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국내 최초 한방 화장품 설화수

친환경 인삼과 국내산 연자육으로 동양의 미를 전한다

  • 신정원| 월간 기자 gardennew@design.co.kr

    입력2012-05-23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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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한방 화장품  설화수

    지난해 세트당 200만 원으로 200개 한정 출시된 ‘설화수 진설 백동장성 세트’는 출시와 동시에 ‘완판’됐다.

    2010년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을 찾은 전 세계 영부인들은 한방 화장품 ‘설화수’를 선물받았다. 지난해 200개 한정으로 200만 원대의 고가로 출시된 ‘설화수 진설 백동장성 세트’는 출시와 동시에 ‘완판’됐다. 설화수 브랜드의 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능률협회 주관 조사에서 연속으로 여성기초화장품 브랜드파워 1위에 오른 설화수는 한방 화장품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제품으로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설화수의 성공은 업계뿐 아니라 세계 브랜드 전문가들에게 연구할 만한 사례로 손꼽힌다.

    한방 화장품 업계 매출 1위의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역사와 뿌리를 함께해온 브랜드다. 1997년 론칭한 설화수는 나이가 들면서 거칠게 메말라가는 여성의 피부에 눈송이가 피어난 겨울나무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설화수의 기본 라인에는 화장수에 해당하는 ‘자음수’와 로션인 ‘자음유액’이 있다. 작약, 연자육, 백합, 지황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자음단’은 음부족 현상이 일어나기 쉬운 35세 이상 여성의 피부에 음을 더해, 음양의 상생을 도와 피부에 활력을 더한다.

    한국 뿐 아니라 동양적 브랜드

    국내 최초 한방 화장품  설화수

    설화수 대표 베스트셀러인 윤조에센스는 2011년 한 해 동안 1분당 9개꼴로 판매됐다.

    이밖에도 수분을 위한 라인인 ‘수율’, 미백을 위한 ‘자정’, 남성 전용 ‘정양’과 프리미엄 라인인 ‘진설’이 있다. 최초 한방 화장품에 대한 연구 개발은 경희대 한의대와 함께 진행했는데 한국의 전통과 정서를 대표하는 인삼, 소나무, 매화, 동백을 4대 주원료로 삼아 세계 한방 화장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설화수의 시작은 인삼이었다. 창업자 서성환 회장의 고향은 유명 인삼 산지인 개성이다. 그의 어머니는 개성에서 동백기름을 제조해 판매했다. 서 회장은 1945년 태평양 창립 후 업계 최초로 1954년 화장품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끈질긴 인삼 성분 연구 끝에 1966년 ‘ABC인삼크림’을 출시하면서 한방 화장품 브랜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아모레퍼시픽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는 한방 화장품을 한약 재료로 만든 것이나 한의학 연구 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한방 이론을 적용한 화장품으로 인지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초의 한방 화장품은 1973년 태평양에서 내놓은 인삼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진생삼미’다.

    이후 1975년 고려청자에서 모티프를 얻은 패키지 디자인의 ‘삼미’, 1987년 생약 성분을 가미한 ‘설화’를 거쳐 지금의 설화수가 탄생했다. 1997년 ‘프로모션’ 개념조차 모호했던 시절에 아모레퍼시픽은 자사가 발간하는 미용 전문지 ‘향장’에 샘플 30만 개를 부착하는 입소문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제품력에 공감한 사용자들의 재구매가 이어지면서 점차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설화수는 출시 10여 년이 지난 2008년,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했는데, 당시 국내 화장품 시장이 5조 원대 규모였으므로, 단일 브랜드가 전체 화장품 판매량의 10%를 차지한 것. 2009년에는 화장품 브랜드로는 최초로 백화점 매출 집계 1000억 원 시대를 열었으며 2010년 매출 약 7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더욱 국내 화장품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윤조에센스 1분당 9개 팔려

    설화수의 베스트셀러인 자음생크림, 윤조에센스는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특히 윤조에센스는 2011년 한 해 동안 1분당 9개꼴로 판매된 설화수의 스테디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일명 ‘갈색병’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의 ‘나이트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가 1분당 3개꼴로 팔려나간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인삼 연구 결정체였던 ‘자음생크림’은 2000년 출시 당시 20만 원의 고가로 소비자 판매 가격이 책정됐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인 점을 감안할 때 이 가격을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놓고 내부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기술력과 좋은 성분을 알아본 소비자에게 자음생크림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호응을 얻으며 설화수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2010년 10월에는 미국의 럭셔리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에서 추천하는 상품인 ‘BG Best Pick’으로 선정됐으며 현재까지 설화수 제품 중 판매 1위(금액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화장품과 미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인 ‘겟잇뷰티(Get it beauty)’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과 미국의 클렌징 오일 제품을 제치고 설화수의 순행클렌징오일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본래 설화수의 주 고객층보다 낮은 연령의 20대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2011년에는 20~30대 고객이 전년 대비 14%가 증가했다. 순행클렌징오일의 성공사례는 ‘겟잇뷰티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발판이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던 한방 화장품 시장은 현재 전체 화장품 시장의 25%에 해당하는 약 2조 원 규모로, 이 중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후’가 약 1조 원이 넘는 매출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내세운 한방 화장품 브랜드 ‘올빚’ 등 후발주자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보통 한방 화장품은 피부 자생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30대 중반 이상이 주요 타깃인데, 올빚은 그 대상을 넓혀 20대를 겨냥한 한방 화장품을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KT·G는 ‘뷰티 크레딧’으로 유명한 소망화장품을 인수하면서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었는데, 궁극적으로 이들이 노리는 시장 역시 한방 화장품이라는 후문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한방 화장품 브랜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개발 등의 초기 진입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급화된 이미지의 브랜드 부가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화장품 한류’의 기세에 힘입어 미국, 중국 등에서 국내 한방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가 상당한데, 약재의 느낌이 강한 한방 재료를 사용해, 일시적인 피부 자극으로 인한 효과보다는 치료 차원의 피부 개선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100% 국내산 친환경 인삼

    국내 최초 한방 화장품  설화수

    설화수의 ‘모태’ 격인 ABC인삼크림.

    설화수의 브랜드 철학은 ‘상생과 영육일치로 하나 된 아름다움’이다. 설화수는 그 원천을 아시아의 지혜와 한국의 자연에서 찾았다. 정통 프리미엄 한방 화장품을 표방하는 브랜드답게 원료 역시 100% 국내산만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성분인 인삼만 하더라도 설화수만의 기준으로 선별한 3개 영역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해 18시간 동안 달이는데, 다루는 이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독점 계약을 체결한 전북인삼농협은 전국 인삼 재배 면적의 약 1% 미만에서만 생산되는 친환경 인삼을 찾아 공급하며 현재 국내 친환경 인삼의 약 90% 이상을 아모레퍼시픽이 사용하고 있다.

    설화수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인 ‘연자육’은 연꽃의 열매다. 중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이 없어 국내에서는 재배하지 않는 재료였지만 국산만을 고집하는 브랜드 철학을 지키기 위해 전남 무안 지역에서 고가의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수급하고 있다.

    희귀한 재료를 원료 삼아 미의 근원을 찾는 설화수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방 5대 삼 중의 하나로 알려진 단삼은 부인과 질병 치료에 특효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1년 경북 영양군과 ‘동의보감 희귀 약용작물 단삼 연구를 통한 화장품 원료 및 제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국내산 단삼을 주원료로 한 설화수 다함설 크림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중국에 밀려 단삼의 불모지였던 국내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또한 1년에 단 한 번만 채취가 가능한 인삼씨는 한 종자에서 0.004ml의 오일밖에 얻지 못하는 귀한 성분으로 유명한데, 지난해 선보인 설화수 자음생 진본유의 주 성분이 바로 이것이다. 항암효과가 있는 약용 식물로 알려진 백화사설초는 2000년 연구를 시작해 2002년 관련 특허 출원 과정을 거쳐 ‘피부 진정 효능’을 인정 성분으로 2006년 설화수의 프리미엄 라인인 ‘진설’에 적용됐다. 이후 거듭된 연구를 통해 백화사설초의 미백 효능 성분까지 밝혀냈고 2010년 리뉴얼한 자정미백에센스에 사용되면서 그 결과가 빛을 발했다.

    좋은 품질의 원료를 사용한다고 누구나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아모레퍼시픽기술연구원에는 설화수를 전담 연구하는 한방화장품연구팀과 한방과학연구팀이 있다. 여기에 경희대 한의대와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한국학중앙연구원, 이화여대 국문과 등 사외 네트워크까지 포함하면 5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설화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첫 한방 화장품 브랜드로 시작해 그 지평을 넓혀온 설화수와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한방, 피부 관련 특허 200여 건과 논문 300여 편을 보유하고 있다. 인삼 관련 특허만 32건(국제 특허 20건)에 달할 정도로 인삼 분야 연구에서 독보적이다.

    인삼 관련 특허만 32건

    국내 최초 한방 화장품  설화수

    최근 리뉴얼한 모발 케어 전용 제품 ‘동백윤모오일’ 케이스는 도예가 이영재가 옛 여인들이 사용했던 전통 유병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것으로 동백 씨앗을 형상화했다. 제품뿐 아니라 용기까지 동양의 미를 담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버그도프 굿맨에 입점할 당시 백화점 측에서 설화수 매장 디자인에 대해 배려해준 예는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버그도프 굿맨은 백화점 자체의 콘셉트를 중시하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각 브랜드 매장 인테리어에 대한 규제가 특히 엄격한데, 설화수 디자인의 특징인 꽃살무늬 패턴과 동양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로고 등에 대해 존중해준 것.

    이처럼 설화수 디자인에는 한국의 선이 지닌 아름다움과 동양의 색채가 녹아있다. 제품의 신뢰감을 주기 위해 브랜드들이 종종 사용하는 디자인 장치인 붉은 낙관은 초기에 각진 형태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둥글어졌는데 설화수의 역사를 인지하는 동시에 세련된 디자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로고는 서예 대가인 해정 송경식의 작품으로 글자가 번진 듯한 효과가 제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설화수는 2004년 세계시장 진출을 계기로 첫 디자인 리뉴얼을 진행했으며 이후 프랑스의 에스테테(Aesthete), BETC 등과 협업하기도 했다. 2009년 리뉴얼한 설화수 패키지 디자인은 도자기의 재질감에서 모티프를 얻어 동양 특유의 절제미를 살려 단아한 느낌을 준다. 제품에 전체적으로 적용한 그러데이션 기법은 피부에 편안하게 스며들어 선순환을 돕는 설화수의 브랜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최근 리뉴얼한 모발 케어 전용 제품 ‘동백윤모오일’ 케이스는 도예가 이영재가 옛 여인들이 사용했던 전통 유병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것으로 동백 씨앗을 형상화했다. 한방 메이크업 라인인 실란 시리즈는 매화문 꽃살 패턴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디자인한 패키지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미를 알리고 있다.

    설화수는 2004년 홍콩을 시작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했으며 홍콩에만 현재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원료에 민감한 홍콩 소비자에게 설화수는 ‘귀한 원료를 사용하는 매우 과학적인 한방 브랜드’로 자리 잡아 몸의 근본을 치유해주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에서 신생 브랜드인 설화수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인기를 끌었는데 중국에서 가짜 설화수가 유통될 정도였다. 2010년에는 미국으로, 2011년에는 베이징 팍슨 백화점을 시작으로 중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난 2월 미국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니만 마커스 백화점에도 진출했다.

    한방 화장품은 한국의 미와 그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수출 상품이다. 설화수는 한방 화장품 자체를 넘어 전통문화를 발굴해 공유하고자 하는 한국 문화 연구의 결실이다. 한방 화장품의 사용 연령대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며 해외시장 진출도 순조롭다. 설화수의 선전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2조 원 매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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