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아버지여! 내 아이 위한 ‘브랜드 메이커’가 되라!

  • 윤동수│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

    입력2012-05-22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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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여!  내 아이 위한 ‘브랜드 메이커’가 되라!
    45세 K 부장은 속이 타는지 내내 물을 들이켰다. “아이 진로 문제로 잠깐 상의할 게 있다”며 옆 동네에 사는 후배 L 교사(42)를 불러낸 지 30분. L 교사는 조심스레 물 한 잔을 더 따르며 말을 꺼냈다.

    “형님, 애들 진로 문제로 요새 걱정이 많으시죠?”

    “많은 정도가 아닐세. 아니,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애한테는 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내가 억지로 뭘 하라고 시킬 수도 없고 말이야.”

    “큰아드님이 그래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K 부장은 L 교사가 따라놓은 물을 또 한숨에 꿀꺽 들이켰다.



    “그렇다니까. 고등학교 들어가서 잘 적응하나 싶었는데 문과, 이과 정할 때가 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지 요새 부쩍 그래.”

    “형수님은 뭐라고 하세요?”

    K 부장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애 엄마는 애 엄마대로 난리지 뭐. 한창 공부에 매진할 시기에 애가 점점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날 보고 좀 어떻게 하라고 하는데 난들 뭔 수가 있나.”

    L 교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대체 ‘사는 게 재미없다’‘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애한테 아버지로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하느냐 이 말이야. 좋은 아버지 되기 뭐 그런 방송을 들어보면 찬찬히 대화를 하네, 어쩌네 그러는데…. 대체 그럴 시간이 있어야 말이지. 그리고 막상 짬이 나도 그 대화란 게 어느 날 갑자기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K 부장은 모처럼의 휴일에 후배 L을 불러낸 것이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후배는 명색이 고등학교 교사인데 뭔가 근사한 해답을 주지 않을까?

    자녀의 진로 문제를 고민하며 이 장을 펴든 아버지들이여! 해결책이 무엇일까 고민한 순간, 당신은 이미 훌륭한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하고싶은 게 없다”는 아이들

    한참 만에 귀가한 K 부장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내는 두 눈을 반짝였다.

    “뭐라고 그래요?”

    “L네는 애가 아직 어리잖아. 그래서 그런지 뭐, 자기도 고민이라고 그러네. 그냥 애 마음 조급하지 않게 찬찬히 생각해 볼 시간을 주라는군. 너무 간섭하는 느낌으로 다그치지 말고.”

    K 부장은 일부러 대충 둘러댔다. L 교사와의 이야기를 정리해 곱씹어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뭐예요, 그게. 그런 말은 나도 하겠네. 난 또 뭐 대단한 답을 듣고 왔다고.”

    그대로 있다가는 아내의 볼멘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질 기세다. K 부장은 못 들은 척 얼른 안방으로 들어와버렸다. 잠깐 눈을 붙일 요량으로 자리에 누웠지만 잠을 청할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져만 갔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다.’ 그래, 맞는 말이다. 늘 들어왔으면서도 막상 아이의 진로 문제와 부딪치면 곧잘 잊곤 했던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바로 ‘내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아버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아이의 인생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니까 아이의 진로를 논할 때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이거지?”

    K 부장은 중얼거리며 L 교사의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진로 목표가 뚜렷해야 아이는 ‘공부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래야 인생이라는 장기 레이스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다. 잠시 숨을 고른 L 교사는 대뜸 철 지난 뉴스 한 토막을 화제에 올렸다. 그의 요지는 이랬다.

    “지난 4월 카이스트에서 또 한 학생이 자살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지난해에만 4명의 학생이 목숨을 끊었대요. 안타까운 것이 학생들 모두 불투명한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하더군요. 정확한 사유야 본인 말고 누가 알겠습니까마는 어쨌든 비극입니다. 엄청난 비극이죠.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인 학교에서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그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요. 그래도 나름대로는 하고자 하는 바가 상당히 뚜렷했던 아이들 아닙니까.”

    “그래, 그렇지.”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살던 대학생들도, 청년들도 불투명한 미래에 쓰러지고 마는 것이 지금 이 시대 한국의 현실이다. 진로나 진학 문제를 논하기 전에 우선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을 상상해보라는 L 교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잘 아시겠지만,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2012년 5월에 발표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8.8%가 ‘지난 1년,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한 적 있다’고 해요. 그중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자살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로 ‘성적 및 진학 문제’를 꼽았고요. 청소년 사망원인 1위도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에요. 형님, 왜 자꾸만 이렇듯 젊다 못해 어리디어린 영혼들이 스스로 져버리는 것일까요? 대한민국에 그렇게나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일까요?”

    L 교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번에는 K 부장이 L 교사의 빈 컵에 한가득 물을 따랐다.

    “뭐, 요즘 애들이 스트레스에 좀 취약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지. 우리 때와는 또 다르니까. 학교폭력 문제도 그렇고, 날로 심해지는 경쟁도 그렇고. 애나 어른이나 똑같이 힘든 거 아니겠어. 어른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지만 애들이 어디 그런가. 이거야 뭐, 웬만한 대학교를 졸업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는 세상이니.”

    L 교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입을 다물었다.

    “형님, 그렇다면 어른으로서, 아버지로서, 교사로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흠.”

    “아니죠. 있습니다.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더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말입니다. 형님이나 저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느끼는 바가 많지 않습니까. 감정적으로만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게 이 사회의 속성 아닙니까. 충분히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많고요. 또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도 있고요.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을 시키고, 교육을 받는 교육적 행위라는 것도 결국 사회 안에 속한 여러 가지 인간의 작용 중 하나라 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우리나라 자녀교육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이를테면, 거대한 산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바깥세상의 비바람은 내가 막아주겠다, 너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됐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았던 시절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합리적인 시선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보고 현실적인 판단 아래 좀 더 구체적으로 진로진학 문제를 생각해볼 때예요.”

    어느 대학을 갈 것인지, 그 대학에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전에 우선 좀 더 길고 넓은 안목으로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 그렇다면 아버지로서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가정에서 아버지에게 기대하는 바람직한 역할이란 무엇일까?

    아빠 효과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질문을 자주해야 한다. ‘나는 어떤 아버지인가?’ ‘아이는 내게 어떤 아버지상(像)을 기대하는가?’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 아이에 대한 이해 역시 넓어질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난 우리 애한테 어떤 아버지일까. 자네 말을 들으니 생각이 많아지네.”

    K 부장의 고백에 L 교사는 소탈하게 웃었다.

    “저도 그런걸요. 내년이면 중학교에 가는 큰아이한테 저 역시 어떤 아버지인지 날마다 고민이 됩니다. 주로 교과서에 나옴직한 ‘엄격한 아버지’의 상을 보고 자란 터라 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우리 세대 아버지 중 부모교육이나 자녀교육이라는 테마로 강의를 듣거나 공부를 해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래도 저와 형님은 아이한테 어떻게든 좀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머리라도 맞대고 있지 않습니까.

    “뭐, 좀 위안이 되기는 하네만. 허허.”

    L 교사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아빠 효과(Father Effect)’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아이와 부모의 정서지능을 다룬 책에서 봤는데요. 아이의 성장발달에 미치는 아버지의 고유한 영향을 일컬어 아빠 효과라고 한답니다. 아빠와 자주 상호작용하며 큰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지능이나 어휘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겁니다. 아빠와 상호작용한 경험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좌뇌를 발달시키기 때문이라 하네요. 바야흐로 아빠의 ‘바짓바람’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죠. 저는 아버지이자 교사로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오히려 치맛바람보다 바짓바람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치맛바람이 아이를 자신의 생각대로 이끌어가려는 일부 자기중심적인 어머니들이 보이는 행동이라면, 바짓바람은 흔들리는 자녀를 어떻게 붙잡아 올바른 길로 안내할 것인지 아버지의 역할을 보여주는 상징어죠. 요컨대 자녀교육에도 당당히 아버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역할이라는 게 무엇인지 아직 감이 잘 안 오네만.”

    K 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L 교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요? 아버지는 자녀를 위한 비전(Vision) 제시자이면서 브랜드 메이커(Brand Maker)이다!”

    K 부장은 L 교사의 말을 수첩에 꾹꾹 눌러 적었다. 비전과 브랜드!

    “흠. 비전을 제시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브랜드 메이커라면, 아이한테 브랜드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이름을 주라는 뜻?”

    L 교사는 고개를 저었다.

    “브랜드는 이름과는 좀 다르지요. 이름은 누구나 가지고 있게 마련이지만 그 사람만의 독특한 느낌이랄까. 특징 같은 것이 두드러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잖습니까. 브랜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남과는 다른 특별함’이라고 할까요?”

    “음, 그러니까 다시 정의하자면, 브랜드 메이커는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특별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성장시키는 아버지’ 정도가 될까?”

    L 교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남과 다른 특별함이란 어려서부터 마음에 품어온 꿈이 있는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용기와 열정이 있는가, 어떤 일이 있어도 꺾이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가 등으로 결정될 수 있겠지요. 그것은 비전을 제시한다는 맥락과 닿아 있을 테고요.”

    K 부장은 ‘꿈, 용기, 열정, 노력’이라는 단어 옆에 ‘브랜드 메이커’라 적고 그 옆에 다시 ‘비전의 제시’라고 커다랗게 썼다. 비전, 비전이라!

    “나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그러면 브랜드 메이커의 역할 역시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좀 더 구체화할 수 있겠군. 이를테면, 아이가 인생의 목표를 잘 설정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까.”

    L 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비전 제시는 강요나 억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비전이라는 것은 서로 공감하고 이해될 때 말 그대로 ‘비전’이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이와 비전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세심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겠지요.”

    K 부장 역시 크게 공감했다. 당장 내 아이만 떠올려봐도 어설프게 ‘비전을 제시한다’‘브랜드를 만들어 주겠다’ 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 같다.

    “맞는 말이야. 비전의 제시와 공유도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대의 폭이 넓어야 가능하지 않겠어? 지금 우리 아이처럼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을 때는 억지로 무엇을 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 같아. 그래야 아이가 어디에 적성이 있고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싶어하는지도 알 수 있겠고.”

    “네. 그리고 우리들 아버지 스스로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에게 전하고픈 비전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아야겠지요. 이렇듯 성찰의 단계가 꼭 필요한 이유는 그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함이에요. 자신조차 납득되지 않은 비전으로 아이를 공감시키기란 어려우니까요.”

    아이가 하고 싶은 게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다그쳐서는 안 된다. 좀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도록 우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의 태도’가 필요하다. 말수가 적고 부모와 대화해본 경험이 적은 아이일수록 첫 말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몇 번 시도해 보다가 그만둘 것인가? 그래서는 아이에게로 향하는 대화의 시공간이 영영 닫혀버릴지도 모른다.

    아이의 마음을 열고 아버지 대 아이로, 나아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생각과 비전을 공유하고 싶다면 먼저 아버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라.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나의 비전은 무엇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에게 물려주고픈 위대한 유산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으라.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잘하고 있는 점과 부족한 점을 그 옆에 순서대로 적으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좀 더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라. 청소년기인 지금 이 순간이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아버지의 사회 경험이 아이에게 큰 비전을 보여준다

    모든 아이는 마음속에 꿈의 씨앗을 품고 있다. 다만 아직 겉으로 표현해본 적이 없을 뿐이다. 이것을 끌어내기 위해 아버지가 먼저 아이에게 자신의 꿈을 들려주라. 그리고 비전을 보여주라.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적고 실천해 보라. 아이는 느리지만 꾸준히 변해갈 것이다.

    ‘꿈과 비전을 먼저 보여준다.’

    K 부장은 글씨 밑에 밑줄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일에 치이고 생계에 매여 꿈이란 걸 참 오래 잊고 살았다. 스스로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 앞으로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야 아이에게도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으리라. 그러기 위해서 먼저 아이가 처한 교육환경과 현실적인 상황을 돌아보는 것이 급선무일 테다.

    K 부장은 얼마 전 한 비즈니스 저널에서 ‘자녀를 위한 아버지의 입시 십계명’을 읽은 기억이 났다. 그 조언대로 입시와 관련해 좀 더 자세히 공부하는 한편, 간섭이 아닌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대화시간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브랜드는 스스로 가지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식되는 방향으로 정착되는 것 같네. 일차적으로는 자신이 노력해야겠지만 결국 한 사람이 지닌 강점을 발견하고 이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주변인들, 그중에서도 특히 가족의 몫일 테니까.”

    L 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아이의 브랜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인 셈이지요. 이 아이가 다른 사람들 속에서 특별히 비교우위를 가지는 점이 무엇일까. 길고 긴 인생에서 쉽게 지치거나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어떻게 갖게 해 줄까. 이것이 부모, 그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의 역할 아닐까요.”

    L 교사는 아버지의 풍부한 사회경험이 아이에게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아울러 아이가 어떤 전공을 택해 공부하고, 이것을 직업세계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 아이 나름의 특장점을 찾는 것 역시 아버지의 이성적인 판단 아래 현실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tip

    행복한 자녀를 만드는 브랜드 메이커(Brand Maker)의 5가지 지침


    1. 가정에 ‘아버지의 자리’를 만들어라!

    한 문화심리학과 교수는 TV 토크쇼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중요성과 정당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확보돼야 아버지의 자리가 생기고, 그래야 자녀도 그 안으로 들어와 아버지에게 ‘말 걸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로부터 존중받는 아버지가 되려면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 평소 자기를 성찰하고 존중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아이 역시 스스로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므로.

    2. 같은 책을 읽고 ‘인생 그래프’를 그려라

    대화할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도, 아버지도 너무나 바쁘기에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우선 제안하는 것은 TV를 끄고 책을 들라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같은 책을 읽고 논하는 시간을 가지자. 어렵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 먼저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 위주로 몇 권을 선정한 다음 아버지의 의견과 조율하자. 그리고 각각 그 책을 읽는 것이다. 무엇을 느꼈는지, 각자의 생각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 어느 대목이었는지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는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아이와 함께 해봄직한 활동으로 ‘인생 그래프 그리기’를 추천한다. 이것은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되짚어 올라오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와 -의 그래프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가장 슬프고 힘들었던 순간은 -,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은 +로 표현해 전체적인 그래프 곡선이 어떤 형태를 띠는지 살펴보자. 특히 아이가 태어난 후의 시간에 대해 함께 그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로써 아이와의 대화 내용도 풍부해질 수 있고,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에 대해 아버지는 기억전달자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3. 사소한 순간들에 집중하고 기록하라!

    요즘 입학사정관제나 수시모집용 ‘포트폴리오’ 때문에 아이도 부모도 바쁘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는 대부분의 시작이 그렇듯 아주 사소한 것에 집중하고 기록하는 데서 시작한다. 아이의 매순간을 모두 기록하기는 어려우나, 아이와 관련된 특별한 일, 기억들, 성과들은 그때그때 칭찬하고 기록해 아이의 성취감을 극대화하자. 기억하라. 내 자녀와 함께하는 순간들은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는 일상 가운데서도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고 사진이나 글, 동영상 등으로 꾸준히 기록하자. 블로그 등을 활용해 가족들만의 인터넷 공간을 만들고 오프라인에서 못다 한 소식들을 풍부히 전하는 것 역시 추천한다. 관심이 담긴 기록은 아버지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위대한 유산 중 하나다.

    4. 아이를 일터로 초대하라!

    아이에게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버지의 전문 분야를 가까이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라. 이는 아이의 마음속에 아버지의 자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 직업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이에게 아버지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 속에서 아버지가 어떠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아버지의 꿈과 이상은 무엇이고 현실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아이는 좀 더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회인이자 생활인으로서의 아버지’가 인식될 수 있는 기회를 아이에게 주자. 열심히 생활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큰 귀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아버지와 관련된 직접 경험이 아이의 성정에 불러일으킬 변화를 상상해보라.

    5. 브랜드는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명심하라!

    브랜드는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누군가 억지로 만들어 부여해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제시한 일련의 지침들을 하나하나 수행하고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활동을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천천히 자라날 것이다. 아버지와 나눈 대화,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 아버지와 함께 머무른 공간 사이를 넘나들며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것임은 물론이다. 가끔은 넘어지고 또 가끔은 우울의 늪에 잠겨도 괜찮다고 말하자. 만일 아버지인 내가 탄력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또한 자신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이 역시 머지않아 다시 일어설 것이다. 아이는 부모를 닮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특별한 ‘브랜드’는 아버지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아버지여!  내 아이 위한 ‘브랜드 메이커’가 되라!
    “결국은 심력(心力)이 중요하겠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 아니겠나.”

    L 교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연함도 중요할 것이라 말했다. 그렇다. 어떠한 압력이 들어와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하는 강한 마음의 힘과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았을 때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는 것. 그리고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기 안에서 해결의 가능성을 찾아 웃으며 다시 일어서는 것. 심력을 제대로 갖춘 아이라면, 비록 당장은 하고 싶은 게 없다 해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깜깜하다 해도 결국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우리 애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알아야겠지. 참고할 만한 진로진학검사는 다양하다고 하니까 무엇이 좋을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성인 대상으로 하는 검사를 찾아서 애 엄마와 나도 같이 해봐야지. 아이와 우리 자신의 성향을 잘 알아야 그에 맞는 대화법도 찾고 서로에게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K 부장은 L 교사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커다란 백지에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하나하나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장 코앞에 닥친 현실이 입시니까 대학 진학 문제와 관련해서도 꾸준히 정보를 쌓아나가야겠지. 수시로 아이의 성적을 체크하되 간섭이나 지시가 아닌 조언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자.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입시정보는 그때그때 알아두고.”

    K 부장은 지난번에 읽고 표시해둔 입시 십계명 키워드를 백지에 옮겨 적었다. 그러고는 메모해 온 자료를 뒤적이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았다.

    “고1 성적 고3까지.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하는 아이들은 단 5%. 그 원동력은 자신의 꿈 즉, 뚜렷한 진로 목표의 존재였다! 그래, 여기다!”

    K 부장은 적어둔 내용을 주의 깊게 읽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이 붙어있었다.

    ‘행복한 자녀를 만드는 브랜드 메이커(Brand Maker)의 5가지 지침’

    “그래, 성공이라는 게 꼭 경제력이나 명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테지. 내 아이가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것 역시 성공한 삶일 터.”

    L 교사는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비단 형님만의 고민은 아닐 거예요. 저도 초등학생 아이를 둔 아버지이자 교사로서 아이들의 진로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거든요.”

    그렇다. 교육이란 화두에서 언제나 한 걸음 정도는 뒤로 물러나 있는 존재, 아버지. 최근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들이 기획운영되고, 아버지의 자녀교육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주중에는 일에 시달리고 주말이면 지친 몸과 마음을 쉬기 바쁜 이 시대의 아버지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이란 아직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대는 아버지

    혹자는 ‘그래도 진로진학 지도는 좀 더 낫지 않나? 애 성격 보고, 적성 보고 점수 맞춰서 대학이나 학과를 정하는 게 훨씬 쉽지’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처럼 진로진학의 문제를 단순히 성적과 적성의 문제로, 대학과 학과선택의 문제로만 파악하는 것은 깊은 숲 속의 전체 형상은 보지 못한 채 그저 내 자녀에게 어울릴 만한 나무기둥을 찾겠다며 무턱대고 숲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여기 자녀교육에 대해 관심은 깊으나 혹여 ‘간섭’이 될까봐, 자녀의 진로에 대해 코치이자 조언자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고민하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고한다.

    내 자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가? 내 자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으면 하는가? 그렇다면 스스로 살맛나는 아버지가 되자. 그리하여 살맛나는 세상을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가 되자.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여, 기억하라.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대는 아버지다.

    무엇이 내 아이를 특별하게 만드는가. 성격? 외모? 성적? 운동신경? 예술적 재능? 그렇다면 ‘아버지만이 내릴 수 있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란 무엇일까? 아이는 공부에 흥미가 없는데 부모 욕심으로 억지로 시키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아이는 그토록 원해도 부모가 볼 때 가능성이 희박하면 애초에 단념하도록 조언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아이의 꿈과 현실적인 상황이 적절한 수위를 이룰 수 있도록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무한경쟁 속에서도 나름의 행복을 찾으며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

    경쟁력이나 영향력이라는 말의 다른 이름은 ‘브랜드’다.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가치. 이를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다. 오늘부터 당장 나와 내 아이의 비전을 고민하고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는 브랜드 메이커가 되어보자. 시작은 미약하고 과정에는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그 끝은 분명히 ‘내 자녀의 행복한 삶’이라는 멋진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벤트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에서 신동아 구독자 10명에게 3만 9천원 상당의 진학예측진단(KMDT) 이용 쿠폰을 제공합니다. KMDT란 중고교생의 진로, 인성, 학습 유형을 종합 진단하고 바람직한 진로 로드맵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학교 성적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 및 미래 성적을 예측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 응모 방법 : 6월 1일까지 rim@donga.com으로 ‘신청자 이름/연락처/자녀 이름/학년’ 보내주세요. 당첨자 개별 통보

    ● 당첨자는 진학사 홈페이지(www.happyjinhak.com)를 통해 이용 가능

    ● 동아닷컴(www.donga.com) 이벤트 페이지 참고, 문의: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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