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상상 불가의 시장 잠재력, 그리고 1 2억 명의 소비자까지…. 사업가에게 인도는 매우 매력적인 국가다. 1991년 인도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래로 외국인 투자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부흥개발은행은 전력, 물류 등 인프라와 부패, 행정지연 등 사업관행을 고려했을 때 인도의 사업환경 매력도는 183개국 중 132위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인도에서는 인도의 방식을 따라야 하는 법. 동아일보가 발행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104호에 실린 기사‘가족, 서열, 경청…12억 시장 매직워드를 알자’를 통해 인도에서 사업 성공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편집자 주>
인도 LG전자 공장. LG전자는 인도 TV시장에서 7분기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필자는 지난해 대학에서 국가 브랜드에 대해 강의를 했다. 25명의 학생에게 각각 한 국가를 맡겨 그 나라의 국가 브랜드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고 홍보되고 있는지 알아보게 했다. 자신이 맡은 나라의 국가 홍보 비디오를 찾아 분석하게 했는데 한국의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같이 경제 발전에 초점을 둔 내용이나 뉴질랜드의 ‘100% Pure You’와 같이 순수한 자연을 자랑하는 내용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 인도의 ‘Incredible !ndia’를 보고 나서 학생들에게 느낌을 이야기하라고 하니 인도 홍보 비디오는 여러 나라의 것을 합쳐놓은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러 나라를 합친 듯한 인도
인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주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인도에는 힌두교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기독교, 조로아스터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있다. 인도의 공용어는 힌두어와 영어지만 몇 개 주는 그들의 공용어가 따로 있는데 주민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한다. 따라서 공식 언어만 해도 20개가 넘으며 영어는 모든 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힌두어는 인도 인구의 40% 정도만 사용하고 있고 힌두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한국 사람들이 인도에 가서 어설픈 힌두어를 자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국제 금융기관의 임원인 한 인도인은 인도의 동쪽 지역 출신인데 힌두어를 배우지 않아 부인과 영어로만 대화한다. 종교와 언어의 다양성을 통해 인도는 다문화 사회로 발전했다. 따라서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 기업인은 새로운 문화를 접할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에서 오는 갈등과도 직면하게 된다. 그렇지만 인도 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와 소통의 트렌드가 존재한다.
문화, 종교적 신념, 가치관은 우리의 의사소통과 태도의 바탕이 된다. 이를 잘 설명해주는 모델이 바로 ‘빙산모델(Iceberg Model)’이다. 바닷속에 있는 거대한 빙하를 보지 못하고 빙산의 일각만을 보듯이 우리는 처음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겉으로 드러난 말의 의미나 행동만을 관찰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가치, 믿음, 그 외 문화적 배경이다. 문화적 배경에 따라 행동과 언어 혹은 비언어적 신호가 다르게 만들어진다.
또한 우리가 의사소통에서 얻는 메시지는 언어 혹은 비언어가 결합돼 전달된다. 이러한 언어와 비언어의 조합 비율은 문화마다 다르다. 인도의 경우 독일과 비교했을 때 비언어적 메시지 비중이 훨씬 높다. 인도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겪었고 준(準)사회주의적 체제로 통치되면서 무엇이든지 새로운 일을 하려면 어디선가 허가를 받아야 하는 환경이 굳어졌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주가드’
이러한 인도의 경직된 생활 환경에서 생겨난 인도인의 태도를 힌디어로 ‘주가드(Jugaad)’라고 한다. ‘주가드’는 영어에는 없는 단어이며 어떤 필요에 의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필요에 따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혹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열차좌석이 없을 때 매표소에서 일하는 친척의 도움으로 기차표를 구하거나 채소판매상이 워터 펌프 모터를 손수레에 장착해 전동수레를 만드는 것 등을 ‘주가드’의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저비용으로 광대한 인도의 각 지역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거나 제조하는 데 돈을 적게 들이고 인도식의 혁신(Indovation:Indo+Innovation)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도인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전해온 전통적인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른을 존경하고 종교적 행사를 존중하며 인도의 민주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은 외국인이 인도인들로부터 최소한의 호감을 받을 수 있는 아주 기본적 태도다. 인도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인도 비즈니스의 시작이자 척도다.
1.인도의 비즈니스 문화
조직의 배경에 따라 인도 비즈니스 문화의 유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인도 정부와 일을 할 때 겪게 되는 조직문화와 에티켓이다. 인도 정부의 조직문화는 중앙정부와 각 지역의 지방정부별로 각각 다르다. 둘째, 다국적기업, 인도의 대기업 또는 전문 기업들의 비즈니스 문화다. 셋째, 빠르게 성장하며 수익을 내고 있지만 아직 전문 기업화되지 않은 인도 기업 특유의 조직문화다.
①인도 정부의 조직 문화
비록 인도 관료주의에 프로페셔널리즘이 많이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업무진행이 더디다. 요즘은 고위급 관료들이 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심지어 토요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도 대륙이 워낙 크고 인도 정부 직원이 대부분 매우 관료적이기 때문에 인도 정부와 비즈니스를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인도의 현대차 공장. 현대차의 첫 해외 공장이 세워진 곳이 인도 첸나이다.
오늘날 인도 정부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IT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하급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8년에는 인도 정부가 정보공개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형태의 법이며 그 결과 투명성이 향상되었다. 주로 세미정장을 착용하는 인도 정부 관료들은 대개 나서기를 싫어하고 언질이나 공약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에 반해 정치인들은 말은 잘하지만 효율적이거나 효과적이지는 않다.
②인도 기업의 조직문화와 변화
인도 비즈니스 문화는 전통적으로 느린 문화였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인도의 사업가들은 일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미국의 사업가들이 인도 파트너의 느린 일 처리 속도 때문에 많은 불평을 했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현재 대다수의 인도 사업가는 미국 기업 임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불만이 많다.
최근 인도 기업은 어떤 논의라도 빠르게 진전되길 원하며 외국 파트너와의 논의가 끝나면 바로 특정한 제안을 할 때도 있다. 이렇듯 현재의 인도 사업가들은 비즈니스를 확장하거나 거래를 할 때 오히려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인도의 기업, 특히 스스로 그들의 구매력을 잘 파악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공급업자와 가격협상 및 거래조건에 대해 공격적으로 좋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전보다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다. 대부분의 회의는 정확한 시간에 열린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회의에 의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회의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의제가 정해지고 본격적으로 회의가 진행된다. 단, 어느 누구도 회의를 언제까지 끝내야겠다는 조바심이 없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모르게 계속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인도 비즈니스 문화에는 여전히 서열중심문화(High Power Distance)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최고위급 임원은 모든 일의 결정권자이며 그보다 낮은 직급의 임원들은 항상 그의 의견을 따른다. 회의에서 사업논의를 할 경우 고위 임원이 요청할 때에만 그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회의를 진행할 때 좌석배치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서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 기업 안에는 조직 내의 주요 의사결정직에 자신들의 가족구성원이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를 한 아들이나 딸, 또는 조카들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기 위해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인도 기업에는 국제 경험이 많은 고위급 임원들이 있다. 이들은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자주 가며 자식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고위급 임원은 대부분 인도식 억양이 좀 강하지만 수준급의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다. 요즈음 인도 대기업들은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20∼30년간 타국에서 살았거나 현지에서 태어난 재외동포(NRI·Non Resident Indian)들을 CEO와 임원으로 고용하는 추세다.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젊은 나라인 인도는 젊은 인력들이 회사 성장을 위해 각각 성과를 올리는 데 노력하는 한편 그 성장을 통해 개인적으로 보상받을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인도 기업의 젊은 직원들은 손님을 신과 같이 대접하는 문화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정중하고 그들의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한다. 특히 인도 사업가들은 한국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앞에서 언급했던 ‘주가드’의 개념은 비즈니스에도 반영된다. 이 개념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파악하고 저비용으로 제품을 제조하기 위한 혁신에 도움이 됐다. 특히 사업 혹은 프로젝트 진행 시 직면하게 되는 관료주의적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 됐다.
회사 차원에서는 종교문제가 거론되지 않겠지만 각종 신들의 동상이나 사진을 리셉션 데스크나 CEO의 집무실 안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 옆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축제기간에는 소규모 기도모임도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색색의 분필로 그린 그림과 꽃들을 회사 현관 입구나 복도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인도의 다양한 신 중에서 한 명의 신 또는 여신들로부터 축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외국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중 하나가 힌두교의 상징인 스와스티커(Swastika·옛 나치당의 십자 표시와 같음)이다. 사람들은 회사를 설립하거나 새 차 혹은 새집을 마련할 때 소규모 기도집회를 연다. 이때 특별히 의미가 있는 곳에 주황색으로 스와스티커 표시를 한다.
2.인도인과 신뢰를 쌓는 방법
어떤 인간관계에서든지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도 신뢰다. 인도인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중간에 서로 같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된다. 아직 서열 중심의 문화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직위가 높은 사람으로부터 소개를 받게 되면 훨씬 효과적이다.
전반적으로 인도인들은 감성적이다. 인도인들은 계산적이라기보다 감성적으로 동기 부여를 받는다. 물론 라자스탄, 구자라트, 타밀나두 같은 주는 특별히 그들만의 비즈니스 통찰력과 안목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인도인들은 이제는 지식 중심의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각 개인의 타고난 재능과 성공을 존중한다. 말과 행동이 솔직하며 지혜롭고 예의 바른 사람들을 신뢰한다. 의사표현을 잘하는 것을 큰 장점으로 여긴다. 인도인들은 어릴 때부터 무한 경쟁의식을 키우는 교육을 받기 때문에 1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의 규모와 상관없이 어느 그룹에서든 리더가 되려고 하며 평범한 구성원으로 남아 있지 않으려 한다.
사람에 따라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다 다르다.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가 시작하기 전에 작은 선물이나 인사 혹은 생일, 기념일 축하카드 등과 같이 인도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어떤 것들이든 선물을 한다면 그들은 감사하고 놀랄 것이다.
인도 사람들은 가까운 장래에 돌아올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도와주고 베푸는 데서 사람 사이의 관계와 신뢰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이는 향후 관계 발전을 위한 투자로 본다. 신뢰는 상대방에게 작은 일을 부탁하면서 구축되며 이를 통해 향후 리스크가 있는 일을 추진할 때 상대방이 신뢰할 만한지를 사전에 검증한다. 특히 인도인들은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인도에 투자를 할 경우 짧은 시간에 돈을 벌어 떠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신뢰를 쌓는 시작이 될 것이다.
3.인도 내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인도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 특징은 ‘대화의 맥락’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는 말로 하는 표현은 완전한 메시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인도인들은 말의 맥락 안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함축적으로 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듣는 사람이 이러한 맥락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비교하면 미국은 말이 메시지의 전체라고 생각하는 반면 인도에서 말은 메시지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항공 관제사와 변호사의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예로 들 수 있다. 변호사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서면상으로 기재된 모든 사항을 설명한다. 서류상에 완전한 메시지가 명시돼 있고 그 외에 부차적으로 파악해야 할 메시지는 없다. 반면 항공관제사는 Roger W5 R3와 같이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Roger W5 R3라는 메시지로 조종사는 엔진을 가동시키기 전에 5분을 기다려야 하고 3번 활주로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변호사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맥락을 파악하지 않아도 되지만 관제사는 조종사가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몇 가지 단어만으로도 파일럿에게 완전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의 커뮤니케이션 유형은 항공 관제사의 경우와 비슷하며 미국의 커뮤니케이션은 변호사 유형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No!” 대신 “I will try”
인도에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중 외국인들이 혼란을 겪는 사례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거나 혹은 좌우로 흔드는 습관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도에서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것은 완전하게 거절의 의미가 아니다. 이와 유사하게 머리를 아래위로 흔드는 것은 완전하게 찬성의 의미가 아니다. 인도인이 머리를 아래위로 흔드는 것은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뜻이다.
인도인들은 의사소통을 할 때 대체로 직설적인 편이 아니다. 비록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인도인은 그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든 ‘No’라고 확실히 말하지 않는다. 비록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다른 조직이 제안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직접적으로 ‘No’라고 말하는 것을 회피한다.
시험 삼아 느닷없이 상대방 인도인에게 100만 달러를 빌리고 싶다고 해보라. 아마 놀라지도 않고 잠깐 생각하다가 “No”라고 말하는 대신 “I will try”라고 대답할 것이다. 특히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로 맞장구치는 경우가 많다.
인도의 커뮤니케이션은 돌려서 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신과 우주가 최고이고 개인은 자연을 지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종종 “아마도” “어쩌면” 등과 같은 말로 회의 진행이 막힐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인도 기업에도 미국과 유럽에서 MBA 학위를 받은 전문가가 늘어나 전문화된 기업경영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직설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쓰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다.
인도에서는 e메일보다는 전화를 한 번이라도 더하는 것이 좋다. 혹시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음성메시지를 남겨도 메시지를 듣고 연락을 하는 사람 수가 기대보다 적을 것이다. 음성메시지를 남기기보다는 전화를 다시 한 번 하는 것이 인도식이다. 혹시 국제 콘퍼런스콜을 할 필요가 있으면 엄청난 전화요금을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인도식의 대화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성 앞에 Dr, Prof, Mr나 Ms 등을 붙이는 것이 좋다. 만약 이름을 확실히 알고 있지 않다면 Sir 혹은 Madam으로 부르는 것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Raj Kumar Singh은 Mr.Singh로 불러야 한다.
4.외국 기업인이 인도 비즈니스에서 직면하는 갈등사례
외국의 기업인들이 인도의 비즈니스 문화를 잘 알지 못해 사업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서는 대표적 사례들을 소개한다.
Case 1 먼 거리 경영과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합작 실패
미국에 본사가 있는 한 통신회사는 인도의 휴대전화 시장을 겨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인도 회사와 함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자를 고용하고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국 통신회사와 인도 파트너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어느 날 인도 파트너가 합작회사의 전임 CEO를 채용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미국 본사는 반대했다. 대신 미국 본사의 CEO가 석 달 간격으로 인도를 방문해 현지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관리 감독하기로 했다. CEO가 미국에서 인도로 석 달에 한 번씩, 올 때마다 1주일간 머물며 현지 경영을 했음에도 인도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서서히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도팀은 사업과 관련한 사소한 결정이라도 미국에 있는 CEO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CEO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인도 비즈니스에 비중을 많이 두지 못했다. 게다가 인도에서는 현지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본사에 보고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러자 인도팀은 CEO가 인도를 방문해 관심을 보일 때까지 결정을 미뤘다. 결국 2년 후 합작회사는 문을 닫았다.
Case 2 인도 내 특유의 인간관계로 취소된 국제 행사
매우 큰 규모의 국제 미디어 회사가 인도 투자와 관련한 콘퍼런스를 유럽에서 개최했다. 이 행사에 400명의 대표단과 40명의 연사를 초청했다. 첫 회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다음해에 행사를 인도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국제 미디어 회사는 인도 파트너를 두었는데 이들의 역할은 본 행사에 참여할 저명한 연사들을 발굴하고 공개토론회의 주제를 정하는 것이었다. 회의 준비 2년째인 다음해가 됐을 때, 인도 파트너는 미디어 회사에 기조연설자로 누가 좋을지 물어봤다. 미디어 회사는 4∼5명의 인도 정부 장관의 이름을 언급했고 그 안에는 과거에 논란이 됐던 A 장관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인도 파트너는 인도 내에서 여러 가지로 구설에 올랐던 장관을 선정한 것에 대해 미디어 회사 대표에게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디어 회사의 고위급 임원은 그 요청을 무시하기로 하고 인도 파트너에게 직접 장관과 면담해 기조연설자로 초청할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했다. 인도 파트너는 그동안 A 장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면담 결과 장관은 행사 초청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콘퍼런스가 시작되기 석 달 전, 이 미디어 회사의 회장이 회의 준비 상황을 보고받는 중 A 장관이 이 콘퍼런스에 초청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장은 구설에 올랐던 연사를 콘퍼런스의 주요 인물로 내세우면 회사는 물론이고 국제 행사의 대외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결국 그해에 콘퍼런스는 개최되지 못했다. 논란이 되었던 그 장관이 이미 초청을 수락했고 인도 내의 정치적 위상과 여러 관계를 고려해 초청을 번복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인도에서 그들의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콘퍼런스 자체를 취소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Case 3 문화와 행동 사슬 차이로 인한 사업 실패
인도의 한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와 노르웨이 회사는 새로운 상품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에 대해 논의했다. 인도 회사의 CEO와 노르웨이의 CEO는 독일에서 개최하는 콘퍼런스에서 만났고 e메일과 전화로 연락을 해왔었다. 메일로 몇 달간 논의한 후 노르웨이 회사는 인도 회사 CEO를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본사와 연구실로 초대했다. 노르웨이 회사 CEO는 인도 회사 CEO가 오전에 본사 건물을 방문하고 호텔에서 얼마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 1시간 정도 연구소 투어를 할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이었다. 오전에 인도 회사 CEO는 노르웨이 본사를 방문했고 차를 마시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동안 노르웨이 회사 CEO는 책상 위에 있던 2쪽 분량의 서류를 인도 회사 CEO에게 건넸다. 해당 서류는 ‘기밀유지협약서’였다. 인도 회사 CEO는 “이제 막 이곳에 왔으니 오늘 오후나 내일 더욱 깊은 대화가 오고 갈 때 사인하면 되겠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협약서에 신경 쓰지 않았다. 노르웨이회사 CEO가 다시 정중하게 협약서를 내밀었지만 인도 회사 CEO는 이를 모른척 했다.
오전 회의가 끝난 후 인도 회사 CEO는 오슬로에 있는 자신의 호텔로 돌아갔다. 그는 호텔에서 오후 2시까지 연구소로 데려다줄 차를 기다릴 참이었다. 그런데 오후 1시쯤 노르웨이 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은 연구소 방문 일정이 취소됐고 이 인도 회사와 비즈니스를 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노르웨이 CEO는 ‘기밀유지협약서’의 사인을 받는 것이 우선순위였고 이후에 연구소 방문 등을 비롯한 후속 단계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인도 회사의 CEO는 본 미팅을 위해 인도에서 노르웨이로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협약서에 사인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협약서에 사인하는 것은 연구소를 방문하고 난 후 그 다음 날에 더 깊은 논의가 오고 갈 때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반면 노르웨이 CEO 입장에서는 협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는 더 이상 논의를 진행시키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5.갈등 해결의 핵심은 믿을 수 있는 현지 파트너 확보
갈등을 해결하는 최선책은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방은 항상 치료보다 낫다. 회사는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줄이기 위해 문화적인 차이점과 역량을 검토하고 이에 상응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인도 비즈니스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신뢰할 만하고 좋은 로컬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다. 로컬 파트너는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하는 시점에서 좋은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로컬 파트너의 도움을 통해 인도 시장을 이해하고 잠재 파트너를 찾을 수 있으며 그들은 적절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회사를 소개해줄 수 있다. 또한 현재 직면한 문제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률회사와 회계사를 알선해줄 수도 있다.
만약 인도에 합작회사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면 로컬 조력자(또는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서 합작회사 설립을 함께 진행할 잠재적 파트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대기업의 임원들은 항상 시간에 쫓긴다. 한국 기업이 인도 대기업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경우 초기에 두 조직 간에 확인해야 할 많은 사항이 있는데 한국과 인도 기업의 고위급 임원들이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잠재적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인도를 이틀만 방문한다면 인도 기업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는 힘들다. 이럴 경우 인도의 조력자가 한국과 인도 회사를 연결해 관계를 구축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인도인 브로커를 구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브로커의 역할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이에 따른 보상 원칙을 정하고 절대 사전에 선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최근 주한인도상공회의소(ICCK)에는인도에서 사업을 하려다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브로커의 신상을 확인할 채널이 없어 평판을 확인하지 못한 채 선금을 내고 물건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특히 고위층 출신이나 정치인 출신 브로커들은 실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한국 기업들이 꼼꼼하게 실무 지원을 해줘야 한다.
또 비즈니스 논의를 위해 인도로 출장을 갈 한국 기업 임원들을 위해 문화상호(Cross-cultural) 연수나 워크숍을 연다면 출장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워크숍은 ‘면역 훈련(inoculation exercise)’을 포함한다. 인도의 문화, 기업 및 비즈니스 관행,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상되는 모든 상황을 가상훈련을 통해 겪어보고 대응하는 과정을 거쳐 현지에서 같은 상황에 닥쳤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인도 사업자들과 소통할 때 당혹감을 느끼거나, 인도 파트너에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지 못하거나 인도 파트너가 진정으로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일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트너와 갈등이 생길 경우 제3자를 개입시키면 갈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첫 단계에서는 비즈니스 초기 도움을 줬던 로컬 조력자가 어떤 범위에서든지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갈등이 악화된다면 영향력 있는 제3자를 개입시켜 도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이후에 물론 중재가 있을 것이며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해결을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