력과 털털한 매력을 한껏 쏟아낼 듯하다.
그를 만난 건 5월 7일 오전, 서울 강남에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청담하우스 접견실에서다. 아늑한 음악카페처럼 꾸며진 접견실의 한쪽 벽면에서는 동방신기의 뮤직비디오가 흐르고, 드문드문 놓인 테이블과 의자는 객을 맞을 채비를 마친 듯 말끔히 정돈돼 있었다. 올해로 11년째 몸담고 있는 회사라 그런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이연희의 몸짓과 표정이 제집에 온 듯 편해 보였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라 가까스로 시간을 낸 그는 “인터뷰 마치면 곧장 촬영장으로 달려가야 한다”며 “아직 1,2회밖에 찍지 않아서 갈 길이 멀다”고 귀띔했다.
“실감나게 연기하려고 호신술 익혔어요”
▼ 왜 하필 ‘유령’을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했나요?
“제가 맡은 유강미라는 인물은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 경위예요. 굉장히 스마트하고 거침없는 캐릭터죠. 오래전부터 그런 역할을 꼭 하고 싶었고, 대본도 무척 흥미진진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싸인’ 작가님,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자체가 설레고 흥분됐어요. ‘싸인’을 정말 재밌게 봐서 그분들의 팬이 됐거든요. 더구나 이번 작품은 지금껏 해보지 않은 새로운 장르라 도전하고 싶었어요.”
▼ 작품 고르는 기준은 뭔가요?
“일단 내용이 재미있는지, 제가 할 역할이 매력적인지를 봐요. 대본이나 캐릭터를 따로 보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을 놓고 판가름해요. 배역의 비중은 안 따져요. 나오는 신이 적더라도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작품이면 기꺼이 선택해요.”
▼ 엘리트 경위 역이니만큼 촬영 전에 배워야할 것도 많았겠네요.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고 무술과 호신술을 익혔어요.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배우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호신술을 배워둘 필요가 있잖아요. 앞으로 두고두고 유용할 것 같아요(웃음).”
▼ 촬영 현장 분위기나 팀워크는 좋은가요?
“출연자가 많아 조금 어수선해요. 지금은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서 호흡이 딱딱 맞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회식 자리 분위기가 너무나 좋아서 드라마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 ‘싸인’ 출연진은 한겨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촬영해 적잖이 고생했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어떤가요?
“공간적 배경이 사이버수사대다 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범행을 포착하는 신이 많아요. 사이버수사대의 특성상 야외 촬영보다는 컴퓨터그래픽(CG) 영상을 많이 활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 알았는데 사이버수사대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 생소한 전문용어가 많더라고요. 그 때문에 간혹 발음과 대사가 꼬이는 게 배우로서 고충이라고 할 수 있죠.”
▼ 사이버수사대원들도 만나봤나요?
“아직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대신 수사대원들을 취재한 작가님과 감독님, 연출팀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틈틈이 관련 영화나 책을 보면서 감을 익히고 있어요.”
이연희는 2008년 ‘에덴의 동쪽’이라는 장편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그에게 인기상과 베스트 커플상, 신인상까지 안겼다. 하지만 그는 당시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이 아니었다. 그가 연예계에 첫발을 들인 건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중학교 1년생이던 2001년, SM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다양한 트레이닝을 받은 그는 2004년 KBS 사극 ‘해신’으로 안방극장에 첫선을 보였다. 이 작품에서 수애의 아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후 그의 활동영역은 스크린으로까지 넓어졌다. 드라마 ‘어느 멋진 날’과 ‘파라다이스 목장’,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M’ ‘내 사랑’ ‘순정만화’ 등은 그를 청순미의 대명사로 만든 작품들이다.
“소녀시대, 부럽지 않아요”
▼ 데뷔 11년 차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11은 ‘10+1’이잖아요. 지난 10년간 쌓은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새 출발하는 기분이에요.”
▼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 나가기 전에도 배우를 꿈꿨나요?
“그 대회에는 친언니의 권유로 나갔는데 연예계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면 용기를 내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때는 배우가 되려는 열망보다 연예계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어요. 호기심 때문에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왔는데 연습생으로 트레이닝을 받는 동안 가수보다 배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와 배우의 길을 선택했어요.”
▼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릴 적부터 영화를 즐겨 봐서 그런지 배우라는 직업이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특히 영화 ‘레옹’의 여주인공 나탈리 포트만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죠. 당시 극중 나탈리 포트만이 제 또래로 보였거든요. 어린데도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나도 언젠가 저런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었던 것 같아요.”
▼ 연습생 시절에는 어떤 트레이닝을 받았나요?
“2~3년 동안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보컬과 연기, 춤을 배웠어요. 당시 가장 친했던 연습생이 소녀시대 멤버들이에요. 지금은 서로 바빠서 자주 연락하지 못해요. 가끔 그 친구들과 함께 보낸 연습생 시절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요. 그 친구들이 있어서 되게 재밌게 연습했거든요.”
▼ 소녀시대를 보면서 가수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진 않던가요.
“전혀요. 배우가 내 길이라는 신념이 확고했거든요. 그래서 소녀시대가 잘될 때마다 진심으로 축하해줬지 부러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부럽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을 만큼 제 갈 길 가기에도 바빴거든요.”
▼ 일찍이 보컬트레이닝도 받았고, 슈퍼주니어 3집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수준급 가창력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가수가 될 수 있지 않나요?
“노래를 잘한다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덕에 음정 박자를 맞추는 정도예요. 피처링은 어쩌다 보니 하게 됐고요. 가수처럼 노래를 특출하게 잘하지는 않지만 연기하듯 멜로디에 노랫말의 감정을 녹여내니까 대중이 좋게 보신 걸 거예요. 하지만 못 가본 가수의 길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 요즘은 배우들이 드라마 삽입곡을 직접 부르기도 하잖아요.
“정식 가수로 데뷔할 생각은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어요.”
▼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여러 편 찍었는데 어느 쪽이 더 끌리나요?
“각기 장단점과 매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스크린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요. 무엇보다 액션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저한테 들어오는 영화 장르는 한정돼 있더라고요.”
▼ 청순한 이미지로 각인된 탓인가요?
“데뷔 초반에 그런 이미지가 굳어져서 감독님들은 이연희에게 액션물이나 스릴러가 어울릴까 의아하실 거예요. 알고 보면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건강하고 운동신경도 좋은 편인데…. ‘유령’이 방영되고 나면 절 새로운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요? 이연희에게도 스릴러나 액션이 어울리는구나 하고요(웃음).”
이연희가 액션연기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건 데뷔 후 줄곧 액션배우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닮고 싶어하는 롤 모델도 액션배우로 정평이 난 안젤리나 졸리와 하지원이다. 그를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연희가 곱고 가녀린 외모 때문에 비실비실해 보여도 못하는 운동이 없다”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배우”라고 평가했다.
▼ 못하는 운동이 없다면서요?
“그 정도는 아니고 어릴 적부터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가장 근래에 배운 운동은 승마예요. 보기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서 작품을 끝내고 쉴 때마다 다양한 운동을 즐겨요.”
고진감래의 교훈, ‘에덴의 동쪽’
그간의 출연작 가운데 가장 좋았던 작품이 뭐냐고 묻자 그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열 손 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모든 작품이 자식 같기 때문”이란다. 한 손에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배시시 웃으며 현답(賢答)을 내놓는다.
“현재 깊이 빠져 있는 ‘유령’이 생애 최고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요?”
▼ 가장 힘들게 찍은 작품은 뭔가요?
“촬영에 임하는 매 순간이 힘들어요. 사실 영화 촬영을 할 때는 힘들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는데 ‘에덴의 동쪽’과 ‘파라다이스 목장’이라는 드라마를 찍을 땐 힘에 부치더라고요. ‘에덴의 동쪽’은 56부작이라서 더 그랬고, ‘파라다이스 목장’에서는 캔디 같은 캐릭터를 맡아서 피곤해도 항상 즐겁게 보여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 배우의 길로 들어선 것을 후회한 적이 있나요?
“힘든 적은 많았어요. 연기가 생각처럼 나오지 않을 땐 이 일이 나한테 맞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배우가 된 것 자체를 후회한 적은 없어요.”
▼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었어요. 이 시기를 잘 넘기고 나면 훗날 돌아봤을 때 별일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편해질 때가 올 거라 생각한 거죠. 그래서 이 순간만 참고 힘을 내자는 생각을 했더니 괜찮아지던 걸요(웃음).”
▼ 굉장히 긍정적인가 봐요?
“그런 편이에요.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빨리 떨쳐내요.”
이연희는 파트너 복이 많은 배우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는 현빈, ‘M’에서는 강동원, ‘에덴의 동쪽’에선 송승헌을 상대역으로 만났고, ‘유령’에선 소지섭과 연기 호흡을 맞춘다. 지금까지 만난 상대 배우 중 연기 궁합이 잘 맞았던 사람이 누군지 물었더니 그가 또다시 난감해 한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매번 연기 잘하고 매너 좋은 분들만 만나서 한 명만 꼽기는 어려워요.”
▼ 소지섭 씨는 어떤가요?
“아직 많은 분량을 찍지 않아서 연기 호흡을 맞출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제가 나이 어린 후배다 보니 많이 배려해주세요. 굉장히 매력 있는 선배님이고, 연기에 몰입할 때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앞으로 배울 게 많을 것 같아요.”
▼ 연기 조언을 해주는 멘토가 있나요.
“멘토라기보다 ‘에덴의 동쪽’을 찍는 동안 따뜻한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고마운 분이 계세요. 극중에서 저의 아버지였던 유동근 선생님이에요. 출연진이 워낙 쟁쟁해서 연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는데 옆에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제가 힘들어하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일일이 예를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얘기를 해주셨죠.”
무라카미 하루키와 ‘언터처블’
청소년기에 연예활동을 시작한 아이돌 스타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학교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13세에 연예계에 데뷔한 이연희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중학교에 다닐 때는 교우들과 어울리는 데 무리가 없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연예활동이 잦아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어릴 때부터 성격이 밝아서 친구들이랑 잘 어울렸어요.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지냈죠. 그때는 지금보다 더 털털했어요. 여장부 기질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때리거나 울리면 제가 나서서 해결사 노릇을 했거든요(웃음).”
▼ 프로필을 보니 독서와 영화 감상이 취미던데 최근에 감명 깊게 본 책이나 영화가 뭔가요?
“쉴 때 책을 많이 보긴 하는데 요새는 통 바빠서 못 읽었어요.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에요.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와 쓰지 히토나리의 작품을 좋아해요. 최근에 본 영화 가운데는 ‘언터처블:1%의 우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 1남3녀 중 셋째 딸이라 귀여움을 많이 받으며 자랐겠네요?
“밑에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딸 중에서는 막내라 언니들이 잘 챙겨줬어요. 저희끼리 싸운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자매간에 우애가 돈독해요.”
▼ 부모님에게는 어떤 딸인가요?
“살갑게 구는 딸은 아니에요. 애교가 없어요. 때 되면 챙겨드리고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려고 노력하는데 감정 표현에는 서툴러요. 부모님은 늘 제 걱정을 하세요. 제가 막내인데다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서 항상 마음이 쓰이시나 봐요.”
▼ 요즘 보기 드문 자연 미인인데, 외모 중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어디인가요?
“어느 부위가 자신 있다기보다는 미소가 잘 어울리는 얼굴이 아닌가 싶어요.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말을 CF를 찍으면서 많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웃음이라고 하더라고요.”
▼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나요?
“대놓고 말할 순 없지만 있죠. 하나하나 따지면 다 고치고 싶지만 의술의 힘을 빌릴 생각은 없어요. 배우는 외모가 아니라 마음으로 연기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야 보는 이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고요. 배우에게는 겉모습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진심을 담아 연기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 현빈과 찍은 맥주 광고가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도 술을 잘하나요?
“맥주 1병, 와인 3잔 정도가 가장 기분 좋은 주량이에요. 제 주량을 잘 아니까 술자리에서는 오버하지 않아요. 그래서 친한 사람들과 마실 때도 취해서 횡설수설한 적이 아직 없어요.”
“나만의 색깔로 인정받는 배우 되고파”
어느덧 스물네 살의 어엿한 숙녀가 됐지만 그에게선 여전히 풋풋한 소녀의 향기가 난다. 1980년대 학생들이 즐겨 쓰던 연습장 표지에는 그를 꼭 닮은 해맑은 소녀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10대부터 중장년층에 이르는 뭇 남성으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자신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쿨한 성격? 하하하. 첫인상이 깐깐해 보인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실제로는 안 그렇거든요. 여자다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털털하고 뒤끝 없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 이상형은 어떤 타입인가요?
“제 일을 옆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이해해주는 사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사람이요. 배우라는 직업이 평범하지 않아서 마음 깊이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을 거예요.”
▼ 그런 이상형을 만나면 한눈에 알아볼 것 같나요?
“제가 꿈꾸는 이상형을 만나긴 쉽지 않겠지만, 느낌이 오겠죠.”
그는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곱다. 2008년부터 5년째 한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고, 지난해 3월에는 ‘타임’이라는 개인 사진전을 열어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단체에 기부했다. 또 그해 말엔 한 TV프로그램의 주선으로 케냐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하나요?
“대단한 실력은 아니지만 좋아해요. 외국에서 CF나 화보 촬영을 할 때마다 틈틈이 찍어둔 사진이 꽤 많아요. 그 사진들을 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어요. 사진에 담긴 제 예술적 감성을 보여주려고 전시회를 열었는데 지인들이 많이 사주셨어요. (기부를 염두에 두고) 사진을 비싸게 팔았는데도 다들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시더라고요.”
▼ 사회봉사나 기부엔 어쩌다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아프리카 봉사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이라 방송을 통해 제의가 들어왔을 때 기꺼이 참여한 거예요. 배우생활을 하다 보니 제가 존재할 수 있는 건 팬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 덕에 늘 좋은 환경에서 잘 먹고 잘 입고 살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좀 더 행복해지기를 소망하면서 제 수입의 일부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죠. 하지만 지극히 사적인 일이고,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해서 시작한 일도 아니기 때문에 조용히 해온 거예요.”
그러고 보니 그가 배우로 산 시간이 그의 생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연희에게 배우란 어떤 의미일까. 그의 답은 이렇다.
“저만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통로라고 할까요. 연기를 매개로 각양각색의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이 직업의 매력이지만 제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자체가 너무나 좋아요. 그런 삶을 즐기다 보니 이제는 배우가 제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된 것 같아요.”
▼ 30대의 자화상을 그려본다면…?
“그때는 누군가와 비교되는 배우가 아니라 저만의 색깔로 인정받는 독보적인 배우가 돼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역의 적임자는 이연희밖에 없어’라는 말을 듣는 그런 배우요.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한국의 액션배우 이연희요? 그거 좋은데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