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사회 이익 UP 환경 영향 DOWN 지속가능경영에 다 걸기

  • 런던=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입력2012-05-23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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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레버는 전 세계에 17만 명의 직원을 두고 지난해 465억 유로(약 69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적 생활용품 및 식품기업이다. 전 세계 170개국에서 약 2억 명의 사람이 매일 유니레버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에 다 걸기한 뒤 유니레버는 명성과 부를 동시에 거머쥐고 있다.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세양동이 물 대신 한 양동이만으로 족하다.’

    2006년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가 적은 물로도 세탁물을 헹굴 수 있도록 만든 혁신적인 ‘콤포트 원 린스(Comfort One Rince)’를 베트남에서 출시했을 때 이 말을 따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물이 부족한 나라인데도 베트남 여성들은 세탁 린스를 사용할 때 물이 적어도 세 양동이는 있어야 되는 줄 알았다. 그들의 어머니, 할머니 세대가 해오던 방식은 그랬다.

    그러나 유니레버는 TV 광고 등을 통해 콤포트 원 린스를 사용하면 이 습관을 바꿀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심지어 베트남 국립 축구경기장에서 유명인과 수만 명의 여성을 모아놓고 실연을 통해 이 브랜드의 효과에 대해 홍보하기도 했다. 당시 3000만 명이 이 이벤트를 보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니레버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시간, 노력,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삶 계획



    소비자는 시간과 노력을 아껴서 좋고, 기업은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어 좋으며, 물부족 국가 베트남은 물을 아껴서 좋은 상태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윈-윈-윈(win-win-win)’이다. 이는 유니레버의 대표적 지속가능경영 성공사례(bu-siness case) 가운데 하나다.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해 유니레버는 학계, 환경단체, 지속가능경영평가단체 등으로부터 수많은 상과 호평을 받아왔다. 최근 사례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2년 유니레버는 컨설팅 그룹 글로브스캔/서스테이너빌러티의 지속가능성 리더 조사에서 1위, 영국의 지속가능경영 평가단체인 ‘비즈니스 인 더 커뮤니티’ 평가에서는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플러스’ 자리에 올랐다. 2011년엔 기업의 미래가치 평가로 명성이 높은 영국의 투투모로우(TwoTomorrows)로부터 최고등급인 Aaa(11개 기업과 공동수여) 평가를 받았으며, 다우존스 지속가능지수에선 식품제조 분야에서 13년째 지속가능성 리더 기업으로 꼽혔다. 2011년에는 국제 그린 어워드에서 “태도와 실천의 관점에서 표면적인 해결책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진정한 차별성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도대체 유니레버의 어떤 점이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게 한 것일까. 이 회사가 가진 진정한 미래가치는 무엇일까. 그 비밀을 듣기 위해 4월 말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유니레버PLC 본사는 런던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템스 강 북안의 빅토리아 임뱅크먼트에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본사(유니레버NV)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다. 런던 본사 건물은 고풍스러운 빅토리안 양식의 외관을 하고 있다. 반면 내부는 초현대식 시설들로 채워져 있다. 중앙 로비는 12층 천장 높이까지 트여 있고, 통유리로 구분된 각 사무실은 로비에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고급 레스토랑 같은 구내식당과 로비의 카페, 옥상정원은 직원들의 쉼터다. 각층의 반대쪽 복도에선 템스 강과 런던의 명물인 런던아이(London Eye)가 한눈에 들어왔다.

    6개의 회의실 복도에는 이 회사 주요 브랜드인 립톤차(Ripton tea)가 맛 종류별로 배치돼 있었다. 유니레버의 지속가능성 활동을 기자에게 소개해준 캐런 해밀턴(Karen Hamilton)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이 차를 권했다. 립톤차는 영국 최악의 봄장마가 몰고 온 추위를 녹이기에 더없이 좋았다.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우뚝 선 유니레버 하우스.

    생산소비 전 단계에 기업책임

    기자가 본사를 방문하기 이틀 전인 4월 24일 유니레버는 ‘지속가능한 삶 계획(Sustainable Living Plan·이하 SLP)’을 1년간 시행한 성과를 발표했다. 2010년 11월 시작된 이 지속가능 경영전략은 2020년까지 유니레버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그 목표는 크게 △10억 명 이상이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도울 것 △유니레버 제품의 환경 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을 절반으로 줄일 것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100% 구입할 것 등으로 나뉜다. 세부 목표는 60여 항목이 넘는다.

    이날 배포된 2011년 성과보고서에서 유니레버는 구입 야자유(palm oil) 가운데 64%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됐고, 자사 제품에서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 사용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또 유럽에서 유니레버가 사용한 모든 전기는 100% 신재생에너지였으며, 2005년 이후 3500만 명이 저렴하고 안전한 정수기 ‘퓨라이트(Pureit)’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었다고 한다.

    SLP가 돋보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속가능성 전략을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로 끌어안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전략이 단지 몇몇 제품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이 회사의 모든 브랜드와 170개국 현장에 도달해 있다.

    둘째, 유니레버는 기업책임을 자사 실험실이나 사무실, 공장에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모든 가치생산단계(value chain)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원재료의 공급에서부터 제품의 생산소비과정 전 단계에까지 기업책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셋째, 유니레버는 자사의 많은 제품에 대해 환경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의 영향도 고려하고 있다. 17만여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직원뿐 아니라 57만여 명의 협력업체와 농부 등 관계자들의 건강과 삶의 개선을 위해서도 실천하고 있다.

    성과 발표회에서 CEO 폴 폴먼은 감회를 이렇게 밝혔다.

    “처음 우리가 ‘지속가능한 삶 계획’을 밝혔을 때 그것은 달성하기 힘든 너무 큰 계획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러나 정말 변화하려면 불편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미래에는 지속가능한 성장만이 환영받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겁니다. 그래서 유니레버는 SLP를 비즈니스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 모델이 성장을 추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어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차원에서 제품이 미치는 영향을 지속가능하게 체화시킨 라이프보이 비누나 퍼실 스몰·마이티 세제 등은 그렇지 않은 제품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유니레버의 대표적 브랜드인 도브 샴프와 립톤차.



    기업이 인류 문제 떠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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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레버 PR캠페인 담당 앤 에커트(오른쪽)가 본사 건물 안의 직원매장에서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폴먼 CEO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성장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가 유니레버의 행동을 통해 사회적 이익을 키우는 동시에 환경적 악영향을 줄이는 방식의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난해 세계 인구는 70억 명을 넘어섰지만 지금도 6주마다 런던 인구(1300만 명)만큼 씩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과학자들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던 기온 2도 상승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8억 명이 물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현 세계의 수요를 충족하려면 식량은 2050년까지 70% 늘어나야 한다. 어른 10명 가운데 1명은 비만에 시달리고 있지만 10억 명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환경 보호단체인 WWF(세계자연보호기금)에 따르면 모든 인류가 평균적인 유럽인처럼 생활하려면 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캐런 해밀턴 부사장은 만약 기업이 이익만을 최우선에 두는 전통적인 방식의 비즈니스를 계속한다면 비즈니스는 사회를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후변화와 삼림벌채, 물부족 같은 사안은 정부에도 사실 큰 도전과제입니다. 그런데 정부 혼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기업은 이런 문제 앞에서 더 이상 방관자가 돼선 안돼요. 기업이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 해결책의 일부가 돼야 해요. 기업이 해결책의 일부가 되려면 자선이나 이익 중 일부를 내놓는 방식의 사회공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업의 운영방식을 지속가능전략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런 인식이 보편화되기 전인 1987년 유엔 브룬틀란트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지속가능성)이란 “미래 세대가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우리 세대의 필요에 맞추는 발전”이라고 정의했다. 유니레버의 지속가능성 개념도 여기서 출발한다. 해밀턴 부사장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환경적 영향을 줄이고 근로자와 넓은 차원의 생산 및 공급 과정(supply chain)에 공평한 경제적 부를 제공하면서 오늘날의 사회적 수요에 반응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다”라고 덧붙였다.

    유니레버는 창사 때부터 사회적 기여에 가치를 뒀던 회사다. 1890년대 유니레버의 전신인 레버 브러더스(Lever Bros)의 창업자 윌리엄 레버는 위생이 열악했던 빅토리안 시대의 영국 사회에 ‘선라이트 비누(Sunlight Soap)’를 도입해 사람들의 생활을 크게 개선했다. 네덜란드의 마가린 유니는 1920년대 영양공급이 부족했던 이 나라 사람들에게 버터의 대용으로 건강에 좋고, 싼 마가린을 팔았다. 1927년 두 회사가 합병해서 지금의 유니레버가 되었는데, 비즈니스로 돈도 벌고 사회발전에도 기여한다는 창업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유니레버는 4월 24일 런던 본사에서 ‘지속가능한 삶 계획’의 1년 성과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했다.

    65명의 지속가능 챔피언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 관련 부서를 두고 있다. 책임자는 키스 위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CMO), 그 밑에 부책임자가 캐런 해밀턴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이다. 지속가능성 점검팀을 이끄는 키스 위드는 4개월마다 지속가능생활 계획의 진전 상황을 유니레버 리더십 이사회(ULE)에 보고하고 있다. 각 부문에서 지속가능성 챔피언으로 뽑힌 65명의 직원은 자신의 평상시 업무와 병행해서 브랜드와 각 사업장, 창의영역 등에 지속가능성 전략이 침투하도록 안내한다. 안전환경검증센터에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애널리스트 등을 담당하는 과학자가 있어 6000여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단계마다 환경·탄소·물 등의 발자국(footprint)을 수치화하고 있다.

    12년 전 유니레버는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를 고용해 당시 CEO에게 자문해주는 역할을 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사적 차원에서 지속가능성 전략이 수립돼 있다. CMO 키스 위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회사 전체로 퍼뜨려 종국에는 담당 팀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언론 인터뷰에 난 이 말을 해밀턴 부사장에게 건넸더니 좀 더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제 파트가 없어진다니 흥미롭군요(웃음).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부차적으로 덧붙여진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습니다. 여기에 전통적 비즈니스가 있다면, 저만치에 CSR이 있습니다.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 거지요. 또 CSR은 단순히 외부의 비난으로부터 기업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니레버는 대기업으로선 보기 드문 혁신적인 내용을 추구하고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작은 팀에서 만든 사회적 책임 정신이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일선 사원에 이르기까지, 또 모든 비즈니스 영역으로 옮겨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담당 팀만이 그 일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키스 위드의 말은 지속가능성이 더 이상 작은 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 전략이 회사 전체에 퍼질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유니레버는 ‘해결책의 일부’가 되기 위해 동종산업, NGO, 학계, 정부 등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소비재 제조사, 공급사, 유통업체 등의 모임인 컨슈머 굿스 포럼(Consumer Goods Forum) 회원사로서 이 포럼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들을 이끌고 있다. 예컨대 다른 기업들을 설득해서 2020년까지 모든 협력업체의 삼림벌채를 막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인식 전환이 혁신 바탕

    “삼림벌채는 생태계와 생물종 다양성 파괴뿐 아니라 전 세계 온실가스 원인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만약 많은 기업이 힘을 합해 지속가능한 팜오일, 종이 등을 구입한다면 삼림벌채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 전략을 위해 협력업체와의 동반자 관계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체 원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농산물을 100% 지속가능한 품목으로 구입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니레버는 지속가능 농업 코드를 개발해 농약이나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정보와 장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협력사에 이를 강제하기보다는 미끼(carrot approach)를 통해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07년 립톤차에 대해 친환경단체인 열대우림협회(Rainforest Alliance·RA) 인증을 받았다. 2015년까지 모든 티 제품의 원재료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것으로 인증받을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RA 인증을 받은 립톤차를 보면서 매우 만족해합니다. 그 재료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게 되고, 세심하게 가려진 원료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호평은 곧 우리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니레버는 전 세계적으로 야자유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다. 유니레버는 올해 말까지 100%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야자유 재료를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이 계획은 2015년까지 달성하려던 목표다. 2020년까지는 모든 생산지를 추적할 수 있게 하는 ‘녹색 야자수 인증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사실 이 일은 놀랄 만큼 복잡한 일이어서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미 그와 관련된 투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의해서 수마트라 지역 농장에 1억 유로를 투자키로 했습니다. 이 농장에서 생산되는 야자유에 대해서 역추적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많은 기업이 공장에서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물, 쓰레기, 온실가스 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유니레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자사가 사용하는 원자재, 소비자가 소비하는 행위 등에도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상당히 일리 있는 분석이다. 유니레버의 조사에 따르면 자사 브랜드 하나를 제조할 때 생기는 온실가스는 3%에 그치는 데 반해 이를 소비자가 사용할 때 70%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원재료 생산에 들어가는 온실가스도 2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혁신이 바로 그런 인식에서 나옵니다. 예컨대 농축세제를 만들어 포장재 크기를 줄이고, 일반 세제보다 30도 정도 낮은 온도에서도 세탁효과가 있는 세제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는 혁신적인 농축세제 한 브랜드만으로도 연간 400만t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브랜드를 팔아온 글로벌 유통체인인 월마트는 다른 세제 제조기업에 포장 크기를 줄이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리의 혁신이 다른 기업에도 변화를 촉구하게 된 겁니다.”

    지속가능한 삶 실험실

    유니레버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문제를 지속가능 전략의 주요 축으로 두고 있다. ‘포럼 포 더 퓨처’ 창시자인 조너선 포리트 등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자문단으로부터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 대한 자문을 듣고 있다.

    또 온라인 대화 채널을 만들어 소비자의 의견을 듣고 있다. 4월 25일에는 ‘지속가능한 삶 실험실(Sustainable living lab)’ 이벤트를 24시간 진행해 등록된 이해관계자 2000여 명으로부터 여러 가지 제품 아이디어와 SLP 달성을 위한 해결책을 들었다. 이런 제안은 영국 포트 선라이트 연구센터 등으로 보내져 실행 가능성이 검증된다.

    이해관계자들은 무엇보다 회사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만약 사고가 있었다면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궁금해한다.

    “유니레버는 투명한 보고를 강조합니다. 올해 성과보고서에서도 진행 중인 목표, 달성하지 못한 목표, 삭제한 목표 등으로 구분해서 이유를 밝혔어요. NGO 등과 협의해 유니레버가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들이 무엇인지 밝히기도 했고요. 우리는 인권과 노동문제와 관련해서 비즈니스 강령(Code of Business Princi-ples)을 갖고 있고, 인권 환경에 관한 민간 선언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도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3년 전 파키스탄의 계약 노동자 업무환경에 대한 우려와,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아동노동 사용 혐의가 도마에 올랐어요. 그런데 그런 문제가 제기됐을 때 본사 경영진에 곧바로 보고됐고, 아동노동문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재를 통해 재빠르게 해결됐습니다. 그런 내용도 보고서에 그대로 담고 있어요.”

    PR 캠페인 담당인 앤 에커트 글로벌 디렉터는 “4월 24일 SLP 2011년 성과를 알리는 행사에서도 NGO와 정부, 주요 인사들로부터 유니레버가 문제점과 잘한 점, 회사의 방향 등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했다는 반응을 들었다”고 말했다.

    성공사례 많아 확신

    아직까지 지속가능경영은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대기업이지만 유니레버에도 초기 투자는 적지 않았을 것이다.

    “열대우림협회 인증을 받으려면 그만큼 친환경적 생산방법을 고수해야 합니다. 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원료를 구입할 때도 그만큼 돈이 더 필요합니다. 스페인 등의 토마토 농장에 필요한 물과 영양분, 농약 등을 특수 배관을 통해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는 낙숫물 관개(drip irrigation) 방식을 도입했는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물이 부족한 곳에선 물을 아낄 수 있고, 농약도 적게 뿌릴 수 있어서 토양 오염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재배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초기 투자비용을 상쇄하고도 남게 됐어요.”(해밀턴 부사장)

    비즈니스를 단지 며칠, 혹은 몇 개월 내다본다면 이런 투자를 하지 못할 것이다. 유니레버가 이처럼 장기 전망을 갖고 전사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성공사례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은 우리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도록 추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브랜드의 매출은 연평균 21% 정도 늘어나고 있어요.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2배의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바셀린 제품 용기를 다시 디자인해 연간 130t의 플라스틱을 줄였습니다. 지난해엔 에너지 소비를 줄여 1300만 유로를 아꼈어요. 지속가능성 전략 덕분에 소비자는 유니레버 제품에 더욱 만족하고, 직원들도 더욱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사회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캐런 해밀턴 유니레버 지속가능성 부문 부사장

    “지속가능경영으로 향후 100년간 성장 가능하다”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

    캐런 해밀턴 부사장.

    유니레버 지속가능성 부문 캐런 해밀턴 부사장은 기업 핵심 전략인 ‘지속가능한 생활 계획’(Sustainable Living Plan·SLP)을 총괄하고 있다. 그의 역할은 지속가능성 전략이 마케팅과 R&D 팀 등 모든 부서, 사업장에 스며들게 하는 것. 그는 “지속가능성 렌즈로 비즈니스를 보면 수많은 기회가 널려 있다”고 강조했다.

    옥스퍼드대에서 독문학과 불문학을 전공한 해밀턴 부사장은 1988년 유니레버에 입사해 20년 이상 글로벌 마케팅과 전략을 담당했고, 4년 전 지속가능성 부문 부사장에 올랐다.

    -유니레버가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유니레버는 지난 100년 동안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궈왔는데, 다음 100년 동안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 모델을 찾았습니다. 그 모델이 바로 지속가능경영입니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어떠한지요?

    “SLP 전략을 짤 때 직원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 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특히 환경적 악영향은 줄이면서 회사 규모는 지금의 2배로 키운다는 비전에 대해 직원들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 직원을 뽑을 때도 그들이 우리 회사의 비전에 매우 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어떻게 혁신을 이루도록 자극하는지요?

    “지속가능성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보게 됩니다. 우리 회사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혁신을 일궈내는 이들은 대개 마케팅과 연구개발 부문에서 일하는 이들입니다. 제가 그들에게 장려하는 것은 소비자가 지금 시점에서 말하고 요구하는 것보다 더 멀리 보라는 것입니다. 통찰력(insight)보다는 선견지명(foresight)이 더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미래엔 이 세계가 너무나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SLP를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매우 다행스럽게도 4년 전 제가 팀에 합류하기 이전에 지속가능성팀이 이미 환경 발자국 등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 결과를 보고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어떻게 지속가능성 부문을 담당하게 됐나요?

    “20년 넘게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가 지금의 역할을 맡게 됐을 때 사실 아는 게 많지 않았어요. 다만 완전히 새로운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곳이라는 느낌만 있었지요. 지금 제가 이 일에 열정적인 이유는 그만큼 이 분야가 장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CEO가 이 분야에 대한 약속을 분명히 하고 있어 더욱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지속가능경영은 CEO가 약속하지 않으면 나아가기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총체적 기회가 바로 지속가능성입니다. 제가 그런 일을 하고 있으니 정말 환상적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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